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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도 운동 통해 희망을 찾게 돼요”
스물한 살 되던 해, 지체장애 선고를 받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휠체어 판매 대리점에 취직했다. 그러다 몸에 맞지도 않는 수입 휠체어를 직접 수리해 가며 쓰는 장애인을 보고 휠체어 제작에 뛰어들었다. 스포츠용 휠체어를 만들어 장애인에게 희망을 준 공로로 국민추천포상 대통령표창을 받은 금동옥 휠라인 대표는 “휠체어뿐 아니라 다양한 보조용품을 우리 힘으로 만들어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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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옥 휠라인 대표는 자체 제작한 휠체어를 수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힘으로 만든 휠체어가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였으면 좋겠다”는 것이 금동옥 대표의 소망이다. |
한동안 무기력하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 재활치료를 받으러 들른 병원에서 새로운 희망을 엿봤다. 집에만 있을 때는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은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일반인들과 다름없이 운전하고 생활하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불의의 장애 입고 운동용 휠체어 제작 도전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한 금 대표는 휠체어 판매점에 취직했다. 영업 일을 맡았지만 다른 영업사원처럼 수려한 말솜씨를 뽐내지 못했다. 대신 다치기 전 배웠던 자동차 정비 기술을 떠올려 만나는 고객들의 휠체어 수리를 해 줬다. 그러나 “고객을 만나면 만날수록 속상한 마음이 커졌다”고 털어놓았다.
휠체어가 고장 나면 제조사에서 수리를 받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휠체어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수리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수입 휠체어의 문제는 또 있었다. 애초에 수입 휠체어는 우리나라 사람의 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금 대표는 “수리할 곳이 점점 늘어나니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장애인이 많아졌다”고 했다.
금 대표는 점차 ‘휠체어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중 스포츠용 휠체어를 제작하기로 한 데는 스포츠용 휠체어가 장래성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래도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었다는 금 대표는 “일상용 휠체어 시장은 수입업체가 점령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장애인 체육은 걸음마 단계니 개척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수입 휠체어를 사서 구조를 뜯어 보고 우리나라 사람의 체격과 장애 유형에 맞는 휠체어를 고안해 냈다. 1999년 그렇게 첫 휠체어를 만들고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용접하는 방법까지 배우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만들어 낸 제품이었다. 그러나 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금동옥 대표의 휠체어를 선뜻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느 날 한 스포츠 선수가 찾아왔다. 휠체어를 수리하러 찾아왔지만 금 대표는 선수가 낡은 휠체어 때문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휠체어를 타 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했다”며 “선수가 편하게 느끼도록 선수의 장애 유형과 신체 사이즈에 맞춰 휠체어를 여러 번 보수했다”고 말했다. 선수는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했다.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2011년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배드민턴 국가대표 심재열 선수의 이야기다.
장애인 국가대표 상당수에 휠체어 공급
그때부터 금 대표의 휠체어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0년 휠체어 럭비대회에서 왕중왕을 차지한 정종대 선수나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딴 펜싱의 김기홍 선수, 같은 대회 금메달을 딴 사격의 이지석 선수를 비롯해 장애인 국가대표선수의 상당수가 금동옥 대표의 휠체어를 탄다.
금동옥 대표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기왕 스포츠용 휠체어를 만들기 시작한 거 장애인 스포츠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금 대표는 빠듯한 회사 살림에도 휠체어 럭비팀을 운영하고 있다. 4백만원이 넘는 고가의 휠체어 12대를 기꺼이 기증했고 50회 넘게 무상으로 수리하러 다녔다.
금 대표는 “무엇이든 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휠체어 제작이 이제는 제 삶의 희망이 됐고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휠체어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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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휠체어가 대부분인 휠체어 시장에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딱 맞는 휠라인 휠체어만 고집하는 장애인이 늘고 있다. |
휠라인 직원 14명 중 8명이 장애인이다. 장애인 고용 비율이 높고 스포츠용 휠체어 시장을 개척해 장애인복지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휠라인은 2011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스포츠용 휠체어를 만드는 일로는 큰 수익을 얻기 어렵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휠라인 직원들은 월급을 제때 못 받을 정도였다. 금동옥 대표는 “회사 경영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하나 만드는 데도 수없이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이런 어려움에도 금 대표가 스포츠용 휠체어 제작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금 대표는 “외출할 때는 구두를, 운동할 때는 운동화를 신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장애인 한 명에게는 여러 대의 휠체어가 필요하다”며 “집에서 편안하게 쓸 수 있는 실내용 휠체어, 외출할 때 쓰는 외출용 휠체어, 운동할 때 쓰는 스포츠용 휠체어 등 세 대는 있어야 생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에게 특히 운동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금 대표가 일을 시작하고 휠체어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재활 치료를 시작한 후의 일이다. 일반인들처럼 사회생활을 하려면 운동해 체력을 기르는 일이 꼭 필요한 장애인에게 스포츠용 휠체어는 필수품이다.
“장애인·일반인 함께 어울리는 세상에 한몫”
그런데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이 아쉽다. 전동 휠체어를 사는 데는 2백만원 정도 보조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스포츠용 휠체어는 사는 사람도 적을뿐더러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활약하고 휠라인처럼 스포츠용 휠체어를 보급하는 곳도 생기면서 운동을 즐기는 장애인이 점차 느는 추세다. 여기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것이 금 대표의 바람이다.
금동옥 대표는 “휠체어뿐 아니라 장애인에게 필요한 용품들을 우리 힘으로 직접 제작하고 싶다”고 했다. “몸에 맞지도 않는 수입품을 쓰는 일 없게, 필요하면 언제든 수리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 일반인과 함께 차별 없이 어울리는 세상이 오게 한몫 보태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