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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계층·민족 간 소통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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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개관 예정인 국립한글박물관(서울 용산구 이촌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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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국어의 역사를 연구하는 일을 했습니다. 한글로 된 문헌을 보면서 국어사를 연구했습니다. 그렇게 연구를 하면서 한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한글은 계층 간, 민족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소중한 언어라는 점에 더욱 마음이 갔습니다. 예전에 사대부들은 한글과 한문을 둘 다 배웠고, 서민들은 한글만 배웠습니다. 두 계층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한글이었습니다.
한글을 통해 계층 간 갈등이 해소되고 사회는 안정됐습니다. 또 한글은 민족 간의 소통도 가능하게 해줬습니다. 한반도가 분단된 상태에서 민족끼리 소통할 수 있었던 것도 한글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게 한글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할 거리를 던져주는 미지의 영역인 동시에 매력적인 대상입니다.
최근엔 한글박물관에 어떤 전시물을 채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글에 대한 전시를 떠올리면 대개 한글로 쓰인 문헌 등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한글이 변천된 과정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컴퓨터, 휴대폰이 일상화되면서 한글도 그만큼 변화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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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신문사 문학기자가 됐고 이후에 평론가, 잡지 발행인까지 하게 됐습니다. 책에 관한 모든 면을 다 겪은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행운의 첫 한글 세대’예요. 초등학교 때 해방을 맞아 한글교과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글을 보면 아름답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멘붕’이란 말이 그렇습니다.
사람들의 생활에 따라 언어도 달라지는 게 맞지만, 때로 아름답지 않게 변하는 건 아쉽습니다. 또한 요즘 학생들은 국어보다 영어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한국어에 수동태가 잘 쓰이지 않는데 영어 표현이 익숙해져서인지 사람들이 수동태 표현을 잘 쓰더라고요. 한국어 문장이 영어식 어법으로 쓰이는 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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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사람들이 글자를 발음하면서 발음 그대로를 문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어떤 나라의 언어를 말해도 한글로 쓰면 다 풀어서 쓸 수 있습니다.
공학자로서 한글의 이러한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것 같습니다. 세계 어떤 나라에도 이러한 문자는 없습니다. 그래서 한글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야겠다는 학자적인 사명감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제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한글의 세계화’입니다. 전 세계인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한글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한글을 활용한 통번역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연구 중이지만 한글을 잘 활용하면 통번역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글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한글날이 공휴일로 제정된 게 참 뿌듯합니다.
한글날을 맞아서 한글을 지키기 위해 애쓰셨던 최현배, 이희승, 이극로 선생님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1942년 일제는 민족말살 정책에 따라 <조선말 큰사전> 편찬 사업을 주도한 조선어학회 학자 30여 명을 탄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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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춤을 선보이고 있는 밀물현대무용단의 공연(왼쪽).이숙재 밀물현대무용단 단장은 한글의 창제 원리와 조화로운 구성 원리를 담은 ‘한글 춤’을 1991년 처음으로 선보였다. 사진은 한글의 탄생 장면을 무용수의 몸을 빌려 형상화한 한글 춤 작품. (사진=밀물현대무용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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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무용 소재를 발굴하는 수업 시간에 한 교수님께서 ‘한국을 대표할만한 소재는 뭐가 있나요?’라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만의 고유 문화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게 바로 ‘한글’이었습니다.
한글은 단지 문자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 철학, 생활양식이 함축된 글자입니다. 1984년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한글 단체들을 찾아 다니며 공부를 하고 1991년에 ‘한글 춤’을 발표했습니다. 홀소리와 닿소리의 결합을 춤으로 표현했습니다.
올해부터 한글날이 공휴일이 돼서 참 기쁩니다. 한글날이 한글의 중요성과 자주성을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한글을 활용한 문화콘텐츠들이 많이 개발돼야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한글 춤 전용 예술관’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글 춤’을 보면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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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한글 서예를 배웠습니다. 차분하게 앉아서 글씨를 쓰는 게 좋았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한글 서예는 궁서체 위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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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인 손글씨 예술가는 단 한 글자를 쓰더라도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게 목표다. |
‘꽃’이라는 글씨를 쓸 때도 그냥 단순히 글씨를 쓰는 게 아니라 ‘꽃이 피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씨를 쓰고 싶었습니다. 한글은 제게 삶 그 자체입니다. 한글날이 공휴일로 지정된 건 참 기쁜 일입니다. 다만 한글날을 ‘쉬는 날’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한글날을 의미 깊게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