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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담은 북유럽의 하지축제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스웨덴/스톡홀름 군도

2019.07.30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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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희곡작품 중에 <한여름 밤의 꿈>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한여름’은 영어 미드서머(midsummer)를 문자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 것이라서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7, 8월을 생각하게 되지만, 서양에서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짧고 낮이 가장 긴 날인 6월 21일, 즉 하지 기간을 말한다.

하지가 끼어있는 6월 19일에서 25일 사이 기간 중 유럽에서는 각 나라마다 고유의 축제를 벌이는데 이 축제는 옛날부터 전해지던 하지축제에 기독교가 전파됨으로써 전래된 종교적인 축제와 접목된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사실 6월 24일은 세례자 요한의 축일이다. 

서양에서 하지축제를 가장 확실하게 또 대대적으로 즐기는 나라는 북유럽의 스웨덴과 라트비아이다. 스웨덴에서 하지 기간은 6월 20일에서 26일이고 그 사이의 낀 토요일을 미드솜마르(midsommar)라고 한다. 영어의 ‘미드서머’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하지축제의 클라이맥스는 전야인 금요일 저녁으로 이를 미드솜바르바카(midsommarvaka)라고 한다. 스웨덴 사람들 중에는 스웨덴에서 가장 중요한 국경일인 6월 6일을 아예 이 날로 대체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축제 때 정원에서 친지들과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사람들.
하지축제 때 정원에서 친지들과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사람들.

사람들은 이 축제 때 정원이나 들판에 ‘미드솜마르 기둥’이란 뜻의 미드솜마르스통(Midsommarstång)이라고 하는 길쭉한 십자가처럼 생긴 나무 기둥을 세워 꽃과 잎사귀로 장식하며 고운 식탁보로 장식된 야외테이블에서 절인 청어와 감자요리 같이 다소 소박한 메뉴와 제철을 맞아 맛이 일품인 전통음식과 곡물과 감자를 발효해서 만든 술을 즐기는데, 신선한 딸기가 듬뿍 들어있는 케이크는 단골디저트이다.

그리고는 음악에 맞추어서 미드솜마르스통 둘레로 모두 함께 춤을 춘다. 한편 여인과 아이들은 꽃으로 엮은 화관으로 머리를 장식하기도 한다. 또한 결혼하지 않은 아가씨들은 들판에 나가 아홉 종류의 꽃을 따서 다발을 만들어 배게 아래에 놓고 잠을 자면 꿈에 결혼할 상대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물론 이것은 옛날 풍습일 뿐이다. 요즘 아가씨들은 남자를 스스로 직접 고르니 말이다. 

하지축제 때 머리를 화관으로 장식한 아이.
하지축제 때 머리를 화관으로 장식한 아이.

이러한 하지축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음악에 담은 스웨덴 작곡가가 있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대표하는 음악가라면 핀란드는 시벨리우스, 노르웨이는 그리그, 덴마크는 닐센을 손꼽는다.

스웨덴은 알벤(H. Alfvén 1870-1960)을 손꼽는데 그는 뛰어난 화가이기도 했다.

그가 작곡한 3개의 스웨덴 광시곡 중 제1번이 바로 ‘미드솜마르바카(Midsommarvaka)’, 즉 ‘하지축제 전야’이다.

이 경쾌한 곡은 그의 작품 중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 스웨덴 민속음악의 전통이 부분적으로 녹아져 들어있다.

스웨덴에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하지축제 주간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들이나 해변의 통나무집이나 캠핑장이나 요트가 정박된 항구로 향한다. 특히 스톡홀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은 풍요한 여름빛이 쏟아지는 스톡홀름 군도이다.

지도를 보면 스톡홀름에서 북동쪽으로 크고 작은 섬들이 약 60킬로미터에 걸쳐 오밀조밀하게 먼지처럼 수없이 많이 흩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모두 3만개 정도 된다. 우리나라 남해 한려수도의 스칸디나비아 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한려수도에 비하면 이곳 섬들의 지형은 그리 높지 않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저녁에 스톡홀름 행 크루즈 연락선인 실랴(Silja) 라인이나 바이킹 라인을 타면 스톡홀름 항구에 입항하기 전 아침에 이 군도를 지나게 되는데 아침햇살을 머금고 한없이 펼쳐지는 섬들의 환상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스톡홀름 군도의 어느 섬 마을 항구.
스톡홀름 군도의 어느 섬 마을 항구.

옛날에 스톡홀름 군도는 어부들과 농민들의 삶의 터전이었고 이곳에 사는 인구도 모두 합쳐 3000명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휴양지로 각광받아 약 5만 채의 크고 작은 휴가용 주택들이 세워져 있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스톡홀름 군도에는 모터보트나 돛단배를 타고 섬 사이를 항해하며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보인다. 또 스톡홀름 항구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이 군도를 둘러보는 유람선도 있다.

오늘날처럼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 스톡홀름 군도의 풍경과 이곳 주민들의 풍습은 한때 스웨덴의 시인, 작가,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알벤의 <스웨덴 광시곡 제1번 ‘하지축제 전야’>도 마찬가지이다.

정태남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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