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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선도국 위치 살려 초대형 시장 대비
[한·미 FTA 1년] 현안과 나아갈 길
미·EU와 FTA 체결한 자유무역 강국…16개국 34억 명 시장 ‘ASEAN+6’ FTA 추진
2010년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FTA 산·학·관 공동연구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이 공동연구 운영세칙을 채택하고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했다. |
3월 26일 한·중·일 3자 간 FTA 협상이 시작된다. 2003년 공동연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세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모인다. 한·중·일 FTA가 성사되면 인구 15억 명이 참여하는 14조 달러 규모의 거대시장이 탄생한다. 한·중·일 FTA 효과를 분석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농산물과 제조업 등에서 발효 10년간 최대 163억 달러, 약 18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협상 과정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협상국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데다 과거사와 영토분쟁 같은 정치적 변수가 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협상국들이 3자 간 FTA를 추진하는 동시에 양자 간 FTA를 진행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4월 FTA 5차 협상에 들어간다.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일 FTA도 재개 시기를 조율 중이다.
FTA에서 한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던 우리나라는 지금 ‘동남아국가연합(ASEAN)+6’ FTA도 추진 중이다. 한·중·일 3국과 아세안 10개국, 호주·뉴질랜드·인도까지 16개국이 참여하는 협상의 정식 명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다. 이 협정이 체결돼 동아시아와 남태평양을 아우르는 거대 경제 블록이 만들어지면 인구 34억 명의 초대형 시장이 탄생한다. RCEP는 2015년 타결을 목표로 5월 브루나이에서 첫 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다자통상팀 서진교 선임연구위원은 “동북아에서 복잡하게 FTA의 물밑 지도가 그려지는 중”이라며 “그간의 경험과 협상력을 살려 우위에 설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U와 협상 타결이 FTA 중심국 도약 계기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FTA의 변방국이었다. 우리나라는 2004년 4월 칠레와 첫 FTA를 맺었다. 칠레가 첫 발효 상대였던 이유는 우리나라와 FTA를 원하는 선진국이 없어서였다. 협상에서 한쪽이 매달리면 대부분 불리한 협정을 맺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선진국에 적극적으로 FTA 협상을 요구하지 못한 이유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와 FTA에 관심을 보인 곳이 칠레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처음 하는 FTA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칠레가 부담이 없는 상대였다.
칠레와 FTA로 경험과 자신감을 쌓은 우리나라는 2006년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은 유럽 4개국으로 이뤄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과 FTA를 발효시켰다. 2009년 9월에는 한·ASEAN FTA, 2010년 1월에는 인도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FTA의 한 종류)이 발효됐다.
2011년 7월에는 경제규모 16조 달러(2012년 기준)가 넘는 세계최대시장인 EU와 FTA를 발효시켰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질적이고 본격적인 의미의 FTA였다. 그리고 지난해 3월에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EU와 미국이라는 양대 거대시장과 동시에 FTA를 맺은 나라가 됐다. EU·미국과 동시에 FTA를 맺은 나라 중 경제규모가 큰 곳은 멕시코와 한국 정도다.
한·미 FTA 1년을 맞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펴낸 자료에 따르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12.7퍼센트 늘어났고, 수입은 7.6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교역품목은 수출에서 116개 증가한 반면 수입품목은 21개 감소했다.
우리 제품의 미국 내 경쟁력이 높아지자 가장 긴장한 나라는 일본·중국·대만이다. 사실상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세 나라로서는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제품의 관세가 낮아진다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아직 EU와 미국 두 경제권과 FTA를 맺지 못한 상태다. 대만은 중국의 견제 때문에 FTA에서 외톨이 신세다. 한·중·일 FTA가 10년 만에 협상을 시작한 배경에는 한·미 FTA 효과가 있는 셈이다.
중국·일본은 우리가 요청한다고 해서 움직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가 이들보다 한발 앞서 FTA 시장을 넓혀온 덕분에 이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었다. 우리가 한발 앞서 FTA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한·미 FTA 효과 안고 중·일과 대등한 협상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FTA를 꾸준히 늘려나갈 방침이다. 현재 FTA 협상을 진행하는 나라는 모두 28개국에 달한다. 앞서 언급한 중국·일본·RCEP 외에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걸프협력이사회(GCC: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바레인)과 다자 간 FTA도 진행 중이다.
우리를 바라보는 선진국의 시각도 변했다. 우리와 FTA를 체결하면 우리가 그동안 FTA를 체결한 국가들과 교역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 답보상태이던 호주·캐나다와 FTA 협상에 속도가 붙은 이유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영귀 부연구위원은 “G8 국가인 캐나다가 우리보다 FTA 체결을 더 바랄 정도로 한국의 통상위상이 높아졌다. FTA 선도국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