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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민족에서 다문화 사회로 가는 3개의 계단
정부도 지난 10월 외국인 정책회의를 열어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외국인 정책에 관해 논의를 시작했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우수한 외국인을 유치하고 병역 이행자에 대한 이중국적 허용 문제를 검토하며 이민자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정브리핑은 법무부와 공동으로 외국인 정책의 중요성과 그 방향을 고민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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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인종, 민족, 언어, 종교 면에서 이질적인 집단들로 구성된 서구 국가들은 ‘다문화주의’를 통해 다양성을 관리하고 사회통합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해왔다. 특히 캐나다와 호주는 국가주도의 다문화주의를 통해 복수의 문화집단들간의 공존을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고자 하였다.
다문화주의란 폭넓고 다양한 가치들을 반영하는 이념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한 사회 내 다양한 인종이나 민족집단들의 문화를 단일한 문화로 동화시키지 않고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공존하게끔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이념체계와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과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오랜 단일민족주의의 전통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주의는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서서 전체 인구의 2%를 차지하고, 국제결혼이 전체 결혼의 10%를 넘어선 상황에서 다문화주의는 날로 다문화적으로 변해가는 한국사회의 통합원리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 발달한 다문화주의를 우리나라에 조급하게 도입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보편적인 가치와 미덕을 가졌다하더라도 그 내용과 운영원리는 한국적 맥락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이민국가가 아니고 민족국가라는 점, 인종적으로 문화적으로 동질성이 크다는 점, 혈통적 민족주의가 강하다는 점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변화와 한국적 특성을 조합하여 다문화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1단계에서는 모든 외국인의 기본적 인권보장을 충실히 하고 특히 여성, 자녀, 난민인정자 등 소수자 보호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단계에서는 외국인 지위의 합법성 여부에 따라 합법체류 외국인에게는 자유로운 출입국과 사회경제적 활동을 보장하지만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는 단속과 본국송환이 불가피하다.
다만 단속 및 보호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를 강화하고 인권침해적 요소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방문취업제와 자진귀국프로그램의 시행을 확대하여 외국인 노동자가 합법적으로 출입국하고 취업활동 기회를 확대하여 불법체류자를 지속적으로 감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불법체류 외국인 자녀에게 교육을 받을 기회와 의료혜택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2단계에서는 숙련 기능인력의 장기체류와 정주를 허용하고, 일정한 조건을 갖춘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합법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와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주 외국인에게는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의 참정권 등 기본 권리를 보장하고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즉,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엄연히 장기간에 걸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일정의 주민권(denizenship)을 부여하여 것이 필요하다.
‘이민국가’에 들어선 3단계에서는 이민과 귀화의 규모와 조건을 현실화하고 소수차별금지정책과 같은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이민자들이 주류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문화적 다수집단이 소수집단을 동등한 가치를 가진 집단으로 인정하는 ‘인정의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나아가서 국민정체성의 기반을 혈통과 종족이 아닌 시민권에 의해 재정립하고 국민들이 다문화주의적 가치와 행동양식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도록 다문화교육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