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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me의 웹문화보기43] ‘펌’ 이 나쁜 이유

출처 명기하지 않으면 저작권법 위배될 수도

200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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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울 정도로 되풀이되는 얘기지만 또 한 마디 해야겠다. ‘펌, 대안이 없을 경우에만 하자.’

웹 문서의 내용을 통째로 긁어와 다른 웹사이트에 게재하는 것을 소위 ‘펌’ 이라고 하고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펌질’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펌이 인터넷 문화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고 순기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부정적인 영향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바로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펌’ 기능이다. 음지에 있던 펌 문화를 양지로 끌어내 한국의 펌 문화를 활짝 꽃피웠다.

‘웹에 어떤 글과 자료를 올린다는 것은 모두에게 공개한다는 의미 아닌가? 왜 퍼가는 것을 가지고 뭐라고 하나?’ 라고 반론하는 이들이 있는데, ‘공개한다’ 는 말속에 함정이 있다. 이건 ‘공개된다’ 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웹에 어떤 자료를 올린다는 것은 해당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누구나 아무 제약 없이 자유롭게 열람해도 좋다는 의미이지, 그 자료를 아무렇게나 배포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마음대로 이용하세요’ 라는 공지가 따로 없다면 퍼가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개인적인 영역 - 본인만 볼 수 있는 - 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요즘엔 운영자 스스로 공개 정보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퍼가기 전에 미리 이를 확인해두면 좋을 것이다.

인터넷과는 별 관련 없는 어떤 강의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내 강의를 녹음해서 개인적으로 활용하는 건 상관없어요. 하지만 그걸 공개 게시판이나 사이트에 올리진 마세요. 왜냐하면, 그 자료가 너무 여러 곳에 퍼져버리고 나면, 나중에 좀 더 보완된 내용을 전하거나 혹 내가 잘못 말했던 내용을 고쳐주기가 너무 힘드니까요.’

◆ 웹 문서의 특징, ‘교정’의 자유로움

이 말에서 '펌질' 이란 말을 떠올렸는데 펌의 문제점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웹 문서를 가장 웹 문서답게 만드는 특징 중 하나는, ‘교정’의 자유로움이다. 어떤 글을 작성하는 경우 방문자는 덧글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이 글에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참조 문서를 소개한다. 때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작성자는 이런 의견을 보고 원문을 교정하고 보완하거나 또 다른 반론을 첨부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원문을 중심으로 이뤄질 때 가장 좋다. 만일 펌 문서가 여러 곳에 떠돌아다닌다면 논쟁 또한 소모적으로 되풀이되며 원문에서는 이미 교정된 내용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기 마련이다. 얼마나 비합리적인가. 웹 문서가 이렇게 긍정적 의미의 ‘현재진행형’ 이 되려면, 물론 처음에 작성한 것에 비해 나중 문서가 어떻게 교정됐는지 독자들이 알 수 있도록 수정 정보를 표시해주는 것이 좋다.

대학가 주변의 불법 제본도 무분별한 ‘펌질’ 과 비슷한 점이 많다. 좋은 게 아니란 것쯤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하고 있는 것,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유용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원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해도 쉽게 하게 되는 것, 원본을 찾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하기도 하는 것, 내 소유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내 것은 아닌 것. 제본이든 펌이든 ‘재배포’를 하지 않는 한도의 개인적인 용도라면 모든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문제는 제본과 펌질이 그 범위를 자주 벗어난다는 점이다.

최근 한 블로그 사용자가 ‘글을 도둑맞았어요’ 라는 글을 작성했는데, 자신이 쓴 글을 어떤 기자가 허락 없이 무단 도용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자 짤막한 사과 답변이 왔고 해당 글이 삭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하고 글을 삭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악의적 의도가 없는 펌과는 죄질이 다르며 한 마디로 악질에 해당한다.

어떤 이는 자신의 블로그에 다른 이의 글을 자기가 작성한 것처럼 올렸다가 들통 나 혼쭐이 나기도 했다. 이 경우는 비록 작은 일이지만, ‘실수’ 가 아닌 분명한 ‘잘못’ 이며, 창피해야 할 일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이 사람을 마녀로 만들어선 안 될 일이지만 이런 사건을 계기로 모두가 펌에 대해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보면 어떨까.

◆ 퍼 가는 것도 저작권법에 위배된다

통째로 퍼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부분만 슬쩍 인용하여 - 물론 출처 없이 - 본인의 글에 끼워 넣는 것도 큰 문제다. 위에 언급한 기자와 동급의 악질이다. 퍼간 문서의 경우 원문 작성자가 이를 찾아내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인데 부분도용을 적발해내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다. 다른 이의 글 전체를 긁어 다른 곳에 그대로 옮기는 행위, 펌이 펌질이라고 비난받는 이유는 출처 명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 글을 읽게 되는 사람들은 퍼온 사람이 썼다고 믿기 때문이다. 펌을 싸잡아 비난할 순 없겠지만 펌은 여전히 말썽거리를 많이 만드는 주범이다.

만일 어떤 이가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이건 퍼가지 말아 주세요’ 라고 적어 놓았다면 그를 존중해주는 게 맞다. 만일 혼란스럽다면 해당 글을 링크하거나,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출처를 명기하거나, 본인만 볼 수 있는 곳에 저장하면 속 편하다. 나중에 따로 보려는 의도였다면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면 된다. 다른 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면 링크 혹은 인용 후 그 출처를 명기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링크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웹사이트도 있긴 하지만 - ‘웹에 올렸다면 공개된다는 의미인데 이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는 말은 이런 경우에 적절하지 않을까 - 링크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았거나 악의적인 의도가 없었다면 별 문제 없다. 링크를 둘러싼 각종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순수한 목적으로 링크한 사람이 피해를 본 사례는 아직 없다.

현실적으로 와 닿진 않겠지만 펌질의 경우라면 이해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면책이 매우 어렵다. ‘퍼가는 것이 저작권법에 위배되나요?’ 라고 묻는다면 일단 ‘그렇다’ 라고 할 수밖에 없다. 펌은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에 해당하는데 허용되는 범위는 매우 좁다. 통상 자료의 이용자가 10명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가 문제 제기를 한다면 퍼온 사람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현실과 괴리가 있고, 개선돼야할 부분이지만 아무튼 현행법은 그렇다.

지겨운 말을 또 반복한다. 퍼가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보자. 이것 외에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국정넷포터 이강룡 / 웹칼럼니스트 readme@readme.or.kr

<이강룡(readme)님은> 99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하여, 인터넷한겨레 웹기획자, 와이더덴닷컴 TTL 웹PD 로 일했으며, 2002년 12월 '우리말글 바로쓰기' 사이트 기획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2003년 11월 열린책들 단편소설공모에 당선됐고, 현재는 블로그 'readme 파일' (http://readme.or.kr) 을 운영하며 여러 매체에 웹 문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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