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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넘어선 올림픽 가치, 글로벌 동향의 조망과 제언

2021.09.10 조현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
조현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
조현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오히려 인류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논픽션 현장으로서 더욱 주목받는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인간 고유의 특성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에 더욱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될 멀지 않은 미래에, ‘올림픽’은 어떤 식으로든지 우리의 삶 속 더욱 깊숙이 파고들 것만 같다. 만일 그렇다면, 올림픽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 혜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먼저 해외 선진국들의 올림픽 운동과 가치의 활용 사례를 검토함으로써 시사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올림픽 관련 논의를 둘러싼 알쏭달쏭한 개념들에 대해 우리 식의 풀이를 추가하였다. 

1. 올림픽 운동과 가치: ‘글로벌 캠페인’ or ‘가치 비즈니스’?

누군가로부터 “올림픽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국민 중 대다수는 “그거 4년에 한 번씩 전 세계가 경쟁하는 체육대회 아닌가?”라고 답할 것이다. 스포츠에 조금 관심이 더 있는 독자라면, “4년에 한 번씩 동계와 하계종목이 2년의 차이를 두고 열리는 국제스포츠경기대회지.”라고 답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제 이런 대답은 남녀노소 연령대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1988 서울 하계올림픽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국민 전반의 ‘올림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올림픽 관련 정책에 대한 기대수준도 높아졌다. 이제 단순히 전 세계가 열광하는 ‘올림픽 대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시설의 사후 활용에 대한 논의 또한 활발해지면서 ‘올림픽 레거시’라는 용어 역시 낯설지 않아졌다. 이제는 올림픽학(Olympic Studies)에서 최소 ‘난이도 中’에 해당하는 올림픽 운동(Olympic Movement)의 본질적 가치를 이야기하고, 우리에게 맞는 사회적 가치로 재창출시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올림픽을 넘어선, 올림픽의 가치 확산’에 주목할 때가 된 것이다.

1) 올림픽 운동

올림픽 운동은 근대 올림픽을 주창한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작된 글로벌 캠페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올림픽 운동이 구현하고자 하는 ‘올림피즘(Olympism)’이라는 철학적 가치는 올림픽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 헌장(Olympic Charter)’에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IOC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를 통해 실행되고 있다. 동·하계올림픽은 올림픽 운동의 재원을 만드는 가장 큰 사업 중 하나로 볼 수 있으며, 스포츠경기를 통해 올림피즘의 실체를 구현시켜 주는 상징적 이벤트로 볼 수 있다. 올림픽 대회를 통한 마케팅 수익, 그리고 방송 중계권 수익 등이 올림픽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재원이 된다는 점에서, 올림픽 운동의 지나친 상업화를 우려하며 가치 비즈니스로서의 측면이 부각되기도 한다. 올림픽 운동을 순수하게 올림피즘을 구현하는 글로벌 시민운동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소수의 기득권이 만든 허구의 가치 비즈니스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올림픽 운동을 단편적으로 규정지으려 하는 무의미한 논쟁일 수 있다. 글로벌 시민운동이냐 가치 비즈니스냐를 구분하는 것보다 글로벌 시민운동으로서 세계인의 삶을 보다 행복하고 풍요롭게 하는 데에 일조를 하는지 혹은 가치 비즈니스로서 고유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잘 환원하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2) 올림픽 가치 

그렇다면 올림픽 운동이 주창하는 올림피즘이라는 철학적 개념과 이를 구현하기 위해 표상화된 올림픽 가치(Olympic Value)는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올림픽 운동과 가치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글로벌스포츠프리즘 29호」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지만 축약하면, 올림픽 운동은 탁월성(Excellence), 우정(Friendship) 그리고 존중(Respect)이라는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한다. 또 이러한 가치를 지향함에 있어 ‘올림픽 정신’이라 하여 라틴어 문구 ‘Citius, Altius, Fortius’, 한국어로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를 강조하며 올림픽 대회의 기상과 위엄을 표현하였다. 2021년 7월 20일 도쿄에서 열린 <제138차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는 기존의 표어에서 ‘Communiter’ 즉 ‘다 함께’가 추가되어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인류가 함께 공생하는 결속과 연대의 기조를 반영하였다. 이렇듯 올림픽 운동이 글로벌 시민운동으로서의 실천에 앞서 철학적 개념과 가치의 표상을 중요시하는 것만 보아도, 가치 비즈니스로서의 올림픽의 이미지 구현과 세계인과의 공감이 어느 정도 중요한 일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2. 올림픽 레거시: 올림픽 대회를 통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

글로벌 캠페인으로서 올림픽 운동은 긍정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글로벌 이슈에 있어 국제연합(UN)과 함께 ‘지속가능 발전목표’의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이러한 목적성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결과가 단순히 스포츠활동과 글로벌 이타심의 발로가 아닌, 올림픽 운동이라는 가치 비즈니스의 실천 결과라는 점 또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올림픽의 유치 신청 단계에서부터 강조되고 있는 것이 ‘올림픽 레거시’이다. 올림픽 대회의 개최가 단순히 한 번의 이벤트를 위한 예산 낭비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올림픽 가치 구현의 상징물로서 활용될 수 있도록 유·무형의 레거시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것 역시 올림픽 운동을 만들어가는 자들의 책임이라는 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올림픽 대회의 유치전에 있어 주요 요소로 반영된 만큼, 미래의 올림픽 개최지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레거시에 대한 자세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는 지침일 뿐이지만, 대회의 유치전에 이러한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적어도 올림픽으로 인한 도시의 파산이나 환경의 파괴는 막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결국 올림픽을 통해 무엇을 남겼는가를 이야기하는 올림픽 레거시는 달리 말하면, 올림픽 대회를 통해 “살아있는 우리는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와 같다. 

1)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올림픽 레거시 전략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정의한 올림픽 레거시의 범주는 크게 다섯 가지로 스포츠, 사회, 환경, 도시, 경제로 구분할 수 있다. 올림픽 레거시의 개발과정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레거시 프레임워크 제시와 개최 후보 도시의 올림픽 레거시 비전 수립, 개최국 선정 이후 올림픽조직위원회의 올림픽 레거시 비전 실행의 3단계로 개념화(Girginov, 2012) 할 수 있다. 

올림픽 레거시 범주의 설정과 과정의 체계화 역시, 남아있는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의 후손에게 올림픽을 활용한 우리의 결정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살아있는 자들의 욕망과 꿈, 그리고 미래를 위한 선물이 올림픽이라는 포장지에 둘러싸인 것이 올림픽 레거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제시한 전략적 레거시 창출의 지침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어쩌면 계량화하기 어려운 유·무형의 레거시를 보다 폭넓게 규정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레거시를 우리 삶에 깊숙이 뿌리내리고자 하는 섬세하고 치밀한 계획으로 볼 수 있다. 레거시 창출 전략은 다음의 네 가지로 구성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올림픽 레거시를 통해 올림픽 운동의 지속가능성과 긍정적 영향력의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림픽 운동을 주창하고 추진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는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이제 이러한 올림픽 레거시를 통한 올림픽 가치의 확산이 2010년도 이후의 올림픽 개최국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목표1. 올림픽 대회 주기에 맞춰 레거시가 연결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 목표2. 올림픽 대회의 레거시를 기록하고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회자하며 소통한다./목표3. 올림픽 레거시의 창출과 기념을 장려한다./ 목표4.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2) 국가별 올림픽 레거시와 시사점

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 문화와 정신을 기반으로 올림픽 대회를 통해 경제 주체적 조직과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을 장려함
 - ‘올림픽 운동’이라는 국제 스포츠계의 주류적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 아닌 올림픽 개최와 더불어 능동적인 스포츠문화 발전을 도모하고자 국민 인식과 공감 형성 
 - 현재의 캐나다 국민과 스포츠정책 수요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문제해결의 방향으로 레거시를 창출하고자 현안의 문제들과의 접점 고려
 - 민간 중심의 창업 정신, 기업가 정신을 정부정책과 대외적인 올림픽 개최에 적용

② 2012 런던 하계올림픽
 - 이상적인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올림픽 레거시 수혜의 균형을 추구함(사회적 기업 등)
 - 올림픽 레거시 발전 프레임워크의 대부분이 영국의 학자와 정책가들에 의해 구상된 만큼, 이론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레거시 창출을 추구하여 레거시 담론과 논리 선도
 - 레거시 프로그램 추진 거버넌스 구축에 있어서 민·관·학 협력체계를 적극적으로 도입
 - 올림픽을 계기로 낙후된 동부 런던의 활성화, 청소년 실업 해소 등 사회문제의 해결을 시도하여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으며, 대규모 지역개발 비용 투입에도 호평

③ 2014 소치 동계올림픽
 - 국가 주도의 인프라 강화 집중형 올림픽 레거시 창출에도 불구하고 동계종목의 강세를 지속 및 유지, 지역대회 활성화로 인근 독립국들에 영향력 파급 활용 
 - 정부 주도적인 레거시 정책 추진과 러시아 자원재벌을 통한 재원 조달로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확충에 중점을 두어 국가 경제활성화 등에 기여
 - 올림픽 대학 설립 등 지속적인 올림픽 연구를 통해 국제스포츠 사회영향력 증대를 꾀하는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이미지 개선과 교류협력의 창구로 활용

3. ‘짝짝짝짝짝! 대~한민국!’과 ‘슬기로운 올림픽 가치 확산’의 방향성 

1) 1988 서울에서 2018 평창, 그리고 2024 강원

우리나라는 1988 서울 하계올림픽·패럴림픽,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2024 평창 동계청소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글로벌 올림픽 운동사에 있어 범아시아적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분단의 시대에서 지구촌 한 가족의 시대가 되었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상처를 안고 있다. 이에 올해로 33주년을 맞는 1988 서울 하계올림픽·패럴림픽은 물론 북한의 참가로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구현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의 긍정적 레거시를 정책의제화하여 향후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1988 서울 하계올림픽·패럴림픽을 기념하여 설립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우리나라 체육재정의 90% 이상을 지원한 기금조성의 책무와 함께 지속가능한 올림픽 가치의 확산을 위한 정책 방향의 설정 또한 고려해야 할 것으로 사료되며, 이를 위한 비전의 수립과 전략적 추진체계의 구축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동·하계올림픽은 물론 FIFA 월드컵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한 이력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의 국정철학과 과제의 중심부에서 스포츠의 가치와 역할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여전히 스포츠를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영역으로 한정 짓고, 이에 대한 정책과 방향 설정, 문화의 향유와 일자리 창출을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대한 명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서는 현 상황의 개선을 위한 방향 설정이 제대로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스포츠를 좋아하고 향유하고자 하지만, 스포츠계의 부정적 사건들과 이에 따른 사회적 불신 역시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스포츠가 가진 긍정적 가치에 대한 철학적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긍정의 영향력을 사회의 전 영역에 파급하는 체계화된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스포츠활동과 스포츠산업 위축의 회복을 선도하면서, 2024 평창 동계청소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레거시 창출을 지원하고, 사회 전 영역에 긍정적 영향력을 파급하는 주체로서 올림픽 가치의 확산을 위한 비전과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2) 살아있는 레거시를 넘어 숨 쉬는 가치로 

2019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과 함께, ‘2030 스포츠비전’을 동력으로 오랜 기간 전문체육 지원 일변도의 우리나라 체육정책이 전문체육(elite sport)과 생활체육(grassroots sport)의 양축을 함께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변화의 흐름은 국민소득 3만 5천 달러의 달성과 함께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그중에서도 개발원조위원회의 회원국이자, 국제연합이 선진국 입성을 공식화한 국가임을 감안할 때, 당연한 순서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제연합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전통적인 선진 강대국들을 위시하여 2000년대 초반부터 스포츠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사회, 문화적 자산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공공과 민간의 전 영역에서 스포츠의 가치를 활용하고자 한 노력은 국제연합 산하 유네스코를 비롯한 다양한 기구들과 국제올림픽위원회 관련 스포츠단체들의 협력과 연계를 이루어냈고, 이러한 흐름 속에 개별 국가들 역시 자국의 정책에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유·무형의 가치 창출과 확산을 위한 제도와 거버넌스를 도입하고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올림픽 가치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최근 ‘살아있는 유산(Living Legacy)’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유산이라는 단어가 주는 수동적이고 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리라.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그 자체로 올림픽의 살아있는 유산이다. 남북이 함께 올림픽을 통해 구현한 상징적 평화의 메시지가 얼마였던가. 이제 그 유산은 우리의 삶 깊숙한 곳에서 우리와 함께 생동해야 한다. 코로나19에도 올림픽 운동이 계속되듯이, 마스크 속 숨쉬기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올림픽 운동의 ‘숨 쉬는 가치(Breathing Value)’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숨통을 틔워주길 기대한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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