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영역
소치 장애인올림픽에도 큰 관심과 응원을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7일(한국시간 8일) 개막,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선수단이 출전한 우리나라는 3대회 연속 ‘톱 10’ 진입을 노리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 정책브리핑이 한국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며 이번 대회의 주요 관전 포인트와 응원의 글, 그리고 또 하나의 소치올림픽인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전문가들의 특별기고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 |
이승건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차장 |
지구촌의 관심 속에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밝혔던 성화는 2월 23일(현지시간) 폐막식에서 조용히 꺼진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2일 뒤인 3월 7일 다시 타오른다. 열흘 동안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동계장애인올림픽(이하 패럴림픽)을 밝히기 위해서다.
패럴림픽은 1960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첫 대회(하계)가 열렸다. 하반신 마비·척수장애를 의미하는 Paraplegia와 올림픽(Olympic)을 합쳐 만든 패럴림픽(Paralympic)이라는 명칭은 1964년 제2회 도쿄 대회부터 장애인올림픽을 일컫는 공식 용어가 됐다.
이후 척수장애가 아닌 다른 장애인들도 참가하면서 현재는 ‘나란히’를 뜻하는 라틴어 접두어 ‘Para’를 사용해 올림픽과 동등하게 개최된다는 의미로 재정립됐다.
동계 패럴림픽은 1976년 스웨덴 외른셀비스크에서 시작됐고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동계올림픽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되고 있다.
소치 대회는 11번째 동계 패럴림픽이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참가했던 한국은 2002년 솔트레이크에서 알파인스키 한상민이 한국 동계 패럴림픽 참가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는 휠체어컬링에서 누구도 예상 못한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소치 패럴림픽에는 50개국에서 12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할 예정이다. 한국은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스키, 바이애슬론, 아이스슬레지하키, 휠체어컬링 등 5개 전 종목에 선수 27명, 임원 32명 등 59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알파인스키에 출전하는 시각장애인 양재림 선수와 휠체어컬링, 그리고 아이스슬레지하키에서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과 중국을 넘어 겨울 종목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아직 동계 패럴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겨울 종목은 여름 종목과 비교해 많은 장비들이 필요한데 한국은 최근까지 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운동을 할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밴쿠버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휠체어컬링 팀은 전국의 아이스링크를 샅샅이 알아봤지만 “장애인에게는 돈을 줘도 못 빌려 준다”는 바람에 연습할 장소를 구하지 못했다.
결국 이천장애인종합훈련원의 수영장을 얼려 겨우 훈련을 할 수 있었다. 흔히 동계올림픽을 ‘부국(富國)의 잔치’라고 한다.
동계패럴림픽은 여기에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가 결합된 국격(國格)까지 갖춰야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무대다.
![]() |
최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장애인 꿈나무·신인선수 동계스포츠 캠프 모습. 한 선수가 휠체어스키를 연습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애인 스포츠는 비장애인 스포츠와 비교해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 덜 빠르고 덜 높이 뛰고 덜 힘차기에 그렇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보면 장애인 스포츠도 재미있다. 휠체어스키에 앉은 채 또는 외발로 스키를 탄 채 쏜살같이 빙판과 설원을 질주하고 누구보다 정교하게 스톤(휠체어컬링에 사용하는 공)을 던진다.
중요한 건 그래서 관심이다. 뭐든 관심을 가지면 익숙해지고 즐길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은 열악한 현실에서도 여러 국제대회에서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아 패럴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참가 자체만으로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4년 전 밴쿠버 패럴림픽 개막식의 주인공은 1980년 세상을 떠난 테리 폭스였다. 암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그는 암 치료 기금을 모으기 위해 캐나다 횡단 마라톤에 나섰다.
암으로, 그리고 장애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기적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8000km를 목표로 했던 테리는 143일 동안 5373km를 달린 뒤 더는 뛰지 못한 채 암과 싸우다 이듬해 눈을 감았지만 그의 도전은 세계를 감동시켰고 그를 추모하는 달리기 대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밴쿠버 대회의 주제였던 ‘한 명이 다수를 움직인다(One Inspires Many)’는 생전의 그가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장애인체육회 김성일 회장은 “많은 이들이 올해 열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로 소치 동계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 그리고 인천 아시아경기를 이야기 한다. 여기에 2대 이벤트가 추가돼야 한다. 소치 동계 패럴림픽과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응원을 해 준다면 김 회장의 말대로 소치 동계패럴림픽은 명실상부한 5대 이벤트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불굴의 의지로 똘똘 뭉친 장애인 영웅들의 ‘세상을 바꿀 만한’ 멋진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