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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안전사회를 위한 재난윤리적 접근

2019.10.22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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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특임교수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특임교수
모든 재난을 관리하고 대응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국민 스스로 재난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새로운 재난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난에 대해 공학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인문·철학·윤리·의식·문화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분야에서의 접근도 중요하다.

특히 재난윤리적 관점에서 국가, 국민, 정치인, 그리고 언론인 등 사회 구성원들은 재난에 임하는 진정성 있는 재난 에티켓을 갖추어 각자의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필자의 경험과 현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는 강한 신뢰를 국민에게 끊임없이 주어야 한다.

헌법 제34조 제6항에 따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처럼 지난 5월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당시 외교부 장관은 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현장지휘 및 생존자 수색을 지원하는 등 재난현장의 선봉에 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또한 지난 4월 강원도 고성 일원 산불 발생 시에도 중앙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2005년 양양 산불에 비해 하루의 진화시간을 단축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은 국민에게 안전에 대한 강한 신뢰를 주는 국가의 엄중한 책무 중 가장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둘째, 국민 스스로 재난역량을 고도화해야 한다. 재난 발생 시 현실적으로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례로 1995년 일본에서 발생했던 한신·아와지 대지진에서 매몰된 사람 중 90% 이상의 생존자들은 스스로 탈출하거나 가족, 친구, 이웃 등이 구출한 반면, 구조대가 구출한 사람은 1.7%에 불과했다는 조사가 있었다.

우리 국민들도 이러한 점을 본받아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목숨을 맡겨놓는 의존적인 태도를 버리고, 나와 주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재난에 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한민국 재난대응체계를 보면 재난 발생 시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국민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미국의 시민 거버넌스 CERT(Community Emergency Response Team)나 일본 근린 주민조직인 쵸나이카이(町內會)를 보면 시민이 주도하는 재난대응 체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먼저 미국의 CERT는 지역 기반 재난대응팀으로서 재난 발생 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재난대응 교육 및 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쵸나이카이(町內會) 역시 독립적인 재원을 기반으로 주민 스스로 운영하는 자치조직으로서 자주방재활동과 지역 커뮤니티 양성 등을 수행하면서 정부의 재난대응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우 학교나 회사 등에서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형식적인 재난대응 교육 훈련이 대부분이다. 진정한 재난대응을 위해 휴머니즘을 근본으로 국민 스스로 진정성을 가지고 교육과 훈련에 임해 재난역량을 높여야 할 것이다.

셋째,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재난윤리적 성찰을 통한 에티켓을 가져야 한다.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30분에 한 번씩 정치인들이 재난현장에 방문했음에도 정작 실질적인 복구지원 등의 도움은 주지 않고 사진만 찍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이라면 응당 재난현장에서 초기 대응에 땀흘리는 재난 피해자 가족들과 관계 공무원들을 배려해 2차 피해를 예방하고, 복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아울러 제도·조직·예산·사회구조적으로 근본적 문제들을 도출해 향후 유사한 재난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언론인은 재난 취재와 방송 시 재난윤리적 사고를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2014년 이후 국내 언론은 재난 보도 준칙을 제정해 재난 상황에서 반윤리적인 언론 보도를 막도록 하고 있지만, 규정의 구체성이 모호해 그 실효성은 매우 낮다.

더구나 재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임에도 일부에서는 시청률을 목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가십거리와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기도 한다. 또한 일부 방송 채널에서는 예능 등 전혀 다른 내용의 방송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

국가에서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 모든 신문과 방송사는 협심해 사고현장을 신속·정확하게 보도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사고현장의 신속한 전달만큼이나 취재가 재난대응에 걸림돌(Hazard)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재난현장에서 국민의 알 권리만큼이나 생명이 우선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과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당시 현장으로 달려간 취재 차량으로 인해 재난대응과 복구가 지연되는 상황은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아가 언론이 재난·사건·사고 등을 피사체로만 전달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개선해야 할 것들을 충분히 고민하는 보다 성숙한 언론상이 필요하다.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일까?

과거 세종대왕은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징후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재난이 발생했을 때 백성을 구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재난관리자원을 미리 비축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국민의 지도자로서 재난에 대비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윤리적 관점으로부터 나온 애민정신이 그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에 대해 항상 대비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 정치인, 언론인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자리에서 진정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며, 이타적인 사고로 서로를 배려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처럼 국가가 국민과 함께 나아갈 방향을 찾는 윤리적 성찰이야말로 진정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변모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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