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휴일, 오랜만에 늦잠을 자던 중 현관 밖에서 들려온 무거운 둔탁음에 잠이 깼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어보니 꽤 오랫동안 함께 해온 이웃이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할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종종 음식도 나눴던 사이기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 혹시 도와줄 것이 없는지 말을 건넸다.
이웃은 미리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일정이 여의치 않아 조금 급하게 떠나게 되었다며 며칠 전부터 이삿짐을 싸는데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주변 지인들도 이사는 비움의 연속이라며 기회가 될 때마다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마침 가족들 모두 특별한 일정 없이 집에서 쉬고 있던 날이었기에 우리도 이참에 대청소하며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그렇게 새해맞이 대청소가 시작됐다.
우선 각자의 방에 있는 물건을 정리한 뒤 오랫동안 읽지 않은 책과 깨끗한 의류는 기부하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은 재활용 기준에 맞춰 버리기 시작했다.
방과 거실 정리가 어느덧 끝나자 평소 출입이 많지 않던 베란다와 창고 청소에 돌입했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대부분 집의 베란다와 창고는 잡동사니가 모여있는 비밀의 방이 아닐까?
가끔 어디 있는지 찾아 헤매던 물건들과 우리 집에 있었는지도 몰랐던 가전기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는 이사를 오기 전에 버리기 아까워 모아뒀던 가전기기를 보며 이제는 보내주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웃으셨다.
이 물건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중,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는 '고장 난 가전제품'을 산다는 확성기 방송 소리가 들렸던 게 생각났다.
예전에는 트럭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폐가전을 판매하라고 방송을 했었는데, 주상복합과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진 오늘날에는 수거 트럭도, 야시장도 점차 보기 힘들어졌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아빠는 10년 전만 해도 폐가전을 수거 장수에게 건네주면 몇천 원에서 몇만 원을 건네받았는데, 요즘에는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구매하며 오히려 돈을 내고 버려야 한다고, 시대가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고도 하셨다.
그러다 문득 어떤 가전에 얼마짜리의 폐기물 스티커가 필요한지, 혹시 조금 더 저렴하게 처분할 수 있을지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웃은 자세히 알고 있을 것 같아 이사가 마무리돼가던 이웃을 다시 찾았다.
혹시 오래전 집에서 사용하던 공기청정기에는 얼마 정도의 폐기물 스티커가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이웃은 폐가전의 경우 정부에서 무료로 수거해가고 있으니 따로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며 나에게 '폐가전 무상 수거 서비스'를 안내해 줬다.
e순환거버넌스 누리집 메인 화면. 무상 방문 수거 서비스에 대한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수거 신청도 할 수 있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 '폐가전 무상 수거 서비스'를 검색하자 관련 누리집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e순환거버넌스(https://15990903.or.kr/portal/main/main.do)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 누리집에는 폐가전 무상 방문 수거 서비스가 별도의 가입과 수수료가 필요 없는, 지정된 방법으로 폐가전 제품을 수거하는 서비스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단, 서비스 이용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중대형 가전을 신청하는 경우에만 단일 수거가 가능했고, 오디오 세트나 데스크탑 PC 등은 세트로 구성되어 있어야 수거되고 있었다.
또한, 가습기, 빔프로젝터, 선풍기, 핸드폰 등 소형 가전의 경우에는 5개 이상으로 품목을 묶어야 수거가 가능했다.
수거를 위해서는 가전제품이 철거 및 분리된 상태여야 하며, 사다리 차나 크레인 없이 방문한 인력만으로만 수거가 가능해야 한다고도 함께 소개되고 있었다.
e순환거버넌스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거 가능 품목. 단일 수거 가능 품목, 세트 수거 가능 품목, 다량 배출 가능 품목이 구분되어 있다.
안내 사항을 꼼꼼하게 읽은 뒤 직접 폐가전 무상 수거 서비스를 신청해 보았다.
이용 방법은 굉장히 간단했다.
콜센터(1599-0903)에 전화를 하거나 e순환거버넌스 누리집에서 직접 수거를 신청하면 된다. 나는
누리집을 이용해 수거를 신청해 보았다.
누리집 메인 화면에서 '무상방문수거신청' 탭을 클릭한 뒤 개인정보 이용 동의에 체크하자 배출 품목을 입력하는 창이 나왔다.
접수 시 유의사항을 꼼꼼하게 확인한 뒤 수거를 희망하는 품목인 공기청정기를 클릭했다.
이후 간단한 인증을 통해 본인확인이 이루어졌고 집 주소와 수거 희망 요일을 입력하자 카카오톡으로 신청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왔다.
약속된 날짜에 문앞에 공기청정기만 내놓으면 끝이다.
e순환거버넌스 누리집에서 무상 방문 수거 서비스 신청을 완료한 화면. 모든 신청이 완료되면 카카오톡 알림도 받게 된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옆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던 엄마는
"집 안의 애물단지였던 폐가전을 이렇게 클릭 몇 번으로 쉽고 편리하게, 더군다나 무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라며 다음 달에 이사를 앞두고 있는 이모에게도 해당 소식을 전하셨다.
누리집에서는 이 같은 폐가전 무상 방문 서비스로 수거된 제품은 친환경적으로 처리된다고 소개하며 폐가전의 불법적인 처리를 차단하여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기도 했다.
국민은 수수료 부담 없이 폐가전을 처리할 수 있고, 정부는 환경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친환경 순환 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선순환 서비스인 것이었다.
폐가전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고 싶은데 만약 소형 가전 5개 미만에 해당되어 수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 때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럴 때는 '폐가전 수거함'을 이용하면 된다.
폐가전 수거함의 위치는
'자원순환실천플랫폼(https://www.recycling-info.or.kr/act4r/main.do)'의
내 집 앞 폐가전 수거함 조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원순환실천플랫폼 누리집 메인 화면. 자원 순환 관련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내 집 앞 폐가전 수거함'도 확인 가능하다.
이사가 많아지는 2월, 행정안전부는 주거이전 우편물 전송 서비스와 함께 폐가전 무상 수거 서비스를 이달의 추천 공공서비스로 선정했다.
그동안 처리하기 힘들었던 폐가전이 집에 있거나 이사를 준비한다면 폐가전 무상 수거 서비스를 추천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송현진 songsunn_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