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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 홍보관서 평양 친구 만나고 왔다

서울시청 시민청에 ‘겨레말큰사전 홍보관’ 개관 … 내년 3월 31일까지 운영

2019.12.03 정책기자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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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징어’를 ‘낙지’라고 한다. 신기하다. 북한에서는 ‘갑오징어’만을 오징어로 부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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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돌리면 우리나라 말이 등장한다. ‘눈등분’은 ‘아이섀도’, ‘판형콤퓨터’는 ‘태블릿PC’, ‘인물심사’는 ‘면접시험’을 의미한다.


근래 여러 매체를 통해 북한말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북한말이 우리말과 견주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적잖이 받았을 것이다. 분명 같은 표기를 쓰는 말인데 어색하게 들리는 단어들이나 문형들이 많다. 이는 남북의 분단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단어 사용의 이질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선 외래어나 외국어를 활발히 사용하는 반면, 북한에서는 고유어를 많이 사용하거나 외래어, 외국어는 뜻을 최대한 풀어 사용한다. ‘얼음보숭이(아이스크림)’, ‘탄산단물(탄산음료)’, ‘살결물(스킨)’과 같은 단어를 보면 북한말의 특징을 가늠해볼 수 있다.

남과 북의 말을 잇는 작업.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남북이 평화를 누리고 화합의 길로 가는 첫걸음은 ‘언어통일’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이라는 말이 좀 막연하고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남북의 접점을 가장 많이 찾아낼 수 있는 교집합이 ‘언어’다. 언어에서만큼은 남북 모두가 본질적으로 같은 뜻을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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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 분단과 지역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넘다!


그래서 남북의 언어학자들은 남북의 언어를 총망라한 언어사전인 ‘겨레말큰사전’을 집필하기 위해, 2005년 제1차 공동편찬회의를 시작으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남북은 서울, 평양, 금강산, 개성, 중국 등에서 25차례의 공동편찬회의를 진행했다.

겨레말큰사전은 언어 이질화 극복 및 언어통일을 위해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의 국어학자가 함께 편찬하고 있는 협력사업이다. 남북의 국어학자들이 함께 편찬하는 데 큰 의의가 있으며, 남북 및 해외동포의 방언 및 문헌어(시, 소설에 나타난 어휘들)를 직접 조사하여 우리 겨레의 언어 유산을 집대성하는 사전이다.

남북이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향후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진다면 언어로 인한 충돌이 발생할 것이다. 그걸 최소화하고 이후 언어 생활의 통합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겨레말큰사전의 집필 의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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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서도 전시돼 있다.


아울러, 겨레말큰사전은 실제 쓰이는 어휘를 조사하고 수록해 현재 언어 사용의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어감의 차이, 남북 용법의 차이 등을 자세히 설명한 사전으로 집필되고 있다.

겨레말큰사전은 우리나라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 실린 올림말(표제어) 가운데 널리 쓰이고 있는 올림말 23만여개를 남북이 공동으로 선정하고 두 사전에 수록되지 않은 새로운 단어 10만여개를 조사하여 총 33만여개의 올림말이 수록된다.

겨레말큰사전은 현재 78%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는데, 근래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공동편찬회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무쪼록 언어를 통합하는 작업만큼은 남북관계의 흐름과 관계 없이 그 취지와 목적이 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위의 세 단락 참고=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겨레말큰사전 소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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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 평양 친구를 사귀어볼까?(출처=통일부)


11월 28일, 나는 서울시청 시민청에 있는 ‘겨레말큰사전 홍보관’에 다녀왔다. 겨레말큰사전 홍보관은 ‘해살이관’, ‘말모이관’ 등 남북 언어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들이 마련돼 있었다.

특히 ‘내 생애 첫 평양 친구’라는 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이 코너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서 평양 친구에게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답을 해주는 체험 콘텐츠 형태로 구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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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카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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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의 첫 질문은? 흥미로운 질문들이 많다.


‘내 생애 첫 평양 친구’와 대화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질문하고 싶은 친구를 골라 마이크 버튼을 누른 상태로 질문한 직후, 버튼을 바로 떼면 된다. 평양의 이 친구들은 AI를 통해 계속 학습하기 때문에 우리들이 질문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똑똑해질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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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는 SNS를 사용할 수 없지만, 국경지역 사람들은 중국쪽 신호를 통해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질문 예시 중 “북한에도 치맥이 있니?” 와 “북한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어?”를 질문해 보았다. 질문을 하니 “그럼요, 닭튀김이랑 맥주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잖아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아요” 라고 답했다. 스마트폰 질문에 대해서는 “예, 이제 손전화는 필수라고 할 정도로 많이 보급됐습니다. 이천공십륙년 당시 손전화 사용자가 략 삼백륙십만명 정도였습니다” 라고 답을 해줬는데, 북한식 표기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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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평양 친구!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겨레말큰사전 홍보관 개관식 축사에서 “남북 당국 간 협의도 중요하나,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의지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겨레말큰사전의 필요성과 의미를 국민들게 널리 알려야 한다”며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진짜 그렇다. 정부 차원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겨레말큰사전 집필진들이 진심 어린 사명감을 갖고 집필에 임해도,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거나 외면한다면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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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 사전 이름에 담긴 뜻을 우리가 잘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생소한 단어를 보면 낯설어하기 마련인데 또 우리나라 말로 바뀐 단어를 접하면 바로 흥미를 느끼곤 한다. 바로 여기서부터 국민들의 관심이 시작된다면 남과 북의 말이 하나로 이어지고, 남북 국민들의 생각의 폭도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겨레말큰사전 홍보관
 - 2020년 3월 31일까지 운영, 법정공휴일은 휴관



전형
정책기자단|전형wjsgud2@naver.com
제 17-19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전 형입니다. 외교, 통일, 그리고 박사과정인 한국어교육에 깊은 관심이 있습니다. 유익한 정책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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