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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에는 ‘북엇국’이 좋을까, ‘북어국’이 좋을까?

제3회 국어정책 연속 토론회…맞춤법 규정 필요성 놓고 갑론을박

2011.08.09 정책기자 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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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엇국’과 ‘북어국’ 당연히 익숙한 표기를 고르자면 ‘북어국’이다. 음식점에서도, 마트에서 파는 식품에서도 ‘북어국’이라고 적혀있는 게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옳은 표기 방법은 ‘북엇국’이다. 한글 맞춤법 규정에서도 ①두 단어가 합해져서 하나의 단어가 됐을 때 ②그 두 단어 중 하나는 반드시 고유어이고 ③원래는 없었던 된소리가 나거나 ‘ㄴ’ 소리가 덧날 경우 사이시옷을 쓴다고 규정돼 있다. 즉 북엇국, 감잣국, 김칫국 등이 옳은 표현인 것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는 ‘북엇국’과 ‘북어국’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펼쳐졌다. 손범규 아나운서(SBS)의 사회로 김정남(경희대), 김인균(신라대) 교수와 신지영(고려대), 차재은(경기대) 교수가 한 팀이 돼 성문화된 맞춤법의 유지와 폐지에 대해 각각의 주장을 펼쳤다.

‘북엇국’이 맞춤법에 맞는 표현이지만 우리 생활에서 ‘북어국’이 더 익숙하다.

성문화된 한글 맞춤법 규정을 폐지해도 된다는 측의 발표자 신지영고려대 교수는 성문화된 맞춤법이 필요했던 이유를 중심으로 논지를 펼쳤다. 신 교수는 “맞춤법통일안은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국어사전이 있으니 한글 맞춤법을 포함한 성문화된 어문 규정이 필요한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또 “규정 자체가 표기법의 현실화를 막는다.” 며 “표기법의 현실화는 규정을 없앰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규정을 없애고 합의된 표기형을 사전에 올리자는 것.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북엇국’을 쓰지 않고 ‘북어국’이라 쓴다면 사전에 ‘북어국’을 올리고, ‘해콩’이 아닌 ‘햇콩’을 쓴다면 ‘햇콩’을 사전에 등재하는 식이다. 어차피 어문규정이 존재하는 지금에도 한글 맞춤법 규정을 보고 표기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신 교수의 주장이다.

21일 목동방송회관에서는
21일 목동방송회관에서는 ‘제3회 국어정책 연속 토론회’가 열렸다.

신 교수는 이어 “불필요한 성문화된 표준 발음법 규정의 개정과 정비를 위해 에너지를 쏟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현 시점에 필요한 것은 어떤 단어의 발음이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는 발음 사전이나 한국어 화자들의 한국어 사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교재의 개발”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규정을 모두 없애면 ‘자장면’은 외래어 표기법과 표준 발음법의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규정이 없다면 사람들이 읽는 그대로 ‘짜장면’의 표기를 인정하거나 또는 이미 굳어진 대로 자장면으로 쓰는 것을 인정하되 ‘발음사전’에 [짜장면]이라고 기재하면 된다는 것이다.
 
성문화된 어문 규정은 한글 표기의
신지영 고려대 교수는 성문화된 어문 규정이 한글 표기의 현실화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다.

신지영 교수의 입장에 반박해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의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인균 교수는 “어문규정은 충분하지 못하고 명료하지도 않다.”고 부분적으로 인정했으나 “한글맞춤법규정과 사전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며 운을 뗐다.

김 교수는 “법 자체로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없기에 법의 해석과 판례가 있는 것이고, 변화하는 상황을 고려해 법의 오류를 해소하고자 법을 개정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어문규정도 법과 마찬가지로 국어의 모든 어문을 담아낼 수 없기에 사전과 해설이 있는 것이고, 변화하는 어문을 반영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규정의 정비와 개정에 에너지를 쏟는 것을 비판했던 신 교수의 의견에 반박했다.

맞춤법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의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김정남 교수는 “서구의 로마자와 달리 한글은 단어와 단어, 형태와 형태를 연결하기 때문에 표기상에 모종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전제했다.

김 교수는 “한국어의 특성상 형태적인 변화가 많고 또 단어의 형성에 있어서 배의성이 강해 복합어가 유난히 많다.”며 “이런 점들이 ‘한글맞춤법’을 어렵게 하는 요소이지만 바로 그런 점이 한글 맞춤법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언어는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변화하가 새롭게 생성된다.”며 “맞춤법이 정착됐다고 해서 규범을 버려서는 안 되며, 맞춤법을 통해 변화하는 언어를 충분히 교육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글사용의 매뉴얼인
김정남 교수는 “맞춤법이 정착됐다고 해서 규범을 버려서는 안 되며, 맞춤법을 통해 변화하는 언어를 충분히 교육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남 교수는 한글 맞춤법 총칙 제1항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를 언급했다. 소리대로 적는 것이 기본이긴 하지만, 그 단서는 ‘어법’이라는 것.

예를 들어 어법이 없이 소리만 정했을 경우 ‘올아버니’, ‘오라번이’, ‘올압언이’ 등의 이표기들이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북엇국’은 [부거꾹/부걷꾹]으로 된소리가 발음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써 ‘북엇국’이라고 쓰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정남 교수는 그러면서 “한글 맞춤법은 한글 사용의 ‘매뉴얼’이기에 그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후에 통일이 되었을 때 남 북의 표준어를 정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한글맞춤법 규정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반대 측 지정토론자로 나선 차재은 교수는 김정남 교수가 주장했던 규정 폐기 시 나타날 한글 표기의 혼란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표기법의 현실적 매뉴얼은 한글 맞춤법보다는 표준국어대사전”이라며 “사전에 없는 단어의 표기는 한글 맞춤법이 ‘규범’이 아닌 ‘내부지침’으로 존재하더라도 아무 문제없이 처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남 교수가 말하는 ‘소리’가 관건이라면 ‘해를 높여 이르는 말’인 ‘해님’은 많은 사람들이 [핸님]이라고 발음하기에 ‘햇님’이 돼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반박했다. 맞춤법 규정 때문에 [핸님]이라고 발음하지만 ‘해님’이라고 쓰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

차재은 교수는 한글 맞춤법의 오류에 대한 두 번째 근거로 외래어를 들었다. 차 교수는 “외래어는 분명 한글로 적지만 한글맞춤법은 외래어에 대해 아무런 규정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 외래어의 발음과 표기에 현실화가 필요하지만 한글맞춤법이 그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반드시 한글 맞춤법을 강제적 ‘규범’으로 둘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말에 대한 토론인 만큼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것 같다.
토론회를 경청하고 있는 방청객들의 모습

한편, 방청석에서는 [버스]와 [뻐스]의 발음이 혼동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손범규 아나운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제공하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발음을 한국아나운서연합회에서 녹음하고 있다.”며 운을 뗐다.

손 아나운서는 다만 “외래어에 대해서는 녹음을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아직도 논의 중”이라면서 “외래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우니 국민들 또한 많은 여론을 형성해서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조선일보와 국어학회가 주관하는 국어정책 토론회는 3회째를 맞았지만 시민들의 참여는 아직 부족한 현실이다. 이 날도 방청석 곳곳에는 눈에 띄게 빈자리가 많았던 점은 다소 아쉬웠다. 방청석을 가득 매운 방청객들이 토론자들과 함께 진정한 의미의 ‘국어정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책기자 강다은(대학생) daeun102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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