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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 꿀벌과 소통하는 조금 특별한 친구들

사회적기업 비컴프렌즈와 발달장애인의 자립 현장 취재기

정책기자 박하나 2019.12.11

“꿀벌아, 꿀벌아~ 예쁜 꽃 줄게. 맛난 꿀 다오.”
“말벌도 꿀을 먹는답니다. 보통 벌들은 45일 정도 살다가 11월이 되면 월동준비에 들어가는데요. 이 공판에 밀랍을 덮어 4~5일 정도 지나면 새끼벌이 태어나는데 겨울을 나고 내년 봄에는 새로운 군집을 형성하게 될 거예요.”

경남 양산시 물금읍 오봉초등학교 옥상에 설치된 도시양봉장. 발달장애아 부모이자 양봉전문가 박찬호 씨의 지도 아래 8개의 벌통 앞에서 꿀벌 생태계 교육이 한창이었다. 양봉이라 하면 흔히 산 중턱이나 시골에 위치하고 있을 법한데, 도시에서 양봉이 가능하다니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경남 양산시 물금읍 오봉초등학교 옥상에 설치된 도시양봉장에서 도시양봉 체험교육이 진행하고 있다.
경남 양산시 물금읍 오봉초등학교 옥상에 설치된 도시양봉장에서 도시양봉 체험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오봉초등학교 도시양봉 동아리 ‘허니봉봉’ 아이들과 사회적기업 비컴프렌즈가 함께 정성들여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지난해 오봉초등학교와 ‘도시양봉과 꿀벌교육’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은 비컴프렌즈는 도시양봉을 통해 꿀벌의 가치를 알려 아이들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고, 새로운 도시문화를 만들기 위해 체험교육을 시작했다.

비컴프렌즈는 꿀벌(Bee)과 소통하는(Communication) 조금 특별한 친구들(Friends)의 합성어로 자폐성 장애, 지적 장애 등 7명의 발달장애 아이들의 부모가 모여 꿀 스틱, 병꿀, 화분, 비누, 프로폴리스 등을 활용한 제품 개발을 통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꿀벌과 발달장애인들의 달콤한 동거 현장을 들여다봤다.

과학자 아이슈타인은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멸종하고 인류는 4년 내 멸망한다고 경고했다. 그 이유는 전 세계 식량 가운데 63%가 꿀벌의 움직임을 통해 열매를 맺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시양봉장을 운영하는 비컴프렌즈가 체취한 꿀벌들의 모습. <사진=비컴프렌즈 제공>
도시양봉장을 운영하는 비컴프렌즈가 체취한 꿀벌들의 모습.(사진=비컴프렌즈 제공)


김지영 비컴프렌즈 대표는 “처음부터 꿀을 얻겠다는 욕심보다는 꿀벌을 지켜주자는 취지로 학교 옥상에서 도시양봉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우리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교 옥상에서 도시양봉사업을 시작하게 된 걸까. 오봉초등학교 내 특수학급 부모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경남 양산시 사회적기업 공모에 신청한 것이 1등으로 선정되면서 사업지원을 받게 됐다. 평소 생태 학습에 관심이 많던 오봉초등학교 최진호 교장의 제안으로 학교 옥상에서 도시양봉을 시작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준 것이 계기가 됐다.

오봉초 최진호 교장은 “도시양봉과 꿀벌 교육은 생태계 복원과 환경 교육은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진로 교육을 지원하는데도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컴프렌즈는 발달장애인 사원이 포장 및 출고 등에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직무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은 발달장애 사원 김태웅(22), 김영웅(22) 형제가 양봉장 관리하는 모습이다.
비컴프렌즈는 발달장애인 사원이 포장 및 출고 등에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직무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발달장애 사원 김태웅, 김영웅 형제가 양봉장을 관리하고 있다.


그렇게 지난해 8월 법인 설립 후 그해 9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물론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키우며 10년 이상 경력단절여성이었던 엄마들이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지금도 좌충우돌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이웃들과 함께 어우러져 발달장애인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발달장애아 부모이자 비컴프렌즈 이사를 맡고 있는 박유미 씨는 “양산 지역 발달장애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자립을 위한 교육시설과 프로그램은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발달장애인도 똑같은 인격을 가지고 있다.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이유로 무엇이 필요한지 묻지 않는다. 꿀벌을 지키는 환경운동과 장애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 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니봉봉’ 동아리 활동을 첫걸음으로 특수 학급반 어린이들과 함께 꿀벌 생태계 교육을 시작했다. 16명 중 8명이 발달장애 아이들이다. 여기에 환경부의 강사 지원을 받아 경력단절여성이었던 엄마들은 교육 강사로 변신해 꿀벌 생태계 교육과 더불어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책자도 마련했다. 발달장애아 부모들은 사회적기업 비컴프렌즈 일원이 되면서 표정도 한층 밝아지고, 자존감도 높아졌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양봉장 관리를 도맡고 있는 발달장애 사원 김태웅(22)씨가 도시양봉 체험교육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모습이다.
양봉장 관리를 도맡고 있는 발달장애 사원 김태웅 씨가 도시양봉 체험교육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모습.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임미현 씨는 “발달장애 아이들은 의사소통이 안 되다 보니 어딜 가든 몸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며 “꿀벌 생태계 교육을 하면서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교사로서 책임감도 생기고 스스로 자존감도 높아져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 사원이 포장 및 출고 등에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직무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오봉초등학교 근처에 설립한 ‘꿀벌 카페’에서는 발달장애인 사원들이 메뉴 개발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카페 업무를 차근차근 배워나가고 있다.

도시양봉 관리와 바리스타로 활동 중인 김태웅(22)·김영웅(22) 쌍둥이 형제도 만날 수 있었다. 꿀벌 생태계 교육이 끝나면 양봉급수관리는 물론 벌꿀이 좋아하는 식물관리, 병충해관리를 맡고 있는 김태웅(22) 씨는 “꿀벌을 지켜보고 관찰하는 자체가 흥미롭다”며 “꿀을 채취하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 즐겁다”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비컴프렌즈는 꿀벌(Bee)과 소통하는(Communications) 조금 특별한 친구들(Friends)의 합성어로 자폐성장애, 지적 장애 등 7명의 발달장애 아이들의 부모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사진=비컴프렌즈 제공>
비컴프렌즈는 꿀벌(Bee)과 소통하는(Communications) 조금 특별한 친구들(Friends)의 합성어로 자폐성 장애, 지적 장애 등 7명의 발달장애 아이들의 부모들이 만든 사회적기업이다.(사진=비컴프렌즈 제공)


꿀벌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활동 중인 김영웅(22) 씨는 “꿀벌을 매일 관찰할 수 있어 즐겁다”며 “꿀로 비누도 만들고 뜨거운 유자차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접할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옆에서 조력자로 활동하는 박유미 이사는 “양봉장 관리 자체가 벌을 무서워하면 할 수 없는 작업”이라며 “아이들이 처음에는 무섭고 다가가기 어려워하는데 이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똑같다. 그런 감정을 공유하면서 같은 눈높이에서 발달장애 사원들이 아이들을 챙겨주는 모습을 볼 때면 스스로 자립하는 방법들을 체득하는 것 같아 기특하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비컴프렌즈는 도심 속 빈 공간을 활용해 꿀벌을 키우는 ‘도시양봉’ 사업을 통해 꿀벌을 지키는 한편 도시양봉체험교육, 옥상정원 가꾸기 등 꿀벌의 개체 수를 늘려 꽃발화 증가, 곤충 증가, 작은새 유입, 도시생태계 복원 등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

비컴프렌즈는 양산 놀이터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슬기로운 놀이터 생활’이란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도시 재생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사진=비컴프렌즈 제공>
비컴프렌즈는 양산 놀이터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슬기로운 놀이터 생활’이란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도시재생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사진=비컴프렌즈 제공)


또한, 비컴프렌즈는 양산 놀이터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슬기로운 놀이터 생활’이란 주제로 도시재생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비장애인 등 놀이터에 함께 모여 벼룩시장을 비롯해 신체놀이, 영화보기 등 공동체 활동도 열고 있다.

한편, 발달장애인은 신체장애인에 비해 고용 비율이 낮고 고용 유지가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재능을 잘 아는 부모들이 만든 회사는 발달장애인 개개인에게 맞는 직무를 설계하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속적인 고용 창출과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도시양봉장 공유를 통해 꿀벌과 소통하는 비컴프렌즈, 그리고 발달장애인들의 다양한 활약을 기대해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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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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