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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성이라는 이상… ‘할리우드’의 영화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Hollywood(할리우드)

2020.04.10 이지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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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MGM의 로고에는 으르렁거리는 사자가 등장한다. 자세히 보면 사자의 머리 위로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뜻의 ‘아르스 그라치아 아르티스(Ars gratia artis)’란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슬로건은 작가 테오필 고티에의 ‘유미주의’에서 따온 표현으로, 예술이 그 자체로 효용을 갖지 않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생각해보면 무척 ‘할리우드(Hollywood)’스럽다. 도덕적이거나 유물론적 원칙이 아닌, 순수한 산업의 가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지닌 다양성은 결국 ‘형식’의 문제에 귀의한다.

◈ 할리우드의 산업시스템

처음 할리우드에서 촬영된 영화는 1908년작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다. 이 영화 제작 당시에 미국영화의 중심지는 동부였다.

하지만 ‘에디슨 트러스트’라 불리는 미국영화특허권회사(MPPC)의 독점이 진행되자, 프로듀서들은 에디슨의 독점을 피해 멀리 캘리포니아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하여 1910년대에 할리우드가 영화산업의 중심이 된다.

처음에 할리우드는 오락물 마켓으로 이용됐다. 하지만 영화제작의 전 과정이 이곳에서 수직 통합된다. 시나리오 작성부터 촬영, 유통, 배급, 홍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집중된다. 그렇게 ‘장인’의 수공업 방식으로 완성되던 영화는 할리우드를 거치며 ‘산업’이 된다.

이후 할리우드 프로덕션 방식은 세계에 전파되는데, 독일의 우파(UFA), 이탈리아의 치네치타(Cinecitta), 인도의 발리우드(Bollywood)가 할리우드 고전 모델을 본 따서 완성된 스튜디오들이다.

제59회 칸 영화제 초청 리셉션에서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MGM) 회장 겸 CEO 해리 슬로언(오른쪽)이 미국 올리버 스톤 감독에게 MGM 트레이드 마크인 사자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EPA/CHRISTOPHE KARABA,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제59회 칸 영화제 초청 리셉션에서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MGM) 회장 겸 CEO 해리 슬로언(오른쪽)이 미국 올리버 스톤 감독에게 MGM 트레이드 마크인 사자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EPA/CHRISTOPHE KARABA,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첫째 목표는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있다. 영화사들은 매주 다른 상영 프로그램을 관객들에 제공하며 각자 다른 스타일을 구축한다.

그리고 이들은 마치 라벨을 붙이듯 회사 이름을 홍보했고, 따라서 관객은 주말마다 그저 취향에 맞게 ‘장르’를 선택하면 그만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형 스튜디오와 계약한 배우들의 ‘스타시스템’이 구축되었다. 

◈ 프로듀서 중심주의와 대중성

이러한 할리우드의 제작 방식은 관객들에게 유토피아적 행복을 제공한다. 아무리 식상한 이야기라도 할리우드의 영화는 늘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감독의 자유를 앗아갔다. 예를 들어 데이빗 O. 셀즈닉 같은 거물급 프로듀서는 감독을 교체하거나 구성을 바꾸는 등 영화의 전권을 쥐고 흔들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프랑스 감독 장 뤽 고다르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간이식당에서 식사하게끔 만드는 곳’이 할리우드라고 표현한 바 있다.

언뜻 부정적 언급처럼 들리지만 훗날 작가주의정책에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하워드 혹스 같은 연출자가 대거 포함된 것을 떠올리면, 이 문구가 자조 섞인 감탄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창의적 스타일을 추구하는 유럽식 예술모델과 달리, 할리우드의 제약적인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의 창의성을 이끌어냈다.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버스터 키튼, 오손 웰즈, 니콜라스 레이 등 수많은 연출자들이 대규모 프랜차이즈에서 ‘미슐랭급’ 결과물을 내놓았다. 마틴 스콜세지의 표현처럼 이들은 ‘감독의 딜레마’를 직접 보여준다.

할리우드 시스템은 이후 천천히 바뀌었다. 집약적 생산체제가 붕괴됐고, 유통채널은 다변화되었으며, 촬영은 세트장이 아닌 해외에서 진행됐다. 장르물 역시 대량생산이 아닌 단편적 방식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관객’을 한가운데 두고 모든 과정이 진행된다는 점은 여전하다. 타겟이 전 세계로 확장되었을 뿐이다.

◈ 융합된 신화의 이야기들

최근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바라보며 할리우드 시스템의 변화를 생각한다.

환상을 만들어내는 할리우드의 스펙타클은 분명 진화했다. 그렇지만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원형’의 활용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북유럽 신화의 ‘토르’와 타르타로스를 변형한 ‘타노스’, 고대 그리스의 관습을 지키는 ‘닉 퓨리’ 등 캐릭터들이 정해진 순서를 밟으며 자신의 운명에 순응한다.

햄릿이 떠오르는 <라이온 킹>(2019년작)의 결말,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어내는 융합된 신화들을 떠올려 보아도 마찬가지다.

고다르의 <영화의 역사(들)>(2004년작)이 정리하듯 할리우드 영화는 여전히 ‘세계의 모든 이야기들’을 말하길 원한다.

이런 관점에서 할리우드 시네마가 포괄하는 한 가지 합의점을 제시해야 한다면, 그건 다름 아닌 ‘서사’가 될 것이다.

할리우드가 제공하는 이상적인 세계는 전적으로 고정된 시스템에서 탄생한다. 동일한 반복을 보증하기 위해 필수조건처럼 형식의 진화를 받아들일 뿐이다.

몬테 크리스토 백작에서 시작된 110년간의 모험은, 강박적 반복의 틀을 맴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접근하길 원하는 ‘보편성’이라는 이상을 할리우드 시네마는 비밀의 위탁자처럼 지키고 서 있다.

이지현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 네이버 영화사전, 한겨레신문 등에 영화 관련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화학 강사로 일했다. 2014년에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을 감독했으며, 현재 독립영화 <세상의 아침>을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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