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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한별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 |
4차 미사일지침 개정
지난 7월 28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2020년 미사일지침 개정을 새롭게 채택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7년 9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도 미사일의 사거리를 800㎞로 하되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3차 개정에 합의했다. 그 결과 최근 7월 23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 미사일인 현무-4의 발사 성공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이번 제4차 한미 미사일지침의 개정은 고체연료 사용을 제한해왔던 우주 발사체 분야에 관한 것이다. 김현종 차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가안보실에 고체연료 사용 문제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해결할 것을 지시했고, 9개월 간의 협의를 통해 미사일지침 개정에 이른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김 차장은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과 연구소, 대한민국 국적의 모든 개인은 액체연료뿐 아니라 고체연료와 하이브리드형 등 다양한 형태의 우주 발사체를 아무 제한 없이 자유롭게 연구·개발하고 생산, 보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미사일지침의 개정을 거듭하면서 우리 정부가 미사일 능력을 규제해왔던 관문을 하나씩 넘어왔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1979년 최초의 미사일지침은 사정거리 180km, 탄두 중량 500kg으로 제한하는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에 합의하면서 체결됐다. 2001년 1차 미사일지침 개정을 통해 사정거리를 300km로 확대했으며, 2012년 2차 개정에서는 사정거리를 800km까지 확대하고 사거리를 줄이는 만큼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는 절충(trade-off) 개념을 적용했다. 그리고 2017년 3차 개정에서는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했고, 이번 2020년 4차 개정에서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한 것이다.
고체연료 추진체와 군사적 능력 발전
김현종 차장은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우리 군의 정보·감시·정찰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한국 우주산업 인프라 개선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은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보조 추진체로 고체연료를 활용할 수 있고, 향후 다양한 성능과 용도의 우주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는 확장성을 확보했다. 또 2022년 7월로 예정된 달 궤도선 발사 이후 우주 발사체를 활용해 달탐사 계획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3차까지의 미사일지침 개정이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한국군의 미사일 능력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면, 4차 개정은 보다 포괄적인 차원에서 한반도 위협에 대한 종합적 대응능력을 확충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고체연료 추진체는 우리 군의 군사전략과 무기체계의 발전영역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현대전에 필수적 요소인 위성정보를 다수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저궤도에 다수의 군사정찰 위성을 발사할 수 있고, 총역적(total impulse)의 증가로 항공기에서도 인공위성 발사가 가능해진다. 또 다수의 민간위성으로부터 수집될 다양한 정보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미국에 의존해온 전략정보를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수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의 요구, 수집, 처리, 분석 및 배포로 이어지는 정보순환주기를 완성함으로써 국가정보능력을 크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한반도 주변의 전방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의 비약적 발전이 가능해졌다. 군사적 위협에 한발 앞서 대응할 수 있는 신속대응작전 수행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고, 단거리 미사일에만 채용하고 있는 고체연료를 활용해 중·장거리 미사일 기술개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또 우주 공간으로부터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향후 우리 군의 우주작전 수행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셋째, 한미동맹의 포괄적인 능력을 향상하고 결속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그간 미사일지침의 개정은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독자적인 초기 대응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한국은 스스로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미국에 설득하면서 자주국방을 위한 미사일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보해온 것이다. 한미동맹은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면서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을 억제하는 기제로서 미사일지침을 발전시켜왔고, 특히 이번 개정을 통해 확보하게 될 한국의 우주 발사체 능력은 우주개발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하게 될 것이다.
우주발사체 일러스트.(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이제 능력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2017년과 2020년의 미사일지침 개정을 통해 능력을 갖추게 된 만큼 감당해야 할 책임과 의무도 있다. 첫째 정치적 차원에서, 주변국들의 불필요한 오해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미사일지침 개정에 주변국의 동의나 조율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한국의 군사력 증강과 한미동맹의 발전에 촉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을 설득하고, 이번 미사일지침의 개정 목적이 미사일 사거리 확대를 통한 공격무기 개발이 아니라 평화적 목적의 우주 기술 발전에 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한 주변국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군사적 차원에서, 독자적인 위기관리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미사일지침의 테두리 내에서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이전을 받았으며, 미국에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설득함으로써 확장억제를 제공받고 미사일지침의 개정을 이끌어냈다. 미사일 능력의 증강과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개발 역시 국제규범과 비확산 원칙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 또 한국군은 증강된 능력에 부합하는 미사일 관련 교전규칙을 재정비하고, 국가간 갈등이 불필요한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기술적 차원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18년 5월과 2019년 2월 한화 대전공장에서 고체연료 로켓추진체 연구를 하던 도중 폭발사고가 나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고체연료는 연료의 누출 위험성은 낮지만 화재, 폭발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안전성이 담보된 혼합 연료를 개발하거나 목적에 맞는 연료 유형을 결정해야 한다. 또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활발한 연구와 실무진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2018년 벽두부터 시작된 한반도의 대화 분위기는 답보상태에 머물러있고, 북한은 여전히 위협적인 핵·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6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억제력으로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주, 사이버를 비롯한 전영역(all-domain)에서 주변국의 전력증강도 심상치 않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안보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고, 미사일지침의 개정은 한국의 자위적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을 계기로 어떠한 위협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을 철통같이 지킬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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