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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중요해진 ‘한국판 뉴딜’…1930년대 미국 뉴딜과는 달라야

정철진 경제컬럼니스트 2020.07.09
정철진 경제컬럼니스트
정철진 경제컬럼니스트

1929년 시작된 미국 대공황은 미국 경제를, 미국 자본주의를 파멸시켰다. 1932년 당시 미국 내 공장가동률은 30%대까지 떨어지고 실업자는 2000만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취임했고 대공황 극복을 위해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정부의 적극 개입을 선포한다. 바로 이때 나온 정책들이 ‘뉴딜’(New Deal, 새로운 처방)이다. 

실물경제 지표로만 보면 현재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충격은 지난 1930년대 미국 대공황만큼이나 심각하다. 무엇보다 이번엔 상대가 ‘신종 바이러스’다. 경제정책 이전에 방역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은 대공황 당시보다 훨씬 크다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그간의 경제충격은 수요를 침체시키거나 아니면 공급을 붕괴시키는 형태인데, 이번 코로나 19발(發) 쇼크는 수요와 공급을 동시 타격하는 전대미문의 ‘복합 위기’이다. 돈이 있어도 소비를 할 수 없고, 공장 자체가 그냥 셧다운 됐다.

그리고 바로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한국판 뉴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판 뉴딜’은 복합적인 솔루션의 성격을 갖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당장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다음 세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는 국가 프로젝트이다.

큰 틀에서 보면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2대 축으로 구성된다. 먼저 디지털 뉴딜은▲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디지털 생태계 강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untact)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그린뉴딜은 에너지 관리 효율화를 목표로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핵심 목표로 두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관련 분야에 상당한 재정을 투입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 창출까지 이뤄내겠다는 것. 2022년까지 약 5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오는 7월 13일 더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될 예정이다.

‘디지털 뉴딜’이나 ‘그린 뉴딜’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오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2가지 축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 된 건 바로 ‘속도’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가령 디지털 뉴딜의 핵심사업인 ‘빅 데이터 비즈니스’는 누가 봐도 세계 경제가 나가야 할 방향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시속 60킬로미터 정도로 달려도 괜찮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세상을 더 빨리 채찍질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는 비대면 초연결사회로 빠르게 달려가기에 당연히 데이터산업도 그 속도 이상으로 성장 해야하며, 또 이를 위해서는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5G(네트워크)가 구축되고 4차산업혁명이 완성돼야 하며, 동시에 그 만큼의 새로운 기술력을 갖춘 인재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래서 이 ‘속도’를 높이지 못하면 우리는 도태될 수 밖에 없고 여기에 정부가 깃발을 들고 앞장서야만 하는 것이다.

 ‘디지털 뉴딜’에 대해 “진부하다”와 같은 지적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에 전 국가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린 뉴딜’도 마찬가지이다. 단언컨대 오는 2028년 이전 국내 주요 도로에서는 자율전기주행차가 다닐 것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효율화는 당위이자 엄청난 경쟁력이 될 것이고, 그만큼 기회도 많이 창출될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다만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한국판 뉴딜’과 ‘일자리 창출’과의 연결이다. ‘디지털’과 ‘그린’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다. AI(인공지능)가 발전될수록 더 많은 인간노동은 기회를 잃어버리고 언택트 산업(혹은 원격 비즈니스)이 활성화 될수록 수많은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그간 우리에게 익숙한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처럼 단기간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한국판 뉴딜’의 첫 현장행보로 강원도 춘천 데이터·AI(인공지능) 전문기업 더존비즈온 강촌캠퍼스를 찾아 개발자들과 차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8일 ‘한국판 뉴딜’의 첫 현장행보로 강원도 춘천 데이터·AI(인공지능) 전문기업 더존비즈온 강촌캠퍼스를 찾아 개발자들과 차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청와대)

그래서 정부는 ‘한국판 뉴딜’이 어떻게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대해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일자리 개수 보다 ‘성공모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기의 전통시장에 디지털 네트워크가 결합되고 디지털로 무장한 청년들이 합세해 판을 바꾸어놓는 그런 ‘스토리’가 탄생돼야 한다. 또,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2~3개의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는 점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지난 1930년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규모 SOC사업을 통해 유효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하고, 공장을 돌려 고용을 늘리는 경기부양을 펼쳤다. 당시 정부는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비난을 받았다. 보수진영은 정부가 너무 주도한다며 사회주의를 경계했고 진보진영은 오히려 하류계층은 더 소외된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루스벨트의 뉴딜은 1935년경부터 삐걱대 미국 경제는 1937년 또 다시 대규모 침체에 빠진다.

‘한국판 뉴딜’은 1930년대 미국의 뉴딜과는 절대적으로 달라야 한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그 때도 성공적이지 못했고 지금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인간의 노동은 더 소외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노동이 살아남고 활성화될지, 또 그런 노동을 어떻게 되살릴지, 그러려면 어느 쪽에 판을 깔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디에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해야 하는지 그걸 제대로 풀어내야 한다. 그런 ‘한국판 뉴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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