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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 비타민 같은 학교 박성환 송린초등학교 교사 현장에 답이 있다. 지난 겨울 늘봄학교를 준비하면서 학생·학부모와 의사소통하며 경험한 사례를 통해 늘봄학교의 긍정적인 효과와 전망을 풀어내고자 한다. #늘3. 학교에 찾아온 긍정적 변화 봄11. 정규교육과정을 보완하고 지탱하는 비타민 체육은 정규교육과정에서 일주일에 세 시간 편성된다. 가장 많이 뛰어놀고 싶고 신체적 성장이 큰 초등학생 시기에 정규교육과정 체육 세 시간은 부족한 시간일 수 있다. 체육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아침늘봄 프로그램으로 놀이체육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정규수업이 시작되기 전 아침 체육 활동으로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과 원활한 두뇌활동을 돕는다. 실제로 아침 체육 활동을 한 후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경우 발표 횟수와 수업 참여도가 높아졌다는 담임 선생님들의 피드백도 있었다. 한편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든 만큼, 빠른 디지털 대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1년 과정 중 1~2개 단원으로 구성돼 있는 정규교육과정 외에도 미래형·맞춤형 방과후학교로 보충해 정규교육과정을 지탱해줘야 한다. 송린초는 디지털·인공지능(AI) 에듀테크 프로그램으로 정규교육과정을 보완하고 있다. 과학 교과 내용을 세분화해 생명과학, 로봇과학, 드론항공 등 전문화된 융합·과학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방과후학교는 특기·적성 개발에서 나아가 정규교육과정과 상호 보완하고 지탱해주는 상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월 24일 경기 화성 송린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방학 중 오후 돌봄프로그램에 참여해 책 읽기 활동을 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봄12. 놓치고 싶지 않아요. 함께 갈게요 초1 맞춤형 프로그램 수강 학생 중에는 2명의 특수학급 학생들도 있다. 그중 A학생은 케이팝과 댄스를 좋아해 바른체형성장댄스 수업을 신청했다. A학생 학부모는 아이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복도로 나와 돌아다니는 등의 특성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되기도 전에 걱정이 크셨는지, 잘 적응하지 못할 경우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 주지 않게 조치하겠다는 말씀을 전하셨다. 첫 주 수업이 진행되고 어머님이 우려했던 바와 같이, 자녀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자 프로그램 중단을 고민하셨다. 그리고 그때 프로그램 강사는 A학생을 놓치고 싶지 않고 함께 가고 싶다며 학생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적잖은 감동을 느낀 순간이었다. 다수의 복지관 수업도 진행했고 특수아동에 대한 석사 논문을 작성한 경험도 있어 특수 아동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고 강사는 자신했다. 교사로서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한 번 더 일깨우게 된 계기였다. 봄13. 유치원 교사의 새 출발 초1 맞춤형 정서창의놀이 강사와의 인연은 지난해 방과후연계형 돌봄교실 자원봉사자로 만나며 시작됐다. 강사는 유치원 교사로 재직하다 전업주부로 자녀 양육에 집중했고 이후 본교 자원봉사로 다시 교육의 현장을 찾아 봉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초1 맞춤형 정서창의놀이 강사로 인연이 다시 이어졌다. 유치원 교사로서는 아니지만, 초1 맞춤형 프로그램 강사로서 교정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보유한 강사가 초1 맞춤형 강사로 나서자 학부모도 큰 신뢰도를 보였다. 어머니에서 선생님으로, 경력 단절이 경력 이음으로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봄14. 마을이 하나가 되다 늘봄학교 맞춤형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치어리딩 공연반이 운영됐다. 치어리딩 공연반은 스포츠클럽 축제와 지역 예술제 무대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다. 으슬으슬 추운 봄에 시작해 무더운 여름에도 아이들은 꿈을 키워갔다. 이러한 열정과 노력 끝에 지난 8월 경기도 대회에서 1등을 기록하며 경기도 대표 자격을 부여받았다. 마을이 조성된 6년간의 역사에서 큰 경사였다. 전국대회 출전을 온 마을이 축하했다. 주민센터에서도 함께 기뻐하고 현수막으로 화답해주셨다. 전국대회에서는 동장님과 지역 대표분들이 경기장을 찾아 격려해주시며 함께해주셨다. 학교의 작은 성과와 활동에 함께 온 마음을 다해주는 마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월 24일 경기 화성 송린초등학교에서 늘봄 맞춤형 프로그램 치어리딩부 블루웨이브 수강 학생들이 지도를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봄15. 꿈을 찾아가는 아이들 장래희망이 뭐니?,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모르겠어요, 돈 많은 백수요 꿈을 잃어버린 학생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늘봄학교를 통해 자신의 소질을 찾고 심화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난 1년 동안 관찰했다. 치어리딩 프로그램을 통해 표현 활동에 대한 소질을 찾아 리듬체조 특기자의 길을 걸어가는 학생이 탄생했다. 뮤지컬·연극 배우의 길을 걸어가는 학생도 배출됐다. 방과후학교의 다양한 과학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학생은 미래의 과학자를 꿈꾼다.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는 흡사 대학교 전공의 축소 버전이다. 학생들은 전문화되고 세밀화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의 전공을 조기에 체험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찾아가고 있다. 봄16. 할 수 있습니다 아침 체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에게 3㎞ 마라톤 대회의 참가 여부를 물었다. 어른들도 쉬지 않고 달리기엔 힘든 3㎞임에도 학생과 학부모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해당 학생은 겨울방학에도 아파트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매일같이 3㎞ 러닝 훈련을 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마라톤 대회 당일.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도 19번째로 당당하게 결승선을 골인했다. 등수를 떠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멋지게 승리하고 결승선을 통과한 학생을 꼭 안아주었다. 경기도 케이팝 댄스대회가 열렸다. 방과후학교 방송 댄스 참여 학생들은 대회 참가 전까지의 모든 준비과정을 자율적으로 해야 함에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 안무, 음악, 의상을 준비했다. 이러한 자신감과 도전 정신은 실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학생들은 케이팝 대회에서 당당하게 초등부 1위를 달성했다. ▶ 늘봄학교를 준비하며 겪은 20가지 이야기 1편 바로 가기 #늘4. 늘봄학교 담당자로서 살아가는 삶 봄17. 맨땅에 헤딩 2021년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췄던 시기. 처음 방과후부장을 맡아 중단됐던 방과후학교를 시작하기 위해 방역복을 입고 소독기를 들었다. 프로그램 준비부터 강사 관리, 방과후 교실 관리까지 맨땅에 헤딩하던 경험은 지금 송린초 늘봄학교의 초석이 됐다. 같은 학교에서 4년째 방과후학교 업무를 총괄하면서 매년 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해 더욱 단단히 만들어 나갔다. 지자체, 종목 단체의 교육지원사업을 유치해 무료 방과후수업을 제공하는 등 교육 복지에도 힘썼다. 학생들이 실제 방과 후에 다니는 학원의 갯수, 유형을 분석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개설에 참고했다. 고학년 학생들의 수요도 늘리기 위해 한국사 자격증반, 웹툰 등 성장 단계를 고려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자 했다. 물론, 많이 기피하는 업무지만, 방과후학교 업무는 열심히 살게 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다가가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봄18. 약속 시공간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이 있는 어디든 함께하는 교사가 되겠습니다 임용고시 2차 심층 면접에서 발언한 자신의 공약이었다. 이후 교사로 임용됐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힘든 일, 쉬운 일 가리지 않고 임했다. 초임 시절 방과후에 운동장에 남아있는 학생들과 함께 축구하고 캐치볼을 하며 멘토가 됐고 이후에는 스포츠클럽 지도교사, 대회 인솔 교사를 자처하며 정규교육과정 외에도 학생들과 함께했다. 교사가 되기 위해 수능과 임용고시를 위해 5번의 도전을 했고 힘들 때마다 절실했던 수험생과 고시생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늘봄학교 담당자로서 올해도 시공간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이 있는 어디든 함께하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 봄19. 네트워크 방과후학교 업무를 맡았던 첫해, 뜬금없이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방과후학교 지원단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방과후학교에 대해 더 배우고 싶고 컨설팅도 하고 싶습니다 이후 방과후학교 지원단으로 활동하게 됐고 인근 학교 방과후학교를 컨설팅하면서 방과후학교 운영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방과후 보직교사로서 방과후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계획을 공유하고 컨설팅하는 등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자 한다. 교사로서 그리고 담당자로서 오늘도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봄20.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학교 안에서 늘봄학교 담당자는 외로울 때가 많다. 때로는 아무도 없는 학교에 홀로 남아 업무 후에 학부모와 상담하거나 내일의 수업을 위해 교재를 연구한다. 늘봄학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하지만 늘봄학교를 맡은 담당자로서 담대히 나아가야 한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늘봄학교 담당자가 안정적으로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 늘봄학교 담당자도, 늘봄학교도 남산 위의 저 소나무처럼 오래도록 빛을 잃지 않고 우뚝 섰으면 한다. 2024.03.18 박성환 송린초등학교 교사
-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클래식 어느새 봄 내음이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3월이다. 아직은 쌀쌀하고 눈도 종종 내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3월의 눈은 속삭이는 눈이다. 오면서 물이 되고 어린 가지에 눈물이 되어 이제 늬들 차례라고 말하는 속삭이는 눈인 것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새싹들이 고개를 내미는 3월은 시작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기도 하며 개학과 개강 등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어 주는 달이기도 하다. 시작이란 무엇인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으로 3월의 어원과도 일치한다. 3월이라는 뜻의 영어 March가 행진이라는 뜻 또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March는 그리스 신화에서 전쟁과 농업의 신(Mars)로부터 유래하였다. 봄이 와서 날씨가 풀리게 되면 비로서 무기를 재정비하고 훈련을 시작했으며, 한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파종 또한 하기 때문이다. 즉 Mars가 내포한 의미로부터 시작을 알리고 행진 하다라는 March가 파생된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행진곡은 이런 의미로 3월과 어울린다. 행진곡이 아니어도 많은 작곡가들이 시작과 출발을 의미하는 여러 작품들을 남겼다. 어떠한 작품들이 우리에게 밝고 희망찬 에너지를 던져주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찾아가는 연주회 봄을 부르는 미술관 공연에서 시민들이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브람스 - 대학축전 서곡(Akademische Festouverture) 완벽주의자적 성향을 지닌 브람스는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그 중 각각 4개의 교향곡과 협주곡을 포함한 관현악곡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브람스는 총 2개의 연주회용 서곡을 남기고 있는데 하나는 비극적 서곡(Tragische Ouverture)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 축전서곡(Akademische Festouverture)이다. 두 작품 모두 그의 나이 46세인 1880년에 쓰여졌으며 서로 다른 성격의 작품이다. 대학축전 서곡은 브람스가 폴란드의 브레슬라우 대학 철학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고 이에 감사하는 의미로 작곡되었다. 사실 브람스는 캠브리지 대학에서도 박사학위 수여를 요청 받았으나 형식적인 수여식과 영국에 대해 큰 호감을 갖지 못하여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브레슬라우 대학의 요청은 받아들여 학위를 받기로 하였고 답례로 음표를 그려 보내주었는데 이에 대학 측에서 더 큰 반응의 표시로 관현악작품을 의뢰한 것이다. 대학 축전서곡은 전체 4개의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가 20대에 독일 괴팅겐에서 대학시절을 보낼 무렵 익힌 4곡의 학생노래를 주제에 엮어서 작곡 되었다. 제1곡은 우리들은 훌륭한 학사를 세웠다, 두번째 곡은 국가의 아버지, 세번째는 신입생의 노래 마지막은 기쁨의 노래로 이루어져있다. 브람스는 곡이 완성되자 4성부의 피아노 곡으로 편곡하여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스승의 아내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하였다. 작품의 초연은 완성된 이듬해 1881년 브람스가 직접 브레슬라우 대학을 방문하여 같은 해 작곡된 그의 비극적 서곡과 함께 연주 되었다. ◆ 헨델 -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Suite HWV 351) 1740년부터 8년동안 유럽의 강대국들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가 왕위계승 문제로 전쟁을 치렀다. 마침내 아헨조약으로 전쟁이 종결되자 영국의 조지2세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 런던 그린파크에 대규모 불꽃놀이를 계획하였다. 그리고 헨델에게 화려한 불꽃축제에 어울리는 당시로는 대편성의 곡을 작곡하게 하였는데 바로 이렇게 탄생한 음악이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Music for the Royal Fireworks) 모음곡집이다.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은 전체 5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맨 처음 서곡을 제외하면 나머지 악장들의 길이는 짧은 편이다. 야외무대를 생각하며 작곡되었기 때문에 대규모 편성으로 연주되며, 1곡은 서곡(Overture)이며 두 번째 곡은 프랑스의 빠른 춤곡인 부레(Bourree), 세번째는 시칠리아 섬의 무곡 Largo alla Siciliana, 네번째 알레그로(Allegro), 마지막은 3박자의 춤곡 미뉴에트(Minuet)로 구성되었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밝고 신나며 바로크시대 관악기의 웅장함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날 축제는 첫 곡을 연주하고 101발의 캐논포가 울려 퍼진 뒤 불꽃놀이가 예정되었으나 그만 불꽃이 다른 곳으로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하는 소동이 있었다. 하지만 작품은 성공적이었으며 헨델은 이후 현악기를 좀더 추가하는 수정을 하였고, 개정된 작품은 그 해 5월 런던의 자선음악회에서 공개되었다. 이 작품이 초연되고 3년뒤에 헨델은 눈 수술의 여파로 장님이 되어 더 이상 작곡활동을 하지 못하였으니 왕국의 불꽃놀이 모음곡은 그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음악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 엘가 - 위풍당당 행진곡 1번(Pomp and Circumstances. 1) 영국의 대표적인 음악축제 더 프롬스(The Proms)는 공영방송사인 BBC가 주최가 되어 매년 열리는 세계적인 음악축제이다. 두 달 동안 열리는 음악축제의 메인 공연장은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 알버트공에게 헌사한 런던도심의 로열 알버트홀로 돔 형태의 지붕과 5000석이 넘는 좌석과 규모를 자랑한다. 전 세계에 중계되는 더 프롬스의 마지막 공연은 더 프롬스의 마지막 밤(The Last Night of the Proms)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데 전통적으로 항상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 1번이 연주된다. 이 작품을 들으며 영국인들은 벅차 오르는 감정을 느끼며 따라 부르기도 하고 앙코르를 요청하기도 한다. 영국인들에게 두 번째 국가와도 같은 이 작품은 사실 가사가 원래부터 있었던 곡이 아니고 주제 멜로디에 고취된 에드워드7세가 곡에 가사를 붙이라고 지시하면서 희망과 영광의 나라라는 제목을 갖게 되었다.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는 1901년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을 위해 6개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작곡했는데, 그 중 1번이 가장 사랑 받는 곡 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어 제목으로 위풍당당으로 불리는 Pomp and Circumstances은 직역하면 화려한 의식이라는 뜻이지만 이 용어 자체는 문학에서 가져왔다. 바로 영국이 자랑하는 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오델로의 3막 3장 중 영광스러운 전쟁의 자부심과 위풍당당함과 화려한 의식(Pomp and Circumstances)과도 작별이다를 인용한 것이다. 위풍당당행진곡 1번은 프롬스 콘서트에서 매년 공식적으로 연주되지만 이외 각종 시상식과 졸업식, 귀빈의 연회 등 축하와 환영을 뜻하는 자리에서 자주 연주되고 있다. 엘가는 이 작품 이후 공로훈장과 빅토리아 훈장 등을 받았으며, 영국의 명예로운 음악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 베르디 - Aida 中 Grand March(개선행진곡) 주세페 베르디는 푸치니 이전 이탈리아 오페라의 영광을 이끈 인물로 오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다. 그의 역작 오페라 아이다는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이집트 국왕의 의뢰를 받아 작곡되었다. 이전 베르디의 작품들과는 스케일과 스토리에서 훨씬 규모가 커진 작품으로 초연은 이집트 카이로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오페라 아이다는 프랑스의 이집트 연구가인 오귀스트 마리에트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졌으며 고대 이집트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이디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다. 당시 베르디가 직접 이집트 카이로에 와서 지휘해줄 것을 부탁 받았지만 배로 이동하는 것을 꺼려한 베르디 때문에 카이로에 있던 베이스주자가 대신 초연을 맡아 지휘했다. 베르디 본인은 이듬해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처음 지휘했으며 이 또한 엄청난 성공으로 그의 또 다른 흥행작 돈 카를로의 4배가 넘는 수익을 안겨주었다. 전체 4막 7장으로 이루어진 오페라 아이다는 특히 2막 2장에 등장하는 개선행진곡(Grand March 또는 Triumphal March로 불림)으로 유명하다. 전체 오페라를 관통하는 이 유명한 멜로디의 행진곡을 듣고 나면 이어지는 곡에서는 긴장감이 떨어질 정도로 임팩트가 강한 곡이라 할 수 있다. 이 곡을 연주할 때 베르디는 1미터가 넘는 6개의 아이다 트럼펫을 사용하도록 하였는데 곡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공연 계약조항에 반드시 포함시켰다고 한다. 배르디는 오페라를 위한 악기를 찾던 중 루브르에 소장되어있는 벽화에서 기다란 관을 가진 악기를 보았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아이다 트럼펫을 공연에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베르디 사후 투탕카멘의 무덤 등 유적에서 발굴된 악기들은 50cm 내외의 비교적 짧은 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멋진 금관의 연주가 일품인 개선행진곡은 올림픽 등 국가적 업적을 이룬 인물의 환영, 필리핀이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졸업식 등에 쓰이고 있다. ☞ 음반추천 브람스의 대학 축전서곡은 리카르도 샤이(Riccardo Chailly)와 게반트 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음반이 에너지 넘친다. 올드 레코딩으로 부르노 발터(Bruno Walter)와 콜럼비아 오케스트라의 연주,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과 빈 필하모닉의 연주 또한 선호한다.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음반은 네빌 마리너 경(Sir Neville Marriner)의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와 오르페우스 챔버오케스트라(Orpheus Chamber Orchestra)의 연주를 추천 드린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은 존 바르비롤리 경(Sir John Barbirolli)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그리고 BBC교향악단의 연주가 유명하다. 다른 영국 교향악단들 연주 또한 훌륭하다. 오페라 아이다는 무티(Riccardo Muti)와 뉴필하모니아,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과 메트로폴리탄의 연주를 추천하겠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2024.03.18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 K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달려있어 김철홍 포스텍 IT융합공학과 주임교수 2024년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2025학년도 의대 입학생 2000명 증원 정책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열악한 필수 의료 및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효약으로 의대 증원을 주장하는 반면, 의사계는 의료 서비스 및 의료 교육 질 저하, 의료 인력 잉여 문제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필자는 지난 2년 반 동안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힘써왔다. 최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대 증원 신청 중 50명을 의사과학자 양성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바로 의사과학자 양성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한민국은 2002년부터 기초 의학 분야 의사과학자 양성에 앞장서 왔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협력 아래 다양한 형태의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이 추진되었고, 의과대학 역시 기초 의학 분야 연구자 양성에 힘써왔다. 하지만 연간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약 3000명 중 겨우 1%만이 기초 의학 분야를 진로로 선택하고, 의사과학자로서의 길을 이어가는 현실이다. 이는 졸업 후 의사과학자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고,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에서 병역, 생활비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겹쳐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관 혁신미래의료연구센터에서 의사과학자들이 연구하는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근 의사과학자의 중요성이 다시금 주목받으면서 의료계, 정부, 산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사업과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과정 개편, 의사과학자 개인 지원 사업을 통한 진로 이탈 방지, 과학기술대와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더욱 고도화하고자 한다. 바이오 헬스 산업을 선도하고 우리나라의 의료 발전을 위해 모두가 한 가지 목표에 뜻을 모으고 있는 이 시점에, 포스텍·카이스트와 같은 과학기술대학은 새로운 형태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해다양성을 더하고자 한다. 지금껏 우리가 양성하기 위해 힘써온 의사과학자가 기초과학을 하는 의사였다면, 과학기술대학에서 키우고자 하는 의사과학자는 의학을 깊이 이해하는 공학자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민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는 바이오헬스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2020년 전 세계 시장 규모는 1경 3842조원에 달했으며 신약 개발뿐 아니라 인공장기, 예측 의학, 인공지능 기반 헬스케어 시스템 개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CES(세계가전전시회)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2019년 헬스케어 분야는 전체 3.3%에 불과했던 혁신상 수상 기술이 2023년에는 86개로 가장 많은 혁신상을 배출하는 분야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의학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포스텍·카이스트와 같은 과학기술대학은 공학·과학 기반의 의사과학자 양성을 통해 기존 의학과 공학의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의사과학자 양성 모델이 시도되고 있는데, 미국 칼 일리노이 공대는 세계 최초의 공학 기반 의대를 설립하여 공학 원리를 적용한 의학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국립대학은 기존 의대 운영과 더불어 연구 프로젝트 중심의 Duke-NUS Medical School을 신설해 기초의학 기반 의사과학자와 공학·과학 기반 의사과학자 양성을 병행하고 있다. 과학기술대학은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기존 의학과는 다른 차원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을 세계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고, 지금은 불확실성에 과감히 도전해야 할 때이다. 의료계에서도 이러한 다양성의 필요성과 현 시점의 중요성에 공감해 주시기를 바란다. 의학을 깊이 이해하는 공학자와 기초과학을 하는 의사가 함께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을 이끌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미래를 기대한다. 포스텍·카이스트와 같은 과학기술대학의 새로운 시도는 의학과 공학의 융합을 통해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를 혁신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2024.03.15 김철홍 포스텍 IT융합공학과 주임교수
- 바흐가 아내에게 바친 선물 독일은 남부 가톨릭 문화권과 중부 및 북부의 프로테스탄트 문화권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가톨릭 문화권은 마인 강의 남부 지역과 도나우 강 주변이다. 여기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엘베 강의 색채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북해로 흘러 들어가는 엘베 강의 중간 지역에 해당하는 튀링엔, 작센 및 안할트 지방이 바로 프로테스탄트 문화권의 핵심을 이루는 곳이다. 이 지역에 있는 주요 도시로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할레, 비텐베르크, 쾨텐, 바이마르, 에어푸르트, 아이제나흐 등을 손꼽을 수 있는데 이 도시들은 모두 가까이에 있다.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와 바흐 동상. 튀링엔 지방의 작은 도시 아이제나흐 태생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는 생의 마지막 27년 동안은 라이프치히에서 활동했다. 당시 인구 2만의 라이프치히는 권위 있는 대학이 있는 개신교의 보루이자 음악의 도시였으며 해마다 세 번의 유명한 박람회가 열려 많은 인파가 몰려들던 상업의 요충지였다. 라이프치히에서 바흐가 몸담았던 곳은 성 토마스 교회인데 이곳에는 그의 묘소가 있으니 오늘날 클래식 음악 순례자들에게는 가장 거룩한 성소인 셈이다. 성 토마스 교회 안 바흐의 묘소. 라이프치히에서 북서쪽으로 약 30㎞ 가면 헨델이 태어난 도시 할레가 있고, 그곳에서 다시 북쪽으로 30㎞ 가면 안할트 지방의 쾨텐이다. 쾨텐은 웬만한 지도에는 나오지도 않는 인구 2만 7000명 정도의 작은 시골 도시이지만 바흐의 행적을 찾아보는 여행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바흐는 쾨텐으로 오기 전 바이마르 궁정에서 활동하다가 1717년에 안할트-쾨텐 공 레오폴트(1694~1728)의 궁정의 음악감독으로 초빙됐다. 쾨텐에서 그는 아내 마리아 바르바라(1684~1729)와 4명의 어린 아들과 함께 살면서 여유를 갖고 창조적 재충전을 할 기회를 얻었다. 그것은 21세의 젊은 레오폴트 공이 열렬한 음악애호가였고 또 경건한 칼뱅주의자로 바흐에게 종교음악 작곡을 심하게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흐는 바이마르 시절과는 달리 종교적 요구와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세속음악 작곡에도 전념할 수 있었다. 그는 특히 오케스트라와 오케스트라에 쓰이는 악기를 위해 작곡하는 데 몰두했는데 바로 이 시기에 레오폴트 공 궁정의 저녁음악회를 위해서 여러 협주곡을 작곡했다. 작은 도시 쾨텐의 거리. 1720년 그는 레오폴트 공을 수행해 온천으로 유명한 카를스바트(오늘날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에 갔는데 두 달 뒤에 돌아와 보니 청천벽력 같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사이 7월 7일 아내가 갑자기 사망해 이미 매장돼 있었던 것이다. 다음 해 1721년에는 라이프치히 남서쪽 30㎞ 떨어진 작은 도시 차이츠에서 온 20세의 소프라노 가수 안나 막달레나 빌케(1701~1760)가 쾨텐 궁정에 고용됐는데 36세의 궁정음악감독 바흐는 그녀와 눈이 맞아 그해 12월 3일에 결혼했다. 첫 번째 아내와 사별한 지 17개월 만이었다. 쾨텐에서 바흐가 살던 집 앞에 세워진 바흐 기념상. 이어서 그해 12월 11일에는 레오폴트 공이 안할트-베른부르크의 영주 딸 프레데리카 헨리에테와 결혼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녀는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레오폴트 공이 하인들과 함께 무의미한 짓을 하는 것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흐는 결혼 이듬해 1722년 아내에게 귀한 선물을 하는데, 그것이 바로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음악수첩이다. 바흐는 자신이 작곡한 건반악기 초보 연주자를 위한 음악의 자필 악보 모음을 그녀에게 헌정했다. 1722년 안나 마리아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음악수첩 중 바흐의 자필 악보. 바흐는 쾨텐 궁정의 상황이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에 속히 다른 도시에서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지위를 확보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마침 라이프치히의 토마스 음악학교의 음악감독 자리가 비었다. 드디어 1723년 바흐는 쾨텐 생활을 모두 접은 후가족을 데리고 더 넓은 세계로 갔다. 라이프치히에 자리 잡은 바흐는 1725년에 다시 한번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음악수첩을 헌정했다. 두 번째 수첩에는 모두 42곡이 수록돼 있는데 그중 4번째 곡 미뉴에트 G장조는 건반악기 초보자들이 연주하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선율 따라 노래 부르기에도 좋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런데 이 곡은 바흐가 작곡한 것이 아니라 당시 드레스덴의 오르가니스트 크리스티안 페촐트(1677~1833)의 작품이다. 다시 말해 첫 번째 음악 수첩에는 바흐의 곡만 실려 있는 반면, 두 번째 음악 수첩에는 바흐뿐만 아니라 다른 작곡가들의 곡도 다수 수록된 것이다. 안나 마그달레나도 바흐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전처소생 아들 네 명을 정성스럽게 키웠을 뿐만 아니라 1723년부터 1742년까지 자그마치 13명의 자식을 낳았으니 말이다. (그중 7명은 어린나이에 죽었다) 바흐의 자식 중 나중에 유명한 음악가가 된 인물이 여럿 있다. 빌헬름 프리데만과 카를 필립 에마누엘은 첫 번째 결혼을 통해, 요한 크리스토프 프리트리히와 요한 크리스티안은 두 번째 결혼을 통해 얻은 아들이었다.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1735~1782)는 나중에 런던에서 활동했는데 그곳을 방문한 어린 모차르트에게 크게 영향을 끼친 장본인이기도 하다.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culturebox@naver.com 2024.03.15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 심연으로 퍼지는 미지의 아름다움 1980년대 후반, 영국의 항구도시 브리스톨에서 기이한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느린 템포의 힙합 비트와 전자음악, 덥과 소울, 재즈, 그리고 사이키델릭을 뒤섞어낸 형태의 음악들이 등장했고 이는 소위 브리스톨 사운드라고 이름 붙여진다. 브레이크 비트를 샘플링 했지만 낮은 BPM으로 천천히 재생됐고, 베이스가 두드러지면서 분위기는 대체로 느긋하거나 우울했다. 후에 이 음악들은 트립합(Trip Hop)이라 불리게 된다. 소위 매시브 어택, 트리키, 그리고 포티스헤드가 브리스톨 트립합 3인방이라 편의상 거론되고 있는데, 사실 이들이 초기에 활동하던 시기에는 트립합이라는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1994년 6월, 믹스맥 매거진에서 미국 베이 에이리어 출신인 DJ 섀도우의 싱글 In/Flux를 설명할 때 트립 합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이후 널리 활용됐다. 앞서 언급한 브리스톨 트립합 3인방 모두 고유의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1988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매시브 어택은 트립합이 뻗어 나가는 데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토대를 만들어 놓았다. 이들은 힙합과 록, 레게, 덥 등의 요소를 능숙하게 섞어내는 한편 내면에 집중하는 가사와 사운드 디자인을 구성해내려 했다. 무엇보다 매시브 어택은 정치, 인권, 환경문제에 관한 활동들 또한 함께 전개했다. 자신들의 자동차 광고 수익을 기름 유출 복구 캠페인에 기부하기도 했고 기후 운동가들을 지원했으며, 각종 전쟁들에 관해서도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온 편이다. 내한 공연 당시에도 한글로 된 뉴스 헤드라인을 배경에 깔고 계속 글귀를 바꿔가면서 공연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하던 3D, 대디 G, 그리고 머쉬룸이 지역의 크루 와일드 번치에서 조우했다. 와일드 번치는 레게와 덥이 집중된 사운드 시스템 크루였는데 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온 네네 체리의 도움으로 인해 매시브 어택은 첫 앨범 Blue Lines를 완성할 수 있었다. 최초의 트립합 앨범이라 칭해지는 Blue Lines는 Unfinished Sympathy 같은 싱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급속도로 주목받게 되고 이들은 영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팀으로 급부상한다. Blue Lines로 자신들의 스타일을 확립한 매시브 어택은 두 번째 앨범 Protection을 통해 본격적으로 어번 소울과 힙합 그루브를 자신들만의 속도에 맞춰 부드럽고 명상적인 형태로 완수한다. 이전 작에 이어 트리키가 히트 싱글 Karmacoma에 참여했고, 그 밖에도 자마이카 출신의 호레이스 앤디, 니콜렛, 에브리씽 벗 더 걸의 트레이시 손이 보컬로 합류했다. 내 경우 영화 배트맨 포에버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트레이시 손이 보컬을 담당한 트랙이 처음으로 들었던 매시브 어택 곡이기도 했다. 영화음악 작업으로도 이름을 알려간 크레익 암스트롱과 프로듀서 넬리 후퍼 또한 이 두번째 앨범을 보다 선명하고 감정적인 형태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완벽한 심야의 사운드트랙이라 평가받는 걸작 Mezzanine을 통해 UK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매시브 어택은 확실하게 자신들의 위치를 공표한다. 두려움과 아름다움 사이의 긴장관계를 끊임없이 유지하는 앨범은 어둠과 신성함을 조합해내면서 마치 다른 차원의 흑백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듯한 감각으로 듣는 이들을 인도한다. 특히나 콕토 트윈스의 엘리자베스 프레이저가 보컬을 담당해낸 처연한 Teardrop, 그리고 매시브 어택 사상 가장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Angel은 매시브 어택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은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머쉬룸이 탈퇴하고 대디 G 또한 휴지기를 가지면서 녹음에서 빠진 100th Window는 샘플링과 힙합 스타일을 배재한 첫 앨범이 됐다. Special Cases를 포함한 세 곡에서 시네이드 오코너가 보컬로 참여하기도 했으며, 데이먼 알반 또한 Small Time Shot Away에서 백보컬을 담당했다. 대디 G가 돌아온 앨범 Heligoland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보컬들이 함께했는데 데이먼 알반은 물론 매지 스타의 호프 산도발, 엘보우의 가이 가비 등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호레이스 앤디는 최근 앨범까지 꾸준히 한 두 곡 씩은 참여하면서 개근했다. 매시브 어택은 이후 베스트 앨범과 몇몇 EP를 발표할 뿐 정규 작을 내놓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공연은 꾸준히 전개해 나갔다. 2010년도에는 페스티벌 공연으로 한국을 찾기도 했으며 2019년도에는 Mezzanine의 20주년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에게 시상하는 아이버 노벨로 상을 수여 받으면서 영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데이빗 보위, 마돈나 등의 거장들과 협업 작업물을 내놓기도 했고, 씨크릿, 블레이드 2, 자칼, 고모라 등의 영화에 곡을 수록하기도 했다. 특히 이연걸 주연의 영화 더 독의 경우 아예 전체 음악을 담당하기도 한다. 아마도 매시브 어택 관련으로 가장 흥미로운 떡밥은 다름 아닌 뱅크시와 관련된 사안일 것이다. 지난 2020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도시문화를 주제로 열린 아트페어 어반브레이크 아트아시아(URBAN BREAK Art Asia)에서 시민들이 세계적으로 어반 스트리트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뱅크시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신분을 노출하지 않은 채 활동하는 아티스트 뱅크시의 정체가 다름 아닌 매시브 어택이라는 소문이 바로 그것인데, 실제로 매시브 어택의 멤버 3D의 경우 그래피티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또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며, 무엇보다 뱅크시의 벽화가 출몰하는 경로와 매시브 어택의 투어 경로가 겹쳤던 적이 더러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 가설을 믿기 시작했다. 당연히 본인들은 부정하고 있는 중이다. 매시브 어택은 시대를 초월하는 우아함을 어두운 분위기와 예민한 접근 방식을 통해 모던하게 구현해냈다. 밴드가 영향 받은 수많은 음악들이 매시브 어택의 곡이 전개되는 와중 스쳐 지나가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감촉은 그 어느 장르 와도 다르다. 그러니까 이는 다양한 음악들의 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하고 끊임없이 교배를 거듭한 결과 특별한 변이종이 탄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처음에는 음울한 사운드가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점차 이 가라앉는 감각에 위화감이 없어져가고 결국 이 어두운 소리에 잠겨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된다. 뒤숭숭하고 어두운 밀레니엄과 21세기 초반인 현재의 분위기는 의외로 크게 다르지 않았고 이러한 상황의 뒷배경에 깔리는 매시브 어택의 곡들은 언제나 시의적절해 보였다. 간단히 말해 이것은 몸과 마음, 무엇보다 영혼을 위한 현대 음악에 다름 아니다. ☞ 추천 음반 ◆ Mezzanine (1998 / Virgin, Circa) 밴드가 가능한 어두운 음악을 하기로 작정하고 작업한 작품임에도 오히려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결과물이 됐다. 영국은 물론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 차트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는데, 국내에서도 앨범 발매 당시 대형 레코드스토어 체인점에서 벽면 한바닥을 모두 이 앨범으로 채워놓고 광고했던 기억이 난다. 어두운 미학을 적극 탐구해낸 작품으로 매시브 어택과 세기말 당시의 분위기를 체감하기에 가장 적절한 앨범이라 하겠다.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On the Pulse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2024.03.13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 아이돌봄 절실한 어머니의 전화…“희망이 있습니다” 박성환 송린초등학교 교사 현장에 답이 있다. 지난 겨울 늘봄학교를 준비하면서 학생·학부모와 의사소통하며 경험한 사례를 통해늘봄학교의 긍정적인 효과와 전망을 풀어내고자 한다. #늘1. 학부모님들의 걱정과 희망 봄1. 희망이 있을까요? 지난 2월 한 학부모에게 전화를 받았다. 당장 다음 달 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돌봄교실 추첨에서 떨어져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을 설친다는 사연이었다.그리고 끝에 우리 아이도 희망이 있을까요?라고 물으셨다. 안타까웠다. 아직 7살밖에 되지 않은 자녀를 생각하며 희망이 있는지 물으시는 학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희망이 있습니다.지난해부터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을 연중 편성할 예정이니 안내장을 잘 확인해주시고 신청해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어머님께서는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했다. 그렇다. 지난 1~2월은 학부모에게도, 학교에도 현실적인 고충을 함께 공유하는 값진 시간이었다.늘봄학교 담당자로서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 대화였다. 초등학교를 입학시키는 학부모의 걱정과 불안을 체감하면서 한동안 전화 통화 내용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봄2.늘봄학교 삼천지교 송린초로 전학시키고자 합니다 교무실로 한 학부모가 찾아오셨다. 인근 학교에 입학 예정이지만 송린초가 개학과 동시에 늘봄학교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하셨다고 했다. 당장 하교 시간 이후 돌봄 공백이 발생해 인근 학교의 늘봄 계획 수립을 기다릴 수만 없다는 사연이었다. 한부모가정이었던 학부모께서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해 늘봄학교가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자녀가 아침늘봄 프로그램과 초1 맞춤형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하고 난 후 학부모께서는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셨다. 학부모의 노력과 함께 자녀는 아침 8시면 늘 아버지 손을 잡고 아침늘봄 프로그램에 들어와 오후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오늘도 학교에 적응해가고 있다. 봄3. 밖에서는 최소 40, 학교에서는 10 우리 아이 방과후학교 4개 듣는데 수업료 10만 원만 내요. 방송 댄스, 클레이, 바둑 등 똑같이 학원 보내면 한 아이한테만 최소 40만 원이에요 수익자부담 방과후학교 부서 교실 앞에서 한 학부모와 대화를 나누다가 사교육비에 대해 실감하게 됐다. 송린초에서는 늘봄학교 맞춤형 방과후학교와 동시에 기존부터 운영되던 수익자부담 방과후학교도 개교 이래로 단 한 번의 수업료 인상 없이 저렴한 수업료로 원하는 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는 늘봄학교로 지원되는 미래형·맞춤형 방과후학교와 수익자부담 방과후학교를 적절히 배합해 사교육비를 절감해나가고 있다. 봄4. 미안한 마음을 늘봄학교로 채워가요 한 학부모로부터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맞벌이 부모님은 항상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갑니다. 다른 엄마처럼 더 오랜 시간 곁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선생님께서 정말 큰일하고 계신 것을 학부모님들은 다 알아요. 미안한 마음을 덜게 해주시는 학교와 담당 선생님, 강사분께 늘 감사드립니다 학부모도 엄마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마음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마의 마음까지 돌볼 수 있는 일, 담당자로서 힘들 때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다움을 느낀 순간이었다. 우리 가족이 참여한다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채워나가고 있다. #늘2.정성이 담긴 늘봄학교 프로그램 봄5. 초1 맞춤형 정서창의놀이 프로그램 지난 겨울 늘봄학교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이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마침 겨울방학에 지역과 연계해 음악치료,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일반학생 대상으로 운영해봤는데 학생들의 음악과 미술로 정서가 순화되는 모습이었고 가정에서의 학부모 만족도도 높았다. 어른들도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우울할 때 운동한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신나는 음악을 듣는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심리를 안정시켜 나가곤 한다. 학생들의 심리 정서를 안정시키고 더 나아가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심리·정서 프로그램을 초1 맞춤형의 한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이를 통해 초등 1학년부터 자신의 감정을 올바른 방법으로 순화시키고 성장시켜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봄6. 초1 맞춤형 바른체형성장댄스 프로그램 지역 에어로빅·힙합 협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신나게 신체활동 하면서 건강하게 성장해나갔으면 하는데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을지 자문을 구했다. 요즘 아이들은 10분만 걸어도 힘들어한다. 그리고 걷는 자세도 구부정해 안 좋은 자세가 평생 가는 학생들이 많다. 초등학교 1학년 성장기부터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기초 습관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자문을 얻었고 에어로빅·힙합 종목의 전문가와 함께 바른체형성장댄스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실제 댄스와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 체육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초1 맞춤형 바른체형성장댄스 프로그램으로 딱딱한 의자 대신 신나게 놀이 활동하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은 정적인 활동을 주로 하는 정서창의놀이 프로그램과 동적인 활동을 주로 하는 바른체형성장댄스 프로그램으로 다채롭게 학생들의 특성에 맞춰 성장을 지원한다. 초1 맞춤형 프로그램 참여 모습. (제공=박성환 송린초 교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봄7. 초1 맞춤형 투트랙 2024년 늘봄학교의 주요 키워드는 초1 맞춤형과 원하는 초등학교 1학년 누구나다. 지난해 늘봄학교 시범운영 하면서 입학 초기 적응 기간에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운영 후 설문조사에서 운영 기간을 더 늘려달라는 의견이 있었고 시범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1 맞춤형을 수요자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올해는 연중 운영되는 초1 맞춤형 프로그램과 입학 초기 적응 기간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단기형 초1 맞춤형을 함께 구성했다. 초1 맞춤형 프로그램에 관해 연구하고 기간별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수요자가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돌봄 초과수요나 연중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학생은 연중운영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3월 한 달만 초1 맞춤형이 필요하거나 일부 요일만 돌봄이 필요한 경우는 단기형 프로그램을 선택해 촘촘한 늘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송린초 늘봄학교 프로그램. (제공=박성환 송린초 교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봄8. 미라클 모닝 아침늘봄 프로그램 이른 아침 담임 선생님이 출근하기 전 불 꺼진 교실에 혼자 엎드려 자는 학생을 발견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아침에 부모님이 출근할 때 같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학생들이 안전하게 머물고 동시에 자기 소질을 계발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며 아침늘봄은 시작됐다. 늘봄학교가 시범운영 되기 전부터 송린초에는 모닝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아침에 한 시간 일찍 등교해 티볼, 피구, 육상 등 자신이 좋아하는 체육활동을 하고 교실로 활기차게 들어갔다. 늘봄학교를 맞이하면서 이러한 모닝 스포츠클럽을 정제화해 아침늘봄 프로그램으로 기획했고 동시에 방과후학교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디지털·인공지능(AI) 에듀테크 프로그램도 구성했다. 1~3학년, 4~6학년으로 나눠 하루는 놀이체육 활동을 하고 하루는 디지털·AI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구성했다. 역사는 아침에 이뤄짐을 학생들은 실천하고 있다. 송린초 아침늘봄 프로그램 시간표. (제공=박성환 송린초 교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봄9. 학생-학부모-지역사회의 선순환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이 늘봄학교와 함께해야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울 수 있다. 작년 늘봄학교를 시범운영 하면서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창의과학재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 대학 산학협력단,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지역 관계기관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는 학생들이 전문화되고 세밀화된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놀이체육과 치어리딩 프로그램 강사는 마을 주민이자 본교의 학부모이기도 하다. 놀이체육 강사는 직접 학교 교무실을 찾아 수업을 제안하며 아침늘봄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지역 연계 프로그램은 학교가 직접 강사를 채용하고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행정 업무가 크게 감소된다. 이러한 지역의 우수한 자원이 대도시뿐만 아니라 소규모, 벽지 지역에도 파견돼 지역별 편차가 없도록 지역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늘봄학교 맞춤형 프로그램 참여 모습. (제공=박성환 송린초 교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봄10.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요 본교는 전교생이 1600명의 대규모 학교로 한 분기에 방과후학교 신청자만 500명에 육박한다. 다양한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수익자부담 방과후학교는 추첨제로 운영된다. 다만, 수익자부담 방과후학교는 분기마다 추첨해 탈락하는 학생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또 기수강권을 부여하고자 하니 한 번 떨어진 학생은 해당 과목을 1년 동안 방과후수업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뚜렷하다. 이러한 방과후학교의 사각지대를 해소했다. 늘봄학교 미래형·맞춤형 방과후학교는 한번 수강이 확정되면 지속적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새로 생기는 미래형·맞춤형 방과후학교가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한 예로 본교의 치어리딩부는 대표적인 인기부서다. 분기마다 발표회, 예술제에 참여해 학생들이 방과후에 갈고닦은 실력을 무대에서 뽐낼 기회를 제공해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도가 최상이다. 하지만 반대로 추첨으로 탈락하는 슬픔 또한 컸다. 학부모님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가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수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달라는 요구를 반영해 늘봄학교 맞춤형 방과후학교로 치어리딩 공연반을 편성했다. 학생들은 공연반을 통해 1년 동안 추첨에 대한 불안감 없이 안정적으로 실력을 쌓아갈 수 있었다. 이는 경기도 스포츠클럽 치어리딩대회 우승과 전국 스포츠클럽축전 교육부장관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발판이 됐다. 또 다양한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방과후학교, 지속적으로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방과후학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가 됐다. 송린초 늘봄학교 치어리딩부 및 육상부 활동 모습. (제공=박성환 송린초 교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늘봄학교를 준비하며 겪은 20가지 이야기 2편으로 이어집니다. 2024.03.13 박성환 송린초등학교 교사
- 교육발전특구에 거는 기대 이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지난 2월 28일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구로 31건을 선정해 발표했다. 최초의 시범사업임에도 기초지자체 29건, 광역지자체 6건, 일부 기초를 포함하는 광역지자체 5건 등 총 40건의 신청이 이뤄졌는데 이는 공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 발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자체와 교육청이 함께 대학, 초중등, 지역 기업, 지역 공공기관과 협력해 지역의 공교육을 혁신하고 지역인재의 양성 및 정주체제를 만드는 사업이다. 교육발전특구는 현 정부 인수위 공약 중 하나였던 교육자유특구에서 출발했지만, 학생의 선택권과 학교의 다양성에 방점을 두었던 교육자유특구의 틀에서 벗어나 공교육의 혁신과 지역인재 선순환 체제 구축을 지역 주도로 모색하는 사업으로 발전했다. 교육발전특구는 과거의 특구 사업들과는 다음의 다섯 가지 중요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별성에 기반해 실질적으로 공교육과 지역 경제를 살리는 정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로, 가장 중요한 차별성은 교육청 단독의 사업이 아니라 지자체와의 협력 사업이라는 점이다. 과거에 교육 관련 특구들은 일반 지자체와의 연계 없이 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에서 주도하는 형태였다. 반면, 교육발전특구 사업은 사업의 준비와 실행이 처음부터 일반 지자체와 교육 지자체의 공동 책임으로 설정돼 있다. 이러한 구조를 바탕으로 과거 교육 관련 특구에서 부족했던 지역 산업의 연계, 지역 수요의 반영이 가능하게 됐다. 지자체와 협력해 구축하는 늘봄학교 사업, 지자체 및 지역 산업과 연계하는 지역인재 양성, 지역 수요를 반영하는 특성화고교 및 대학에서의 교육 훈련 제공 등 교육발전특구 사업의 제안서에는 이러한 협력 사업들이 다수 담겨 있다. 두 번째 차별성은 교육 정책들이 균형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과거 균형발전 정책들은 국가 권한을 지방으로 내려보내고, 공공기관과 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또 지역인재 양성 및 정주 정책과는 결합해 추진되지 못했다. 지역인재 양성 및 정주 체제 미비로 인해 이전 기업과 공공기관의 종사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지역에 정주하지 못했다. 교육발전특구 사업은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을 이전 기관과 기업 종사자들에게 제공해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이전 공공기관 및 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지역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 인재, 정주 여건, 문화 등이 모두 함께 필요한데, 교육발전특구 사업은 인재와 정주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이들 요소를 위해 지방시대 위원회는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를 4대 특구로 상호 보완적으로 함께 추진하고 있다. 세 번째 중요한 차별성은 중앙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지역에 내려보내 지역 수요 및 여건과 괴리돼 정책이 준비되고 실행되던 하향식 방식을 지양한다는 것이다. 대신,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함께 지역 산업, 지역 대학, 지역 초중고, 지역 공공기관과 협력해 지역의 교육 정책을 고안하고 실행하는 상향식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향식 교육 혁신 정책은 당연히 지역의 수요와 여건에 바탕을 두고 정책이 마련되고 시행되기 때문에 그 효과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수요를 반영한 초중고 교육과정 개선, 지역의 산업기반과 연계된 특성화고 활성화 방안, 지역 돌봄 수요에 대응해 마련된 구체적인 돌봄 조직과 인력 확보 방안, 지역 수요가 반영된 폐교 활용 방안 등 교육발전특구 사업 계획서에는 다양한 지역 기반 교육 정책들을 볼 수 있다. 네 번째로, 초중등 교육과 고등 교육이 하나의 틀에서 접근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은 교육청이 관장하고 고등 교육은 교육부가 관장하는 구조를 띠고 있어서 초중등교육과 고등 교육 간의 연계가 부족했다. 교육발전특구사업 계획서에는 지역 고교-대학 연계를 통한 교육과정 개선, 지역 산업, 초중고, 고등교육의 연계 강화 등 초중고와 대학 간의 다양한 연계 사업들도 제시돼 있다. 다섯째로, 교육발전특구는 예산 지원 사업이 아니라 지역 협력과 규제 완화 사업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교육발전특구로 선정되는 경우 추가 지원되는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특별교부금 정도로, 그 규모는 지역별로 최대 몇백억 원에 불과하다. 여러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사업들에서 사업 대상 기관들은 진정한 혁신이나 발전이 아니라 대상 기관으로 선정되기 위해 겉모습만을 바꾼 경우가 많았다. 이번 교육발전특구 사업은 지역 초중고, 지역 대학, 지역 산업, 지역 공공기관, 일반 지자체, 교육 지자체가 협력하는 새로운 협력 거버넌스 체제를 만들어 진정한 지역 교육, 경제, 사회의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이러한교육발전특구 사업이 교육정책과 지역균형발전정책의 결합, 상향식 사업 추진, 초중고와 대학의 연계 강화, 지역 협력 체제 구축을 기반으로 공교육 혁신과 지역인재 양성 및 정주를 달성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지역 불균형과 저출생 문제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4.03.12 이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 놓치면 여전히 ‘섭섭한’ 힙합 영화와 다큐멘터리 힙합은 음악이지만 동시에 문화이고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리고 힙합의 이러한 면모를 이해하기에는 영상 콘텐츠가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이미 지난 세월 동안 많은 영화 및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나왔다. 그 작품들은 힙합의 뿌리와 맞닿은 흑인역사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고 힙합에 잠재된 코드와 가능성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했다. 힙합 영화와 힙합 다큐멘터리는 나에게 마치 교과서 같았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놓치면 섭섭한, 아니 놓치면 안 될 힙합 시청각 교재들. 지난회에 이어 두번째 챕터다. ◆ 아트 오브 랩(Something from Nothing: The Art of Rap, 2012) 힙합 뮤지션 47인이 참여한 이 다큐멘터리는 랩의 라임, 기술, 플로우, 메시지 등에 대한 다양한 래퍼들의 생각을 담았다. 갱스터 랩의 선구자로 추앙 받는 아이스티(Ice-T)가 제작자로서, 또 작품에 직접 출연해 극을 이끌어가는 호스트로서 활약한다. 래퍼들 간의 진지하고 음악적인 대화를 보고 있다 보면 랩이 왜 시시껄렁한 지껄임이 아니라 존중 받아야할 언어 예술인지 여실히 깨달을 수 있다. 에미넴, 닥터드레, 카니에웨스트, 스눕독, 런DMC, 아이스큐브, 더그E프레쉬, 빅대디케인, 큐팁 등이 참여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직접 비슷한 작품을 한국버전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한국래퍼들과의 대화를 통해 랩의 예술성과 멋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할까. 그래서 제작하고 개봉한 다큐멘터리가 바로 리스펙트다. 도끼, 빈지노, 더콰이엇, 타이거JK, 엠씨메타 등 한국래퍼들과 필자의 예술적 대담이 담겨 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후회는 없다. ◆ 보이즈 앤 후드(Boyz N The Hood, 1991) 스파이크 리(Spike Lee)와 함께 90년대 초반 투쟁적 흑인영화의 흐름을 이끌었던 존 싱글톤(John Singleton) 감독의 1991년 작품이다. 흑인남성 21명 중 1명은 살해당한다. 그들 대부분은 같은 흑인남성에 의해 죽는다.는 문구를 첫 장면에 넣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위험하고 가난한 동네에 사는 흑인의 삶에 내내 집중한다. 게토 흑인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성실한 태도가 탄탄한 구성과 맞물리며 의미와 재미를 모두 잡은 작품이다. 아이스큐브(Ice Cube)의 영화 데뷔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이스큐브의 솔로데뷔작 [AmeriKKKas Most Wanted]는 이 영화와 함께 들으면 좋을 앨범이다. 퍼블릭에너미(Public Enemy)의 프로듀싱팀 봄스쿼드(The Bomb Squad)가 참여했으며, 동부와 서부의 색 사이에서 강렬한 메시지와 힘 있는 갱스터 랩을 구축했다. 스스로 여러 역할을 연기하며 흑인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고발한 스토리텔링 역시 인상적이다. 음악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 모든 면에서 힙합 역사에 남을 명작이다. 아트 오브 랩(왼쪽)과 보이즈 앤 후드 포스터(사진=기고자 제공) ◆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Nas: Time Is Illmatic, 2014) 2014년에 선보인 나스: 타임이즈일매틱은 나스(Nas)의 데뷔작 [Illmatic](1994), 그리고 이 앨범의 창작에 영향을 끼친 것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발매 후 20년 동안 이 앨범은 줄곧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거론되며 모두의 칭송을 받았다. 이 영화는 나스의 유년기로부터 시작해 [Illmatic]의 사운드와 가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다루고 있으며, 앨범의 음악적 성과는 물론 사회적 의미 역시 놓치지 않는다. 나스 본인과 앨범에 직접 참여한 이들, 그리고 나스의 가족이 출연해 이해를 돕는다. 이 영화는 힙합이 음악인 동시에 문화이자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말해줄 것이다. 더불어 랩은 곧 시라는 믿음, 그리고 사회적 산물로서의 힙합이 그 어떤 음악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 역시 증명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나스의 데뷔작 Illmatic은 힙합 역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이 앨범을 조금 긴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아마 이렇게 될 것이다. '게토 흑인의 삶에 대한 치밀한 다큐이자 동시에 시적인 문학을, 힙합 장르의 고유한 작법만을 활용한 청각적 기술로 표현을 시도해, 궁극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의 쾌감에 도달하는 데에 성공한 작품'. 또한 단순히 한 래퍼의 정규 앨범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하며, 그 자체로 힙합의 아이콘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 스타일 워(Style Wars, 1983) 스타일 워는 1983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힙합이 처음 생겨난 직후 문화적으로 여러 분야가 구축되고 하나의 현상을 넘어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피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그래피티가 디제잉이나 래핑, 비보잉과 어떠한 연결고리를 지니는지도 놓치지 않는다. 당대 내로라하는 그래피티아티스트가 총출동했고 당시의 유행도 간접경험해볼 수 있다. 그래피티에 대한 존중을 담은, 힙합 초창기의 선구적인 작품이다. 스타일워의 사운드트랙에는 슈가힐갱(The Sugarhill Gang), 그랜드마스터플래쉬 앤드 퓨리어스파이브(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 등 80년대 초반 유명했던 래퍼들이 참여했다.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왼쪽)과 스타일 워 포스터(사진=기고자 제공) 특히 고인이 된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힙합뮤지션 람엘지(Rammellzee)의 이름 역시 볼 수 있는데, 그는 자신의 그래피티에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아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힙합뿐 아니라 80년대 초반 거리에서 유행했던 음악을 다수 접할 수 있는 앨범이다. ◆ 김봉현 음악저널리스트/작가힙합에 관해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케이팝 아이돌 연습생들에게 음악과 예술에 대해 가르치고 있고, 최근에는 제이팝 아티스트들과 교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의 시학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2024.03.08 김봉현 음악저널리스트·작가
- ‘이별의 달’ 2월을 보내며…‘작별’의 클래식 음악 2월은 이별의 달이다. 졸업식이 있는 달이며 겨울과의 이별을 준비하는달이기도 하다. 요즘엔 좀더 앞당겨서 졸업하기도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 2월은 졸업시즌으로 각인되어 있다. 비단 학생들만의 이별이 아닌 선생님들도 2월은 이별을 준비하는 달이기도 하다. 가르친 제자와의 이별을 포함, 정년과 전근으로 학교를 떠나는 달 또한 2월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많은 감정을 교차하게 만드는 2월을 상징하는 꽃은 바로 붓꽃으로, 영어로는 아이리스이다. 아이리스의 꽃말은 충실함과 지혜, 희망을 뜻한다. 헤어짐의 달과 참으로 어울리는 꽃말이다. 서로의 충실함을 통해 우리는 지혜를 얻고 그것으로 다가올 희망을 바라보는 달, 결국 이별은 슬픔을 동반하지만 사랑하고 정들었던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낳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더욱 성숙해 진다. 예술가들에게도 이별과 작별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켜 그들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감정은 누군가를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가장 순수하며 가장 빛난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별의 감정이 느껴지는 작품이야말로 예술가의 영혼이 순수하게 빛날 때 작곡된 작품이 아닐까? 이별과 관련된 주제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작품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해 7월 피아니스트 이혁이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혁명기념일 바스티유의 날(Bastille day)을 기념하는 콘서트에서 쇼팽의 곡을 연주하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쇼팽 : 이별의 곡 나르시시즘이 강한 쇼팽의 작품에도 이별의 감정은 그의 피아니즘을 아름답고 빛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이별의 곡이라는 부제의 곡은 그의 연습곡 형식 즉 에뛰드 작품이다. 쇼팽은 총 27곡의 에뛰드를 남겼다. 에뛰드는 연습곡이란 뜻 이지만 쇼팽은 단순한 연습곡을 뛰어넘어 연주용 소품으로 만들었다. 그의 에뛰드는 총 3묶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작품번호 10번과 25번 모음집, 그리고 3개의 또 다른 작은 에뛰드들로 구성되어있다. 그 중 작품번호 10번 모음집은 라이벌인 프란츠 리스트에게 헌정되었는데, 이 모음집의 3번째 곡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이별의 곡이다. 쇼팽은 이 작품을 완성한 후 이처럼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을 여태껏 써 본적이 없다며 만족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별의 곡은 작품번호로는 잘 모를 수 있지만 멜로디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어디선가 들어보셨을 만한 작품이다. 1832년 젊은 나이의 22살 쇼팽이 작곡한 곡이지만 신기하게도 음악은 시간이 흐를수록 듣는 이에게 성숙함과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에뛰드들이 연습곡적인 성격으로 빠르게 연주하도록 되어있지만 이 곡은 느리게 연주하는 작품이다. 또 느리면서도 아름답고 테크닉적으로도 쉽지 않은 곡이기도 하다. 이별의 곡은 여러 기악곡과 실내악 등 다양한 작품으로 편곡되어 연주되곤 하는데 가사를 붙여서 가곡처럼 부르기도 한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Tristesse(슬픔)이란 제목으로 가사와 함께 불리고 있다. ◆ 쇼팽 : 이별의 왈츠 쇼팽은 왈츠를 화려한 춤곡만이 아닌 고상하고 매혹적인 선율의 세계로 이끌어 내었다. 그는 20여곡의 왈츠를 작곡하였는데 그 중 생전에 출판되어 연주된 작품은 8곡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쇼팽의 유작으로 볼 수 있는데 이별의 왈츠 또한 그의 유작 중 하나이다. 작품번호 69번에 1은 쇼팽의 작품 중 9번째 왈츠로 기록되어 있지만, 작품에 얽힌 내용과 시기를 살펴보면 사실 앞선 번호의 작품보다 좀 더 일찍 작곡되었다. 이별의 왈츠는 약혼자였던 친구의 여동생 마리아 보진스카를 위해 작곡되었다. 1835년 25살의 쇼팽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어린아이로 생각했던 친구의 여동생을 6년만에 만나게 되고, 둘은 곧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로 미래를 약속했지만 폐결핵으로 병약했던 쇼팽을 못마땅하게 여긴 마리아의 아버지는 심한 반대를 하였고 결국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 작품은 그녀와의 추억과 애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곡으로 헤어진 이후 작곡된 작품이 아니라 서로 만나는 시기에 작곡된 작품이다. 쇼팽은 이 곡을 그녀와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게 위해 작곡했지만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상심한 나머지 서랍 속에 간직하고 있었고 생전에 출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쇼팽은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상처받은 마음이 떠올라서 세상에 알리려 하지 않았을 수 도 있다. 쇼팽 사후 발견된 이 작품은 쓰여진 지 20년이 지난 1855년에 출판되었다. 작품을 헌정 받은 약혼녀 마리아는 이 곡에 이별의 왈츠라는 제목을 붙였으며 평생 간직했다고 알려져 있다. 쇼팽의 유품에는 나의 슬픔이라고 써있는 묶음이 있는데 바로 마리아에게 받았던 편지를 모아둔 것이다. 슬픔을 뒤로하고 파리로 떠난 쇼팽, 그는 그곳에서 또 다른 스타일의 연인 상드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쇼팽이 결혼을 생각했던 유일한 여성은 마리아로 알려져 있다. ◆ 베토벤 : 고별 소나타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마주르카, 녹턴, 왈츠, 발라드 등 여러 독창적인 장르의 음악을 피아노로 승화 시켰다. 하지만 200여곡의 그의 작품 중 소나타는 단 3곡만 차지하고 있다. 자유로운 낭만성을 가졌던 쇼팽에게 테마-발전-재현으로 이어지는 형식적인 틀의 소나타는 그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는지 모른다. 오히려 한 세대 전 음악의 성인 베토벤은 무려 32곡의 소나타를 남겼다. 피아니스트들에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 구약성서라면 베토벤의 소나타는 신약성서로 여겨진다. 그만큼 베토벤의 소나타는 끝없는 해석과 무한한 깊이 그리고 심오함을 갖고 있다. 베토벤의 몇몇 소나타들은 비창, 월광, 템페스트, 열정, 함머클라비어 등의 이름이 붙어있는데, 소나타 26번 1악장 또한 고별(Das Lebewohl)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 작품은 유일하게 베토벤 자신이 직접 제목을 붙인 작품이다. 소나타 26번을 작곡할 무렵 베토벤이 살고 있던 비엔나는 나폴레옹 군대의 침략을 받고 있었다. 이 시기 그는 청력을 거의 상실하고 음악으로 고통을 극복하며 투쟁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할 상대는 많지 않았는데 그 중 루돌프 대공은 100여통의 서신을 주고받을 만큼 사이가 아주 각별했던 인물이다. 루돌프 대공은 레오폴드 황제의 막내 아들이었으며 10대시절부터 베토벤의 제자였다. 또한 베토벤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후원을 계속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된 이 작품은 그가 프랑스 군대를 피해 비엔나를 떠날 때 작곡된 작품으로 초고에도 루돌프 대공의 출발 즈음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작품은 1악장 고별(Das Lebewohl), 2악장 부재(Abwesenheit), 3악장 다시만남(Das Wiedersehen)로 구성되어있다. 작품의 구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곡은 완전한 이별이 아닌 다시 만날 희망을 품고 있다 할 수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이곡의 제목을 Das Lebewohl이 아닌 Les Adieux으로 출판하였는데 이를 두고 베토벤은 굉장히 화를 냈다고 전해진다. Das Lebewohl은 마음을 다하여 전하는 인사이고 Les Adieux는 모두에게 할 수 있는 가벼운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가 대공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느껴지는 작품이다. ◆ 하이든 : Symphony No. 45 Farewell 오스트리아 노이지들러 호수(Neusiedlersee)는 바다같이 넓은 호수로 헝가리 국경까지 뻗어있으며 풍광이 정말 아름답고 근처에는 최고급 품종의 와인을 생산하는 떼루아를 품고 있다. 이런 경치 좋은 곳에 헝가리 귀족가문으로 당대 막강한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에스터하지의 여름궁전이 있다. 현재 에스터하지는 가문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음악과 다양한 예술 분야의 커다란 후원자였던 가문의 수장 니콜라우스 후작은 여름포함 1년 중 6개월을 이 궁전에서 머물렀는데, 이곳은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이 궁정악장으로 30여년간 봉직했던 곳이기도 하다. 한번은 니콜라우스 후작이 6개월을 넘어 8개월 동안 본궁인 아이젠슈타트로 돌아가지 않자 단원들의 불만이 점점 쌓여갔다. 악장이었던 하이든은 가족과 함께 궁에 머무를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단원들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던 하이든은 단원들을 위해 한가지 묘안을 낸다. 자신의 연주순서가 끝나면 한 명씩 촛불을 끄고 퇴장하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작품을 작곡한 것이다. 당시에는 전기 사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악보 앞에 촛불을 켜고 연주 하곤 했다. 하이든은 그의 교향곡 45번을 후작앞에서 공연하면서 마지막 4악장에 이 같은 퍼포먼스를 집어넣었다. 한 명씩 연주자가 떠나고 마지막 바이올린 연주자 두 명마저 떠나버리자 단원들의 마음을 눈치챈 후작은 다음날 꿀 같은 휴가를 선물하였다고 한다. 보통 4악장은 빠르게 구성되지만 연주자들이 천천히 나가는 시간을 주기 위해 처음엔 빠르게 중간 퇴장 부분부터는 사람의 걸음속도인 안단테(Andate)로 표기되어 있다. 하이든의 재치가 빛나는 이 작품의 자필악보는 현재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도서관에 소장되어있다. ☞ 추천음반 쇼팽의 작품은 개인적으로 올드 레코딩을 선호한다. 이별의 곡과 왈츠는 상송 프랑수아(Samson Francois) 그리고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의 연주를 추천한다.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Vladimir Sofronitsky)의 레코딩은 구하기 쉽지 않지만 매력적이다. 베토벤의 소나타 또한 워낙 뛰어난 거장들의 연주 레코딩이 많다. 베토벤 역시 올드 레코딩 중심으로 소개한다. 박하우스(Wilhelm Backhaus)를 포함해 동시대의 리히터(Sviatoslav Richter)와 길렐스(Emil Gilels), 캠프(Wilhelm Kempff) 그리고 다음 세대인 브렌델(Alfred Brendel)까지 이들 중 누구를 추천해도 대단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하이든의 교향곡 45번은 세인트 마틴 필즈 아카데미(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또는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Orpheus Chamber Orchestra)의 연주를 추천 드린다. 2009년 바렌보임 지휘로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에서 연주된 실황도 꼭 보시기 바란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2024.03.07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 적정 수준의 보건의료인력 유지해야 하는 이유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의료자원의 배분정책이란 모든 지역의 주민이 골고루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의료자원을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이러한 의료자원배분정책에서 중요한 정책 중의 하나가 보건의료인력 정책이다. 왜냐하면 보건의료인력은 가장 중요한 보건의료자원으로 그 양(量)과 질(質)은 의료공급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부문은 의사가 환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 질병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질병 발생의 불확실성, 그리고 이로 인한 공급자 유인수요(induced demand)와 같은 공급자 중심의 의료 특성상 시장실패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인력수급정책은 장기간에 걸쳐 국가의료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 의료인력 부족으로 적절한 의료서비스 못받는 의료취약인구 증가 특히, 보건의료인력이 부족하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의료취약인구가 증가한다. 따라서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해 보건의료인력을 적정수준 유지해야 하고 그리고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배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와는 다소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인력 특히 의사 공급부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부족 문제는 총량적인 공급부족과 함께 지역 간 불균형 문제와 전문과목 간 불균형 등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수는 2021년 인구 1000명 당 2.56명으로 OECD국가 평균인 3.73명의 68.6% 수준으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의사통계는 한의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한의사를 제외하면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1명으로 OECD국가에서 가장 낮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전망에 의하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2035년에 2만 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의사부족 문제는 지역 간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확대시키고, 의료 취약 지역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응급의료, 분만, 소아청소년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 취약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남, 인천, 경기, 강원을 포함한 전국에서 총 98개의 의료취약 지역이 발생하였다. 또한 분만을 위한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가 있더라도 분만이 어려운 분만취약지역은 전국적으로 72개의 지역이 해당한다. 더구나 전문 질환 자체 충족률도 지역 간 차이가 크다. 서울은 92.9%로 가장 높은 반면, 경북은 25.6%, 세종은 8.4%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급성기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입원 치료 제공률 및 발병 후 입원 소요시간도 지역 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필수의료분야에서 지역 간 의사의 격차는 지역 간 사망률과 건강 불평등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CT촬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의사인력의 수급 불균형 문제는 앞서 언급한 공급자 중심의 의료 특성상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직면하는 문제이며, 시장기능에 의해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은 입학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과대 설립·지역의사제 도입 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와 함께 정부가 의료취약지역에 직접 의과대학을 설립해서 필요한 의사인력을 양성하는 등 적극적인 맞춤형 정책을 실시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의료체계가 유사한 일본에서도 의료취약지역과 지역의 의사부족 문제에 직면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입학정원확대와 함께 두 가지 맞춤형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공공의과대학인 자치의과대학을 설립해서 지역의사인력을 양성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하여 지역의사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72년 지역에 근무할 의사인력을 직접 양성하기 위하여 공공의과대학인 자치의과대학을 설립하였다. 지역별로 입학생을 선발하여 학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 9년 동안 해당 지역의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계약한다. 학생은 의무복무 기간 종료 후에는 자유롭게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졸업 후 의무복무 기간을 마친 의사 중 69.6%가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정책은 지역에 근무할 의사 인력을 확보하여 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향상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치의과대학은 지역의사 양성의 성공적인 모델이지만, 입학정원(2017년 123명)은 한정되어 있어 지역의 의사부족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지역의 의사부족 문제와 함께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하여 일본 정부는 2006년 신(新)의사확보종합대책과 2007년 긴급의사확보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8년 7793명에서 2023년 9384명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오고 있다. 특히, 지역의 의사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존 의과대학에서 별도의 정원을 마련하여 지역에서 근무할 학생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의사제도를 크게 확대하였다. 지역의사제도는 1997년 2개 대학에서 입학정원 11명으로 시작하여 2020년에는 대부분의 의과대학(1,679명 : 전체정원 9,384명의 17.9%)으로 확대되었다. 의과대학 졸업 후 의사의 지역 정착 비율을 보면, 지역의사제도로 선발된 의대생이 졸업 후 대학이 있는 지역에서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비율이 20172019년에 87.8%로 지역의사제도 역시 성공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 간 의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89년 이후 지난 30년 이상 의과대학입학 정원을 늘리기는 커녕,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의 정원 감축을 요구하는 파업으로 입학 정원을 10% 감축하여 의사 부족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당시에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대신 10% 증원했다면, 그리고 일본의 사례처럼 지역 간 의사 인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하여 증원된 정원을 이에 배정했었다면, 의사 부족 문제는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의대 증원 정원을 의료 취약지역 의사 부족 해소에 적극 활용해야 우리나라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뿐만 아니라 현재 당면한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의료 취약 지역, 그리고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의과대학 입학 정원과 교육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번에 증원하는 정원은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를 양성하고, 의료 취약 지역과 필수의료분야의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하여 일본의 사례처럼 공공의과대학 설립과 함께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을 통해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35년 의사인력 1만명 확보와 함께 필수의료분야 의사인력과 지역의 의사인력 확보라는 궁극적인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의사부족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 더 나아가 국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는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가 되었다. 2024.03.05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