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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 뜬 낙관주의’다

[마음 다독 주치의 이동우의 희망심기] ① 고난 속 희망을 잃지 않을 국민들을 응원하며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0.08.13

칼럼을 시작하며

한국 사회는 고난에 찬 근대사를 극복, 압축적 근대화에 이어 민주화를 이루었으나, 많은 한국인들의 마음 속에는 행복이 깃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절대 빈곤을 벗어나고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으나 이스털린의 역설처럼 어느 때부터인가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는 향상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10년 넘게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그동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임상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해 오는 가운데, 한국인의 마음의 고통 중 많은 부분이 격랑의 근현대사와 관련되어 있음을 느껴왔습니다. 또한 일상 속에서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 읽기, 그리고 언론 매체나 문헌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사람들의 마음 읽기, 즉 마음 다독(多讀)의 과정 속에서 임상 현장에서 확인한 한국인의 마음의 고통이 한국 사회에 널리 팽배해 있음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본 칼럼을 통해 필자의 그동안의 마음 다독(多讀)의 경험에서 확인한, 이 시대 한국인들의 힘든 마음을 다독여 드리려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 뜬 낙관주의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포기다’. 성공 체험담이나 동기 부여를 위한 강연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이런 격려의 말들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는 포기의 기류가 확산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3포 세대가 5포 세대, n포 세대로까지 확장되고 있고 희망을 북돋아 주는 격려와 응원의 말이 희망 고문으로 폄하되기까지 합니다. 희망의 격려의 말들이 과거와 달리 냉소적 반응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우리 국민들 중에 그만큼 신산한 삶 속에 있으면서 미래의 희망을 보기가 힘든 분들이 많아서일 것입니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년의 절반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고립과 생활상의 제약이 어떤 분들에게는 코로나 블루를 촉발시키기도 하고 있어 자칫 우리 사회 일각의 포기의 기류를 증폭시킬까 우려하게 됩니다.

그러나 포기의 기류가 거세질수록,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각자 나름의 조건으로 인해 현재의 상황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 저마다의 희망의 화분 하나씩은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에서 온갖 재앙과 고난이 다 빠져 나온 다음, 마지막으로 희망이 출현한 순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 인간에게 끝없는 절망과 고난의 순간에도 희망을 떠올리며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제약과 고난들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겠지만, 우리에게 닥친 현실과 난관을 직시하면서 희망을 가꾸어 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 뜬 낙관주의’입니다. 눈 뜬 낙관주의란 막연히 잘 될 거라는 기대를 품은 채 기다리는 눈 감은 낙관주의와 달리,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응시한 채 희망을 잃지 않는 태도’입니다. 이런 태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 베트남전과 8년간의 포로 생활을 이겨낸 스톡데일 장군의 일화에서 유래한 ‘스톡데일 패러독스’입니다.

베트남전에서 포로가 된 스톡데일 장군은 포로 생활로부터 금방 풀려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품었다가 거듭된 좌절과 상실감 속에 포로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동료들과는 달리 ‘가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면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무언가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고 버티는 태도’를 견지했기에 8년이라는 긴 세월을 지나고도 무사히 석방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고난의 세월이 지속됨에도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에리히 프롬이 ‘희망의 혁명’에서 말한 ‘능동성(activeness)’입니다. 능동성은 활동성(activity)과는 다른 것입니다. 겉보기에 매우 활동적인 사람이 전혀 능동적이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돈 후안은 매우 분주하고 활동적인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활동성은 자신의 성적 충동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수동성의 결과일 뿐, 능동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활동들이 제약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약과 제한이 능동성의 회복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토록 목숨을 걸고 몰입했던 것들이 불필요한 충동에 내몰려서 이루어진 수동적인 활동이었음을 깨닫고 일상의 거품을 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던 활동이나 관계가 너무도 절실하고 그립게 다가오면서 평범한 일상, 평범한 관계의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들과의 만남, 진정한 나와의 만남으로 가는 길로 인도해 줄 것입니다. 코로나가 안겨 준 뜻밖의 선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자각이 가능하도록 코로나로 인해서 느려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내 마음을 돌아보고, 돌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권합니다. 이 칼럼을 통해 여러분들의 그런 노력을 돕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다음 칼럼을 보내드릴 때까지 건강하고 평안한 날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동우

◆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임상의사로서의 진료업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정신보건업무, 정신건강정책 개발에도 참여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 읽기, 즉 마음 다독(多讀)에 매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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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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