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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사제…“무료 과외로 성적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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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장학회 카이스트 봉사단 멘토가 생물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자, 신경세포인 뉴런의 신호를 받고 이 채널에 딱 붙어 입구를 열어주지? 뉴런에서 시냅스로 흘러온 활동전위는 다시 뉴런으로 이어지는 거지. 쉽지? 관련 영상 하나 보자.”
젊은 학생 선생님은 과학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줬다. 골똘히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몇몇은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필기했다.
12월 7일 토요일 오전 대전 서구에 위치한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내 강의실. 고등학교 2학년 생물 수업이 한창이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집중도가 최고조에 달한 듯했다. 생물과목 멘토(선생님)인 이준혁(24·생명화학공학과 2년) 씨는 “시험기간이라 중요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정리해 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멘토에게 들은 강의가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을까. 멘티(학생) 김현수(대전 둔원고 2년) 양은 “쉽게 설명해 주니까 이해가 잘돼요”라며 어깨를 으쓱한다. 알고 보니 이 수업을 들으면서 모의고사 성적이 올라 1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소그룹으로 진행되는 주말과외 풍경은 미담장학회에서 진행하는 재능나눔 봉사다. 멘토와 멘티로 구성돼 주말마다 세 시간씩 강의를 듣는다. 카이스트에서는 영어와 수학, 과학과목을 가르친다.
미담장학회 김인호 사무총장(경북대 기계공학 3년)은 “미담(美談)이란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라며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의지만 있으면 마음껏 찾아와 공부할 수 있는 열려 있는 교실을 꿈꾸며 만든 곳”이라고 강조했다. 한 학교당 28명 정도의 위원들로 운영된다. 체계적인 수업 커리큘럼도 자랑거리다. 4분기로 나누는 각 학기제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고 10주 완성의 코스로 각 과목과 시간을 신청할 수 있다. 멘토들도 면접을 봐야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엄선된’ 선생님들이다. 시험 강의를 거쳐 통과해야만 멘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미담장학회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방송공사가 주최한 ‘2013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올해 3월 대전광역시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비슷한 교육과정 거친 선·후배라 공감대 형성
선생님은 대학생, 학생은 중·고등학생이다. 나이 차이는 고작 대여섯 살 정도다. 교육봉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눈높이 수업이다. 멘티는 학교보다 편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한다. 비슷한 교육과정을 거친 선배한테 배우니 공감대가 잘 형성돼 있다.
최한나(한밭고 2년) 양은 “질문이 생기면 편하게 물을 수 있다”며 “주말 수업인데도 오히려 기다려져요”라며 웃었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2학년 손경호 씨는 “가르칠 때마다 ‘밥 몇 공기 더 먹은’ 오빠나 형이라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문자로 안부를 주고받고 햄버거를 같이 먹으며 고민상담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스승과 제자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3학년 박광석 씨는 “애들이 정말 열심히 해요. 하도 잘 맞혀서 가끔 정답률 낮은 것만 골라서 풀게 한 적도 있어요”라며 짓궂게 웃었다.
성적도 쑥쑥 오른다. 김현수 양은 멘토 수업에 푹 빠졌다. 여름학기에 고등수학과 생물 수업을 듣고 이번 가을학기까지 이어 들었다. “지난 모의고사에서 생물에서 하나만 틀려 1등급이 나왔다” 며 “학교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꼼꼼하게 설명해 주니 보충수업이 따로 없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멘티들의 열정에 더욱 열심인 사람은 멘토들이다. “과외에서는 돈 받지만 교육봉사에서는 돈 대신 보람을 얻어가죠.” 멘토들은 이구동성이다. 이기쁨(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3년) 씨는 심지어 대학교 1학년 때 한 달에 과외로 440만원씩 벌던 ‘짭짤한’ 수입을 포기했다. 가르치는 보람 때문이란다.
손창현(대덕고 1년) 군도 카이스트 멘토들의 뒤를 좇아 컴퓨터나 천문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멘토링 이전의 저는 ‘꿈’은 그저 꿈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이제는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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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