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국의 AI 경쟁력을 세계 6~7위 수준으로 평가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투자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상황에서 이에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미국·유럽연합(EU)·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선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치열하다. 선두 주자로 꼽히는 미국은 올해 초 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 등과 손잡고 AI 기술·인프라에 총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영국도 AI 인재 유치를 위해 비자 절차를 간소화하고 AI 인프라·데이터센터 등에 약 45조 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소버린(주권) AI'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프랑스는 공공 부문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에 약 167조 원의 투자를 이어가고, EU 또한 역사상 최대 규모인 총액 300조 원 AI 투자를 선언함으로써 AI 레이스에 본격 참전했다. 중국 역시 '딥시크 밀어주기'에 한창이다.
반면, 한국은 해외 각국에 비해 AI 투자 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 AI 연구자 수는 중국의 20분의 1 수준이고 AI 투자 규모는 미국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최근 AI 패권 경쟁이 기업 간 대결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된 만큼, 우리도 AI 강국 도약을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우리 정부도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 전략 추진에 분주하다. 작년 5월 산업자원통상부 장관과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민관 합동의 'AI산업정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지난달 '산업 AI확산을 위한 10대 과제'를 공개했다. 'AI산업정책위원회'는 'AI 시대의 신산업 정책' 수립을 목표로 각계의 민간 전문가와 협력해 국내 산업의 AI 활용 및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책브리핑은 지난 20일 한국공학한림원에서 윤의준 AI산업정책위원장(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을 만나 AI 패권 전쟁 속 한국 AI산업의 경쟁력과 생존 전략, AI 인재 양성, AI 보안·윤리 등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윤의준 AI산업정책위원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공학한림원에서 정책브리핑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국경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윤 위원장은 "한국의 AI 경쟁력은 세계 6~7위 정도의 수준이지만,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투자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상황에서 절대 안주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AI 컴퓨팅 인프라·데이터센터가 부족하고 GPU 등 프로세서 설계 역량, 대규모 AI 산업 투자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R&D 투자, 스타트업 지원 확대, 미래인재 양성 및 우수인재 국내 유치 등을 통해 AI 기반의 경제구조 변화를 주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업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GPU 확보 및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안정적인 AI 개발 환경을 위한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최근 불거진 생성형 AI 보안·윤리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산업계·학계가 협력하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AI 보안 전문가 양성, AI 보안·윤리 인증제 도입, 독립적 감독 기구 운영 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위원장은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한민국이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차 AI 산업정책위원회'에서 공동위원장인 안덕근 산업부 장관,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앞줄 우측부터 여덟, 아홉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2.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다음은 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AI 혁신이 빠른 속도로 산업 전 영역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AI 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I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AI 경쟁력을 세계 6~7위 수준으로 평가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투자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상황에서 이에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오전에도 국가인공지능위원회 회의에서 발표했지만,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생성형 AI분야에서는 네이버 등이 선전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AI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AI 컴퓨팅 인프라와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부족하며,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클라우드 기술 역시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HBM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강하지만, GPU/NPU 등의 프로세서 설계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최근 리벨리온, 퓨리오사AI와 같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대규모 AI 산업 투자는 여전히 미흡한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AI 인재 역량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지만, 지속적인 유출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AI 활용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것도 산업 생태계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AI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 연구,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측면에서 전략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향후 10~20년 후 경제·산업·일상생활에서 어떤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시나요?
AI는 인류 역사상 인간이 개발한 기술 중에 가장 위대하고 위험한 기술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 중에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것은 있었지만 인간의 지식이나 경험을 뛰어넘는 것은 없었습니다. 또 인간과 감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기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AI는 이것이 가능한 기술입니다.
20년 뒤 어떤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당장 5년 뒤 AI가 어떤 일을 해낼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마도 미래는 모든 것을 AI에 의존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모든 면에서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삶의 편리성도 극대화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프로그래밍이 컴퓨터를 움직였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개입 없이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인프라 즉 교통·전력·통신도 인공지능이 운영하고, 의료·제조·교육 등도 인공지능에게 많은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CES2025'에서 관람객이 '인캐빈 센싱 솔루션'을 체험하고 있다. 이는 AI로 외국어 교통 표지판을 실시간으로 번역해주고, 운전자의 시선과 표정을 분석해 졸음·실시간 심박수·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 안전 정보를 알려준다. 2025.1.7.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도 AI 발전과 함께 등장할 것입니다.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은 콘텐츠 제작, 디자인, 마케팅 등 창의적인 분야에서도 혁신을 가져오며, AI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와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촉진할 것입니다. 특히 바이오 산업에서는 AI를 활용한 정밀 의료, 개인 맞춤형 백신 개발 등으로 인해 의료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건강하고 장수하는 사회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AI 시스템 운영, 데이터 분석, AI 윤리 관리 등 새로운 직업군도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모델이 보편화되고, 전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부와 기업은 AI가 가져올 새로운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 AI 기술이 일부 직업군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AI 혁신이 일자리와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일부 직업군이 대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기존 노동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재교육 및 직업 전환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대학과 직업훈련기관이 협력하여 AI 시대에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산업과 연계된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 및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AI 기반의 경제 구조 변화를 주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AI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이동과 소득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실업 지원과 같은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AI 혁신이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됩니다. 결국,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 설계와 실행이 국가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일렉스 코리아·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에 전시된 AI 지원 마이크로 모듈형 데이터센터 모형. 2025.2.1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지난달 AI산업정책위원회에서 국가 AI산업의 밑그림인 '산업 AI확산을 위한 10대 과제'를 공개했습니다. 이중 특히 정부가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지난 달 AI 산업정책위원회에서 공개된 10대 과제는 AI 선도 프로젝트,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 산업 AI 컴퓨팅 인프라, 산업 데이터, AI 반도체, AI 인재, 전력 인프라, 산업 AI 자본, AI 생태계, 산업 AI 제도였습니다.
10대 과제가 모두 다 중요하지만, 특히 산업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은 AI 개발을 위한 고성능 AI 컴퓨팅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GPU 확보 및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초거대언어모델을 구축하는 오픈AI나 메타 같은 곳은 엔비디아(Nvidia)의 가속기인 H100을 수십만 장 확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2000장 정도 갖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최근 정부는 2025년에 1만 장의 GPU를 확보하고, 2026년 상반기까지 총 1만 8000장의 GPU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GPU는 다른 반도체 칩과 달리 전력소모가 매우 많습니다. 따라서 AI 연구 및 개발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한 전력 공급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합니다. 이를 통해 AI 기술사업화, AI 스타트업 육성 등 AI 생태계 육성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장기적인 국가 AI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AI 인재 양성은 필수불가결한 일입니다. AI 인재 양성 관련 정책적 전략, 지원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윤 위원장은 "AI 분야 글로벌 인재들이 한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기업·대학은 가용수단을 총동원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국경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부는 국가 AI 산업 발전을 위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AI 인재 육성정책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중고 교육과정에서부터 AI 리터러시, 코딩, 데이터 분석 등 기초 디지털 역량을 교육 체계에 통합하여 미래 인재의 기본 소양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대학에서도 AI 전공 강화와 관련 학과, 대학원 과정을 확대하고, 산학협력을 통해 실무 중심의 교육 및 인턴십, 프로젝트 기반 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연구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AI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 특히 고성능 GPU 및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여 연구자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요새는 고용시장이 개방되어 국내에서 배출된 우수 인재들이 좋은 조건으로 해외 기업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수 대학과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수인재를 국내에 유치하려면 외국과 비교하여 높은 연봉,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GPU 인프라 등), 거주환경 등 여러 조건에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AI 분야의 글로벌 인재들이 한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기업·대학은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 최근 딥시크 등 생성형 AI 보안 논란이 대두되면서 AI 보안·윤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AI 보안·윤리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AI 보안 및 윤리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이슈입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 산업계, 학계가 협력하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보안 전문가 양성과 기술 표준 마련이 중요합니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AI 보안 전문가를 양성하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 표준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법제와 연계된 규제를 마련해야 합니다.
AI 보안·윤리 인증제 도입이 필요합니다. AI 솔루션의 보안성과 윤리적 적합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 제품만 시장에 출시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보안 취약점을 사전에 차단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독립적 감독 기구 운영과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수적입니다. AI 개발 및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성·책임성·투명성 등의 윤리적 문제를 지속 감시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독립적 감독 기관을 설립해야 합니다. 또한, AI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윤리 기준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장치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AI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보안과 윤리를 동시에 강화하는 균형잡힌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윤 위원장은 "한국공학한림원과 산업부가 긴밀 협력해 대한민국이 AI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기여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국경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AI산업정책위원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2기 공동위원장으로서의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I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만큼, AI산업정책위원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합니다. 특히, 대한민국이 강점을 지닌 제조업과 AI를 융합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2기 공동위원장으로서, 1기에서 도출한 정책 과제를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최고 공학계 인사들이 모인 한국공학한림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긴밀히 협력하여 국가 AI 산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AI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기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