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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클래식

[클래식에 빠지다] 겨울 음악

2022.01.27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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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January)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은 낭만과 시련이 공존하는 양면성을 가진 계절이다.

한겨울의 중심인 1월달은 영어로 ‘January’이고 독어로는 ‘Januar’이다. 두 단어 모두 로마신화의 신인 ‘야누스(Janus)’에서 유래되었다. 우리는 흔히 야누스를 이중성과 양면성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이는 왜곡되어있다. 

영국철학자 쿠퍼가 쓴 저서 중 “한쪽 얼굴로 웃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작가들의 이중적 모습”을 야누스 얼굴에 빗대어 조롱하듯이 표현했던 부분이 대중들에게 널리 퍼지며 오해를 샀기 때문이다.

야누스는 정면과 뒤통수에 얼굴이 있는 신으로 정면은 미래를, 뒤통수의 얼굴은 지나간 역사를 응시하고 있다. 즉,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여 미래를 통찰하는 지혜로운 신이라 할 수 있겠다.

라틴어로 ‘문(門)’을 ‘야누아(Ianua)’라고 하는데 이 역시 야누스에서 유래했으며 그가 안과 밖, 과거와 미래의 통로를 관장하는 문의 신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문을 열고 나아가는 1월은 우리에게 한겨울의 진면목(물론 남반구는 다르겠지만)을 느끼게 해준다.

사계절 중 잠시 생명의 싹을 틔우기 위해 쉬어가는 계절인 겨울은 예술가들에게 시련과 함께 낭만, 추억 등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그들의 작품에 겨울은 어떻게 투영되었을까? 야누스적인 통찰력이 돋보이는 예술가들의 시대별 작품에는 어떠한 곡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찾은 시민이 밤새 내린 눈이 덮인 산책로를 오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찾은 시민이 밤새 내린 눈이 덮인 산책로를 오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비발디 <사계-겨울>

‘빨간 머리 사제’라는 별명을 가진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현대에 와서 바로크시대를 대표하는 곡이 되었다. 일명 <사계>로 불리는 이 곡은 이탈리아출신의 사제이자 바이올리스트겸 작곡가인 비발디의 작품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에 속해있다.

현악협주곡 <사계>는 작곡된지 200여년이 훌쩍 넘어 이탈리아의 세계적 합주단 ‘이 무지치 (I MUSICI)’의 레코딩으로 빛을 보았는데, 이후 영국출신의 바이올리스트 나이즐 케네디(Nigel Kennedy)의 앨범이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클래식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이 되었다.

그 중 협주곡 4번 <겨울>은 다른 계절과 마찬가지로 빠르고 느리고 다시 빠른 악장으로 마무리되는 형식으로, 악장마다 소네트라는 짧은 ‘시’가 붙여져 있다.

1악장은 흰 눈과 이가 시릴 정도의 얼어붙은 추운 겨울의 바람과 정경을 표현하고 있고, 2악장은 집안 난롯가의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2악장의 선율은 대중가요에도 삽입됐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멜로디이다.

마지막 3악장은 꽁꽁 얼어붙은 길을 미끄러지면서도 다시 걷는 모습과 바람소리, 겨울의 기쁨 등을 소네트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그의 사계 중 특히 <겨울>은 추운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는듯한데 이는 그가 살았던 시대와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다.

비발디가 활동하던 1700년대 당시는 유럽이 소빙하기로 당시 상황에 비추어볼 때 현대에 비해 난방이 힘들었을 것이다.

특별히 천식으로 몸이 약했던 그가 극심한 추위를 느꼈을 가능성이 많았을 듯 하며 작품의 완성이 1725년임을 감안할 때 당시 추위는 분명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Winterreise)>

비발디가 사계를 완성한지 100여년지나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는 빌헬름 뮐러(Wilhelm Muller)의 시를 바탕으로 <겨울나그네>를 완성했다.

문학과 시를 음악으로 아름답게 풀어낸 낭만주의 작곡가 슈베르트의 대표작 <겨울나그네>는 시의 음악적 형상화가 절정에 이른 작품으로 전체 24개의 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이다. 연가곡이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완결성 있는 구성체를 가진 가곡 모음을 뜻한다.

내용은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눈 내리는 겨울 밤에 몰래 연인을 집을 떠나 얼음으로 뒤 덮인 황량한 벌판을 방황하고, 이후 만나게 되는 사물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슈베르트는 이 작품을 그가 죽기 1년전에 완성했는데, 혹자들은 작품 속 주인공 청년이 다가올 죽음을 예감했던 슈베르트 자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작품의 시를 쓴 뮐러와 음악을 만든 슈베르트는 각각 32살과 31살에 요절했는데 <겨울 나그네>를 통해 그들의 삶과 고독한 감정선 들을 느껴볼 수 있다.

특히 첫 번째 노래인 <밤 인사(Gute Nacht)>에서 ‘이방인’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단순히 이방인이라는 뜻보다는 그들이 오스트리아 ‘빈’ 체제였던 메테르니히(Metternich) 정부 아래 독일인으로 살면서 느꼈던 소외감과 박탈감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5번째 곡인 <보리수(Der Lindenbaum)>는 가장 유명한 멜로디로 초연 당시 친구로부터 가장 호평을 받았다. 오래 전부터 문학에서 보리수는 여러 가지 상징적의미로 쓰였다.

그리고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또는 그림동화나 독일영웅 지크프리드 이야기 등에서도 보리수는 사랑과 신비로운 힘을 가진 매개체로 등장하였다. 슈베르트의 보리수 역시 전체 연가곡중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24번째곡인 <거리의 악사 (Der Leiermann)>는 성악가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술적이고 토템 같은 곡”으로 곡의 위력과 울림에 대해 합리적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작품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들의 고독한 삶이 긴 여운으로 느껴진다.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슈베르트가 태어난 생가. 빈은 슈베르트를 비롯해 하이든, 모차르트 등 다양한 음악가가 활동한 도시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슈베르트가 태어난 생가. 빈은 슈베르트를 비롯해 하이든, 모차르트 등 다양한 음악가가 활동한 도시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드뷔시 <춤추는 눈(The Snow is Dancing)>

화려한 여성편력으로 유명했던 드뷔시는 두 번째 부인인 엠마와의 사이에서 어여쁜 딸 ‘슈슈(애칭)’를 얻는다. 딸을 위해 드뷔시는 여러 곡을 작곡했는데 그 중 작품집 <어린이의 세계(Children's Corner)>는 아름다운 피아노 소품곡들로 이루어져있다.

총 6개의 소품으로 구성된 <어린이의 세계>는 첫 곡 <Gradus ad Parnassum>을 시작으로 <코끼리의 자장가>, <인형의 세레나데>, <춤추는 눈>, <꼬마양치기>, <골리워그의 케익워크(Golliwogg's Cakewalk)>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마지막 곡 <골리워그의 케익워크>는 바이올리스트 하이페츠(J.Heifetz)가 바이올린 소품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이 중 4번째 곡 <춤추는 눈(The Snow is Dancing)>은 눈 내리는 모습을 마치 눈들이 춤추며 떨어지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2~3분정도의 짧은 곡이지만 마음이 정화되는 듯하며 하얀 눈이 쌓여가는 모습을 상상을 하게 만든다. 동심으로 눈으로 작곡된 이 작품은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느끼게 만드는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다.

드뷔시의 딸 슈슈는 아버지처럼 음악적이 재능이 뛰어났지만 드뷔시가 세상을 떠나고 1년 뒤 디프테리아로 13살의 나이에 사망하게 된다. 그녀가 만약 오래 살았더라면 아버지와 같은 뛰어난 음악가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있다. 

◆ 본 윌리엄스 <남극 신포니아(Sinfonia Antarctica)>

영국 작곡가 본 윌리엄스의 교향곡 7번의 부제는 <남극 심포니>다. 그는 20세기 작곡가이지만 음악적 성향은 낭만파적이며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있다.교향곡1번 <바다(A Sea Symphony)>도 그렇지만 교향곡 7번 역시 웅장하며 성악을 통해 묘한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

남극 심포니는 원래 탐험가 아문센과 남극점을 놓고 경쟁하였던 로버트 스콧(Robert Falcon Scott)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남극의 스콧>의 영화음악으로 제작되었다가 이후 교향곡으로 발전한 작품이다.  

전체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악장들은 남극의 여러 분위기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악장은 로버트 스콧이 죽기 직전까지 여행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의 유필과 의지를 악상으로 표현한 악장이다.

음악을 들어보면 본 윌리엄스에게도 상상력 풍부한 탐험가 기질이 느껴진다. 실제 그의 모계 쪽으로 찰스 다윈의 피가 흐르고 있다.

◆ 브뤼겔의 시선

플랑드르의 화가인 피터 브뤼겔(Pieter Brueghel)의 작품에는 겨울이 자주 등장한다. 그의 그림은 마치 공중에 떠있는 새의 눈(bird eye sight)으로 풍경을 바라보는듯한 느낌을 주며 하나의 공간 안에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작곡가들은 겨울이란 주제로 추위, 따뜻함, 즐거움, 외로움, 사랑스러움과 의지 등 많은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겨울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는 씨앗 같은 계절이지 않을까. 머지않아 싹 틔울 날들이 기다려지는 새해1월이다.

☞ 추천음반

비발디 <사계-겨울>은 이 무지치와 나이즐 케네디 이외 야니네 얀센(Janine Jansen)의 연주도 추천한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와 그를 성악가의 길로 이끈 피셔 디스카우(Fischer-Dieskau)의 음반이 독보적이지 않을까 싶다.

드뷔시의 <어린이의 세계>는 미켈란젤리(A.B.Michelangeli)의 피아노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Philharmonia Orchestra)의 관현악 버전도 좋다.

끝으로 마지막 본 윌리엄스의 <남극심포니>는 초연을 한 존 바르비롤리경(Sir John Barbirolli)과 할레 오케스트라(Halle Orchestra)의 연주, 그리고 하이팅크(B.Haitink)와 런던 필의 레코딩을 꼽는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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