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2시 태풍경보, 해안지대 접근금지, 선박대피, 농수산물 보호행위 자제 등 피해가 없도록 주의 바랍니다’
지난 ‘링링’ 태풍 때였습니다. 가족끼리 전라도 서해안을 여행하던 중 급히 우회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출발 전 태풍 관련 재난문자가 한 차례 왔건만 당일 유독 날씨가 좋아 예정된 여행을 그냥 소화해내기로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행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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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 |
전라도 서해안으로 이어지는 함평, 무안 일대를 돌 무렵 바닥에 무수히 떨어진 사과들을 보고 나니 태풍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부는 것 외에는 날씨가 평온해 영광으로 이어지는 해안가 드라이브를 하던 중 잠시 하차를 했습니다.
아이가 우산을 펴는 순간 우산이 파손되면서 아이의 몸까지 휘청거려 서둘러 현장을 떠났습니다. 길가의 가로수가 휘청이고 신호등까지 흔들리는데 정말 공포영화가 따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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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
순간 오전에 받았던 재난문자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살고 있던 도심과 달리 실제 서해안 쪽은 태풍을 고스라니 느낄만한 곳이 많아 가슴을 쓸어내리며 도망치듯 빠져나왔습니다. 재난문자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우리 가족에게 큰 피해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지진, 폭염, 태풍, 화재, 대설특보 등 수많은 재난문자를 받았습니다. 그중 2017년 포항 지진 당시의 재난문자는 온 국민을 놀라게 하면서 경각심을 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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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경보 재난문자. |
최근에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태풍 관련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링링’과 ‘타파’, ‘미탁’까지 벌써 3개의 가을 태풍이 연이어 강타하면서 농작물 등에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다행히 초강력 태풍이라는 ‘하기비스’가 일본쪽으로 빠져나간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나씩 세보니 올해 들어 발생한 18개 태풍 중 ‘다나스’를 시작으로 ‘프란시스코’와 ‘레끼마’, ‘크로사’, ‘링링’, ‘타파’, ‘미탁’까지 총 7개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17호 태풍 ‘타파’와 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덮친다는 뉴스가 이어지면서 휴대전화의 재난문자도 정신없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긴급재난문자 승인 권한을 광역단체에서 기초단체로 확대하는 재난문자 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을 개정해 9월 11일부터 시행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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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북상 긴급재난문자. |
이에 따라 지자체에서도 태풍 진로를 자체적으로 판단해 태풍 관련 재난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저도 사이렌처럼 귀를 때리는 재난문자를 여러 통 받았습니다.
긴급재난문자는 태풍, 홍수, 폭설, 지진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행정안전부에서 이동통신사를 통해 휴대전화로 보내는 긴급 문자메시지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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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강원도 동해안을 덮친 태풍 '미탁'으로 말미암은 침수 피해 복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릉시 옥계해변 백사장 일원에 풍랑이 몰고 온 해초와 각종 부산물들이 흩어져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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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문자는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재난 지역의 이동통신기지국 내에 있는 휴대전화 가입자에게 동시에 발송됩니다. 위치정보가 켜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해당 지자체에 본인이 상주하고 있으면 재난문자는 들어옵니다. 지자체에서 재난문자를 보낼 때 주민등록 주소지가 아니라 지자체 내 기지국의 전자파가 닿는 반경 내 모든 단말기로 보내기 때문입니다.
단 지진의 경우 2016년 11월부터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거치지 않고, 규모 3.0 이상(내륙) 또는 규모 3.5 이상(해역)의 지진 발생 시 기상청이 직접 발송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재난의 심각성이나 긴급도와 무관하게 경보음이 60dB 이상 큰 소리로 인해 이용자들의 불만 민원이 속출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재난문자 방송을 위급성에 따라 ‘위급재난문자’, ‘긴급재난문자’, ‘안전안내문자’로 분류하고, 위급재난문자를 제외한 긴급재난문자, 안전안내문자는 수신거부를 할 수 있도록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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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일 오전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강원도 삼척시의 한 해변가 마을 일원 다리와 도로가 무너져내려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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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울리는 재난문자에 놀라 알림 기능을 꺼놓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습니다. 한순간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재난문자 정보 자체를 차단해버리는 건 위험합니다. 최근 들어 발생한 지진과 산불 발생 때는 재난문자가 주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재난문자의 가장 핵심은 ‘적시적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칫 남발할 경우 ‘과유불급’이 될 수 있습니다.
긴급재난문자가 양치기 소년의 외침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한 안전 사이렌임을 기억하고 긴급재난문자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현숙 happy04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