1년간 문화생활을 만끽한 아이는 문화 공연을 보는 습관이 들었고 이제 용돈으로 공연이나 전시를 예매하곤 한다.
그러다가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라는 작품에 관심이 생겼나 보다.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의 커튼콜.
아이의 말에 어떤 오페라인가 싶어 보니 내용이 좋았다.
오페라는 환경파괴와 해수면의 지속적 상승으로 2096년 거대한 바다의 폭풍이 발생, 전 세계인의 3분의 1이 멸망한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바다의 폭풍 이후 살아남은 인류가 바다 위에 떠 있는 새로운 도시 부탈소로로 피신하게 된다.
부탈소로는 다민족이 어우러진 난민과 생존자들이 함께하는 유일한 피난처로 오페라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공연예술 창작산실'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 공연장인 한전아트센터.
특히, 이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산실'에서 선정한 '올해 신작'이다.
2008년 시작한 '공연예술 창작산실'은 연극, 창작 뮤지컬, 무용, 음악, 창작 오페라, 전통예술 등 기초 공연예술 분야의 특성을 살려 단계별 지원하며 장르별 우수 창작 작품을 발굴하는 사업이다.
이중 '올해 신작'은 공연예술 우수 신작을 발굴해 실연 및 심의 제작비와 신작 공연 제작비 일부를 제공한다.
공연 전, 로비에서 관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2025년 '올해의 신작' 사업은 지난해와 몇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지원 방식 신청과 절차는 동일하나 올해부터는 예술단체와 예술극장이 공동 기획 형태로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 '올해의 신작' 시즌제로 운영된다.
2024년에는 보조금을 지원했다면 2025년부터는 보조금 지원과 함께 공연장 대관과 통합 홍보를 제공한다.
본공연도 달라진다.
지난해까지는 다음 연도 1~2월에 발표했지만, 올해부터는 1개월 확대돼 1~3월에 발표한다.
본공연 장소와 지원 결정도 변경됐다.
창작뮤지컬 분야를 제외하고는 외부 공연장이 아닌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걸 원칙으로 하며 지원 결정 후 핵심 창작진 참여 여부가 변동되면 지원 결정을 취소하게 됐다.
더 자세한 사항은 누리집을 참조하자.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 의 박승일 기획자.
오페라는 스페인 대사관과도 협력했다.
미래의 도시인 부탈소로에서는 한국어와 스페인어가 함께 한다.
오페라를 기획한 박승일 기획자는 "스페인이 환경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만큼 이 작품에 더 관심을 가졌고 스페인에서의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공연이 끝난 후 배우와 관계자들과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관객들은 제목의 의미를 묻거나 오페라 속 음악에 관해 궁금해했고 각각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아나비스 역을 맡은 여배우(왼쪽) 의상은 폐페트병으로 제작됐다. <출처=박승일 기획자 제공>
특히, 오페라 속 여배우(아나비스 역)가 입은 의상이 재활용으로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
듣지 못했다면 몰랐을 뻔했던 사실이다.
그만큼 겉보기에는 알 수 없었다.
배우의 화려한 의상이 폐페트병이라니, 연극의 주제와 부합해 더 마음에 들었다.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 커튼콜.
"엄마, 난 빙하가 점점 사라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빙하를 식수로 사용하는 것까진 연결을 못 지었거든요."
"기후 위기가 생각보다 정말 심각하더라."
오페라가 끝난 후 자연스레 아이와 오페라와 환경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페라는 환경에 관한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고 저녁을 먹던 우리는 반찬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매 순간 환경에 도움이 될 작은 실천을 위해).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 의 한 장면. <출처=박승일 기획자 제공>
몇 년 전, UN(유엔)에서는 환경오염으로 급격히 사라져가는 빙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25년을 '국제 빙하 보존의 해'로 정했으며 매년 3월 21일을 '세계 빙하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지난 3월 21일 첫 '세계 빙하의 날'을 맞아 UN(유엔)에서는 세계 담수의 약 70%를 차지하는 빙하가 최근 3년 동안 가장 많이 녹았다며 기후 위기를 경고했다.
그렇지 않아도 투발루 같은 나라에서 매년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일부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들어왔다.
더 나아가 투발루는 디지털 국가로 국토 존속을 위해 대처를 한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섬뜩하다.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 창작자들이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때맞게 환경위기를 다룬 오페라에 관해 좀 더 알고 싶어 오페라를 기획한 창작자들(박승일 기획자. 이지은 작곡가, 김재청 작가)에게 물었다.
Q. 기후 위기를 다룬 특별한 작품이라 시선이 더 가는데요. 이번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기후 위기, 환경오염이 심각하잖아요. 저희 제작사(아트팜엘케이)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기후변화와 해양 문제를 주요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는데요. 스토리 단계부터 역사와 환경, 기후 위기, 특히 해양 생명, 인간의 삶과 직접적 연결해 작품에 녹여냈습니다. 또한, 2021년 제작된 오페라부터 해양 쓰레기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r-PET 무대 소품 및 무대 의상을 제작했고요.
Q. 오페라의 취지가 참 좋습니다. 창작자분들도 이 오페라를 만들면서 많은 생각이 드셨을 텐데요.
A. 김재청 작가: 저는 이 이야기를 구상하며 인도네시아에 머물렀는데요. 자카르타가 이미 물에 잠겼다는 걸 듣고 미래의 위기가 가깝게 느껴졌어요. 앞으로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할지 두려워 해수면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상상을 하며 대본을 썼죠.
이지은 작곡가: 우리는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창작은 이런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전해주는 도구 아닐까요. 이 공연은 무대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고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행동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 더 큰 짐을 남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Q. '공연예술 창작산실' 과 인연이 있었다고요.
A. 이번 오페라는 '공연예술 창작산실'의 두 번째 선정작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산실'을 초창기부터 알았고 2021년 창작산실 '올해 신작' 오페라 분야에서 '시간 거미줄'이라는 작품이 선정됐어요. 이후에도 공연예술 창작산실에 관해 계속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이번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가 선정되었습니다.
관객의 질문에 배우가 답변하고 있다.
Q. 오페라에서 바로크 시대 음악은 물론 판소리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A.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에서 음악은 '인류가 위기를 맞았을 때 사랑과 희망으로 연대하고 음악을 도구 삼아 극복한다'라는 메시지에서 비롯됐거든요. 위기는 언제나 있었듯 작품 속 음악적 구조도 어느 특정 시대나 스타일에 한정 짓지 않았습니다.
Q. 오페라를 만들면서 특별히 고려하신 점이 있을까요.
A. 박승일 기획자 : 오페라라는 그릇 안에 자유롭게 펼쳐질 창작자의 '새로운 세계의 시작'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오페라 장르를 통해 주제 의식, 작가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매우 어렵거든요.
김재청 작가: 오페라는 작가가 아닌 작곡가의 마침표가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구성했지요.
이지은 작곡가: 대본과 음악이 일치하는 점에 신경 썼어요. 극작가가 쓴 작은 단어 하나하나 및 스토리 전체와 행간의 숨은 의미까지 음악으로 온전히 담아내려고 했어요.
Q. 기후 환경을 위해 일상에서 해야 할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사실 우리의 생활이 완전히 자연주의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하죠. 노력할 뿐입니다. 불편하지만 생활 습관을 하나씩 바꾸어 길들여가는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다양한 환경 방법들을 각자 일상에서 실천하는 게 아닐까요.
관객이 안내 책자를 보고 있다.
소소한 방법까지 생각한다면,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환경 실천과 만나고 있을까.
항상 지구의 위기를 느끼며 되새기지만 귀찮거나 잊어버리지 않도록 많은 환경 콘텐츠가 나오면 좋겠다.
특히, 청년예술문화패스 덕택에 문화의 맛을 알게 된 아이와 유익한 공연을 보게 돼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공연예술 창작산실'을 통해 창작자와 관람객에게 더 다양한 문화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