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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와 '일부로'의 차이
그래서인지 필자는 요즘도 신문을 비교적 꼼꼼히 읽는다. 기사 내용은 물론, 내용들의 지면 배치와 사진 캡션, 맞춤법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버릇이 아마도 그 때부터 생긴 듯 싶다.
그런데 최근 신문을 보다 재미난 부분 하나를 발견했다. 깨알같은 기사 내용에서가 아니라 대문짝 만하게 뽑은 스포츠면 타이틀 '000감독 일부로 퇴장당했다?'라는 제목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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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감독이 '일부’만 퇴장당하는 사태가 생겨날 수 있을까? 계획적으로 퇴장당했다는 표현을 쓰려거든 ‘일부러’라고 썼어야 했다. |
프로야구에 관한 기사였는데 최근 침체에 빠진 구단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감독이 심판에게 모자를 벗어던지며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당했고, 이후에도 감독은 덕아웃에서 의자를 집어 던지고 배트를 부러뜨렸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평소 그라운드의 신사라 불리는 감독의 이날 행동은 일종의 퍼포먼스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시각을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목으로 쓰인 '일부로'라는 표현이 필자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일부로'는 '일부러'로 바꿔 써야 한다.
사전을 보면 '일부러'는 '알면서 짐짓', '마음을 내어 굳이'라는 뜻을 가진 부사로 정리되어 있다. 즉 뒤에 오는 용언 등에 대해 '알면서도 의도적으로'라는 뜻으로 수식한다. 예를들면 '일부러 그랬다' '일부러 모르는 체하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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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의 뜻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는 인터넷 사전 화면 |
이에 대해 '일부로'는 전체의 한 부분을 나타내는 '일부(一部)'라는 명사와 '로'라는 부사격 조사의 합성어다. 예를들어 '수첩 내용의 일부로 사건을 해결했다' 등이다. 따라서 본 기사의 경우는, 감독이 침체된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알고서도 짐짓 거친 항의를 했다는 의미이므로 '일부로'가 아니라 '일부러'가 맞는 표현이다.
공지의 사실처럼 신문은 가장 확실하고 신뢰받는 '글 지킴이'다. 독자를 위한 보다 세심한 검토와 교정을 바란다.
┃국정넷포터 조진우(mylife67@hanmail.net)
<조진우님>은 순천경찰서에 근무하고 있으며 2005년 모범공무원으로 국무총리상을 받았습니다. 5백여회에 걸친 언론기고와 국정브리핑 블로그 '어느 경찰의 혜안'을 운영하면서, 한국정책방송(KTV) 특별기획 '갈등,소통에 길을 묻다' 프로그램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