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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 연기와 ‘모델’ 식 표현, 그리고 스타시스템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Actor(배우)
영화가 탄생하던 시기에 배우들은 연기하지 않았다.
아니, 초기영화에서 배우 개념은 없었다. 비전문배우들이 마치 사진 찍듯이 촬영에 임했고, 감정 이입 없이 움직였다.
영화사에 ‘배우’ 개념이 도입되었던 것은 1908년 이후 ‘필름다르(film d'art)’가 등장한 시기부터다. 말 그대로 ‘예술영화(필름다르)’를 지향했던 영화는 예술의 한 부류인 ‘연극’에서 배우들을 빌려와 촬영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의 배우들은 ‘예술가’ 입장에서 영화에 임했다고 볼 수 있다.
라틴어 ‘actor’에서 시작된 ‘배우’란 명칭은 연극작품의 ‘인물’을 가리키는 말로, 17세기 초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다. 그중 영화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우리는 ‘영화배우’라고 부른다.
2014년에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배우 최민식(왼쪽 두번째)이 오픈토크에 참여해 자신의 연기론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영화배우의 2가지 유형
전통적으로 영화배우는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잘 알려진 ‘메소드 연기’ 스타일이 그중 하나고, 영화감독 브레송이 이름 붙인 ‘모델’ 식의 표현 중심 연기자 부류도 있다. 이 분야의 연기자들은 지나치게 ‘연기한다’고 판단되는 연극적인 연기양식을 거부한다.
최근의 배우들은 위의 두 가지 방식 모두를 조합해서 연기하기 때문에 둘 사이의 차이점을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주요한 배역의 연기 패턴을 세밀하게 관찰하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심리적인 측면에서 감정 몰입식의 메소드 연기는 미국의 ‘액터스 스튜디오’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배우로는 제임스 딘과 말론 브란도가 자주 언급된다. 한국배우로는 최민식이 떠오른다.
메소드 연기를 창안한 러시아의 연극연출가 스타니 슬라브키는 “심리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 사이에 끊을 수 없는 유대관계가 형성될” 때 배우 스스로 주인공과 동일시된다고 설명한다.
메소드 연기는 대사보다는 비언어적 표현을 더 선호하며, 배역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배우가 변신하기도 한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한편 기술적 표현을 중시하는 연기자 유형은 프랑스 영화계가 유독 더 선호한다. 따라서 프랑스의 연기학교는 미국과 달리 마임이나 웅변, 발성 등의 육체 활용법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식의 교육을 통해 성장한 배우들은 특유의 기술적 영역을 소유하게 된다.
철학자 디드로는 18세기 고전주의 관점에서 연극을 논하며 ‘배우의 역설’을 말한 적이 있다. 그는 표현력 위주의 배우들을 일컬어 “진실성 있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경이로운 꼭두각시”라고 했고, 감정을 배제한 채 내면의 동작을 모순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적 연기자가 연극의 핵심이라 말했다.
표현적 기술의 대표 연기자로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자주 언급된다. 한국영화에서는 안성기나 송강호 같은 배우들이 떠오른다. 이들은 각자 표현의 강점을 지닌 특화된 연기 영역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72회 칸영화제 시상식 후 포토콜에서 봉준호 감독이 무릎을 꿇고 배우 송강호(왼쪽)에게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전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UPI,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가늠할 수 없는 스타시스템
마지막으로 배우는 ‘스타 시스템’을 통해서도 완성된다. 19세기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대형 스튜디오 프로덕션의 스타시스템은, 한 마디로 반짝이고 근접할 수 없는 환영의 이미지를 이용한 ‘영화산업의 꽃’이다.
‘스타’를 활용할 때 영화는 내러티브보다는 ‘배우 자체’에 좀 더 기대는 경향을 보인다. 이때 연기자들은 고전적 배우들과 달리 스스로를 변형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모든 요소들을 자기 자신이 흡수해 버린다.
스타를 한 마디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하늘이 내려준 것이라 했고, 에드가 모린은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스타야말로 미스테리함 그 자체일 것이다.
20세기 이후 디지털 특수효과가 발전하면서, 배우의 육체와 얼굴에 대한 중요도는 과거보다 약화되는 추세다. 배우의 위상 역시 인공적 이미지와 융합되어서 낮아지고 있다.
심지어 최신 할리우드 영화는 그래픽의 가상 영역에 연기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런 시기에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인지’ 논하는 일은 점차 모호해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배우들이 ‘예술가’란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무관하게, 그들은 스스로 빛나는 스크린의 예술가들이다. 가늠할 수 없는 배우들의 예술적 행보는 여전히 영화와 함께 숨 쉬고 있다.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 네이버 영화사전, 한겨레신문 등에 영화 관련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화학 강사로 일했다. 2014년에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을 감독했으며, 현재 독립영화 <세상의 아침>을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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