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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 ‘함께’ 이 감염병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일학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2020.02.13
이일학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이일학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개인뿐 아니라 사회가 병에 걸렸다

우리 사회가 신종감염병에 걸렸다. 우리 국민 중 신종감염병에 걸린 사람은 50명이 채 되지 않지만 사회 전체가 병에 걸렸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행사가 취소되고 언론은 종일 질병의 확산상태, 대처방안을 실시간으로 방송한다.

사람들은 외출을 삼기고 혹시 나가더라도 눈만 내놓고 다닌다. 입을 가리고 기침하도록 신경쓰고 열이 있을 때는 사람들과 접촉을 삼가는 예의가 당연해졌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병에 걸렸다는 말은 국가적으로는 수행되는 방역활동에서 더 잘 드러난다. 방역체계는 병을 찾아내고 확산을 막기 위해 작동한다. 감염된 사람을 치료하고 치료 받는 동시에 확산시키지 않도록 격리한다.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 걸리지 않은 사람을 집단적인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방역 체계의 본질이다. 이렇게 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감염의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 방역의 힘이다. 병에 걸린 신체의 면역체계가 아픈 세포, 조직을 찾고 그 원인이 된 바이러스나 세균을 무력화시키는 한편 신체의 회복을 촉진시키는 것을 사회적 차원에서 수행하는 것이 방역체계인 것처럼 보인다.

방역의 성공, 그리고 성공의 역설

이번 코로나 감염병 대처를 보면서 우리 앞선 세대가 어떤 공포 아래 살았을지 상상해 보았다. 겨울이면 미후비(디프테리아)와 홍역이 어린 목숨을 앗아가고 여름엔 호열자(콜레라)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치료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던 시절엔 이런 병을 귀신으로 간주하고 병이 찾아 오면 그저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엔 무엇이 이런 병을 일으키는지 그 정체를 밝혀낼 수 있고 그 오가는 길을 막을 수단도 생겼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안전하다고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방역체계가 구축되고 작동하고 있음에도 우리가 불안해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아마 건강의 가치가 더욱 커졌기 때문일 것이고 새로운 감염병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도 한 가지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뿐일까?

모든 방역체계의 기본 수단은 감염자·전파자를 일찍 발견해서 주변과 격리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격리는 격리된 사람에겐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담이다. 사회적 관계나 경제활동에서 배제되는 것은 잃어버린 기회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격리가 고통스러운 것은, 격리된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것은, 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누려야 할 인간적 경험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감염병은 이런 의미에서 병의 사회적 측면을 잘 드러낸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감염병 유행 대책도 생물학적 수단을 주로 사용하기만 결국 사회적 행위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예방 행동 수칙이 안내된 현수막 뒤로 사람들이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코로나19의 예방 행동 수칙이 안내된 현수막 뒤로 사람들이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사회적 연대와 불안의 극복

어떤 방역체계도 질병의 확산을 완전히 막을 수 없고, 어떤 치료법도 감염된 몸에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해내지 못한다. 자연은 인간의 예측과 수단을 벗어나고 따라서 우리는 불확실성 속에서 감염병에 대처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불변의 지식을 갖추고 그것을 프로토콜로 만들어 따르기 보다 모든 과정에 수반된 불확실성을 알고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보아야 마땅하다. 이견이 존재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니 이견들이 적절하게 논의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있다면 다양한 의견이 해결책을 찾아가는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감염병의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름 아니라 환자다. 그런데 감염병의 경우 환자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이들을 대할 때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 이중성이란 환자는 질병의 희생자(victim)인 동시에 질병을 확산시키는 매개체(vehicle)라는 점이다.

돌봄과 배려의 대상인 환자는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병을 옮기는 위험한 존재가 되어 배제와 처분의 대상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 환자를 동료 시민으로 여기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아마 우리 사회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태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사회를 동등한 권리를 가진 개인들의 집합체로, 개인들은 서로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개인이 구성한 사회는 개개인의 안전과 권리를 최상의 가치로 추구하는 사회가 가능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사회적 연대가 감염자의 이중적 측면을 사회가 감내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개개인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감염병이 상황에서는 격리되고 잊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안전을 공동의 관심사로 여기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평소가 중요하다

재난 상황은 한 사회에 내재한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재난은 단시간에 지나기 때문에 새로운 취약점을 만든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이번 감염병 확산 과정에서 개인의 이기심과 불신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워낙 신뢰하지 못하고 이기적인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약자의 권리에 무관심하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도 진지하게 성찰하지 못하기 때문인 아닌지, 그렇다면 감염병에 대한 대책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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