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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장성세 한국 축구, 기초 체력 중요하다

김창금 한겨레 스포츠팀 기자

2017.09.18 김창금 한겨레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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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 한겨레 스포츠팀 기자
김창금 한겨레 스포츠팀 기자
한국 축구의 모습을 보면 겉은 화려한데 알맹이 없는 허장성세가 연상된다.

월드컵 9회 연속진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국, 2002 월드컵 4강 아시아 최고성적 등 대외적인 축구지표는 눈부시다.

하지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의 관중수는 이웃 일본이나 중국에 크게 못미치고, 방송중계권료는 30~40배 많은 중국 일본과는 비교할 수도 없고 인도네시아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프로 승강제나 지역연고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고, 구단은 만성적자에 허덕인다. 조기축구회 회원을 포함해 대한축구협회 등록선수 10만 시대라고 하지만 학원축구의 퇴조와 클럽 축구문화로의 전환 실기 등 취약한 요소도 많다. 객관화된 수치로 보면 한국축구는 겉보기와 달리 인기스포츠도 아니고, 국민스포츠도 아니다.

지난 5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벡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뒤 구자철 선수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벡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뒤 구자철 선수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프로축구에는 시큰둥하지만 국가대표팀 경기에는 열광하는 축구문화도 외화내빈의 단면이다. 6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과 0-0으로 비긴 이래 한동안 지속되고 있는 혼란상은 대표적이다.

자정 넘은 시간에 텔레비전을 지켜보던 축구팬들은 실망스런 경기력에 “미쳐 죽는 줄 알았다” “어쩌면 하나 같이 골 하나를 만들지 못하는가?”라는 탄식을 쏟아냈다. 여기까지는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자연스런 감정의 표현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2002 한일월드컵 4강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 영입 이슈가 등장하면서부터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은 아슬아슬하다.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6일 한 방송사가  “한국민이 원한다면 국가대표 맡을 의사 있다”라는 히딩크 감독의 뜻을 보도했고, 그 말의 진위에 대한 의문이 일자 히딩크 감독은 1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히딩크 감독은 “한국민이 원하면”이란 전제로, 자문 뿐만 아니라 감독까지도 맡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전했다.

그러자 네티즌은 히딩크 감독을 당장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 축구해설위원조차 “히딩크가 현 상황을 극복할 적임자”라며 부채질하고 나섰다. 반면 대다수의 축구 전문가들은 “2002년과 지금은 다르다. 히딩크 감독의 영입보다는 신태용 감독을 도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5년 전과는 시대 환경이 달라졌고, 지구상에 전무후무한 1년6개월간의 대표팀 훈련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히딩크 영입과 무용론이 뜨겁게 대립하는 것은 한국의 축구팬들이 A매치 한 경기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는 것을 방증한다. 하재훈 전 에스케이 감독은 “축구는 축구다. 스포츠에서는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즐기면 된다. 그런데 월드컵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거는 듯한 모습은 건강하지 못하다”고 했다.

실제 월드컵을 9개월 앞둔 현 시점에서 감독 교체를 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히딩크 감독 영입설이 이슈가 되는 것만으로도 신태용 현 감독은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 강한 자신감을 무기로 선수단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약해지면 실질적으로 월드컵 본선 준비에 독이 된다.

신태용 감독의 공격축구 철학은 이전 월드컵 감독들과 다르다. 빠른 패스를 통한 재미있는 축구를 추구하고 승패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축구를 선물해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도록 바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다. 그래서 강팀과 맞서더라도 꼬리를 내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현재 대한축구협회가 계약한 감독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한국 대 이란 경기. 신태용 한국 감독이 전반전 종료 후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축구대표 신태용 감독은 강팀을 만나더라도 주눅들지 않는 공격형 축구 철학을 지녔다. 몇개월 남지 않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 현재의 감독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한국 대 이란 경기. 신태용 한국 감독이 선수들에게 박수와 함께 파이팅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신태용 감독이나 이전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만족할 만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것을 감독 개인의 역량 탓만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한국 축구선수들의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

이럴 땐 언론이 갈래를 짓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히딩크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의 감정 대립이나 오해를 증폭시키는 주변적인 기사만 양산한다. 청와대 신문고 청원이나 춧불집회를 주장하는 일부 네티즌과 오십보백보다.

한국의 월드컵 예선은 늘 어려웠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근본적 자성없이 대표팀 경기 결과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가슴을 뻥 뚫어주는 속시원한 축구를 보고싶다면 한국 축구의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승부에 얽매이지 않도록 지도자나 어린 선수의 마인드를 바꾸고, 8대8 축구나 롱볼 지양 등 개인기를 강화하는 쪽으로 풀뿌리 축구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미래 전망과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귀국하면서 신태용 감독은 “한국 들어가면 웃어야 합니까, 울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월드컵 본선 티켓을 땄는데도 죄인이 된 듯했다. 신태용 감독이 날개를 펼치기도 전에 흔드는 것은 실속 없는 허장성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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