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라 불리는 춘천이 고향이지만 지난해 수돗물 대란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의 오염도를 걱정하고, 생수를 구하러 다니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는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이다’, ‘근 시일 내에 세계적으로 물 부족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라는 말은 늘 들었고 알고는 있었지만 수도꼭지만 돌리면 나오는 편리함에 물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사실이 새삼 와닿았습니다.
특히 ‘물 발자국’이라고 해서, 상품을 생산, 사용,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필요한 물의 양을 나타내기도 하는데요. 내가 만약 고기를 구워 먹어 요리하는 동안 물을 한 방울도 쓰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돼지고기 1kg에는 4800L의 물이 이미 사용된 것이나 만찬가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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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의 날’을 하루 앞둔 3월 2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중앙교 아래서 열린 2022년 세계 물의 날 행사에 참석한 삼성전자, 수원도시재단,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 관계자들이 하천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그렇다면 우리가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까요? 아이들과 함께 해볼 활동을 고민하던 중, 3월 22일 ‘세계 물의 날’(고갈되어 가는 수자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깨끗한 물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전 세계가 협력할 것을 권고하고자 UN이 1993년부터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을 맞아 가정에서 도전해 보았습니다. 이름하여 ‘홈 워터 챌린지!’ 목표는 저와 아이들이 각각 2L의 물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는 것입니다.
2022년에 발표된 환경부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은 295L였습니다. ‘내가 저렇게 많이 쓴다고?’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실제 양이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물 사용량 정보를 토대로 제가 집에서 쓰는 물의 양을 용도 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실 요리는 메뉴에 따라 물 사용량이 천차만별인데, 저는 챌린지를 위해 마른 밥(?) 메뉴를 선택해 사용량이 아주 적습니다. 역시 샤워나 설거지, 세탁 시 물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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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 |
미션을 수행하기 전날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사용하는 물을 계량컵으로 측정해 보았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이지요? 쌀 씻는 데만 6L를 썼습니다! 그리고 단출하게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설거지의 양은 또 무엇인가요? 너무 놀라 잠시 멍해졌지만! 받아둔 쌀뜨물로 설거지를 하고, 마지막 헹구는 물은 다시 한번 받아 두었습니다. 약 8L 정도였는데, 다음 날 세탁에 썼습니다.
물을 틀어 놓고 사용하게 되면 1분에 약 12L 정도가 소비된다고 하니, 설거지나 샤워를 할 때 시간을 줄이는 것도 절약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또 변기의 경우 한 번 물을 내릴 때마다 10L 이상 사용하는 제품도 있다는 것을 이번 워터 챌린지를 준비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20년 5월 수도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양변기의 사용수량 조절 부속품이 6리터를 초과할 수 없는 구조로 제작하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제품 자체를 절수가 되는 것으로 사용하는 것도 물을 아끼는데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결론은 2L로는 마시는 물, 요리를 할 때 사용, 양치와 세면 정도에만 써도 아주 빠듯할 거라 예상되었는데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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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종기 개인 텀블러들. |
‘홈 워터 챌린지’ 당일! 먼저, 개인 물병에 물을 담아서 마시기로 했습니다. 하나당 약 300ml씩 들어가니 다 마시고 리필하면서 메모해 두기! 두 번째는 양치 컵과 대야 사용. 2L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세안 물은 설거지할 때 쓸 물로 받아 두었어요. 세 번째는 물이 거의 필요 없는 식사 메뉴! 계란밥, 멸치 주먹밥, 고기구이로 세 끼를 만들었습니다. 국 좋아하는 둘째는 불만이 조금 있었지요.
결과는! 뚜둥! 성공했습니다! 마지막 성공을 위해 얼굴에 비눗기가 살짝 남은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던 건 비밀입니다. 하루 동안 해본 홈 워터 챌린지. 다소 꼬질꼬질해질 수밖에 없었던 도전이었지만, 물의 소중함과 아껴 쓰는 법을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먹고 마시는 물을 아끼기보다는 샤워나 빨래, 설거지 할 때 드는 대량의 물을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 같았습니다! 특히 설거지나 세면 시 물을 받아서 쓰고, 절수형 제품을 사용하면 저절로 물이 아껴지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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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컵에 담긴 소중한 물. |
아이들과 함께 해본 홈 워터 챌린지! 이 경험이 물의 날을 기억하고 물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깨닫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봅니다. 옹달샘이 시내가 되고, 강으로 바다로 커지듯이 각 가정에서의 작은 노력 한 방울들이 모여 물 스트레스 없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종 자료 출처]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https://www.kcen.kr/
환경부 물사랑누리집 https://www.ilovewater.or.kr/
국가물관리위원회 https://www.water.go.kr/
e-나라지표 환경부, ‘상수도 통계’ http://www.index.go.kr/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가지영 sm36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