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은 ‘사회적기업의 날’이다. 사회문제를 혁신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꼭 10주년이 됐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은 ‘사회적기업의 날’을 맞아 그동안 사회적기업이 어떻게 성장해왔으며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주거, 먹거리 등 사회문제 해결을 포함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사회적기업의 중요성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함께 살아갈 방안들을 모색해본다.<편집자 주>
“착한 부자가 되는 게 내 꿈이야.”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그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지켜봤다. 착한 부자라는 두 단어의 조합이 현실적일 수 있겠냐고 생각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은 오랫동안 남았다.
‘사회적기업’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십 여 년이 지난 후였다.
사회적 기업.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추구하면서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을 뜻한다.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 서비스를 확충하는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에 있는 착한 기업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시작하였으며, 국내에서는 2007년 7월부터 시행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200여 곳에서 만든 다채로운 제품과 따뜻한 마음이 한자리에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의 날’인 7월 1일을 맞아 각종 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2017 사회적경제 주간기념 사회적경제 박람회’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적경제’라는 주제로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서울광장과 시민청 일대에서 진행돼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덥다 못해 뜨거운 날씨였지만 다양한 이들이 참여했다. 외국인도 종종 보였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은 장난감 곁을 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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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장난감을 보고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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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흥미를 보이고 질문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
박람회에는 사회적 경제를 이끄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자리했고 7개 테마로 나눠 정책 홍보를 비롯해 상품 체험, 문화 행사 등 여러 프로그램이 이뤄졌다.
시민들의 편의를 돕고자 SE(Social Economy) 로드맵을 만들어 스탬프를 찍는 이벤트도 준비됐다. 또한 일 2회 SE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자세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었다. 서울광장이 체험과 공연으로 뜨거웠다면 시원한 시민청에서는 정책홍보관과 상담 같은 차분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필자도 정책을 본 뒤 퀴즈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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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키워드로 살펴보는 정책홍보관도 마련됐다. |
“사회적기업 인증 요건인 취약계층에 가정폭력피해자와 여성가장은 포함돼 있을까요?”
당연히 맞는 문제를 너무 골몰하다 틀렸다. 그래도 다른 문제를 맞춰 북한이탈주민이 만든 북어포를 받았다. 만든 이의 정성이 들어가서였을까. 여느 북어포보다 맛있어 한 번 더 포장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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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맞춰 북한이탈주민이 만든 북어포를 선물 받았는데 앞으로 구매해볼까 싶다. |
함께한 10년, 함께할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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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공방’의 박순복 씨는 의미있는 꽃을 만드니 마음이 환해진다며 좋아했다. |
여러 기업이 모인 만큼 생각도 다양했다. 지난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마치고 사업자등록을 시작한 ‘같이공방’은 모녀가 함께 하는 곳이다. 현재 수원에서 업사이클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를 돕고 강의를 나가 업사이클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수익금으로 폐지 줍는 어르신 장갑을 사드리는 등 어르신을 돕기 위한 노력도 한다. 생각보다 많은 동네 어르신들이 폐지 수거하는 걸 보고 사회적기업을 시작했다는 김선애 대표는 한복 조각으로 예쁜 꽃을 만들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한복은 100년 전통을 가진 수원 영동 시장에서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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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맞춤여행을 선도하는 착한여행 담당자가 설명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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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제품판매도 이뤄졌다. |
식자재 유통 전문 사회적기업 ‘청밀’의 강윤지 과장은 무더운 날씨에도 즐거워 보였다. “많은 분들이 박람회를 통해 사회적기업의 의미를 알고 같이 동참하면 좋겠다. 나눔에서 만나는 기쁨이 얼마나 소중한 지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시작과 함께해 이제 창업 10주년이 됐다는 (주)화진산업 서기석 대표는 “직원 35명 중 28명이 장애인이고 4명의 어르신과 함께 일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회적기업이 더욱 전문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계획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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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생리대 29Days 대표 홍도겸 씨와 직원. |
소셜벤쳐 29Days 대표 홍도겸 씨는 남성인데 반값 생리대 사업을 시작해 궁금증을 일으켰다. 더욱이 깔창 생리대가 이슈화 되기 전 일이었다.
여성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고 묻자 “미국서 공부하고 한국에 와 제약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여성 필수품인 생리대가 너무 비싸다는 걸 알게 됐다. 소비적 관점에서 보면 저희 같은 곳이 필요 없는 시장이 되면 좋겠다. 지속적으로 사회적기업이 풍성하게 뻗어가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마지막 날 열린 거북이 마라톤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가했다. 이날 거북이 마라톤에 참가한 이창희(중구 회현동) 씨는 “평상시 관심이 있었는데 집에서 가까워 참여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거라고 믿는다.”고 확신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으로 보낸 축사에서 “사회적기업이 자생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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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은 온, 오프라인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
착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들이 모여 10년이 됐다. 2017년 5월 기준 1,741개 사회적기업과 약 4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100년이 되는 날에는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착한 기업이 생겨날까. 꿈을 접은 그 친구와 연락은 끊겼지만 어딘가에서 여전히 따스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