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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인심…세종시 한복판 명물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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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시장인 세종시장에서 열리는 도심 속 조치원오일장. 도시민 취향에 맞는 깔끔한 손님맞이를 한다. |
가끔 살아가는 게 재미없을 때, 기운이 빠질 때 동네 전통시장을 찾는다. 집에서 어슬렁거리다 부스스한 머리, 편한 바지에 슬리퍼 끌고 자유롭게 활보하는 전통시장은 시장만이 갖는 북적북적함, 왁자지껄함 속에 함께 묻어 들며 작은 지출로도 일상에 지친 영혼까지 위로받는 기분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6월 들어 첫번째 열리는 조치원오일장을 찾았다. 매월 끝자리가 4, 9일인 날에 열리는 조치원오일장은 1931년부터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원리와 정리에서 열리기 시작한 오래된 전통시장 중 하나다. 세종특별자치시의 출범과 함께 ‘도심 속 오일장’이 됐다. 그래도 역시 오일장이란 상시 열리는 전통시장과는 다른 기대를 하게 만든다.
조치원오일장이 열리는 경부선 조치원역 맞은편 원리, 정리 지역의 중심에는 상설 전통시장인 세종시장이 있다. 동서남북으로 이어지는 비가림막이 설치된 시장 입구에 들어서 보니 널찍한 시장거리 양편에 좌판을 차리고 곡물, 채소, 생선, 과자, 건강식품 등등을 파는 이들로 가득하다. 산같이 쌓인 마늘 다발, 큰 망에 담긴 매실을 보니 6월이다 싶다. 비가림막이 이어진 식당골목은 물론 비가림막이 없는 골목에까지 인근 지역에서 온 농민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 모종, 화초류 등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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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기른 농산물을 팔러 나온 인근 지역 농민들. |
“호박은 3개 2천원, 오이도 한 무더기에 2천원이야.”
조금은 호젓해 보이는 식당골목에서 열무며 콩나물, 상추 등을 팔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단골로 보이는 주부 두 명에게 열무 몇단을 안긴 뒤 구경꾼이던 기자에게 권했다. 상추 2천원어치를 달라고 하니 비닐봉투가 터질 정도로 담는다. 곁에 있던 쑥갓도 덤으로 한주먹 넣는다. 풍성한 인심, 오일장을 찾은 보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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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하게 익은 제철 자색 양파. |
“요즘은 주부들이 다 바쁘잖아. 우리가 깨끗이 해서 팔아야지.”
비가림막이 없는 골목에 파라솔을 치고 마늘, 고추, 두부 등을 팔고 있는 어르신도 부추를 다듬으며 같은 말을 한다. 장사 경력 50년째, 올해 84세라는 어르신은 이름을 여쭈니 “대충 써” 한다.
세종시장 상설점포인 중앙건어물의 주인 김진억 씨는 “조치원 인근이 농업지역이어서 오일장이 열리면 자신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판매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곳 시장에 오면 꼭 사야 할 품목으로 감자와 복숭아를 추천했다. 다음달이 적기라고 한다. 특히 이 지역 감자는 삶아놓으면 푸슬푸슬한 게 아주 맛있다고 자랑한다.
보기 드문 무쇠칼 등 복고풍 낭만 물씬
대형마트 부럽지 않게 세 마리를 한손으로 깔끔하게 진열한 염장고등어며 화려한 색상의 파프리카 등이 펼쳐진 좌판, 입식 판매대 등을 구경하며 시장입구 반대편 끝에 이르니 모종과 농기구, 전자제품 수리와 판매점들이 있는 골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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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한 맛의 수구레국밥. |
이처럼 상설시장 상점들과 편의시설, 오일장의 풍성함이 어우러진 조치원오일장은 의류와 각종 생활용품, 저렴한 농산물 외에도 이름난 맛집들과 고소한 두부과자, 달콤한 도넛 같은 주전부리로 이어지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요즘은 전통시장 주변에서만 볼 수 있는 가전제품 수리점, 옷수선집에다 다실, 다방이 시장 주변에 몰려 있어 오일장을 찾아 느끼는 복고풍 기분을 한층 고조시킨다. 그러면서 도심 속에 있기에 청결하고 포장 등에서 도 시민들의 수요를 반영하려는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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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파는 청년이 권하는 싱싱한 수산물들. |
요즘은 일부러 인테리어나 상호를 복고풍으로 짓기도 한다. 수십 년 경력의 어르신들이 지켜온 정과 덤 이상의 오일장의 가치를 다시 보아야 할 때가 아닌지. 도심 속에서 전통을 잇고 또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내고 있는 조치원오일장을 떠나며 헨켈은 알았어도 이런 제품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김윤현’의 칼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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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