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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명시대, 담대하게 나서자 우리나라 인공지능 분야 탑티어인 두 분을 임명하면서 AI를 지렛대 삼아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문명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이는 'AI 3대 강국'을 향해 국가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약속을 즉각 실천한 것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고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내정했다. 명실공히 우리나라 인공지능 분야 탑티어인 두 분을 임명하면서 AI를 지렛대 삼아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문명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이는 후보시절부터 AI 3대 강국을 향해 국가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약속을 즉각 실천한 것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AI는 우리 인류가 맞이할 새로운 문명의 전환이다. 20세기초 인류는 전기와 원자력을 바탕으로 산업혁명과 민주주의 혁명을 성취하면서 역사상 가장 높은 문명의 도약을 이뤘다. 그런데 그 20세기 문명을 완전히 대체할 새로운 문명이 시작됐다. AI 패권은 군사력과 경제력, 문화력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공공과 민간의 효율을 동시에 극대화하고, 사고방식을 바꾸며 인류가 오랫동안 익숙해왔던 지식체계를 뒤집어 놓고 있다. 지능을 구매하는 시대가 됐고, 무한한 지식을 생산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는 AI 강국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 새로운 지식문명의 시대에 가장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나라다. 우리 주변에는 중국, 러시아, 일본, 몽골까지 모두 제국을 운영한 강대국들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동북아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해 가장 근대화된 나라가 됐다. 그 이유는 우리가 지식민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를 만들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글자를 만들었으며, 세계에서 두번째로 인터넷을 만든 나라다. 활자, 글자, 인터넷을 이렇게 한 민족이 만들어낸 사례가 거의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AI의 가장 기초가 되는 반도체에서부터 제조업, 각종 디지털 서비스와 높은 국민의 수용성 그리고 뛰어난 케이(K)-문화까지 갖춘 나라다. 연구자들의 능력도 출중하다. 다만 그동안 이런 요소들을 조직하고 이끌어갈 정치적 리더십이 불안정하고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이 지켜낸 빛의 혁명으로 새로운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주권정부가 탄생했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효율적으로 쏟아부을 준비가 됐다. 비로소 사회전반에 혁신의 기운이 생동하고 있다.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될만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선 가장 먼저 부족한 AI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GPU를 확보하며, 이를 뒷받침할 전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뛰어난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런 연구자들에 대해 국제적 수준의 대우를 해주고, 그와 연결된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창업과 투자를 지원하며 국가가 선도적 구매자로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AI기술에 대해 국가가 주권을 갖는 '소버린 AI(자국 인공지능)'를 확보해야 하며 첨단 모델에 대한 연구를 선도해 국제 표준과 세계적 연구 네트워크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AI를 활용해 국방과 안보에서 첨단 군사력을 획득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공업무를 AI로 혁신해 행정 효율을 높이고 대국민 서비스의 편의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비효율적인 행정절차와 낭비적인 중복예산은 AI를 적용해 혁신할 때 엄청난 예산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GDP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 등 민간 산업에서도 AI를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공정을 지능화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국민들의 AI 활용능력과 문해력이 높아지고 우리의 뛰어난 K-문화까지 어우러지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AI 강대국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불확실하다. 하지만 미래는 우리 모두에게 분명히 다가오는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확실한 것이다. AI의 대가인 제프리 힌튼 교수의 말처럼 '인류는 인간보다 뛰어난 것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따라서 그 모습이 불확실하지만, 다가올 것이 확실한 이 새로운 미래를 새로운 생각으로 대응해야 한다. 모방이 아니라 창조로, 낡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으로, 기술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사적 변화로 미래를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식민지배, 분단, 전쟁, 독재, 가난을 딛고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이제는 초고령사회 진입, 낡은 산업경쟁력, 인구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꿔 놓을 지렛대이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다. 다만 우리가 추격해야 할 길을 명확하게 알았던 압축성장 시기와 달리, 새로운 AI시대는 우리가 스스로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정해진 정답이 없고 스스로 찾아야 하는 해답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모든 환경을 극복해낼 힘은 언제나 그렇듯 용기와 지혜다. 2025.06.30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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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불씨, 새 정부 추경이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 새정부 추경안 발표는 기술 발전·산업 경쟁력의 속도를 따라잡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는 신산업을 위한 혁신의 불씨를 살리는 소중한 희망의 신호다기술과 산업의 변화는 빠르지만, 그 방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추경이 한국 산업의 방향과 속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희망을 사람을 위한 기술로 함께 실현해 나가는 것, 그것이 이번 추경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김민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장 "한 달만 지나도 바뀌어 있다." 산업 현장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기술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산업은 그 기술을 흡수해 경쟁력을 높인다. 문제는 우리가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산업 대전환과 탄소중립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AI 기반 혁신경제, 기후위기 대응, 산업의 녹색전환은 이미 글로벌 경쟁의 핵심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제는 추격이 아니라 선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5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발표는 그 속도를 따라잡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AI와 신재생에너지, 벤처·중소기업 지원 확대―는 신산업을 위한 혁신의 불씨를 살리는 소중한 희망의 신호다. 정부가 이번 추경을 통해 제시한 'AX 전환' 지원은 기술보급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와 문화를 전환하는 AI Transformation이며,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산업 설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국산 NPU 조기 상용화를 위한 실증 지원은 AI의 산업 내재화를 가속화하고,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위한 저리 정책자금과 창업패키지 확대는 기술 창업 생태계의 안전망이 된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토대다. AI는 더 이상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촉매이며,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이다. AI 기반의 에너지 최적화, 생산 공정의 자율화, 공정 내 안전예측 등은 산업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기술-사람-환경'이 함께 진화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번 추경은 AI 확산과 인프라 구축에 1,715억 원, 국산 NPU 조기 상용화 지원에 300억 원을 투입해 산업 전반에 AI를 내재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사이버보안, 문화, 제조, 바이오 등 4대 특화 프로젝트가 포함된 1조 원 규모의 AX 전환 지원 사업은 공공, 지역, 민간이 함께 참여해 실증 기반을 구축하고, 지자체-기업 협력으로 지역 주력산업에 맞춤형 AI 확산을 가능하게 한다. 산업 현장 곳곳에서 AI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도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탄소배출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달, 하루라도 늦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이번 추경의 AI 투자는 시급하고도 반드시 필요한 투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20.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추경에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1,118억 원의 추가 예산도 포함되었다. 주택과 건물의 자가용 태양광 설치 보조금을 확대하고, 발전사업용 태양광 설치비용의 최대 80%를 저리 융자해 보급 속도를 높인다. AI 기반의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과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결합될 때 신재생 확대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산업의 녹색 전환 속도 또한 가속할 수 있다. AI와 신재생 투자의 결합은 2035년, 2050년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전환의 실질적 수단이 될 것이다.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위해 AI와 신재생에 더불어 바이오, K-컬처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함께 가야 할 것이다. 바이오 산업은 긴 호흡이 필요한 미래 먹거리이며,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신약 후보물질 발굴, 스마트 진단 시스템은 바이오 산업의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K-컬처는 창의성을 산업화해 수출과 고용, 관광,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국 특유의 신산업이 될 수 있으며, AI 기반 창작도구, 글로벌 분석, 데이터 기반 마케팅은 K-컬처의 세계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기 추경에 연계하여 장기적 예산 복원과 RD 지원을 통해 불씨와 같은 신산업이 우리 경제를 다시 세우는 큰 불길이 될 수 있도록 살려나가는 일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이 AI미래기획수석실과 같은 구조적 기반 위에서 현실화되고 AI전환과 녹색전환이 함께 나아가는 가운데, 그 속에서 우리 산업은 스스로 성장의 엔진이 되는 구조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번 추경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가장 어려운 순간에 희망의 불씨를 살린다." 기술과 산업의 변화는 빠르지만, 그 방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추경이 한국 산업의 방향과 속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희망을 사람을 위한 기술로 함께 실현해 나가는 것, 그것이 이번 추경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2025.06.30 김민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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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추경, 동네상점·전통시장 활기 기대 이번 추경은 민생경제 활성화와 내수 진작, 소상공인 지원, 고용 안전망 강화 등 다양한 정책 목표를 담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와 신속한 집행은 국민과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며, 경제 회복의 신뢰와 희망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는 2025년 6월, 30조 5000억 원 규모의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발표했다. 이번 추경은 경기 침체와 민생의 어려움, 그리고 미국발 통상 전쟁과 소비·건설·투자 부진 등 내외부 경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새 정부 출범 보름 만에 빠른 속도로 편성한 이번 추경은 실제 지출 증가분 기준 20조 2000억 원이 투입되며, 내수 진작과 민생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번 추경의 핵심은 전 국민에게 차등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다. 소득 상위 10%는 1인당 15만 원, 일반 국민은 25만 원, 차상위계층은 40만 원, 기초수급자는 50만 원, 농어촌 인구소멸지역 주민에게는 추가로 2만 원이 지급된다. 2차 지급까지 합하면 대다수 국민은 25만~52만 원 규모의 쿠폰을 받게 된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총 13조 2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할인 발행에도 6000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 올해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역대 최대인 29조 원에 달한다. 숙박, 영화, 스포츠시설, 미술전시, 공연예술 등 5대 분야 소비 진작을 위한 할인쿠폰 780만 장도 제공된다. 이처럼 소비 진작 예산은 전체 추경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경기 침체를 돌파할 마중물 역할을 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고정비용 부담 완화, 금융 지원 확대, 장기연체채권 매입·소각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소상공인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에는 1조 4000억 원이 투입된다. 최대 143만 명의 소상공인이 부채 부담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지역사랑상품권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업체로 사용처가 제한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아닌 동네 상점과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중심의 소비가 촉진된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경영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소상공인 지원정책은 디지털 역량 강화, 안정자금 지원, 저신용·단기 연체자 대상 특별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으로 확대된다. 2025년 기준 일반경영안정자금은 최대 1조 2200억 원, 특별경영안정자금은 1조 6000억 원까지 지원된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이 장을 보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마련된 첫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전 국민에게 15만~50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 1억 원 이하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저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최대 90% 채무 탕감 방안 등이 담겼다. 2025.6.19.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추경은 고용 안전망 강화에도 중점을 둔다. 고용 안전망 강화를 위해 1조 6000억 원, 소상공인 회복 지원에 1조 4000억 원 등 민생 안정 분야에 총 5조 원 가량의 재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올해 GDP 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취약계층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7년 이상 연체된 5천만 원 미만의 장기연체채권을 매입·소각해, 완전히 상환 불가능한 경우에는 채무를 말소한다. 이는 경제 취약계층의 재무건전성 회복과 신용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과거 코로나19 시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경험을 보면, 지원금의 70~80%가 신규 소비로 이어졌다. 업종별 매출 증대 효과도 뚜렷했으며, 특히 준내구재·필수재 업종에서 효과가 컸다. 이번에는 대면 소비가 자유로워 소비 진작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다만 당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비가 억제되었던 상황이었던 반면, 현재는 자발적 소비 위축 상황이어서 소비 증가폭이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2조 7000억 원, 신산업 투자(인공지능 등)에 1조 2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에너지 전환 정책도 포함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재원을 배분한다. 이처럼 이번 추경은 단기 경기 부양과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정책 패키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이 단기적으로 소비 심리를 개선하고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성장률 제고 효과는 올해 0.1%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며 신중한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재정건전성 악화 등 부작용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정책 대응은 국민과 소상공인에게 희망과 신뢰를 준다. 이번 추경은 민생경제 활성화와 내수 진작, 소상공인 지원, 고용 안전망 강화 등 다양한 정책 목표를 담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와 신속한 집행은 국민과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며, 경제 회복의 신뢰와 희망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2025.06.27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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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재난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폭염은 더 이상 견뎌야 할 더위가 아니라 대응해야 할 재난이다. 특히재난행정의 진화와 함께 문화행사·체육활동 등 생활영역 전반에서 선제적이고 기술기반의 폭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야 할 더 안전한 여름, 지금이 그 출발점이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 여름의 시작이 반가운 것은 옛말이다. 이제 여름이 다가오면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어가고, 밤이 되어도 더위가 꺾이지 않는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폭염은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재난이 되었다. 지난 2023년 여름, 대한민국은 온열질환으로 무려 2800여 명이 고통받았고, 그중 32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폭염은 이제 '덥다'는 말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 된 것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폭염을 '극한기후(extreme weather)' 현상으로 규정한다. 극한기후란 과거의 경험과 관측치를 뛰어넘어 극도로 이례적이고 파괴적인 기후 현상을 뜻한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한반도의 여름은 점점 길어지고, 폭염은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폭염 일수와 강도 역시 증가 추세다. 이제 우리는 폭염이라는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폭염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염 피해는 노인, 만성질환자, 어린이, 야외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게 집중된다. 특히 농촌에서 고령의 농업인들이, 도시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가장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폭염을 일반적인 계절 현상 정도로 가볍게 여기고 있다. 폭염은 눈에 보이지 않게 조용히 다가오는 '침묵의 살인자'다. 장마전선이 물러가고 무더위가 찾아온 2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쪽방촌 골목에 폭염 대비용 쿨링포그가 가동되고 있다. 2025.6.23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러한 현실에 재난행정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전통적으로 재난행정은 주로 재난 발생 이후의 수습과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사전에 위험을 예측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적극적 행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폭염 대응 정책은 무더위쉼터 확대, 폭염 알림 서비스와 방문 점검 등 점차 진일보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무더위쉼터가 있어도 접근이 어려운 독거노인, 스마트폰이 없어 정보를 얻지 못하는 취약계층 등 현장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면 민관 협력을 넘어 첨단기술 기반의 하드웨어적 재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함께 손잡고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폭염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폭염 관리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AI 기술은 취약지역의 폭염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위험군을 사전에 파악해 적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행정기관과 민간이 신속하고 정확한 예방 대책을 추진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 분야역시 여름철 각종 문화행사와 스포츠 행사가 폭염 속에서 이루어짐을 고려해 폭염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 축제 및 행사 주최 기관과 협력해 무더위쉼터와 쿨링존 등 첨단 냉방시설을 행사장 내외에 충분히 설치하고,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모니터링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람객의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행사 시간을 폭염 위험 시간대를 피해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보다 안전한 행사 개최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 체육시설과 경기장에도 AI 기반의 냉방시스템을 도입하고, 야외 체육 행사 시 무더위 휴식 시간을 의무화하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한편, 기술적·제도적 장치를 아무리 마련해도 국민 개개인의 관심과 책임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국민은 폭염 특보와 경보 등 재난 정보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이웃의 상황을 살피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폭염으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우리 주변의 가족과 이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후변화가 점점 심화되는 오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 현상은 앞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정부와 민간, 시민사회가 더 긴밀히 협력하고 AI 등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대응하지 않는다면 매년 여름 같은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폭염이 일상화된 지금, 문제의 심각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적극적인 예방 및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제 '더위는 참으면 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폭염은 피할 수 없는 계절 현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해야 하는 국가적 재난이다. 정부와 민간은 기술과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국민은 작은 실천을 통해 서로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더 이상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손잡고 극한기후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올여름,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과 적극적인 대응이 더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25.06.26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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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 늘어나는 빈집…내 집 가격 이대로 유지될까 가계 자산의 30~40% 정도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가계 자산은 70~80% 정도가 부동산이다. 재건축 자금 마련도 문제지만 빈집이나 슬럼화 문제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노후 빈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자산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 우리보다 20년 가량초고령사회를 앞서가고 있는 일본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살펴보면 머지않아 우리에게 닥칠 문제가 아닐까 걱정을 갖게 하는 사례들이 많다. 늘어나는 빈집과 아파트의 슬럼화 문제도 그 한 예이다. 2018년 일본 아사히신문 취재반이 일본의 빈집 문제를 취재하여 '負動産時代(부동산시대)'라는 제목의 책을 낸 일이 있다. 왜 不動産이 아니고 負(마이너스)동산인가? 주택이나 토지 소유주가 관리비, 세금 등을 내는 게 싫어 팔려고 내놔도 팔리질 않으니까, 오히려 자기 돈을 얹어서 가져가라고 해야 할 정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 내용 중 특히 주목되는 건 가격을 산정할 수 없는 빈집이 계속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총무성에서 발표하는 전국 빈집 상황 조사 통계에 의하면, 2018년 당시 일본의 빈집 수는 848만 채로 일본 전체 주택 수의 13.6%를 차지했었다. 이것이 2023년에는 900만 채로 늘어났고, 2038년에는 빈집 비율이 31.5%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노무라종합연구소). 농촌지역이나 지방 도시뿐 아니라 도쿄 수도권에도 빈집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1970~80년대에 신도시 붐을 일으키며 인기리에 분양되었던 타마신도시는 지금 노인들만 남아있거나 한 집 건너 비어있는 빈집타운이 되어있다. 빈집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이다.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구미선진국에서와 같은 기존 주택의 공동화 방지 대책은 없이 매년 80만 채 이상의 주택이 신축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이유이다. 주택건설업자는 속성상 핑계만 있으면 신규주택을 지으려 하고 주택 구입자 또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주택은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내 집 마련에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단독주택보다도 재건축을 못 한 채 슬럼화되어 가고 있는 노후화된 아파트단지의 문제이다. 일본에서는 아파트를 구분소유주택이라고 부른다. 구분소유주택을 재건축하려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민 80%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그만큼 동의를 얻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재건축의 경제성, 소유주의 고령화, 상속된 아파트일 경우 상속자 간에 합의가 어렵다는 점 등이 그 이유이다. 재건축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위치가 좋아야 하고, 둘째는 저층이어야 한다. 고층으로 만들면서 비용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치가 좋지 않거나, 위치가 좋다고 하더라도 이미 고층이면 재건축이 어렵다. 재건축을 못한 아파트들은 슬럼화되고 빈집 예비군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이들 노후화된 아파트는 그 자체의 문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주위의 지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니혼대학 시미즈 치히로 교수가 조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어느 지역에서 건축된 지 20~25년 정도 지난 아파트가 1% 증가하면 그 지역의 지가를 4%정도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의 일본인 친구 한 사람이 도쿄 근교에 살고 있다. 그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28평형 아파트를 1984년에 1200만 엔(약1억2000만 원)에 매입했다. 이것이 일본 부동산버블의 피크였던 1991년에는 3600만 엔(약 3억 6000만 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300~400만 엔(3000~4000만 원)가격에도 팔릴지 말지'라고 한다. 40년 넘는 낡은 아파트라 가격이 안 오르는 것 같은데 재건축하면 오르지 않겠느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가능성 제로'라는 것이었다. 330세대 아파트 소유자 대부분이 고령자들이어서 재건축이 귀찮기도 하거니와 하려고 해도 재건축 기금을 적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만 반대하면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아파트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다시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몰라. 나는 살다 떠나면 그만이지. 나라에서 철거하든지 말든지." 일본의 아파트 재건축 문제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가 아닐지 생각된다. 오죽하면, 지금까지 재건축에 성공한 아파트의 80%는 지진으로 붕괴되어 저절로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던 아파트였을 정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빈집 증가와 아파트 슬럼화 문제로 우리가 일본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훨씬 더 빠르게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5.6.24.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선,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분석 결과에 의하면, 2023년 현재 전국의 빈집은 전년 대비 8만가구 늘어난 153만 4919만 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총 주택 수의 7.9%에 해당한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22곳의 빈집 비율이 1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빈집이라고 하면 농가주택을 연상하기 쉬운데 도심에도 빈집이 생기고 있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젊은 층들이 원도심에서 신도시로 이주하면 원도심의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원도심을 떠나지 않은 주민들은 고령층이나 고령 1인가구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사망한 후 상속인이 주택을 물려받지 않으면 빈집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욱 더 심각한 것은 아파트 슬럼화의 문제이다. 일본은 아파트의 슬럼화가 문제라고는 하지만 일본 전체 주택 수 중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대규모 아파트의 비율은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마키노 토모히로 저 '일본 부동산의 미래' 참조). 반면에, 우리나라는 어떤가? 2023년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주택 1954만 6000채 중 아파트는 64.6%에 해당하는 1263만 2000채나 된다. 거의 모두 10층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이다. 이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형편만 되면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10년, 20년 후 이 아파트들을 처리하는 문제로 얼마나 고생을 하게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당국이 우리보다 앞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로 하여 시급한 대응책을 마련해야겠지만 개인 차원의 대응책 또한 중요하다. 가계 자산의 30~40% 정도를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가계 자산은 70~80% 정도가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자금 마련도 문제지만 빈집이나 슬럼화 문제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노후 빈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자산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수 있는 다양한 설계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 2025.06.24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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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첫 정상외교', 민주주의 국격 회복 및 실용외교 가동 외교적으로 소외됐던 한국의 국제 위상을 단숨에 회복하고, 한국이 '민주주의 회복력'을 가진 저력 있는 모범국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또 우선적으로 유사가치국들인 G7과의 우호관계를 확인함으로써 이재명 정부의 대외 전략 기조인 '실용외교'를 가동하고 그 성공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전 국립외교원장) 다자 정상외교우호 협력 강화·무역 등 외교 데뷔전 완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1일 만에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6월 16〜17일)'에 참석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제사회에서 실종됐던 한국 외교를 반년 만에 정상궤도로 복귀시켰다.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주의도 실현해 미국의 가장 자랑스러운 동맹국으로 칭송받다 일거에 국격이 실추되고 외교적으로 소외됐던 한국의 국제 위상을 단숨에 회복하고 한국이'민주주의 회복력'을 가진 저력 있는 모범국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또 우선적으로 유사가치국들인 G7과의 우호관계를 확인함으로써 이재명 정부의 대외 전략 기조인 '실용외교'를 가동하고 그 성공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서방 선진7개국은 물론이고 회의에 초청받은 유수한 국가들 정상들을 두루 만났고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T) 관련 정상들의 회의에 참석해 에너지 안보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부문에서의 한국의 국제협력과 공헌을 다짐했다. 이를 통해 국제 질서 운영 거버넌스를 함께 주도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G7 확대 시 입회할 수 있는 최우선국으로서의 지위도 공고히 했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고 정상 간 상호 신뢰와 연대를 다지려는 노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야기된 중동 위기 상황으로 급거 귀국함으로써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된 점은 아쉬웠다. 반면, 이틀이란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 대통령은 숨 가쁘게 9건의 정상회담 일정을 수행해 우호 협력 강화와 무역 등 현안 논의에서 진전을 모색하면서 외교 데뷔전을 완수했다. 첫 대면 정상회담으로 만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는 교역 투자 및 에너지 협력에 공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는 방산 및 자원의 공급망 확보 등 호혜적인 협력 진흥을 기약했고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 해결 진전을 위한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진솔함과 격의없는 태도로 각국 정상들과 친근한 관계를 맺었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이 대통령을 초청했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는 호혜적인 이익 증진을 위해 핵심기술·방산 등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두 강국 정상들과는 유년시절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노동자로서 어려움을 겪고 이를 극복한 경험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재명 대통령(뒷줄 가운데)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일 정상회담, 한·미·일 공조 발전 공감 무엇보다 정권 교체로 지속 가능성 여부가 주목받던 한·일관계는 훈훈한 정상회담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이 기대됐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자민당 정부에서 가장 지한적인(한국을 잘 아는) 정치지도자로 여겨지는 이시바 총리와 양국 우호 관계 지속과 경제 협력 진전 그리고 올해 수교 6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맞는 한·일관계를 상호 호혜적인 협력관계로 진전시키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과거 문제는 잘 관리해 나가고 협력의 문제를 더 키워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현하자'는 취지에서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한·미·일 공조 유지·발전에 공감하며 성숙한 한·일관계의 기반을 조성하자고 합의했다. 아울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도 경제 협력을 포함해 양국관계를 강화하기로 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는 북핵 문제 해결 협력을 기약했다. 유럽연합 지도부와는 정상회담에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브뤼셀에서 한-EU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안받았다. 끝으로 주최국인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도 G7과의 파트너십 강화와 안보·방산, 에너지 안보 등의 협력을 더욱 심화하기로 하고 공식 일정을 마쳤다. APEC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 준비 등한반도 평화 회복 기대 서방 선진국들과의관계 구축으로 실용외교의 첫걸음을 뗀 이 대통령에게 많은 외교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관세협상 만료를 앞둔 미국과의 호혜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한·미동맹 역할 변경이나 주한미군 규모, 방위비 분담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및 우호관계 형성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의 만남이나 미국 방문 등을 고심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과제는 윤석열 정부에서 불편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상호존중 하에 호혜적인 협력을 진흥하며, 비우호적인 관계로 악화된 러시아와의 관계를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과정에서 조속히 정상화해 대외관계에서 적절한 균형과 일정 정도의 외교적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10월 말 경주에서 주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이시바 총리 등 21개 회원국 정상이 모이는 초대형 국제행사이므로 잘 준비해서 반드시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끝으로 완전히 단절되고 적대관계로 변한 남북관계에 대해 우선적으로 자강력 증진과 건실한 한·미동맹 공조 강화를 통해 실효적인 확장억지와 확고한 재래식 도발 억지 태세를 갖추는 가운데 남북 간 소모적인 대립을 완화하고 해소하며 소통을 재개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평화를 회복하는 한편 북·미 대화 재개를 지원하고 이를 활용하면서 남북 간 호혜적인 교류·협력도 실현하고 북핵문제 해결에도 진전을 이루면서 남·북·미 3자 간 선순환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2025.06.20 홍현익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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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우리에겐 희망의 유전자가 있다 우리 속에 간직한 희망의 유전자. 그 유전자는 오랜 고난과 좌절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가슴 속에 뜨겁게 살아 있다. 이제는 그 유전자를 다시 꺼내 들 시간이다.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간이다. 열심히 살아 여기까지 왔지만, 눈앞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얼어붙은 경제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예측이 되지 않은 전쟁들, 지정학적 불안정, 고물가와 고금리, 청년 실업,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까지. 안타깝지만 우리 노력만으로 극복하기엔 벅찬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전 국민의 정신건강 또한 위기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자살률 통계는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학생들은 입시와 취업 준비에 지쳐 표정이 어둡다. 대학을 들어가면, 번듯한 직장에 취업을 하면 해결될까? 어렵게 취업해도 미래에 대한 확신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예측성이 떨어지는 사회에서는 불안이 증가된다. 늘 긴장의 연속이다. 작은 자극에도 짜증과 분노가 폭발한다. 마치 화를 내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게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노인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신체적인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 정서적 외로움에 시달리며 점점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 생산만이 선(善)인 사회에서 노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 있는 느낌이다. 이런 답답함이 우리 사회 전반을 감싸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은 이들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사치라고 느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우리는 잠시 고개를 들어 우리 자신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과연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K-pop, K-drama, K-food는 이제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들었고, BTS와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은 한국 문화를 세계 중심 무대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성공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창의성과 끈기,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도 우리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자리 잡았으며, 정보통신, 의료, 교육, 치안 등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냥 우기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자는 뜻도 아니다. 그냥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 그렇다. 해외에서 온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의 질서, 시민의식, 안전함에 놀란다. 우리에게는 늘 일상적인 것들, 너무나 당연한 현상에 그들은 경탄한다. 밤늦은 시간에도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 여성들의 경우도 큰 불안을 느끼지 않고 밝은 거리, 불 켜진 밤거리를 활보한다. 카페에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두고 자리를 비워도 되는 나라.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평범함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우리는 잊고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행복지수'는 낮다. 물질적 풍요는 이루었지만, 정서적으로는 더 불안하고 고립되었으며, 쉽게 지쳐버리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너무 열심히, 너무 오랜 시간 앞만 보고 달려온 대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경제 성장이나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 지나온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잠시 여유를 갖는 일, 그리고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 긴박한 시기에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맞는 소리다. 열심히 살지 말라는 뜻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긴 호흡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 분명하다. 지난 4월, 29일 대구 함지산 일대 산불 발생 이후 대구 북구 팔달초등학교에 설치된 대피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이재민들의 점심식사를 챙기고 있다. 2025.4.29.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리는 이미 증명된 민족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를 이뤄냈고, 국민들의 건강한 공분은 독재를 넘어 민주화를 성취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의 부모들은 전후의 그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자녀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고, 모든 것을 희생하며 우리를 이 자리까지 이끌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다. 그 끈기와 저력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바로 우리 민족 속에 깊숙이 자리한 '희망의 유전자' 덕분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이 어려운 현실 앞에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수많은 위기를 이겨낸 그 '희망의 유전자'를 다시 꺼내 들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우리는 할 수 있고 이미 수없이 해냈다. 우리가 맞서야 할 것은 단지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마음속에 품은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이다. 많은 곡절을 겪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 정부는, 대통령은 어떤 특정 지역, 특정 집단의 정부가 아니다. 우리의 정부, 우리의 대통령이다. 또 그래야만 한다. 많은 국민들이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 땅을 지켜온 국민의 희생과 열정을 기억하고, 우리가 가진 이 열정과 에너지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국민이 가진 창의성과 근면성, 공동체 정신은 지금 이 사회를 다시 한번 도약시킬 소중한 자산이다. 정부와 대통령은 국민을 믿고, 국민은 정부의 진정성과 방향성을 신뢰할 수 있어야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다.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희망의 씨앗'이 자랄 수 있도록, 그 토양을 만들고 햇살을 비추는 일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다.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 버티는' 시간이 아닌 '함께 걸어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앞만 보며 달려온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옆에 있는 사람을 살펴야 할 때다. 내 옆에 지쳐 있는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고, 나 또한 누군가의 손에 의지해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건강한 사회다. 우리 속에 간직한 희망의 유전자. 그 유전자는 오랜 고난과 좌절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가슴 속에 뜨겁게 살아 있다. 이제는 그 유전자를 다시 꺼내 들 시간이다. ◆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10여년간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직장인들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진료, 방송,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24년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 중이다. 2025.06.19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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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돋보기 6월 15일 '한류의 날'에 돌아본 한류의 기원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 소식은 한류의 성공 서사에 한 획을 찍는 것 같다. 사계에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한꺼번에 일컫는 EGOT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제 EGOT를 완성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28년 전 한류의 남상(濫觴)을 돌아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 1997년 6월 15일 일요일 오전 9시 10분, 중국 CCTV에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爱情是什么 i qng sh shn me 아이칭스션머'라는 제목으로 처음 방영되었다. 이 드라마는 MBC에서 1991년 11월부터 1992년 5월까지 방송된 55부작 주말 드라마다. 대본 김수현 작가, 연출은 박철 PD. 기록에 따르면 한국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64.9%로 역대 2위(1위는 KBS 첫사랑이라고 한다)다. 평균 시청률 59.6%. 이 자체로도 충분한 화젯거리가 되겠지만 우리가 사랑이 뭐길래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한류다. 사랑이 뭐길래는 방영 당시 기준으로 1992년 한중수교 이래 중국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한국 드라마다. 매주 일요일 아침 중국의 집집마다 한국의 아버지와 어머니, 큰딸과 작은아들이 등장하는 대가족이 TV화면에 들어섰다.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시청률 4.2%,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이는 역대 2위). 종영 후엔 재방송 요청이 쇄도했고, CCTV는 2차 방영권까지 구입해 1998년 저녁 시간대에 다시 편성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한류가 점화되었다. 한류의 기원(起源) 혹은 원년(元年)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된 1997년 설이 대세인데, 여기에 맞서는 학설도 있다. 드라마 질투(중국에서는 '녹색연정(绿色恋情)'으로 개제)가 방영된 1993년 설이 가장 빠른 원년으로 대두되었다. 여기에 영화 쥬라기 공원 아젠다가 등장한 1994년설도 있다. 대통령이 참석한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쥬라기 공원 영화 한 편이 현대차 150만 대와 같다"는 유명한 슬로건이 나온 것이 이때다. 이로부터 한국 사회에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또 기획사 SM 출범, CJENM의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등이 전개된 1995년설도 만만치 않다. SBS 드라마 모래시계도 이 해에 방영되었다. 1995년 설은 올해가 2025년이라 부쩍 자주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한편 중국에서 처음으로 '韩流'라는 용어가 사용된 1999년 11월 19일(北京青年报)을 기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당연히 있다. 한국 드라마와 클론, HOT의 선풍을 주시하던 중국 언론이 이를 '한류'라고 네이밍한 것이다. 그러자 대만 언론에서 먼저 '韓流'를 보도했다는 검증도 나왔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포스터.(필자 제공) 이들 여러 학설 중에서 사랑이 뭐길래가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이 있다. 화제성, 상징성, 영향력 등에서 압도적이다. "용어가 나오기 이전에 실행으로서의 한류, 현상으로서의 한류가 시작되었다"는 의견도 있지만 학계와 업계에서는 '1997년 사랑이 뭐길래'가 한류의 기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출발점이 6월 15일이다. 다만 이 학설의 치명적인(?) 약점은 1997년을 원년으로 삼을 경우 '한류의 역사는 아직(도) 30년이 안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한류가 30년도 안 되었다니. 30년은 한 세대(generation), 긴 세월은 아니지만 시대구분점으로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23년부터 '한류 30년' 논의가 부단히 출몰해 왔다. 거의 해마다 등장한다. 2027년, 2029년에도 다시 나올 것만 같다. 한류 원년을 둘러싼 논의에는 한류를 통해 '0.7퍼센트의 반란', '단군 이래 최대 이벤트'를 이룬 한국인의 인정 욕구가 서려 있다. 마크 피터슨 교수는 K-컬처에 대하여 "한국 전통에 내려오는 창조적 천재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가난과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욕망"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랑이 뭐길래부터라면 한류의 역사는 28년이다. 당시 중국이 한국 드라마와 K팝 등을 받아들인 것은 나름대로 의도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중국에서는 서구문화에 대한 경계심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문화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일찍이 필자는 3인3색 중국기(2004, 공저)에서 "중국은 문화할인율이 낮은 한국 대중문화를 일종의 대체재로 소비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때에도 중국 당국은 일정 정도 이상의 한류에는 브레이크를 걸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드(THAAD)를 빌미로 광폭적인 '한한령'이 내려졌다고 볼 수 있다. 3인3색 중국기(2004) (필자제공). 그러나 한한령에도 불구하고(또는 한한령 덕분에?) 한류와 K-콘텐츠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은 중국 시장과 무관하게 이루어낸 한류의 킬러 콘텐츠다. 설마 중국이 '한류 잘 되라고' 한한령을 내렸겠는가. 한류의 세계화는 문화콘텐츠 현장에서 창·제작자들이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다. 작금 한중관계가 답보적이니 목하 사랑이 뭐길래 첫 방영일을 챙겨보는 것은 호사가의 반지빠른 일이 되었다. 그래도 1997년 6월 15일의 의미는 적지 않다. 중국에서 점화된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가능성을 발견한 계기였다. 당시만 해도 항간에서는 우리 드라마나 가요를 폄하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는데 비로소 K-콘텐츠의 완성도와 보편적인 소구력, 치열한 내부경쟁 속에 형성된 제작 역량 등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의 역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영상 콘텐츠는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으로 이어지다가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폭발하였다. K팝은 2011년 SM의 파리 공연에서 시작해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세븐틴등이 불멸의 금자탑을 쌓고 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의 공연모습. '어쩌면 해피엔딩'은 9일 오전(이하 한국 시각, 현지 시각 8일 오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 연출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을 받아 6관왕에 올랐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 소식은 한류의 성공 서사에 한 획을 찍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서울의 대학로에서 출발한 공연 예술 콘텐츠다. 사계에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한꺼번에 일컫는 EGOT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한국이나 한국인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그런데 이제 EGOT를 완성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28년 전 한류의 남상(濫觴)을 돌아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 전 한국국제문화교류원장 MBC 교양PD로 '인간시대', 'PD수첩' 등의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다. '중남미 한류 팬덤 연구'로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MBC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거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으로 K-콘텐츠와 한류정책을 연구하면서 '공감 한류' 전파에 기여하고 있다. yonsol@hanmail.net 2025.06.18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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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G7 정상회의' 참석…"코리아 이즈 백" 이재명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은 대한민국이 정상화되고 외교·안보 리더십이 복원됐음을 전 세계에 공표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G7 다자회의 계기로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의 핵심, 즉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주요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정책적 방향성과 의지를 잘 보여줄 것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 2025년 6월 4일 한국 신(新)정부가 출범했다. 작년 12월 3일 계엄 선포로 인해 야기된 극심한 혼란을 수습하고 대한민국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계기가 6개월여 만에 마련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대내적으로는 내란을 종식하고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급변하는 안보 상황과 공세적인 자국 이익 우선주의에 대응해 우리의 국익을 지켜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 환경은 미·중 전략적 경쟁의 심화와 장기화되는 국제 분쟁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자국의 이익을 국제무대에서 공세적으로 추구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은 국제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 각국은 국제적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맞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각자도생의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G7 정상회의' 참석,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선보일 기회 각자도생의 생존논리와 이익경쟁이 심화되는 국제정세에 대응해 한반도의 안정, 평화 및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국익 담보를 위해 한반도, 지역,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사안에 주도적으로 접근하고 외교적 유연성과 실용성을 발휘하는 외교 전략을 의미한다. 이는 한반도 안정과 번영, 지역협력, 국제적 연대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념과 진영의 논리에 따른 구분과 배제를 거부하고 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기준으로 외교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지역협력 및 국제연대를 도모해 모범적인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하고자 한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김혜경 여사와 16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는 이재명 정부의 출범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뷔 무대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의장국인 캐나다의 초청을 받아 참석을 결정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취임한 지 2주일도 되지 않아 정상외교 무대에 데뷔하며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를 선보일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G7은 1970년대 세계 석유 파동 등 경제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서방 7개국이 모여 결성한 협의체다. 출범 초기 주로 경제·무역·금융 문제에 집중했지만, 이후 외교·안보 등 논의의 범위를 확대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공동 대응과 함께 대(對)중국 견제가 주요 의제에 포함됐다. 이번 G7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는 ▲지역사회와 전 세계 보호(평화·안보 강화, 다른 국가의 간섭 및 국가 간 범죄 대응, 자연재해 공동 대응 등) ▲에너지 안보 구축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광물 공급망 강화, 인공지능(AI)·양자 기술을 활용한 경제 성장 촉진 등) ▲미래 파트너십 확보(더욱 강력한 인프라 구축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민간 투자 촉진 등)가 포함됐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의 평화 회복 지원과 G7 외 국가와의 협력 강화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굳건한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 강화 등 정책적 방향성과의지 확인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은 대한민국이 정상화되고 외교·안보 리더십이 복원됐음을 전 세계에 공표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계엄 사태로 인해 발생한 국가 리더십의 부재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코리아 리스크'를 부각시켰고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국가 경쟁력의 하락을 초래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은 대내적 혼란이 대외적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던 상황이 종료됐음을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한민국의 품격과 위상을 확인하는 모습은 한국 외교에 드리웠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해소시킬 것이다. 특히 이번 G7 다자회의 계기로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과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해 정상 간 신뢰를 형성하고 상호 협력을 도모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의 핵심, 즉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주요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정책적 방향성과 의지를 잘 보여줄 것이다. 또한 이번 G7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의 주요 행위자로 복귀해 지구촌 평화 및 번영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 10위권 내외의 군사력과 경제력,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한류 등 대한민국의 역량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이재명 정부는 '첨단기술, 개발협력, 에너지, 방산, 기후변화, 해양안보, 재난구호, 문화' 등 실질적인 부문에서 지역협력 및 국제연대를 선도하는 핵심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자 한다. 상기한 대로 이번 G7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에 에너지 안보 구축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 미래 파트너십 확보, 자연재해 공동 대응,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의 평화 회복 지원 등이 포함됐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이 이러한 의제들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과 기여를 지속할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실질적인 부문에서 주요국들과 협력 증대를 통해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 및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구촌의 번영에 기여하는 동시에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책임 있는 주요국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전 세계에 각인시켜 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계가 부러워하고 따라 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모범적인 선진국으로 우뚝 서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여정에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그리고 그러한 첫 걸음이 다가오는 G7 정상회의에서 내딛어지기를 기대한다. 2025.06.13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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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그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소통에는 서로의 감정과 생각, 말투, 말의 빠르기, 높낮이, 그리고 표정. 모든 반언어적이고 비언어적인 소통이 함께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그 사이의 틈을 헤아려보며 이제는 말보다 말이 닿을 마음을 먼저 떠올리려 노력한다아마도 우리는 말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먼저 배워야 할지 모른다.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예전 TV 예능 프로그램에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게임이 있었다. 한 사람은 소리를 지르고, 다른 한 사람은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낀 채 상대방의 입 모양만 보고 그 말을 유추한다. 둘다 최선을 다하지만, 웃지 못할 오답이 속출한다. 요즘 나는 그 게임을 매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민원 창구에 앉아 말을 전하고 있지만, 때때로 그 말은 왜곡되어 전달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말들로 되돌아온다. 민원인도, 담당공무원인 나도 말하고 있지만 그 말은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 닿지 못하고 흩어졌다. 오늘이 '가족관계등록 신고의 날'이라고 정해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사망신고와 출생신고, 자주 들어오지 않았던 개명신고까지 있었던 날이다. 가족관계 업무는 팀장님께서 처리하시지만, 사망신고에 따른 민원인의 상속 관련 서류들을 함께 발급해야 했기에 창구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바빴다. 사망신고를 마친 민원인도 우리 팀 직원들만큼이나 바빠 보였다. 고인의 제적등본, 전제적등본,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등 평소에 뗄 일이 없었던 서류들을 떼야 했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한다. 인감위임장 서식.(필자 제공) 민원인은 창구에서 한참 기다리다가 내 앞에 서류 목록이 적힌 종이를 주셨다. 다른 서류들은 금방 발급해 드릴 수 있었지만, 상속인이 여러 명이었기에 이 자리에 있지 않은 분들의 인감증명서는 위임장 없이는 바로 발급이 어려웠다. 민원인께 인감증명서 위임장 서식을 드리며 이 위임장은 위임자가 자필로 쓰셔야 하며, 추후에 위임자의 신분증과 함께 가져오시면 발급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알겠다고 답한 민원인은 여전히 내가 발급한 서류들을 목록과 대조하며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하느라 바빠 보였다. 그렇게 그 민원이 마무리된 듯했다. 그런데, 잠시 뒤 민원서식대에서 아까 그 민원인이 인감증명서 위임장을 작성하고 계신 것을 보게 됐다. 아까의 안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민원인의 바쁜 사정은 공감이 가고, 이해가 갔지만 그렇다고 법을 무시할 순 없었다. 민원인께 위임자의 자필로 작성되어야 하는 서류임을 다시 안내드리며, 이 위임장은 이곳에서 대리인에 의해 작성되었기 때문에 발급해 드릴 수 없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법규에 대해 안내하는 내가 앵무새 같았다. 민원인은 대답 대신 나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긴 한숨과 함께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그 한숨이 방금 전의 상황을 한참 생각나게 했다. 같은 공간에 있었고, 같은 상황 안에 있었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달랐던 날이었다. 그때 일 말고도 민원인과 담당공무원인 나의 소통에는 오류가 따라다녔다. 처음에는 내가 설명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인지 생각하며 자책했었다. 그러다 문득 민원인과 공무원 사이의 소통에는 '말'도 중요하지만, 말 이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민원인은 급할 때, 필요한 서류가 있을 때, 도움을 원할 때 관공서에 방문한다. 그런데 떼야 할 서류들은 생소한 것들이다 보니 담당 공무원의 도움과 친절한 안내를 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땠는지 생각하게 된다. 똑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말이 빨랐을 수도, 장황했을 수도 있다. 소통에는 서로의 감정과 생각, 말투, 말의 빠르기, 높낮이, 그리고 표정. 모든 반언어적이고 비언어적인 소통이 함께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인과 소통하는 민원 창구.(필자 제공) 그 사이의 틈을 헤아려보며 이제는 말보다 말이 닿을 마음을 먼저 떠올리려 노력한다. 나도 실수를 할 수 있고, 민원인도 지쳐 있었을지 모른다. 무엇이 우리에게 헤드폰을 씌웠나. 고민하고 따지기엔 창구의 하루가 바삐 흘러간다. 아마도 우리는 말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먼저 배워야 할지 모른다. ◆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충주시에서 민원담당으로 일하며 겪은 일상을 수필로 쓴 글이 등단의 영광으로 이어졌다. 공직 업무의 꽃인 '민원 업무'로 만난 수많은 일화들이 매일 성장통이자 글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가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2025.06.13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