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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이끄는 ‘우먼파워’

한국대표단 ‘깐깐한’ 여성 2인의 애환과 뒷얘기

2006.08.28 박철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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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상에서 통신과 전자상거래 분과장을 맡고 있는 남영숙(44·여) 자유무역협정 제2교섭관. 1980년대 대학을 다녔던 그는 당시 좌파 경제이론에 몰두했던 이른바 운동권 학생이었다. 운동권 이력의 한미FTA 협상 대표를 다소 어색하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의 생각은 분명하다.

“1980년대 한국과 비교해 2006년의 한국은 너무 많은 것이 달라졌잖아요. 과거같은 저개발 국가도 아니고, 또 세계적인 틀도 얼마나 많이 바뀌었습니까. 무엇보다 미국은 강대국이라서 FTA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그동안의 변화를 녹여내지 못한 주장입니다.”

한때 좌파 경제이론에 몰두했던 운동권 출신

한미FTA 협상에서 통신과 전자상거래 분과장을 맡고 있는 남영숙 교섭관

남 교섭관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국제개발학을 공부한 후 20년 가까이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일했다. 지난해 초 정보통신부 개방직 국가공무원이 된 후 올 2월에 외교부로 옮겨 FTA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남 교섭관은 OECD에서 일할 당시 사석에서 외국인 동료들에게 한국이 미국에 종속되는 것을 걱정하면 모두 ‘기절할 정도’로 놀랬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에의 종속을 논할 수 없을 정도의 높아진 위상이라는 얘기다.

졸속 추진이라는 일각의 비판도 협상 테이블에서는 생뚱맞은 얘기다.

“워싱턴에서 1차 협상을 할 때 한미FTA 반대 시위를 지켜 본 미국 측 협상자가 왜 그러는거냐고 묻더군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추진한다는 비판이 하나의 이유라고 했더니 ‘한국 측 협상단은 미국의 개별 주(州)의 법까지 들이댈 정도인데, 그런 이유로 반대한다면 이해하지 못 하겠다’는 반응이었어요.”

미측 “미국과 FTA 체결국중 한국이 사전준비 최고”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 측 준비에 대한 미국 측의 평가는 그간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나라 중 최고라는 것이다.

우리 협상단 중 또 한 명의 여성 분과장(서비스와 경쟁)인 유명희(38) 과장 역시 한미FTA를 둘러싼 오해가 황당할 정도라며 속 상해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한 괴담 수준의 이야기들이다.

유 과장은 “정작 미국 협상단은 애초부터 우리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공공서비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측이 제기한 SAT(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서비스에 대한 관심 역시 부풀려졌다는 게 유 과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는 당사자로서 협상 내용을 섣불리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여간 답답한 마음이 아니라고 전한다.

1992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생활에 첫 발을 디딘 그는 1995년 당시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우리나라 첫 번째 여성 통상 협상전문가다.

논리적이면서도 터프…‘한국의 칼라힐스’ 별명

서비스와 경쟁 분과장을 맡고 있는 유명희 과장

유 과장은 한-싱가폴 FTA 등 굵직굵직한 통상 현안에서 논리적이면서도 '터프'한 협상 실력을 발휘했다. 한-싱가폴 FTA 협상 이후에는 '한국의 칼라힐스'(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라는 별명도 얻었다. 당시 싱가폴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요구하자 그대로 협상장을 나가 버릴 정도로 ‘강단’을 보여준 데서 생긴 별명이다.

그는 통상에는 법률 지식이 필수라는 생각에 재직 중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 로스쿨 3년 과정을 마치고 미국 뉴욕 주와 워싱턴DC의 변호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그는 미국 법률에 정통하다보니 “우리는 한국 법률을 잘 모르는데 유 과장이 미국 법률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불공평하다”는 미국 협상단의 농담섞인 불만을 듣기도 한다며 웃는다.

남 교섭관이나 유 과장은 2차례 협상을 치른 이후 이제 미국 측 협상가들과는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협상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점심식사 같은 비공식 자리도 서로 의견을 나누며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협상 테이블이 된다고 전한다.

다소 사적인 자리를 통해 상대방을 논리로만 얘기해야 할 사람인지, 감성적인 측면을 건드리면서 접근해야할 지를 면밀히 따져본다는 것이다.

또 유 과장은 "다른 협상팀원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한미FTA 협상을 준비하면서부터 일상의 변화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전한다.

가정생활 충실 못해 아이들에게 미안

우선 식사문제다. 대개 저녁식사는 하루 중 가장 제대로 먹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는 곡물을 갈아만든 선식으로 대신한다. 부득이 저녁약속이 잡히면 점심식사가 선식이 된다.

“나름대로 고육지책이에요. 가정에 할애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없을까 고민 끝에 밖에서 먹는 두 끼 식사 중 한 끼는 일하면서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죠. 물론 별 맛은 없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밤 12시 전에 귀가해 조금이라도 아이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과장에게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다섯 살배기 딸이 있다. 요즘 그를 가장 가슴아프게 하는 장본인은 딸아이다. 주말이 돼야 엄마가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부터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엄마 오늘 주말이야?”라고 묻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다섯 번은 딸을 실망시켜야하니 안쓰러울 수밖에 없다.

또 퇴근 후 운동과 잠들기 전 영자신문 읽기다.
미국 측과의 협의, 국내 의견수렴, 자료 조사 등에 잠잘 시간도 부족하지만 건강 관리는 놓칠 수 없다. 체력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장기간의 협상을 실수없이 진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소소한 사생활은 없다…모든 생활의 초점은 FTA협상에

“밤늦게 녹초가 되서 집에 돌아왔는데 운동하러 나가려면 정말 싫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내 몸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걸요.”

의사소통에 별 문제는 없지만 어차피 네이티브가 아닌 만큼 아무리 늦게 귀가해도 영자 신문을 훑어보고 나서야 잠자리에 든다. 긴장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오랜 기간 협상가로, 또 국제단체에서 활동한 여장부들이지만 최근의 국내 비판 여론을 생각하면 협상이 주는 중압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유 과장은 “협상에 들어가면 신경이 곤두서서 잠을 못 이룬다”고 털어놓았다. 남 교섭관은 체력 보강을 위해 최근 보약을 지어 먹기도 했다.

일단 한미FTA가 끝날 때까지 소소한‘사생활’은 없다. 먹고 자고 일하는 모든 생활의 초점은 한미FTA 협상에 맞춰져 있다.

“미국과의 FTA는 분명 우리에게는 기회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협상단 일원으로서 바람은 막무가내식 반대보다 생산적인 비판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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