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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 40년된 핫도그 공장이 마을 카페로 변하다!

핫도그 공장의 변신에서 살펴본 행안부 지역사회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

2020.02.13 정책기자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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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 모든 게 변한다. 특히 건물은 낡기 마련이다. 오래되거나 방치된 건물은 동네의 흉물이 되기 쉽다. 그대로 두면 범죄의 온상이 되는 등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건물을 고쳐서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한다면 마을 모습을 환하게 바꿀 수 있다. 낡은 물건을 새로 고쳐 쓰듯이 건물도 재생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이런 사업을 하고 있다. 옛 주민센터와 동네 창고, 폐교 등 비어있는 공공 공간을 마을도서관이나 공유사무실 등 지역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단 정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다.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지역사회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이다.

2018년 처음 공모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시 금천구, 부산시 동래구 등 4곳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옛 소방서 건물을 주민자치 활성화 공간으로 만든 금천구의 ‘금천 1번가’, 방치된 주택을 마을 주민들의 소통공간으로 만든 동래구의 ‘1797팽나무하우스’ 등이 지난해 문을 열고 주민 사랑방으로 정착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총 2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방치된 공공시설 24개소를 주민참여와 청년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총 2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방치된 공공시설 24개소를 주민참여와 청년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출처=행정안전부)


정부는 올해 270억원을 투입해 15개 시·도 24개 지역에서 지역사회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을 한다. 주민 반응이 좋아 지난해보다 예산이 42억원 늘었다. 국비 133억원, 각 시도 예산 137억원을 합친 것이다. 오래된 건물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계획을 세우고 공간 조성에 참여하는 등 모든 것이 주민 주도로 이뤄진다. 공간을 사용할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내가 사는 경기도 성남시도 쓰지 않거나, 사용하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건물이 많다. 신도시로 만들어진 분당과 달리 구도심은 1960년대 초 서울시 이주민 정책에 따라 옮겨온 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50년 넘은 단독주택이 많다. 이런 건물들은 사업성이 없어 재개발,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아 연로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방치된 건물도 많다.

지역주민의 사랑방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성남시 논골작은도서관이다.
지역 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성남시 논골작은도서관이다.


그래서 지자체가 나섰다. 성남시는 올해부터 논골 지역 등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낡은 단독주택지를 사들인다. 이렇게 사들인 토지는 공원, 주차장 등의 도시재생 기반시설, 쓰레기 수거함, 공동텃밭 등을 설치하거나 청년 주거공간, 문화창작소 등으로 활용한다. 올해 15억원의 예산을 투입, 빈집을 구매해 마을 주민들이 필요한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아니라 주민 스스로 마을환경 개선을 위해 나선 경우도 있다.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카페 ‘재미(J.M)’다. 행안부 지원이 없어도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참여해 낡은 건물을 개조한 것이다. 오래된 핫도그 공장을 개조한 마을 카페다. 이 카페가 어떻게 마을 커뮤니티 시설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직접 찾아 가봤다.

40년 된 핫도그공장이 5년 넘게 방치되었다가 마을 카페로 변신했다.
40년 된 핫도그 공장이 5년 넘게 방치되었다가 마을 카페로 변신했다.


성남시 신흥동은 달동네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이 마을 한가운데 오래된 핫도그 공장이 있었다. 핫도그는 배고팠던 시절 대표적인 국민 간식이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해 햄버거, 치킨, 피자가 등장하자 핫도그 공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문을 닫은 핫도그 공장은 5년 넘게 그대로 방치되었다. 점점 흉물스럽게 변해갔지만, 사유재산이라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이 공간을 눈여겨 본 사람이 있었다. 현재 카페 ‘재미(JM)’를 운영하는 이현식 대표다. 그는 성남 신흥동 벽화 작업을 하는 등 도시재생에 앞장서왔다. 그러다 동네 주민들이 흉물스런 핫도그 공장에 벽화 작업을 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공장을 둘러보던 이 대표는 건물이 오래 방치된 터라 벽화 작업만으로 건물을 살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방치되었던 핫도그 공장을 부수지 않고 카페로 고치는 모습이다.(출처=카페 JM)
방치되었던 핫도그 공장을 부수지 않고 카페로 고치는 모습.(출처=카페 재미)


이 대표는 2016년 경기도문화재단이 주최한 창생 공간 공모에 ‘핫도그 공장 개조 방안’에 관한 서류를 제출해 최종 선정됐다. 경기도 지원을 받아 낡은 핫도그 공장을 살리기 시작했다. 건물을 부수지 않고 새로 고쳐 쓴다는 개념으로 공모에 당선됐기 때문에 공장 구조와 뼈대를 살리고 내부만 고치는 작업을 했다. 하지만 건물이 워낙 낡아서 쉽지 않았다. 중간에 공사비가 과다 소요돼 공사가 몇 차례 중단됐다.

이 대표가 보여준 옛날 핫도그 공장 사진을 보니 블록 건물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건물이다. 사실 다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동네 어르신들이 핫도그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건물을 부수지 않고 살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7년 5월에야 공사를 끝내고 정식으로 카페 문을 열었다.

마을카페 '재미'는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동네 사랑방이다.
마을카페 ‘재미’는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동네 사랑방이다.


카페 재미(J.M)는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retro) 감성이 물씬 풍긴다. 이곳이 오랫동안 방치됐던 핫도그 공장이었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1층은 드로잉, 목공 등 주민들을 위한 작업 공간(공방) 겸 갤러리(전시실)다. 2층엔 카페와 야외 테라스, 미니 공연장이 있다.

내가 방문했던 날 카페에서는 박화재형 서각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곳은 카페지만 마을 주민은 물론 예술가들의 갤러리가 되기도 한다. 전시회가 열리면 주민들은 오다가다 작품을 볼 수 있으니 문화적 충전소 역할도 한다.

카페에서 각종 전시회가 열려 마을 주민들의 문화 충전소 역학을 한다.
카페에서 각종 전시회가 열려 마을 주민들의 문화 충전소 역학을 한다.


카페 이름을 왜 ‘재미’로 지었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재미는 말 그대로 재미가 있고 동시에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이곳이 한 때 흉물스러운 공간이었지만 마을 주민들의 아지트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 성장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핫도그 공장을 부수지 않고 개조해 천정에 건물 뼈대가 그대로 드러난다.
핫도그 공장을 부수지 않고 개조해 천정에 건물 뼈대가 그대로 드러난다.


카페 내부를 둘러보니 천장과 벽이 거친 모습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낡은 핫도그 공장 뼈대를 그대로 살려 개조했기 때문이다. 천장에는 핫도그 공장 건물 목조가 보이고, 지붕엔 슬레이트가 보인다. 천장이 뻥 뚫려 있으니 시원한 감도 있다. 카페 내부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하다. 공방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핫도그 공장 시절 핫도그를 숙성시키던 다락방도 그대로 살렸다.
핫도그 공장 시절 핫도그를 숙성시키던 다락방도 그대로 살렸다.


카페 구석에는 다락방이 있다. 옛날에 핫도그 공장이 있을 때 핫도그를 숙성시키던 곳이다. 다락방은 마을 주민들이 편하게 앉아 마음껏 수다를 떨기에 딱 좋다. 이런 공간을 부수지 않고 예쁜 다락방으로 살려내 다행이다. 낡았다고 부수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제대로 보여준다.

행안부는 올해 시·도별로 방치된 공공시설 24개소를 주민참여, 청년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 시범사업을 통해 사업 모델을 정립해 정규사업으로 전국에 확대시킬 계획이다. 이 사업은 국토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과도 맞아떨어진다. ‘재생’(再生)이란 말은 사전적 의미로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남’, ‘낡거나 못쓰게 된 물건을 가공해 다시 쓰게함’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도시재생은 낡거나 못쓰게 된 도시나 건물을 다시 살리는 것이다.

주민들이 카페에서 드로잉, 목공 등 공방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페는 드로잉, 목공 등 주민들의 공방으로 활용되고 있다.(출처=카페 재미)


마을 카페 재미(J.M)에 가보니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것보다 전통이 있는 역사적인 건물을 잘 살리고 재생해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이는 행안부가 추진하는 ‘지역사회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과 국토부의 ‘도시재생’을 한꺼번에 해결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례들이 다른 곳으로 확산되어 방치되거나 쓰지 않는 건물들이 재탄생해 주민들이 모여드는 공간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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