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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공원 벤치와 낡은 의자, 어르신의 선택은?

[저출산고령화 대극복] 일상과 경험 속에서 찾아내는 고령화 정책

2025.04.29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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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아가는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들의 하루 삶이 비추어 내는 실태와 경험이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충분히 반영되어 국민 체감적 정책이 수립되기를 소망한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날씨 좋은 어느 날 어르신들이 공원에 모여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떡과 음료를 나누시는 즐거운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어디에서 가져오신 것인지 모를, 때로는 대형폐기물 스티커까지 붙어 있는 낡고 고장난 등받이 의자를 가져오셔서 둘러앉아 계신다. 

공원에 어르신들이 앉을 곳이 부족해서인가 하여 둘러보면 버젓이 평상형 벤치가 설치되어 있지만 어르신들은 낡고 고장난 의자에 앉아 계신다. 

필자가 직접 어르신들께 여쭈어보니 그곳의 벤치는 불편하다 하신다. 

낡고 허름할지언정 이 의자는 등을 기댈 수 있고 엉덩이를 앉힐 좌판도 쿠션이 있어 차갑지 않다고 하신다. 

운이 좋아 팔걸이까지 멀쩡한 의자를 구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 말씀하신다. 

지자체에서 멋있고 깔끔하게 조성한 공원의 정자와 평상, 벤치는 등받이가 없고, 오래 앉아 있기에 딱딱해서 엉덩이가 배기며, 여름과 겨울에 뜨겁고 차가워 앉기 싫다는 것이다.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르신들의 휴게 의자.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르신들의 휴게 의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어르신을 위하며 모든 세대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집과 마을, 도시와 지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절대적으로 정책 대상자의 삶을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아야 함을 반증하는 일화이다. 

국민의 일상적 하루 삶을 현장에서 자세히 살펴보고 국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확인해야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평상과 벤치 대신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의 일상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어르신들의 일상적 삶을 확인할 수 있는 조사와 통계 자료로는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와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가 있다. 

노인 실태조사는 '노인복지법'에 근거하여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65세 이상 어르신 1만여 명의 건강과 기능 상태, 돌봄 실태 등과 함께 거주 주택의 종류와 편리성을 조사한다. 

주거실태조사는 '주거기본법'에 근거하여 국토교통부가 매년 전국의 일반 가구와 노인·장애인 등 특수가구를 대상으로 자가보유율과 점유형태, 주거부담 및 주택과 주거환경 만족도 등을 조사한다.

다시 말해 "집에 방은 몇 개입니까?", "지금 사시는 곳에서 몇 년 거주하셨습니까?"와 같은 사실을 확인함에 집중하는 일종의 사실 확인식 조사라 할 수 있으며, 어르신들의 평균적 삶의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국가승인통계로써 활용가치가 높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의 일상적 삶의 부족과 불편에 대한 지원은 "집 현관은 이용하시는데 무엇이 불편하십니까?", "공원과 공원 시설물 이용에는 무엇이 불편하십니까?"와 같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생활환경에 대한 인식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야 할 것이다. 

실태조사와 같은 사실 확인식 조사와 일종의 경험 체크식 조사가 결합될 때 우리 사는 마을과 지역에서 부족하고 불편한 부분에 대한 국민 체감의 지원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다.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 커뮤니티 정책연구센터가 2021년 발간한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건축과 도시공간"은 이러한 어르신들의 경험 체크식 조사결과를 종합한 예시가 될 수 있다.

해당 발간물의 내용 중에는 기존 노인실태조사 또는 주거실태조사에서 다루지 못하였던 어르신들의 주거공간 중 불편하고 위험한 장소로서 인식되는 화장실이 불편하고 위험한 이유로 욕조의 높이가 높아서 들어가기에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응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어르신에게 적정한 높이와 충분한 너비의 욕조, 앉고 서기에 편안한 변기, 미끄럼 방지를 위한 바닥재와 안전손잡이 설치 지원의 시급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집 밖을 나와 외부 활동 시에는 보행로의 고르지 못한 보도블럭으로 낙상을 경험하셨음을 확인하였으며, 어르신에게 안전한 보행신호가 여전히 짧아서 서둘러 길을 건너려다 낙상을 경험하셨음을 확인하며, 어르신이 많이 이용하시는 장소에 설치된 건널목의 보행신호 조정 필요를 시사하기도 한다.

자료제공 : 건축공간연구원 보고서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건축과 도시공간'(2021)
자료제공 : 건축공간연구원 보고서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건축과 도시공간'(2021)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어르신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준비하고 시행 중이다. 

특히 올해는 향후 더욱 본격화할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대응 국가 기본계획인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6~2030)이 수립되는 시기이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및 다분야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주요 정책과제와 사업추진 방향을 설정하는 중이다. 국민 체감적 정책 개선은 우리의 일상적 경험이 나아짐을 의미한다. 

부디 일상을 살아가는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들의 하루 삶이 비추어 내는 실태와 경험이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충분히 반영되어 국민 체감적 정책이 수립되기를 소망한다.

고영호

◆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고령사회 대응반 위원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국토교통부 인구대응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령자 주거와 복지의 연계, 고령친화 공동체마을 등에 대한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정책연구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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