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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강한 비·폭염 예상

정책기고

함께 그리는 우리 바다 디자인
19세기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잘 그려낸 영화가 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톰 크루즈 주연의 파 앤드 어웨이(1992)라는 영화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불모지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마차와 말을 타고 질주하며 깃발을 먼저 꽂는 이에게 땅을 나눠주는 장면이었다. 이는 마치 드넓은 바다를 선점식으로 이용하는 우리네 방식을 연상케 하였다. 임자 없는 땅에 깃발 꽂기처럼 그간 우리 바다는 공유재임에도 불구하고,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같은 바다를 놓고 보호생물인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와 해상풍력단지 예정지 간의 갈등,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갈등 등 첨예한 갈등과 이해관계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할 방안이 그동안 부족했다. 늘 아쉽게 느껴왔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개선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는 바다를 관장하는 해양수산부의 존재 이유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시작이 반이다는 말처럼 다행히도 지난달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해양공간을 어업활동, 해양관광, 안전관리 등 9개 해양용도구역으로 지정, 관리할 수 있는 바다공간 디자인의 근거가 마련됐다. 우리가 흔히 쓰는 디자인(Design)이라는 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윤곽을 잡다, 계획하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라틴어 데지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밑그림을 뜻하는 프랑스어 데생(Dessin)과도 관련이 있다고 하니 사뭇 흥미롭다. 디자인은 결국 밑그림이나 계획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에 대해 어원까지 살펴본 이유는 과연 우리 바다에 종합적인 디자인이 있느냐 하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육지에서는 예전부터 도시계획, 토지이용계획 등 종합계획을 수립해 우리 국토를 보다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고 이용해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육지면적의 4배가 넘는 우리 바다의 이용과 보전에 관해서는 이러한 종합적인 디자인을 그리지 못했다. 올바른 바다 공간 디자인을 그리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무엇을(What)에서 어떻게(How)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먼 과거에 밤하늘의 별자리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가 됐듯이, 이제는 해양공간계획이 바다관리에 있어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며, 이를 위해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해양공간계획은 데이터에 기초한 과학적 접근방법으로 세워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해양환경, 수산자원, 선박항해, 해양레저 등 해양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단일 플랫폼에 구현할 계획이다. 이렇게 생산된 통합 해양정보는 우리 바다공간 밑그림의 훌륭한 소재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해양공간계획은 자연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대에게 빌려온 것이라는 인디언의 지혜를 반영해 새로운 시각에서 정립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우리 바다를 위해 수산자원의 산란지이자 수 많은 바다생물의 서식처로서의 생태적 가치를 중시할 것이며, 향후에는 자연적 특성, 활용 가능성과 적절한 입지를 진단해 균형감 있게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다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바다는 그 어떠한 물도 가리지 않는다는 해불양수(海不讓水)란 말이 있다. 바다의 무한한 포용을 상징하지만, 이 때문에 지금은 병들고 아파하고 있다. 바다가 우리 모두의 것이듯, 이를 아끼고 되살리는 것 또한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 속에서 바다가 주는 가치를 몸소 깨닫고, 이 위대한 자산을 미래세대에까지 연결시킬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바다관리에 대한 제대로 된 밑그림을 이제부터 함께 그려나가기를 기대한다. * 이 기고는 5월 16일자 조선일보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2018.05.18
  • 안전무시 관행, 이것만은 꼭 바꿉시다!
    요즘 들어 주변에서 뉴스 보기 참 겁난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일까. 아마도 연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대규모 인명피해 사고 소식 때문일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국민 안전을 위해 바로 잡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사고 현장을 다녀 보면서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이기 이전에 한 국민으로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아, 내 주변에 위험은 없는지 조금만 살펴보았더라면, 평소 비상구의 위치가 어딘지 알았더라면, 건설현장에서 각종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했더라면, 위험한 곳에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았더라면과 같이 생활 속의 각종 안전규정을 잘 지켰더라면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거나 아니면 사고 자체를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동안 정부는 재난이나 사고가 터질 때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하며 각종 안전대책을 내놓곤 했다. 새로운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하고, 훈련과 점검도 수시로 실시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드리곤 했지만 유사한 사고가 여전히 반복되고 소중한 생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여 안타깝다. 정부의 대책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대책 수립할 때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아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이와 같이 반복적인 사고 발생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고질적인 안전무시 관행도 이유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국민,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정책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불법 주,정차,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과속,과적운전, 안전띠 미착용, 건설현장 보호구 미착용, 등산 시 인화물질 소지, 구명조끼 미착용 등 7대 관행을 선정했다. 이러한 과제별로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경찰청,소방청,해양경찰청,산림청 등 정부 기관 합동으로 ▲법,제도 개선 ▲인프라 확충 ▲신고,점검,단속 강화 ▲안전문화운동 전개 등 4가지 분야의 근절대책을 수립,발표했다. 안전 분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입, 소방활동 방해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범칙금 상향(4만원 8만원), 산불 실화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적용,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및 과속 단속 CCTV 설치(5년간 3450억원 투입), 안전보안관 양성을 통한 공익신고 활성화, 중앙-지방-재난안전단체 협업을 통한 안전문화운동 전개 등 4가지 분야별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안전무시 관행이 실효적으로 근절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생활 속 고질적인 안전무시 관행이 근절되려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많은 국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기존 대책과 달리 금번 7대 안전무시 관행 근절대책의 핵심은 바로 국민과 정부가 함께 근절대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법,제도 개선과 인프라 확충을 통해 관행 개선의 기반을 만들고 국민은 각종 재난안전단체와 함께 직접 안전무시 관행 근절운동을 전개한다면 어렵더라도 점차 우리 속에 잠재된 안전 불감 의식이나 행태들이 개선되리라 믿는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대형 사고를 계기로 더 이상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불편과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안전 무시 관행이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는 없겠지만 정부와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노력한다면 반드시 바뀌리라 믿는다. 나라다운 나라, 사람 중심의 안전한 나라는 바로 불편과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안전에 엄격한 사회가 되었을 때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나라를 버티게 한 국민들의 힘이 다시 한 번 필요하다. 우리의 안전한 삶을 지키기 위해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 7대 안전무시 관행, 꼭 이것만은 제대로 바꿔봤으면 한다.
    김석진 행정안전부 안전정책실장 2018.05.17
  •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 연기했다 하더라도···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5,22 한미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등 후속 시간표가 정해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한반도 상황의 분수령이 될 역사적인 정상회담들이 예정됨으로써 긴박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회담의 주도권확보를 위한 샅바싸움,수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방식과 관련 미국 내에서 여러 이견이 표출되고 있고, 급기야는 북한이 제동을 걸고 있는 양상이다.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을 돌연 연기했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발표를 통해 북미회담 개최의 재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 속사정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지난 남북대화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북한이 특정한 이유를 들어 대화를 연기하거나 취소한 사례는 많이 있다. 명목상으로는 여러 가지 근거를 들지만 궁극적으로는 최고 존엄을 비롯한 북한 체제의 안위 문제와 관련이 있다. 체면을 중시하는 북한은 체제 유지에 훼손을 가하는 근본 문제라고 판단할 경우 여지없이 모든 대화의 문을 일거에 닫아 왔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빅딜을 계획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현 시점에서 북한은 대화중단 카드를 다시 꺼내어 협상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 내에서도 읽혀진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두 번 방문하는 등 북미 간 물밑접촉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 정부나 조야에서는 여러 가지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화파와 강경파 사이의 이견을 협상 전까지 계속 부각하면서 비핵화 방식과 수준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노련한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비교,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협상이란 모두가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테이블 위에 놓인 하나의 파이(pie)를 누가 많이 가져가느냐의 문제로 접근한다. 파이를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것은 협상의 기본이다. 결국 타협에 의해 공평하게 파이를 가져가기도 하지만 그러기까지는 수많은 예외성도 표출되는 것이 바로 협상이다. 주변국 또한 각자의 몫을 차지하기 위해 분주한 것을 보면 이번 파이가 지금까지 가장 큰 파이임에는 틀림없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유래 없이 40일 만에 북중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개최했다. 비핵화와 경협카드를 북한에 제시하면서 북한에 훈수를 뒀을 것이다. 일본은 재팬패싱을 불식시키고 납치자 문제 해결 등을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러시아 역시 한반도 여건이 개선될 경우 경제협력 등의 문제를 놓칠 수 없다. 6,12 북미정상회담은 이러한 수싸움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협상의 장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까지 무기한 연기한 것은 유감스럽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선 북한이 남북관계를 포함해 향후 협상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갈등 사항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었어야 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선언 3조 4항 비핵화와 관련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 하기로 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어떤 사안이든 우리 측을 신뢰하고 다양한 계기를 통해 진지하게 협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5,22 한미정상회담이 예견돼 있는 만큼, 북한의 이른바 불만사항 들이 우리를 통해 미국에 전달되고, 그 가운데 우리의 중재노력이 배가되면 좋았을 것이다. 일단 북한이 남북대화를 무기한 연기한 만큼, 며칠 남지 않은 한미정상회담의 의제가 보다 명확해졌다. 북한의 이러한 협상 태도와 주도권 다툼에 대해 한미가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지 치밀한 대응방안이 협의돼야 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결과와 비핵화 방식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 정상 차원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 북중정상회담의 결과 등에 대해서도 한미 간 분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간 의견조율을 최종적으로 끝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낙관은 경계하되 비관은 패배주의다.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하더라도 대화를 재개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공식적인 대화창구가 아니더라도 비공식적으로나 남북 정상간 핫라인을 통해 소통을 해야 한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남북 정상간 논의하는 절차는 북미 정상회담 전 반드시 거칠 필요다 있다. 협상은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협상장에서 뛰쳐나오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정상국가의 길로 인도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 운명의 운전대를 쥐고 있다. 1단에서 5단으로 변속이 바로 되지는 않는다. 단계적인 변속을 가하되 모든 당사자들이 같은 차에 타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의 봄햇살은 찬란히 다가왔지만 봄을 마냥 즐기기에는 너무도 할 일이 많다. 한미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5.17
  • 치매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집에 가고 싶은 치매 할머니이제 꽤 시간이 지난 이야기지만 요양병원에서 초기 치매 환자 분을 뵌 적이 있다. 섬에서 혼자 살고 계시던 분이었다. 치매로 인해 요리를 잘 못하게 되고 지병 약을 먹는걸 자꾸 잊어버려서 건강이 나빠져 입원했다. 그런데, 회복된 후에도 퇴원을 할 수가 없었다. 심한 치매가 아니라 씻기, 식사 등 기본적 일상생활은 가능했지만 집에서 혼자 지내면 또 다시 약도 식사도 못 챙겨서 건강이 나빠질 것이 뻔했다. 돌아가실지도 몰랐다. 자식들은 육지에 사는데 생계가 빠듯해 일을 그만두고 할머니를 돌볼 수가 없었다. 장기요양제도가 있기는 했지만 거동 멀쩡한 초기 치매라 등급을 받지 못했고 섬 안에 이용할 기관도 없었다. 육지로 나와야 하는데 매일 혼자서 배를 타고 나와 낯선 곳에서 길을 찾을 수도 없었다. 섬에는 다른 대안 주거시설도 없었다. 할머니는 매일 집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셨고 심어놓은 꽃들 다 말라죽겠다고 걱정하셨다. 자식들과 통화해 의논도 해봤지만 일단 병원에 계실 수 밖에 없었다. 빨리 집에 가게 해줘하는 소원 하나 이뤄드리지 못한 것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원죄처럼 마음 속에 남아있다. 당시에는 방법이 없었다. 지역에 치매 어르신을 위한 서비스가 부족했던 것이다. 가족이나 치료자가 안타까워해도 개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안타까움을 느꼈던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수천? 수만? 2017년 추정 치매환자 수는 70만 명이었다. 어르신 본인, 가족, 지인, 어르신이 만났던 치료나 돌봄 인력까지 합치면 수백만은 아닐까? 지난 십 몇 년 간의 안타까움을 합치면 혹시 천만이 넘지는 않을까? 치매국가책임제의 출범그러니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하고 국가가 나서서 치매를 책임지겠다는 말에 반가워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지난해 9월, 치매극복의 날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표한 치매국가책임제에는 치매 안심센터 전국에 개소, 치매안심병원 확충, 중증 치매 산정특례 적용 및 진단검사비 보험적용 등 의료비 지원, 장기요양보험 대상 확대, 치매안심마을 조성을 통한 인식개선,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회 구성을 통한 치매극복연구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2017년 이전에도 2008년 1차, 2012년 2차, 2016년 3차 국가치매종합계획이 시행돼 치매에 관한 제도는 계속 갖춰지고 있었다. 전국에 치매상담센터, 광역치매센터, 중앙치매센터가 생겼고 치매상담콜센터도 생겼다. 전국 보건소에서 조기검진 사업이 시행되고 있었고 장기요양에는 치매특별등급, 치매전담형 요양기관이 있었으며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매 관련 지원을 받으려면 여기저기 너무 복잡했고, 가족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나 경제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치매상담센터를 업그레이드해 실제 치매 관련 서비스를 통합해줄 센터를 세우고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인 지원을 하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했고 많은 통합적 노력이 필요했다. 적극적인 정책 의지 없이는 넘어갈 수 없는 벽이었는데 치매국가책임제에 와서야 비로소 그 벽을 넘어섰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그리고 국가치매책임제 출범 8개월이 되었다. 당장 현장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생겼다. 중증 치매 산정특례 적용,진단 시 검사비용 보험적용 확대 등으로 진단과 치료와 관련된 비용 부담이 감소했다. 중증치매 의료비 수혜를 받은 환자가 3월말 기준 1만 7000명이라고 하니 제도 홍보가 되면 더 늘어날 것이다. 경증치매에도 인지지원등급이 적용돼 장기요양서비스를 더 많은 분들이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무연고 저소득 어르신의 의사결정을 돕는 공공후견인 제도도 도입된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이다. 모든 지역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해 지역의 치매 관련 서비스를 통합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조기검진, 예방관리 뿐 아니라 상담 등 맞춤형 사례관리를 제공하고, 가족을 지원하며, 각종 지원서비스에 연결해드리고, 장기요양기관에 가지 못한 분들을 위한 주간 쉼터도 운영한다. 치매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치매안심센터에 가면 되는 것이다. 현재 치매지원센터는 전국 256군데에 개소해 있다. 1년도 안되어 전국 256개소에 확충했으니 국가의 적극적 정책 추진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치매에 대해 안심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만일 치매국가책임제가 모두 실현돼 서비스가 갖춰진 상태였다면? 집에 갈 수 없었던 치매 할머니는 치매안심센터와 의논해 집에 갈 방법을 찾으셨을 것이다. 낮에는 주간보호센터, 안된다면 치매안심센터의 쉼터에서 약과 식사를 챙겨드렸을 것이다. 집에서 꽃도 가꾸고 길 잃지 않도록 실종방지 서비스도 받으셨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좀더 초기에 치매를 진단받아 인지재활서비스를 받으면서 집에서 지내시고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만 현재의 치매안심센터는 아직 개소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제 씨를 뿌려 키우고 있는 단계이다. 씨가 싹터 제대로 된 열매를 맺으려면, 즉 치매 어르신에 대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좋은 비료가 있어야 한다. 첫 번째로는 전문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은 기존의 전문가들을 활용하고 협업하는 것이다. 안심센터의 정책 기획과 운영에 걸쳐 기존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민간 협업이 필요할 것이다. 치매에 대해 책임을 지려면 치매를 예방하고, 진단하고, 치료하고, 돌보고, 가족도 지원해야 한다. 치매안심센터 혼자서 그 일을 모두 해결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기존의 민간 서비스를 잘 통합하고 빠르게 연결해주며 빈틈을 채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돌봄이 필요하면 장기요양기관에, 진단이 필요하면 전문 의사가 있는 병원에 매끄럽게 연계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제대로 열매 맺으면 많은 치매 어르신과 가족의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 훌륭한 씨앗이 똑바로 잘 자라 좋은 열매를 맺도록 장기적 관점에서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2018.05.16
  • 국민은 해경을 선택했고, 해경은 바다를 지킨다
    계절의 여왕인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지고 철쭉이 지천에 만개하면서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좋은 계절의 기운을 만끽하려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들과 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봄을 맞아 바닷속 생물들도 육지만큼이나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양새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어족자원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꽃게가 으뜸이 아닐까 싶다. 봄이 되면 깊은 바다에 있던 꽃게가 서해 앞바다로 돌아온다. 봄 꽃게는 속살이 통통하고 알이 꽉 차 어민들은 내심 꽃게 풍어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런데 바닷속에서 꽃게들이 활발하게 헤엄을 치는 이 맘 때만 되면 우리나라 바다 위에서는 이를 탐내는 불법조업 외국어선이 활개를 친다. 해양경찰의 신경이 한껏 곤두설 수밖에 없다. 웃음꽃 가득한 상춘객들이 북적이는 육지와는 극명하게 다르다. 필자는 이맘 때 바다에서 불법조업 외국어선과 전쟁을 치루는 해양경찰 이야기를 잠깐 꺼내볼까 한다. 해양경찰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 발생 시 미흡한 대처와 구조 실패로 조직 해체라는 뼈아픈 아픔을 겪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해체 이후 외국어선의 불법조업이 극심해지면서 어민들은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 할 정도로 분노가 폭발하였고, 중국어선이 해경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달아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직 해체라는 시련 속에서 해양경찰은 가슴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으나 바다가족과 수산자원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뼈를 깎는 다짐과 노력의 시간을 통해 불법조업 저승사자로 거듭난 것이다. 공용화기를 사용하고 서해5도특별경비단 창설을 통해 불법조업 외국어선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한 결과 우리 바다를 넘보던 그 어선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자 꽃게 풍년을 기다리던 어민들의 얼굴에 육지의 상춘객만큼이나 밝은 미소가 번졌다. 숫자가 바로 해양경찰의 노력을 방증한다. 외국어선의 무허가, 영해침범 등 중대위반 사례가 2016년 21%에서 2017년 16%로 감소했고, 2017년 연평도 꽃게 총 어획량은 154만 6196㎏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136만 4825㎏)가 증가했다. 연평도 어민들은 강력한 단속으로 꽃게어장을 지켜준 해양경찰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해양경찰은 국민의 열망에 힘입어 재탄생했다. 해양경찰이 달라졌다는 새로운 평가와 함께 말이다. 해양경찰에 등을 돌렸던 국민들이 다시 해양경찰을 선택해준 것이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강조해온 새 정부 출범 1년, 바다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우리 해양경찰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어려운 형편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길 기대하면서 올해도 황사처럼 나타나는 불청객 불법조업 외국어선을 막아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꽃게 풍년을 기다리는 어민들에게 만화방창(萬化方暢) 호시절을 선물하는 것, 그것이 곧 해양경찰을 다시 선택한 국민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해양경찰은 오늘도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면서 바다를 지킨다.
    김두석 해양경찰청 차장 2018.05.16
  • 한반도 주변국 지지를 얻은 ‘판문점 선언’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유사성, 한자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한일중 3국은, 한일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독도문제, 한중은 미군의 고고도방어미사일(THAAD)의 한국배치 문제, 그리고 일중은 센카쿠열도(다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분쟁과 역사인식 문제로 협력관계는 늘 정체돼 있었다. 뭔지 보조가 맞지 않아, 조화보다 마찰이 더 많았던 탓에 지난 10년간 한일중 정상회의는 갈등을 완화시키는 장치 역할을 해왔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9일 일본에서 제7차 한일중 3국 정상회담이 열렸다. 약 2년 반 만에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특별성명이 채택될 수 있었던 건, 북한의 비핵화선언과 지난 65년간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이제는 바꿔야한다는 남북 정상간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한반도 문제의 주요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공동 목표로 확인하고, 지지를 보낸 것은 단순한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다음달 12일 싱가폴에서 개최될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쟁점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65년간 지속된 한국전쟁의 휴전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한반도 주변국가로부터 지지를 공식적으로 얻어낸 것이다. 한반도의 봄은 북미정상회담 뒤, 미중관계에 달려있다 한국의 약점인 남북분단과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선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남북 당사자뿐만 아니라, 휴전협정을 체결했던 미중이라 4개국의 틀속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다. 독일 통일 사례에서 말해주듯, 한반도 주변 강대국의 협조와 승인 없이는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구조다. 미중 관계가 좋다면 판문점 선언대로 올해 안에 종전협정이 체결되고, 이후 활발한 남북교류 속에 통일의 초석을 내릴 수 있지만, 반대로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한반도는 금세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이른바 반도국가의 숙명은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도 다르지 않다. 한반도의 정세를 좌우할 미중관계는 어떨까? 21세기 들어 중국의 굴기로 미중 실력차이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의 3분의 2, 군사력은 3분의 1까지 따라왔다.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력만 놓고 볼 때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 패권국과 신흥세력은 쉽게 충동한다는 것은 과거 500년 세계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 밸퍼센터의 그레이엄 앨리슨 소장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0년간의 패권다툼 16사례 중 12번 전쟁이 발생했다고 한다. 20세기 들어선 독일경제가 영국을 앞설 때인 1914년, 1939년 2차례 모두 전쟁이 일어났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대회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의 의지를 담은 슬로건을 내걸고, 강국의 길을 매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 못지 않는 시진핑 주석의 중국 제일주의는 주변국가는 물론 미국과도 쉽게 충돌할 수 밖에 없다. 미래 남북 통일 위한 초석 놓기 한반도 주변 열강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는 상황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 4자회담,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폐기 프로세스, 보상책,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해제문제를 두고 온도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푼 알렉산더 대왕의 해결책보다는 북미간, 미중간 균열이 발생하지 않게 관리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진심으로 다가가는 노력이 통일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조용찬 미중산업경제연구소 소장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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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자서전(3)-편지처럼 쓰면 또 어떤가
앞선 두 번의 글에서 자서전은 위업을 이루거나 특별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데서 출발한다고 썼다. 그건 전기에 불과할 뿐이다. 자서전의 진정한 주인공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흔들리지 않고 핀 꽃은 없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유일한 삶을 살았다. 자서전을 쓸 충분한 자격과 스토리가 있다. 자서전의 진정한 의미는 나 자신과의 진솔한 내면의 대화다. 잘 살았든 못 살았든 나와 내 삶을 성찰하는 것이다. 삶의 황혼에서 나 자신과 주변과 화해하고 나를 용서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서전은 출생-성장-출가-출사-은퇴의 연대기처럼 쓰지 말고, 삶의 특별했던 순간의 희로애락이나 인연, 나와 내 삶을 규정하는 소주제별로 쓰는 게 좋다고 했다. 이제 형식 이야기다. 자서전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고민하는 건 내용과 함께 형식이다. 대체로 나를 주어로 삼아 작문 위주로 쓰려고 한다. 하지만 자서전에 형식이나 규칙이 있는 건 아니다. 어떤 형식이든, 누구의 도움을 빌리든, 무얼 첨부하든, 편하고 다양하고 진솔하게 나를 회상하고 내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으면 된다. 자서전도 읽는 재미가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편지 형식도 좋다. 수신인은 각 장(章)이나 소재나 사건 별로 다를 수도 있고, 작정하고 한 사람에게만 보내는 형식이어도 좋다. 대화체나 독백체처럼 될 것이다. 부모를 회고할 때는 부모님 전상서도 좋고, 내 자식이나 배우자, 친구나 친지, 은사나 은인, 나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사람,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 평생 미워한 사람, 크게 신세 진 사람, 용서를 구하고 싶은 사람, 이제는 가슴 속 응어리를 털어놓고 싶은 사람 등등, 평생 그런 사람이 어찌 한둘이겠는가. 자서전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꼭 내가 다 채워야 할까. 그렇지 않아도 상관 없다. 내 가족, 친지, 친구, 특별한 인연을 맺은 사람이 나에 대해 회상하는 글을 받아 실으면 자서전이 풍부해질 것이다. 글을 써준 사람도 보람을 느낄 수 있다. 3인칭 화법도 괜찮다. 나가 그가 되는 것이다. 나 자신과 내 인생을 마치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듯 묘사하는 것이다. 나를 타자화하면 내가 객관화된다. 자서전을 글로만 채울 이유도 없다. 시각물이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내 앨범 속의 사진들, 또는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내 사진을 구해서 적절히 안배하거나 별도로 사진으로 보는 내 인생 코너를 만들어 보자. 내가 나온 사진이 아니면 뭐 어떤가. 내가 즐겨 가던 장소, 평생 단골 음식점, 애지중지한 물건, 배우자와 첫 데이트를 한 곳, 허니문 장소의 과거와 현재, 평생 내 발이 되어준 자동차나 자전거, 평생을 아낀 만년필 같은 문구류, 나와 오랜 세월 함께 한 반려동물, 어릴 적 일기장이나 그림, 내가 쓴 글, 내 졸업논문, 학창시절 성적표나 상장, 내가 쓰거나 받은 편지, 성탄카드나 생일 축하 카드, 감사패나 공로패, 자격증, 여권, 휴대폰 속 내 전화번호부, 나를 움직인 책이나 영화, 공연 포스터도 좋다. 이런 것들이 바로 나를 설명하는 것이다. 거기에 의미 있는 설명을 달아보자. 후대가 나를 글로 추억하는 것보다 더 애틋한 마음이 들 것이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터뷰 대상이 돼보자. 내 친구나 가족이 나를 인터뷰해서 쓰는 것이다. 자서전은 꼭 책이어야 할까. 오디오나 비디오는 어떨까. 매일매일 조금씩 나의 육성으로 내 삶을 녹음하거나 휴대폰 동영상으로 독백을 남겨도 좋다. 집안의 주요 행사에는 동영상들을 찍지만 온전히 사적인 나의 영상은 거의 없다. 날을 잡아서 내 일상을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다. 노래방에서 18번을 노래하는 모습, 운동이나 취미에 몰두한 모습은 어떤가. 녹음이나 영상은 자서전의 부록으로 만들 수도 있다. 자서전도 기본적으로 글쓰기 행위다. 창작이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글쓰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자서전은 문학작품도 백일장도 아니다. 카톡을 할 줄 알면 글을 쓸 줄 아는 것이다. 그래도 글쓰기에 대한 책 몇 권 정도는 읽어보는 게 좋다. 글쓰기 교본은 거의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쉽고 간결하고 재미있고 진솔하게 쓰라고. 자서전을 쓰면서 당신의 작문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질 게 틀림없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노동이다. 매일매일 집필 시간을 정해 몰입하는 게 완성하기 수월하다. 데드라인을 정해 놓는 게 좋지만 분량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20페이지도 좋고 100페이지도 좋다. 자서전 제목을 인상적으로 잘 달아보자. 나와 내 인생을 꿰뚫는 한 마디, 한 구절이 강렬하다. 출판은 가족이나 친지 친구에게 나눠줄 백 권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전문 출판사에 갈 필요도 없다. 소량의 책을 편집하고 만들어주는 곳은 많다. 능력이 있다면 인터넷 공간에서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혼자 제작할 수도 있다. 자, 이제 즐거운 자서전 출판기념회나 파티가 당신을 기다린다. 아마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열어주지 않을까.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젊은이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부모님의 인생을 존경했다면 자서전 쓰기를 권유하고 그 과정을 도와드리라고. 고희(70세)나 희수(77세), 미수(88세) 잔치를 자서전 출판기념회와 겸하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 자서전을 써본 사람들의 경험을 들으면 자서전 쓰기의 긍정적 효과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노년의 외로움과 우울증이 사라졌고 심지어 난치병이 호전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자존감이 살아났고, 집중력이 높아졌고, 행복을 느꼈고, 스스로 할 일이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고 한다. 자서전을 완성한 후에는 삶의 의욕과 활력을 더 얻었고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노후를 보냈다. 자서전은 어찌 보면 책으로 남긴 묘비명이다. 불행히도 당신에게 치매가 와서 당신의 존재와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려도 자서전은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의 삶이 어땠는지를 말해줄 것이다. ◆ 한기봉 언론중재위원/칼럼니스트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부국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로 글쓰기와 한국 언론에 대해 강의했다.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사람과 언론사 간 분쟁을 조정하는 언론중재위원이다. hkb821072@naver.com
언론중재위원/칼럼니스트 한기봉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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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정심에 덜컥 입양 금물…강아지 행동과 사회화 문제 신경 써야”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에는 서울시야생동물센터가 설치돼 있다. 2017년 5월 문을 연 이곳은 반려동물이 아닌 야생동물의 진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다. 야생동물은 전염병 유발 등의 문제로 일반 동물병원에서 진료가 불가능해 그간 민간기관에서 관리를 해왔다. 지방 민간기관에 이어 서울시에 개소했고, 작년에만 300건의 진료를 봤다.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아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점점 수요가 늘어나서 올해는 700~800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동물행동의학 1호 박사 신윤주 수의사. 이곳에서 근무하는 신윤주 수의사는 국내 동물행동의학 1호 박사다. 아직 국내에 행동학 관련 진료나 사업이 이루어지는 곳이 없어서 야생동물을 돌보고 있지만 서울대와 성신여대에서 동물행동학 강의를 하며 전공을 이어가고 있다. 동물의 행동을 수의학적으로 분석해서 치료하고 행동 교정을 끌어내는 동물행동의학을 연구해 세 편의 논문을 완성했어요. 반려동물의 사회성과 스트레스의 관계, 분리불안 완화법, 드라이어와 펫드라이룸의 스트레스 차이입니다. 반려견의 행동실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연구 실험방법을 활용했다. 분리불안 반려견을 모집한 다음 보호자의 체취가 묻은 옷을 주고 책을 읽는 목소리를 들려준 후, 스트레스의 상태를 관리해서 통계적인 수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것이 스트레스를 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요소는 아니지만 다른 방법들과 함께 활용하면 반려견의 분리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사회성과 스트레스의 관계를 연구하는 실험에서는 어렸을 때 스트레스를 받은 유기견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사회화 기간인 생후 3~12주 사이를 주목해볼 때, 사회성이 좋은 유기견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것은 사회화 훈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또한 향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논문이 됐다. 제 연구 주제를 말씀드리면 많은 분들이 개 훈련사랑 비슷하네라는 반응을 보이세요. 방송에 노출돼서 많이 아시더라고요. 비슷한 역할을 할 때도 있지만 동물행동의학 전문가는 동물의 행동을 이해한 다음 의학적으로 접근해요. 보호자들이 아직은 행동이 의학과 연관된다는 걸 잘 모르시는데요, 훈련으로만 되지 않는 부분도 많습니다. 신윤주 수의사는 동물행동의학 박사는 얼핏 훈련사와 비슷해 보이지만 약물처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약물처방을 내릴 때는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따져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윤주 수의사의 또 다른 관심사는 동물 복지다. 개의 행동을 연구한다는 것은 유기, 학대와 연관돼 있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동물 복지와 연결된다고. 행동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보면 동물 복지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같은 행동도 상황에 따라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정확한 가이드가 없는 양육은 위험할 때가 많아요. 강아지 공장 등 구조적인 문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반려견이 강아지 공장 출신인데, 태어나자마자 매장으로 보내져서 행동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거든요. 영세하게 운영되는 곳이 많아서 실태조사조차 안 되는 것이 현실이에요. 작년 10월 유명 한식당 대표가 개에 물려 사망하면서 반려견 관리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법 개정에 따른 처벌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 학대와 관련해 정부 내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특별사법경찰관을 확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윤주 수의사는 동물보호법과 관련된 사안은 동물이나 인간이라는 극단의 입장이 아닌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C영상미디어) 수의학적으로 동물 행동 분석 동물카페법, 입마개, 개파라치, 안락사 문제 등 여러 정책이 거론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전공자의 눈에서 보면 좀 더 깊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가령 맹견을 지정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행동이 정상적인 경우도 있거든요. 큰 개는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사고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작은 개도 사나울 수 있잖아요. 종에 따른 분류도 위험한 발상이에요. 그야말로 개마다 다른데, 선을 제시한다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봐요. 동시에 누구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전공자로서, 개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동물을 안 키우는 사람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접근하면 문제는 더욱 까다로워진다고. 저 역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으시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어려워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동물을 안 키우는 분의 입장도 중요하니까요. 우리나라가 개고기를 먹는 나라이기도 하잖아요. 다만 지금 이슈가 되는 것들이 동물 관련 정책의 기준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봐요. 동물과 관련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면 목줄만 제대로 해도 교통사고나 개 물림 사고는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숙련된 분들은 긴 줄을 사용하시는데, 그분들은 그렇다 해도 대부분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신윤주 수의사는 동물보호법과 관련된 사안은 동물이나 인간이라는 극단의 입장이 아닌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항상 중도적인 입장이에요. 동물 실험이 없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과학자로서 그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부분이 있다고 봐요. 필요악이죠. 그렇다면 제대로 복지를 잘하자는 겁니다. 동물행동학을 연구한 신윤주 수의사는 동물 복지에 관한 확실한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일을 대하고 있다. 야생구조센터로 집에서 불법으로 기른 갈매기의 치료를 요청해왔을 때 야생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절하기도 했다. 갈매기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진료에 응할 수가 없었어요. 보호자는 몇 년 동안 동물을 키웠다고 생각하겠지만 무지에 의해 학대를 한 것이에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사막여우, 미어캣, 원숭이와 같은 동물을 가정집에서 키우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 차원에서 동물카페에 있는 보호동물 외래종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동물이 고통받고 있는 온상이죠. 동물 관련 단체나 상업기관들의 입장 차이가 극명한 경우가 많아서 일관적인 법규가 정착되기 어려운 상황이 안타깝다는 그는 동물보호법이 얼른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유기견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세밀한 접근 필요한 동물 복지 무조건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트라우마 등 행동학적인 문제를 판단하지 않은 채 입양에만 급급해서 개인에게 넘기면 이후 개인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학대 유기견들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은 상태예요. 물론 컨디션이 좋은 경우도 많지만, 분리불안 증상을 보일 수 있어요. 보호자가 처음 강아지를 키우는 경우 이러한 행동 문제가 나타나면 이것은 보호자에게 폭력적인 행위라고 생각해요. 신윤주 수의사는 입양을 주선하기 전에 유기견의 성격적인 면, 히스토리를 정확하게 고지해서 정보를 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예민하다가 아니라 귀 청소를 할 때는 가만히 있고 목욕을 잘해요, 산책은 잘하는데 강아지를 만나면 싫어합니다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유기견 문제는 사회문제라고 생각해요. 불쌍하다고 동정심에 호소해서 덜컥 입양하면 이후 보호자가 감수해야 할 고통이 너무 크거든요.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유기견의 행동장애는 평생 안 고쳐질 수도 있어요. 역차별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지도교수와 함께 우리 집에 냥이가 들어왔어요를 출간한 신윤주 수의사는 우리 멍이가 사춘기예요라는 제목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강아지의 사회화와 행동 문제를 큰 주제로 그가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강아지 농장, 유기견 문제 등 동물 복지 관련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위클리공감]
위클리공감 201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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