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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출신 정수림 씨 ‘공무원’ 되다

여가부, 정부 최초 결혼이주여성 공무원 임용

2011.05.12 정책기자 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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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다문화 가정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정책을 잘 전달하는 연결고리가 되고 싶습니다.”

결혼이주여성 최초로 중앙부처 공무원이 된 몽골 출신 정수림(자담바 르크하마수렌·36)씨의 포부이다. 정 씨는 지난 4월 18일부터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과로 출근해 일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시간제 계약직이나 전문 지방계약직 등으로 결혼이민자를 채용한 적은 있지만, 중앙부처에서 결혼이민자를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 관련 정책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장으로 직접 나가 프로그램 진행 사항도 점검하고 이주여성들의 의견도 들어보면서 그 개선점을 함께 찾아보는 것이 저의 업무입니다.”

이 외에도 초기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안내서 번역과 교정, 결혼이민자들의 민원 상담과 교육 등을 진행하는 것이 정 씨의 임무이다. 그가 아니면 안 될 업무는 아니지만, 그이기에 더욱 잘 해낼 수 있는 업무랄까.

결혼이주여성으로는 최초로 정부부처에 임용된 정수림 씨. 정 씨는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다문화가정 업무를 맡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으로는 최초로 정부부처에 임용된 정수림 씨. 정 씨는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다문화가정 업무를 맡고 있다.
 

몽골에서 태어나 울란바타르에서 대학(경영학과)을 졸업한 정 씨는 지난 2000년 한국 여행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했다. 그 뒤 2005년 정식으로 귀화해 ‘한국사람 정수림’이 됐다.

두 살 터울의 두 아들을 키우며 살림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던 그는 2008년부터 집 근처 남양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교육에 참여하면서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지원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한국어 보조강사 양성과정’을 듣게 됐어요. 그 전까지는 잘 몰랐었는데 센터에는 이주여성들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더군요. 배울 수 있는 기회나 정보는 많은데, 많은 이주여성들이 남의 시선을 예민하게 생각해 찾지 않는 점은 지금도 참 안타깝습니다.”

TV 드라마를 보며 홀로 한국어를 독학했던 그는 센터를 통해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고, 그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최고 등급인 6등급에 도전해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한글 워드와 엑셀 등 컴퓨터 활용 능력도 꾸준히 연습해 수준급으로 끌어올렸다.

이듬해인 2009년부터는 센터에서 몽골 출신의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통역과 번역 지원 업무를 하면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 이런 노력은 올해 3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취득과 서울여대 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 취득으로 이어졌다. 이론과 실무,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추게 된 그는 이로써 ‘사회복지 전문가’라는 자신의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서게 됐다.

지칠 줄 모르는 도전과 꾸준한 준비 덕분이었을까. 지난 3월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결혼이주여성 대상으로 공무원 채용에서 정 씨는 12대 1이라는 높은 경쟁을 뚫고 당당히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됐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좋은 경험이 되겠다 싶어서 지원했는데, 막상 합격을 하고 나니 정말 기쁘고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대를 하시니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이에요.”

다문화가정과 여성가족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고 싶다는 정수림 씨
다문화가정과 여성가족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고 싶다는 정수림 씨

채용 과정부터 그를 곁에서 지켜 본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과 안상현 팀장은 “다문화 가족 관련 업무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에 결혼이주여성인 정수림 씨가 함께 일하게 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우리말도 상당히 능숙하고, 무엇보다 노력하는 자세가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했지요. 앞으로 다문화 정책의 수혜자 측면에서 점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 이만한 적임자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 팀장은 “정 씨가 첫 포문을 연 셈”이라며 “정부부처는 물론 많은 민간단체에서도 결혼이민자들을 채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수림 씨는 11년 동안 다문화 가정의 주부로 살아오면서 자신이 느낀 점들이 많은 만큼 정책적으로 실현해나가야 할 부분도 많다고 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아이들의 교육 문제입니다. 한국말이 서툴고 도와줄 이웃이 없는 엄마들에게는 당연히 더디고 배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어요. 한국의 문화를 따라가며 걱정과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엄마 나라의 문화도 함께 가르치며 많은 경험을 시켜준다면 글로벌 인재로 충분히 커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한국 사회의 다문화 인식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다문화 가정은 무조건 저소득층이고, 도와주어야 하는 불우 이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아요. 하루 아침에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변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결혼 이주여성들의 다정한 언니이자 친구로 활동하게 될 정수림 씨의 당찬 포부가 앞으로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책기자 지혜영(프리랜서) hyeyj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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