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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간식 지참, 눈치 보지 말고 당당히!
[전국] 작년 여름, 인기 영화 ‘설국열차’를 보기 전 사전 정보를 검색하던 필자는 ‘양갱을 사서 영화 감상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 장난스러운 조언을 발견했다. 순간 필자의 머릿 속에선 ‘왜 양갱을 준비하라는 것일까?’란 의문보다는 다른 궁금증이 먼저 들었다. ‘영화관에 음식물을 반입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란 의문이었다.
정답을 먼저 밝히자면 ‘가능하다’이다.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 중인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수요일)’의 전국적인 시행과 함께 영화관을 찾는 관객도 더욱 급증하면서 ‘영화관 외부 음식물 반입 허용’ 정책 또한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고 있다. 영화관 음식물 반입 정책은 아직 모르는 사람도 많을 만큼 일상화된 정책은 아니지만, 사실 이는 지난 2008년부터 이미 시행해온 정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 8월 말, 대형 복합상영관들이 외부 음식물 반입을 제한하는 행위를 불합리한 규제로 보고 자진 시정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다소 강한 냄새로 다른 관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음식(김밥, 피자, 샌드위치 등)을 제외한 외부 음식물에 대해서 영화관 반입이 가능해졌다. 참고로, 뚜껑 없는 음료수와 안전 부주의사고의 우려가 있는 유리병 음료, 뜨거운 음료 허용 여부는 극장마다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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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반입 가능한 음식물에 대한 규정(출처=메가박스 홈페이지 FAQ란) |
평소 영화를 즐겨보는 김수련(경기 안양) 씨도 반입 가능한 음식물에 대한 규정을 숙지하고, 영화 관람 전 간식은 자신이 직접 챙겨가는 편이라고 밝혔다.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좋아하는 간식을 미리 챙겨가는 편이에요. 직접 간식을 챙겨가는 편이 만족도도 크고, 먹을 만큼만 알맞게 소비해 음식물 낭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외부 음식물 반입은 영화관과 관객 모두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필자가 지인들과 함께 영화관을 이용하며 살펴본 결과, 영화관에서 의무적으로 간식을 구매한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음식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로 인해 영화가 끝날 때마다 상영관 출구의 쓰레기통은 금세 플라스틱 종이컵과 남은 음식물 쓰레기로 넘쳤다.
영화를 보고나오던 한 아주머니는 “잔인한 영화는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속이 불편하다.”는 평을 일행과 주고받으며, 잔뜩 남긴 팝콘을 그대로 일반 쓰레기통에 우수수 쏟아 부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음식물 낭비를 막고 쾌적한 문화 생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음식물 반입 허용은 꼭 필요한 일임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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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화가 끝난 후 간식 포장 쓰레기로 금세 가득찬 쓰레기통. (우)상당량의 남은 팝콘이 밑바닥에 버려져있다. |
“요새 영화관들이 소비자 기호에 맞춰 다양한 간식과 세트 상품을 개발하는 일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영화관 내 음식물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해서 직접 간식을 챙겨가는 편이에요. 혹시 자판기의 음료수 가격 보셨나요? 영화관 밖의 자판기 생수는 600원에 불과한데, 영화관 내부 자판기의 생수는 2,000원이나 돼요. 건물 안팎의 차이로 이렇게 가격이 달라지는데, 당연히 제가 미리 간식을 챙겨오는 게 경제적이지요.”
경기도 부천에 사는 장도화 씨는 정당한 가격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주장하며, 영화관 내 음식물 반입의 필요성에 대해 위와 같이 답했다. 필자 역시 주변 영화관들을 살펴본 결과, 영화관 내 자판기 및 매점에서 판매하는 음료가 시중 가격에 비해 훨씬 비싼 경우를 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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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화관 내 자판기, (하) 영화관 바깥 출입구 근처에 있는 자판기. 영화관 내 자판기 생수 가격이 외부 자판기보다 3배 이상 비싸다. 비타민 음료 역시 이름마저 똑같은데도 불구하고 외부보다 700원이 더 비싸다. |
또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가장 많이 찾는 간식인 팝콘을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대형복합상영관 팝콘의 기본 가격은 보통(중)사이즈부터 시작해 4,500원, 라지(대) 사이즈의 가격은 5,000원이었다. 단독으로 운영하는 영화관의 경우는 3,000원(소) 4,000원(중), 5,000원(대)로 가격과 메뉴 선택의 폭을 조절한 곳도 있긴 했지만, 영화관 팝콘의 기본 가격 자체가 높게 책정돼 있다는 생각은 여전히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지인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 전 직접 간식을 준비하면서 이와 같은 가격 차이를 더욱 절감할 수 있었다.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 영화관 밖 슈퍼마켓에서 미리 과자 1봉지, 음료 1개를 준비해 본 결과, 1인 기준 2,000원 이내, 2인의 경우 3,000~4,000원 이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반면, 영화관 내에서 같은 기준으로 마련할 경우 각각 평균 6,500~7,000원, 8,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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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영화관 내 매점의 간식 가격. 성인을 기준으로 영화 관람 기본료가 9,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영화 티켓 가격의 1/3~절반 가격과 맞먹는 비싼 가격을 체감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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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지인과 영화 관람 전 인근 슈퍼마켓에서 미리 준비한 간식과 영수증. 2인 기준 3,700원의 가격으로 넉넉하게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
상영관 입장 관객들을 살펴본 결과, 가장 많이 갖고 들어오는 음식물은 커피였다. 또 주변 지인들을 대상으로 ‘영화관 외부 음식물 반입 허용’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작년에 막 알게된 사람들이 다수였으며, 음식물 반입이 오래 전부터 허용돼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한편 2013년 국정감사에 의하면, 음식물 반입 허용 정책은 시행된 지 6년이 다 돼감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78%만이 이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장 및 영화관 홈페이지에서 적극적으로 음식물 반입 허용 및 반입 가능 품목에 대해 공지하거나 홍보하지 않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필자 역시 영화관 매표소, 매점, 상영관 입구 등 곳곳을 돌아다녀봤지만, 음식물 반입 허용에 대한 안내문이나 판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안내 직원에게 직접 질문한 결과 상세한 답변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르는 사람은 계속 모를 수밖에 없는’ 다소 소극적인 안내 환경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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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매표소 근처에 설치된 안내판. 영화관 제휴 할인 및 이벤트 소식은 있지만 ‘음식물 반입’에 대한 공지나 안내는 없다. (우) 영화관 내에서 구매한 간식을 들고 입장하는 사람들의 모습. 상영관 입구에서도 별도의 안내는 찾아볼 수 없다. |
음식물 허용에 대해 몰랐던 필자의 지인들 역시 “영화관 현장에서 전혀 안내를 보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음식물 반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들은 만장일치로 “소비자로서 정말 반가운 소식”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2013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국민의 62.4%가 ‘극장 내 외부음식 반입 의사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의 조치로 원하는 음식물을 선택해서 반입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가 보장됐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정책에 대해 인지하고, 몰라서 피해를 보는 경우는 더 이상 없길 바라본다. 나아가 문화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영화관 음식 판매 가격 재검토 및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 위한 스몰 사이즈 메뉴 출시 등 더욱 근본적인 노력들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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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 전, 관내 매점에서 간식을 산 뒤 모여있는 사람들의 모습. |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격려하기 위한 박물관 야간 개장, 무료 이용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필자는 문화를 즐기기 위한 올바른 환경 조성도 중요한 기본 정책 중 하나라고 본다. 문화 융성과 함께 문화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 역시 더 향상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김연수(대학원생) siren71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