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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덮친 코로나19…선제적 경제정책 필요

최장기 침체 우려…재정 확대 통해 위축된 소비심리 살려야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2020.02.19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사스나 메르스 사태보다 경제적 타격이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보다 4배에 달하는 만큼 세계경제 충격도 배가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0.4%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1분기는 플러스 성장을 기대했지만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를 만난 셈이다. 앞서 사스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 당시 우리경제는 짧게는 석 달, 길게는 반년 가까이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 바 있다. 코로나19 역시 상반기 내내 우리경제를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가운데 처음으로 무디스는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1%에서 1.9%로 하향조정했다. 지난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경제성장률 2.0%를 지켜내는데 성공했지만 연초부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블랙스완을 만나 한국경제가 3년 연속 뒷걸음치는 최장기 침체가 우려된다.

산업계로 번지는 코로나 바이러스

내수 소비는 벌써부터 꽁꽁 얼어붙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이동 동선이 공개되면서 백화점, 대형마트,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이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 일부 소독과 방역을 마치고 재개장한 다중이용시설도 손님이 줄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항공 등 관광업계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산 부품 하나 때문에 국내 완성차 공장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중소 영세상인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졸업식과 입학식을 취소하거나 간편하게 치르면서 화훼농가와 꽃가게는 1년 농사를 망쳤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골목식당은 중국산 식재료 수입이 원활하지 못해 가격이 치솟고 있는 데다 손님까지 끊겨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앞서 사스와 메르스 사태에 대한 학습효과로 외출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일부 온라인 쇼핑만 호황을 누릴 뿐 경제 전반에 걸쳐 활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중국산 부품 때문에 멈춰선 현대차 공장…플랜B는

코로나19 쇼크로 세계의 공장, 중국의 공장 가동 중단 파장은 상상을 초월했다. 자동차 배선 뭉치로 불리는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1개의 중국산 전장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들 뿐 아니라 1만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도 짧게는 이틀, 길게는 2주일 이상 잇따라 공장 가동을 멈춰야만 했다. 문제가 된 부품은 차량내 각종 전장부품을 연결하는 케이블 묶음으로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일일이 수작업이 필요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산 의존도가 87%에 달하는 부품이다.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국내 5개 완성차업체와 협력업체들의 누적 피해금액만도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전선부품 '와이어링 하네스' 등의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한 생산 공장이 휴업기간을 연장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중국에서 들어오는 전선부품 ‘와이어링 하네스’ 등의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한 생산 공장이 휴업기간을 연장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반면에 같은 기간 일본의 도요타 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결정적인 차이는 중국산 부품의존도가 달랐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중국산 와이어링 비중이 90%에 육박했지만 도요타는 중국산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췄다. 우리 기업들은 인건비가 싸고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중국산 의존도를 높이는 동안 도요타는 2010년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을 계기로 중국이 무역보복을 가해오자 점진적으로 중국산 비중을 줄이고 동남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이른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한 플랜B를 차근차근 실행한 결과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와 이번 중국산 부품 조달사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아무리 사소한 부품이라도 과도한 의존도는 결국 우리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자동차 뿐 아니라 가전, LCD, 반도체 등 다른 산업군도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의 과도한 중국의존도를 줄이고 인건비를 이유로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겼던 국내기업들은 중국에서 벗어나 아세안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국내 부품 산업을 키워야 한다. 더 이상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이 몸살을 앓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제적 차원에서 추경편성 적극 검토해야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은 선제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비상경제시국을 선포하면서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비상 상황을 강조하면서 전방위 경제대책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아직까지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검토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추경 편성을 논하는 자체도 부담스럽고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쟁에 휩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올해 예비비를 활용해 방역, 확진자 치료와 소상공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번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비비로는 실탄이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선제적 대응을 위한 경기 둔화 방어 차원에서 재정의 역할이 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11조5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던 것처럼 선제적 차원에서 재정 확대를 통해 위축된 소비심리와 경기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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