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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성폭력 피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가보니] 수원여성의전화 부설 통합상담소 현장 취재기

2019.12.06 정책기자 나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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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4563명.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적으로 검거된 가정폭력 사범의 수다. 같은 기간 발생한 가정폭력 피해자 중 75%는 여성이었으며 특히 30~50대 사이의 여성이 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재범률은 높아지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여성가족부는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기념하고자 지난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이하 추방주간)으로 정했다. 추방주간을 맞아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힘이 되어주고, 동시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사단법인 ‘수원여성의전화 부설 통합상담소’를 찾아 이야기를 나눠봤다.   

당신의 편에 서다 - 수원여성의전화 부설 통합상담소

수원여성의전화 부설 통합상담소 입구.
수원여성의전화 부설 통합상담소 입구.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사단법인 수원여성의전화는 1994년에 창립하여 수원에서 여성주의적 가치를 가지고 활동해 온 여성인권운동단체이다.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수원여성의전화는 성·가정폭력 통합상담소, 성매매피해상담소 어깨동무, 성매매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 모아, 자활지원센터 모모이 등의 부설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수원여성의전화 부설 통합상담소(이하 ‘통합상담소’)는 여성주의 상담에 입각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화상담, 면접상담, 이메일상담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원 내용 중에는 법률상담 연계, 수사 동행 등을 함께하는 ‘법률지원’, 피해 당사자의 의료비 지원 등을 도와주는 ‘의료지원’이 있다. 또한 긴급피난처, 관련 기관 등을 소개해주는 ‘기관연계’와 더불어 치유회복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피해자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반(反) 여성폭력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인식 개선까지 추구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친 여성폭력근절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수원여성의전화에서 활동 중인 조제, 실비아 활동가와 함께 통합상담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피해자에서 피해 경험자로, 여성주의 상담  

각종 자료들이 비치돼 있다.
각종 자료들이 비치돼 있다.


통합상담소는 ‘여성주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여성주의 상담’은 “피해자를 피해를 경험한 당사자로 위치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활동가들은 말했다. 즉, 가정폭력 혹은 성폭력으로 피해를 받은 당사자가 자신이 경험한 문제에 있어 책임을 ‘개인’의 것으로만 단정짓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구조’적 문제를 바라보고 이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여성주의 상담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담은 내담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까. 조제 활동가는 이에 대해 ‘나의 길잡이’가 생겼다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어찌 보면 정서적으로 듣는 것 말고 상담의 역할이 뭐가 있을까 할 수 있지만, 거기서부터 시작이 돼요.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면서 들어주고, 내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를 하는 거죠. ‘아,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데 이 일들은 내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혹은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사회적 소수자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라고 이해하게 되면 조금은 해결이 돼요.” 

“폭력은 삶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상담이 이뤄지는 면접상담실의 모습이다
상담이 이뤄지는 면접상담실 모습.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기본권’을 침해받는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폭력피해 장소에 다시 쉽게 가지 못한다. 일례로 직장에서 입은 피해 사실을 직장에서 드러내는 것이 어렵다. 피해 사실을 말하는 순간 가해자의 행위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예민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거나, ‘나만 조용히 하면 아무 문제 없었을 텐데’를 강요받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는 피해자가 처한 피해를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기 쉬운 사회구조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구조와 문화에서 피해 자체가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폭력피해 자체로도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데, 이것이 ‘삶의 부재’로 이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성폭력, 성희롱이 발생하는 순간 피해자는 자신이 가졌던 삶의 비전이 어그러지게 됩니다.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의 가해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아니면 가해자와 비슷한 차량, 가해자와 비슷한 외모(의 사람이 있는 곳), 아니면 가해자가 침범했던 그 공간에 피해 여성들이 가지 못하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다 침해죠. 이것은 대한민국이 헌법에서 규정하는 생존권, 이동권, 자유권의 침해입니다.”

통합상담소에서는 가정폭력, 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 현실에 주목하고 이를 변화시키고자 주기적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5월에는 ‘가정의 달’로 불리는 5월을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로 재명명하고, 가정폭력 통념을 깨기 위한 부스 설치, 퍼포먼스 등을 통해 ‘정상 가족’만을 강조하는 ‘가정’이라는 통념에 맞서 다양한 가정들이 존재함을 알리고, ‘가정폭력’이 ‘사적’ 문제가 아닌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작동하여 발생하는 ‘공적’ 문제임을 알리는 운동을 한다.

9월에는 반(反) 성매매주간에 맞춘 행사를 기획해 참여한다. 11월에는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함께 기념하며, 반(反) 여성폭력을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뿐 아니라, 수원여성의전화 회원들과 함께 하는 페미니즘 강의, 자기방어훈련 등 한층 더 깊이 들어간 인식개선 운동을 진행함으로써 피해자 지원과 더불어 사회가 함께 나아갈 방안들을 만들어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수원여성의전화 사무실의 모습이다.
수원여성의전화 사무실 모습.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보통의 경험’을 위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성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겪을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면 사실 그게 치유와 회복의 빠른 걸음이라고 저희는 생각하거든요.” 실비아 활동가는 이와 같이 말했다. 아픔을 회복하는 길의 시작은 문제의 본질을 찾는 것이고, 그 본질은 구조에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

이를 위해 수원여성의전화 부설 통합상담소는 그들의 편에 서서 길을 안내하며 함께 걸어주고 있었다. 이들의 노력처럼 우리 사회도 함께 나아가야 한다. ‘구조’를 만드는 것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나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당신이 모인 우리이기 때문에.



나종인
정책기자단|나종인432nj@naver.com
정책기자단 나종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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