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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지금 봄꽃 만발한 ‘비밀의 화원’

복수초·수선화·매화·동백…양지 녘에서 꽃잔치 한창

[김형우기자의 다시 찾고싶은 여행지] ⑤제주 봄꽃 기행

2013.02.22 김형우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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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쇠고 나도 좀처럼 동장군의 기세가 꺾일 줄을 모른다. 하지만 설날(10일)은 우리의 절기상 겨울의 분수령쯤이 된다.

설이 지나면 추위도 누그러지고 양지엔 파릇한 새싹이 움트기 시작한다. 덩달아 우리의 몸과 마음도 생기 있는 봄기운을 원한다. 이럴 땐 계절의 변이를 실감할 수 있는 여정을 꾸리는 것도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

2월의 하순, 잿빛 겨울을 떨치고 싶다면 '꽃섬' 제주도가 대안이다. 입춘을 훌쩍 넘긴 이즈음 제주의 양지 녘엔 봄꽃잔치가 한창이다.

그중 잔설을 뚫고 노란 꽃잎을 피워내는 복수초와 고혹한 향기를 발산하는 수선화는 화사함 이상으로 생명에 대한 경외와 삶의 의지마저 불어 넣어준다. 

◆잔설을 뒤집어쓰고 피어나는 ‘복수초(福壽草)’

2월의 하순, 잿빛 겨울을 떨치고 싶다면 ‘꽃섬’ 제주도가 대안이다. 이즈음 절물휴양림 양지 녘엔 잔설을 뚫고 노란 꽃잎을 피워내는 복수초가 피어올라 봄소식을 전한다.

흔히들 제주의 봄꽃으로 유채꽃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제주를 좀 더 잘 아는 이들은 겨울부터 꽃을 피우는 복수초를 제주 봄꽃의 상징쯤으로 꼽는다.

노란 꽃잎과 짙은 녹색의 잎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자태를 뽐내는 복수초는 입춘이 지나면 언 땅 속에서 움을 틔워 모습을 드러낸다.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에 봄의 전령사 복수초가 눈을 뚫고 만개했다. 얼음새꽃, 설연화, 원일초 등으로 불리는 복수초는 영원한 행복, 슬픈 추억이란 꽃말을 갖고 있다. 복과 장수를 안겨다 주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에 봄의 전령사 복수초가 눈을 뚫고 만개했다. 얼음새꽃, 설연화, 원일초 등으로 불리는 복수초는 영원한 행복, 슬픈 추억이란 꽃말을 갖고 있다. 복과 장수를 안겨다 주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눈색이꽃, 얼음꽃, 얼음새꽃 등의 별칭도 지녔다. 그래서 복수초는 봄꽃이 아닌 ‘겨울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복수초의 매력은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이른 봄 잔설을 뒤집어쓰고 노랗고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그 때문일까. 사람들은 복수초를 ‘복을 가져다주는 성스러운 꽃’ 쯤으로 여겨, 이름도 그렇게 붙였다.

복수초는 선명한 노란색의 꽃과 초록 잎의 조화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밝고 화사한 기운을 얻는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꽃말도 ‘영원한 행복’이다.

또 그 이름처럼 복(福)과 장수(壽)를 기원하는 꽃으로 새해 선물로도 곧잘 쓰여 ‘원단화(元旦花)’라는 별칭도 얻었다.

제주도에서는 한라산 자락과 오름 등지에서 복수초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단위로 무리지어 피어오른 복수초를 감상하려거든 1112번 지방도와 11번 국도가 만나는 비자림로 입구 주변 숲이 제격이다.

절물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비자림로(1112번 지방도)로 이어지는 한적한 도로변에는 군데군데 복수초가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설을 막 쇠고 난 이즈음엔 절물자연휴양림(제주시 봉개동) 복수초 군락지의 것이 볼만하다. 눈이 덜 덮인 양지 녘엔 차가운 겨울 추위를 견딘 복수초가 피어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특히 2월말~3월초에 이르면 뭍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의 매머드급 군락이 장관이다.

휴양림 입구에서 삼나무 숲을 따라 느릿느릿 수백m를 거닐다 보면 왼편 숲 속에 노란 복수초밭을 만난다. 최대의 군락지이자 감상 포인트이다.

마치 노란병아리가 풀밭을 뛰놀듯 장관이다. 특히 잿빛 풀 섶에서 피어 오른 까닭에 더 상큼한 봄기운을 전하고 있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제주의 또 다른 복수초 군락지로는 한라수목원을 꼽을 수 있다. 이곳에서도 잔설을 뚫고 피어오른 노란 꽃봉오리의 자태를 만날 수 있다. 또 한라산 등산로에도 드물게나마 복수초가 피어난다. 복수초는 2월말 3월초가 절정이다.

제주도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복수초의 화신은 북상을 거듭하며 4월 하순이면 강원도 곰배령 등 백두대간 자락까지 내려앉아 산간의 봄을 일깨운다.

꽃섬답게 제주에는 매화도 일찍 꽃망울을 터트린다.
꽃섬답게 제주에는 매화도 일찍 꽃망울을 터트린다.

복수초는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생태적 특징을 지닌다. 꽃잎이 크고 꽃빛깔이 선명한 제주의 복수초는 대체로 수백 수천 그루씩 군락을 이루며 피고 진다. 하지만 내륙의 산중에서는 풀 섶에 한두 그루씩 드문드문 자란다.

복수초는 흐린 날이나 밤에는 꽃잎을 닫는다. 때문에 이른 아침 이슬을 가득 머금은 꽃잎은 창백하다.

하지만 마법에서라도 풀려나듯 몇 분 동안 햇볕을 쬐면 금세 생기를 회복한다. 반쯤 닫혔던 꽃봉오리도 슬그머니 기지개를 켠다. 모진 겨울을 이겨낸 탓일까. 색깔조차 더욱 선명하다.

따사로운 봄기운 속에 복수초 밭에 들어서면 마치 민들레 동산에라도 온 듯 한 착각 속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 보다 훨씬 화려하다.

햇살 받아 더 샛노란 빛깔을 발산하는 복수초의 현란한 자태에 잠시 아찔한 경험도 하게 된다. 눈부심에 속이 다 울렁인다. 제주에서 맞게 되는 몽환적 체험, 복수초 꽃밭 속에 행복한 상춘이 펼쳐진다.

◆2월 제주에서 만나는 봄꽃 수선화

제주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는 수선화도 빼놓을 수 없다. 1월 하순부터 피기 시작해 2월이면 고혹한 자태를 맘껏 뽐내다가 봄기운 완연해지는 3월 들어 꽃잎을 떨군다.

제주의 또 다른 봄꽃으로는 수선화를 빼놓을 수 없다. 제주시 한라수목원에는 고혹한 향기를 발산하는 수선화가 만발했다.
제주의 또 다른 봄꽃으로는 수선화를 빼놓을 수 없다. 제주시 한라수목원에는 고혹한 향기를 발산하는 수선화가 만발했다.

하얀 꽃잎 속노란 꽃술이 탐스런 수선화가 부드러운 해풍에 실려 보내는 고혹한 향기 속엔 여유로운 봄날의 정취가 가득하다.

이즈음은 제주시내에서는 한라수목원, 힌림공원, 제주시~애월 가는 길, 대정 등 서남부권역에서 수선화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관리가 잘 된 한라수목원에는 곱게 핀 수선화 군락이 펼쳐져 있다. 또 남제주군 대정읍 산방산 일대 드넓은 들녘에도 수선화 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대정들녘 중에서도 대정향교와 산방산 사이의 도로변과 밭두렁, ‘송악산~사계리’에 이르는 해안도로변, 대정읍 상모리의 알뜨르비행장터 등지에서도 야생 수선화를 만날 수 있다.

제주 수선화는 개량형 수선화와는 조금 다르다. 모양은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짙은 향훈이 압권이다. 제주도 방언으로 수선화는 ‘말마농’이라 불린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말이 먹는 마늘’이지만, 속뜻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마늘’이라는 뜻이다. 야생 수선화는 번식력이 강해서 한번 밭에 뿌리를 내리면 다른 농작물의 생장을 가로막을 정도로 무성하게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제주 주민에게 외면 받던 수선화를 유독 사랑했던 인물이 있다. 당대의 명필이자 화가였던 추사 김정희 선생이다. 그는 대정들녘에 핀 수선화를 두고 ‘희게 퍼진 구름 같고, 새로 내린 봄눈 같다’고 묘사했다.

◆제주에서는 이즈음 매화와 동백도 감상할 수 있다

제주의 겨울을 화사하게 채색하는 꽃으로는 단연 동백을 꼽을 수 있다. 동백꽃은 떨궈진 자태마저도 아름답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미련 없이 떠나가기 때문일까. 바닥을 붉은 카페트 처럼 물들여 놓은 낙화는 봄날 환상의 꽃길에 다름없다.

제주의 동백꽃.
제주의 동백꽃.

제주의 동백은 뭍의 것과는 좀 다르다. 어른 주먹 만한 꽃들이 마치 잘 익은 사과처럼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12월부터 4월까지 제주와 서귀포 시내 가로수며, 마을 고샅길, 정원수로 제주의 겨울과 봄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다. 중문 인근 상예동에는 동백 군락이 있다. 개량종으로 선홍빛, 핑크, 화이트, 색상도 다양하다.

한라수목원에도 동백꽃이 한창이다. 하지만 오동도 동백섬처럼 거대군락은 아니다.

수목원 한켠에는 매화꽃도 만발해있다. 겨울에 보기 드문 꽃이다 보니 그윽한 향기하며 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눈이라도 내리면 영락없는 설중매의 기품을 만나게 된다.

◆여행 메모

▶뭘 먹을까-깅이죽 : 작은 바닷게 갈아 키토산 풍부

흔히들 제주의 별미로 갈치, 고등어, 흑돼지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제는 전국 어느 곳을 가도 같은 메뉴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때문에 제주를 찾는 외지인들은 또 다른 미식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제주 토박이들은 봄철 입맛 돋우는 별미로 깅이죽을 적극 추천한다.

깅이는 제주도 사투리로 '작은 게(방게)'를 이른다. 제주 해안가에서 돌멩이를 들추면 쉽게 잡을 수 있는 바닷게의 일종이다. 깅이는 바위게과에 속하며 몸의 색깔이 암록색이며 등딱지의 길이가 3cm에 이른다.

제주의 별미 깅이죽과 깅이.
제주의 별미 깅이죽과 깅이.

제주 사람들은 이 깅이를 잡아 볶아도 먹고 튀겨도 먹는다. 해녀들은 보신용으로 죽을 쑤어 먹는다. 키토산 덩어리로 기운을 내는 데 영양만점의 보양식이기 때문이다.

깅이죽(1만원)은 방게를 민물에 하루쯤 둬서 해감을 한 후 생으로 찧어서 즙을 짜고 체로 걸러낸 뒤 물을 붓고 죽을 쑨다. 깅이죽은 제주도내에서 두 가지 명칭으로 불린다. 성산포 및 동부지역에서는 ‘갱이죽’, 제주시 일원에서는 ‘깅이죽’이라 부른다.

제주시 용담동 제주공항 담장 인근 모메존 식당(064-711-0585)은 제주 토박이들이 알아주는 깅이죽집이다.

규모는 오두막처럼 작지만 직접 물질도 하는 해녀 한수열씨의 푸짐한 인심까지 어우러져 아름아름 미식가들이 찾는 곳이다. 게가 살이 오른 5~6월 한씨가 직접 성산, 세화 등 동쪽 바다에 나가 일 년 동안 쓸 깅이를 잡아온다.

구수한 게 맛에 쌀알과 함께 느껴지는 게 껍질의 질감이 특징이다. 여기에 갓 담근 포기김치를 곁들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선인장 백련초 부추 등을 갈아 반죽에 섞어 고운색깔을 낸 깅이칼국수(1만3000원)도 별미다.

◆김형우(여행기자) 

김형우(여행기자)
 조선일보 출판국 기자, 스포츠조선 레저팀장을 거쳐 현재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기자협회장, 2010~2012 한국방문의해 위원, 서울시 관광진흥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관광공사 베스트 그곳 선정 자문위원, 한양대 관광학부 강사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여행기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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