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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고

정상태 인제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화학안전의 패러다임 전환
정상태 인제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최근 화학사고의 특징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살충제 계란사건과 환경재앙에 가까운 가습기살균제 사건들은 탐욕적인 상혼에 더해 부실한 화학물질 안전관리제도로 인한 화학물질 남용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우리사회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위의 두 사고 외에도 각각 2012년과 16년에 발생했던 구미불산사고, 아르바이트 파견근로자의 메탄올중독 실명사고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책임 있는 자들의 핵심문제에 대한 인식과 각성부족, 책임회피에만 급급했던 유관기관의 실망스런 자세를 보면서 우리사회가 현재의 낡은 안전관리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한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발전과 각종 제품의 고집적화, 고기능화 경향에 따라 신규물질을 포함한 다양한 화학물질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제품 전 생애(life cycle)에 걸친 리스크(위해성)의 특성규명이 어려워지고 예상치 못한 형태로 화학사고가 발생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이전에 관행적으로 행해졌던 안전관리의 낡은 상자 안에서 나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새로운 화학안전의 틀(framework)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되었다. 제도의 새로운 패러다임 화학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크게 제도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 현행법규의 관리대상물질로써 유독물질, 위험물, 고압가스, 농약 등 물질특성 별로 세분된 기존의 관련제도를 화학물질 전 생애 측면에서 관리특성 별로 완전 재구성을 할 필요가 있다. 안전제도가 매번 강화될 때마다 이러한 제도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중복규제가 더욱 가중돼 산업계에서 많은 민원이 유발되고 장기적으로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제도개혁이 필요한 한 예로써 사업장이나 대학, 연구소 등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모든 장소의 화학안전관리를 선진국과 같이 산업안전 측면에서 통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사고예방활동, 시설기준, 안전검사, 안전교육 등 제반 안전관리 사항을 여러 법규에서 유사한 내용으로 중복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인적 물적 자원이 낭비되고 관련제도에 대한 산업계의 불신이 가중되어 우리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의약품이나 식품 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경우 특성상 별도의 안전관리제도가 필요하지만 이 경우도 살충제계란과 같은 난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관련제도 간의 조화와 유관부처 간의 긴밀한 공조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살충제계란 사고의 경우 원인물질이 되었던 피프로닐은 진드기 제거약제로써 농축산 관련부처와 식품의약 관련부처 간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살충제 DDT에서와 같이 토양에 의한 이차오염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환경오염 측면의 종합적 관리도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실제 피프로닐은 환경부의 화학물질관리법에서 유독물질로 지정되어 있지만 환경차원에서 원재료의 안전관리까지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편 중복규제가 오히려 총체적으로 부실한 관리로 이어지는 분야도 있다. 바로 유해한 화학물질의 운송안전관리로써 화학물질관리법, 위험물안전관리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으로 산재된 국제수준에 미흡한 관련법규의 불완전성 때문에 안전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일관성 있는 안전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해 화학물질 운반 중 사고가 다발하고 있다.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아무리 제도가 합리화되고 개혁되어도 궁극적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안전의식의 생활화와 관련자들의 동반자의식(partnership)은 어떻게 보면 제도의 선진화보다 더 중요하다. 화학안전은 공공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산업,주민,이해관련자 모두가 책임감 있게 화학물질을 이용하기 위한 동반자로써 협력하는 문화적인 틀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기관은 더 이상 규제자의 우월적 위치로 군림하기보다 수요자에게 찾아가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적극적인 조력자가 될 때, 사업장의 사업주와 안전관리자가 더 이상 무의미한 대관업무에 시달리지 않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본연의 안전업무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이 될 때, 지역주민은 상호신뢰로써 사업장과 같이 안전한 지역사회 만들기에 동참하게 될 때에 비로소 진정한 화학안전의 새로운 틀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의 실현을 위해 정부가 채택할 수 있는 중요한 안전정책으로써 규제강화란 쉬운 방법대신 민간자율을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위험시설에 대한 화학사고 예방제도로써 산업안전보건법의 공정안전보고서나 화학물질관리법의 위해관리계획을 현행 서류위주의 보고서 제출, 심사 및 평가, 등급화 및 차등관리 등과 같은 타율적 규제방식 대신 사고예방프로그램 제도의 원 취지대로 최대한 자율적 프로그램으로 운영케 하는 것이다. 이때 선진국과 같이 자율관리에서 이행의무에 대한 태만 및 거짓에 대해서는 강력한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의 선택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개혁은 수많은 이해관련자 및 단체의 반발과 부처이기주의라는 장애물에 봉착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진정한 선진산업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화학안전의 새로운 틀은 필수사항이다. 많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를 이제 시작해야 한다. 우리 몸에 암이 발견되면 두 가지 대응전략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전략은 암과의 공존전략으로 생명연장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힘든 동거를 계속해야 하는 선택이며 두 번째는 암을 완전하게 제거해서 건강을 회복하는 전략이지만 위험한 수술로 인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대안이다. 정답은 없다. 확실한 것은 현행 화학안전관리제도에서 암과 같은 기형적 문제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과 이에 대한 두 가지 대응전략 중 한 가지를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태 인제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20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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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김준
그 섬의 공룡들이 말한다…섬은 쉬고싶다
하룻밤 자고 나왔을 뿐인데 만리장성을 쌓은 모양이다. 모두들 아쉽고 허전한 얼굴이다. 어제 섬을 보았을 때와 다르다. 선창에서 출발하자마자 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작다. 배위에서 어루만지듯 섬을 둘러보다 느릅나무 아래에서 멈췄다. 유일한 주민 추도지기 장옥심 할머니가 나무 아래 앉아서 떠나는 우리를 보고 계신 것이 아닌가.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거리였지만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바로 그때 할머니가 손을 들더니 흔드셨다. 소리를 질렀다. 할머니가 손을 흔들어요. 배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모두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질러 답을 했다. 뭉클했다. 나도 모르게 눈가에 이슬이 촉촉해졌다. 전남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에 속한 작은 섬이다. 한 때 100여 명 가까이 살았다. 지금은 섬보다 1800여개 공룡발자국으로 더 유명하다. 주변에 있는 사도, 증도, 장사도, 낭도 등에서 발견된 조각류, 용각류, 수각류 공룡발자국까지 합하면 약 3천5백여 개에 이른다. 게다가 중생대 동식물 화석과 물결무늬 연흔도 발견되어 섬은 그대로 자연학습장이자 에코박물관이다. 그래서 섬을 천연기념물 제 434호로 지정했다. 그리고 최근에 추도와 사도마을 옛 담장도 등록문화재 367호로 지정됐다. 추도는 면적이 0.04㎢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하지만 공룡발자국이 1천 800여 개나 발견되었다. 한때 주라기공원이었음에 틀림없다. 주민들은 하나 둘 작은 섬을 떠났지만 느릅나무는 할머니와 함께 꿋꿋하게 섬을 지키며 섬이 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추도도 그렇다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하자 하나 둘 바람길 입구에 떡하고 서 있는 느릅나무 아래로 모여 들었다. 시끄럽던 여행객도 모두 빠져 나가는 시각이다. 풍물패 농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 처음 펼쳐진 음악회다. 여수를 대표하는 삼동매구팀, 섬을 사랑하다 섬이 되어버린 이생진 시인, 가객 현승엽, 그리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과 섬여행을 즐기는 섬으로 회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무인도가 될 위기의 섬마을을 가꾸고, 문 닫힌 추도분교를 다시 열기 위해 만든 협동조합 하나린이 준비한 자리였다. 그 의미는 김별아(광주 봉선초 5년)양 이 낭송한 시로 대신한다. 추도는 작은 섬입니다. 작은 섬은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고 예쁩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한 시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추도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추도음악회를 알리는 여수지역 삼동매구의 풍물공연. 섬시인도 반한 작은 섬 시낭송은 역시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 첫마디에 탄성이 쏟아진다. 맞은 편 상봉으로 넘어가는 노을마저 붉다. 한 살 부족한 아흔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금년에만 필자와 네 번째 동행한 섬여행이다. 아무리 자신의 시라지만 모두 외워서 낭송을 한다. 거침이 없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할머니,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대답이 없다. 예상했던 일이다. 평소 눈길도 잘 주지 않던 할머니가 아니던가. 제가 내년이면 아흔입니다. 그때야 할머니가 고개를 돌려 시인을 본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인이 고개를 숙였다. 365일 두고두고 보아도 추도 하나 다 보고 가지 못하는 눈이란다. 90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이란다. 그 사이 해는 낭도와 고흥반도를 넘어 붉은 숨을 몰아쉬며 잠이 들고 추도 선창을 지키는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노시인이 쏟아내는 시어와 시정에 모두들 헤어 나오질 못한다. 뒤늦게 앵콜을 외친다. 이어받은 시인의 추임새가 또 한편의 시다. 갯강구라고 하는 벌레는 사람만 보면 전부 도망가는데 오늘밤은 전부 여기 올라와서 도망을 안가네요 왜냐면 사람이 좋기 때문에 섬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정말 좋아요 평생 섬을 다니며 오늘처럼 섬에서 환대를 받은 적이 없어요 왔다가는 것뿐인데 정말 나를 우리들을 환영해 주는 알뜰한 아름다운 정성어린 마음을 대하니 떠나기 싫어요 섬시인 이생진은 섬을 지켜준 장옥심 할머니에게 감사했다. 작은섬 추도에 반했다고 했다. 더 예쁘고 아름다운 섬도 많은데 노인은 무엇에 반했을까. 섬시인 이생진은 섬을 지켜준 장옥심 할머니에게 감사했다. 작은섬 추도에 반했다고 했다. 더 예쁘고 아름다운 섬도 많은데 노인은 무엇에 반했을까. 섬그늘과 아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여행객은 벌써 섬을 몇 바퀴째 돌고 있다. 돌아보고 잠시 쉬었다 또 돌아보고, 물이 들 때 보고, 빠졌을 때 보고,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좋다. 여수 문화해설사인 추도지킴이 섬그늘님이 나섰다. 조영희씨다. 20년 전에 추도에 반해 섬을 오가며 추도가 고향인 사람들보다 추도를 더 사랑하고 잘 안다. 최근에는 아들과 함께 추도로 주소지를 옮기고 추도살이를 준비 중이다. 장할머니의 유일한 이웃이자 벗이다. 느릅나무 아래서 섬과 인연을 이야기를 시작하던 그가 고개를 돌렸다. 주책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던 것이다. 20여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섬에 들렸다 운명처럼 섬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섬사람의 그늘이 되어야겠다고 섬그늘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던 아들도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주소지를 추도로 옮기고 섬지기로 나섰다. 그리고 섬살이를 공감한 몇몇 젊은이들이 함께 만든 협동조합 하나린 대표를 맡았다. 모자는 주말이면 섬으로, 주중에는 뭍에서 생활하고 있다. 섬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득달같이 달려온다. 최근 문화재로 지정된 퇴적층이 무더기로 반출된 것이나 누군가 가져다 놓은 불상도 이들이 발견했다. 추도분교와 바람길을 지나 장사도와 증도가 보이는 곳으로 넘어서자 그녀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곳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많은 퇴적층을 절단해 반출해 간 곳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 무슨 소용인가. 지키는 사람도 지켜주려는 사람도 없다. 섬그늘이 깊이 절망한 것은 그곳에 불상을 놓고 간 사이비 종교인도, 무시로 공룡발자국을 밟고 놀이터로 삼는 여행객도 아니었다. 믿었던 전문가들과 불편함에 연루되지 않으려는 관련기관이었다. 심지어 반출된 퇴적층 아래에서 화석들이 또 나올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하니 절망하고도 남았을 것 같다. 섬그늘 조영희님이 여행객에게 추도를 안내하고 있다. 한반도 공룡의 마지막 서식지 여섯 마리 초식공룡이 조심스럽게 천천히 습지로 발길을 옮겼다. 이렇게 안락한 곳이 얼마만인가. 이들은 육식공룡의 공격을 피해 물과 풀이 충분한 서식지를 찾아 남으로 남으로 내려왔다. 아직은 낯설어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물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곧 닥칠 대 재앙은 전혀 예상치 못하고, 오직 발톱이 날카로운 육식공룡만 경계하고 있었다. 공룡이 사라진 것은 중생대 말 약 6500만전 전이다. 그런데 이곳 추도에서 약 7000만 년 전 퇴적층에서 공룡이 발견되었다. 그러니까 아시아 공룡화석지 가운데 마지막으로 형성된 것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공룡이 마지막 피난처를 찾아 이동해 모여든 곳이 한반도 남단인 추도 일대였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추도에는 여섯 마리 조각류 초식동물이 나란히 걸어간 84m 길이의 발자국 화석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알려진 공룡발자국 중에서 가장 긴 보행렬이다. 주변에 물결무늬 연흔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호숫가였다. 발자국이 무슨 보물이냐고 할지모르지만 발자국 화석만으로도 당시 주인공이었던 공룡의 이동습성, 보폭, 크기, 무게, 집단생활은 말할 것도 자연환경을 읽을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유다. 우리가 추도를 지키고 보전하며 미래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이유 중에 하나다. 한반도에서 가장 긴 공룡 보행렬,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니고 보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그 흔적을 찾기 어려울 만큼 훼손됐다.(2017년) 아래는 2006년 모습. 공룡 발자국. 아이들이 반한 길 그곳에 안 갔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어요. 제일 맘에 드는 곳이에요. 별아와 도연이가 탄성을 지른 곳은 용궁 가는 길이다. 어젯밤 감동이 채 가시지 않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용궁으로 향했다. 물이 빠져서 드러난 바위에 누워 떠오른 아침 해를 맞았다. 바위틈 어디선가 들리는 물총새 소리와 파도소리가 자장가였다. 정말 용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누군가 흔들었다. 별아와 도연이다. 두 아이는 광주와 일산에 살지만 이렇게 가끔 어느 섬에서 만난다. 금방 바지를 걷고 물속으로 첨벙첨벙 들어가더니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새소리보다 파도소리보다 더 정겹고 아름답다. 추도도 용궁도 그렇지만 섬은 이제 그들의 몫이다. 기성세대들이 잘 보전해서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왜 이곳을 추도의 미래로 가는 길이라 부르는 지 알 듯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별아는 내내 용궁 가는 길 이야기를 했다. 가장 인상이 깊었고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또 가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이 반한 길. 용궁 가는 길. 섬도 힐링이 필요하다 요즘 섬사람은 뭍으로 나가고 뭍사람은 섬으로 들어온다. 섬 인구는 심한 곳은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무인도가 되었거나 한두 명 섬을 지키는 곳도 제법 된다. 추도가 그랬다. 10여 가구에 불가했지만 100여 명이 거주한 적도 있다. 섬사람은 떠났지만 주말이면 100여 명은 기본이고 150여 명이 몰려든다. 섬이 워낙 작아서 작은 방문객도 버겁다. 섬이 좋아서 찾는데 막을 일은 아니다. 다만 섬여행을 제대로 하길 바랄 뿐이다. 추도에 드는 사람들은 봉지를 하나 씩 들고 들어온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서가 아니다. 톳, 미역 등 해조류를 뜯고, 길가 나물과 야채를 뜯어간다. 그럴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있다. 여행사에서 모객을 할 때 그렇게 홍보하기도 한다니 탄식할 노릇이다. 평생 미역과 톳을 뜯어 생활했던 할머니가 이를 보고 얼마나 애통이 터질까싶다. 마음은 청춘이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물끄러미 섬을 휘젓고 다니는 여행객을 보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 소리가 나면 아예 집으로 들어가 버린단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은 섬에서 풀이며 돌멩이 하나도 가져가서는 안 된다. 갯가에서 미역과 톳을 채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그곳은 공룡발자국이나 화석들이 도처에 즐비하다. 백번 양보해 재미삼아 한 주먹씩 뜯어가더라도 한 달에 400명이 오면 그 양이 만만치 않다. 섬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제한해야 한다. 등록문화재 지정된 추도 돌담. 추도처럼 작고 상시적으로 문화재를 지킬 수 없는 섬은 반드시 사전예약제가 이루어져야한다. 여행객만 아니라 섬도 이제 힐링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다. 팔순을 넘어선 할머니더러 쓰레기를 치워라는 말인가. 이웃 섬 주민들이나, 여행객을 데려다 주면 돈벌이를 하는 선장님이 치워줄 리 없다. 추도만이 아니다. 여행객이 많은 섬은 대부분 그렇다. 섬도 힐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서.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섬마실 길라잡이 김준 20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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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공감
“개·폐회식서 대한민국 문화적 역량 보여줘야죠”
2011년 7월 6일 자정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국제컨벤션센터, 적막 속 긴장감이 흐른다. 단상에 오른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손에 들린 흰 카드에 수많은 시선이 머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로게 위원장이 카드를 뒤집어 보이며 외친다. Pyeongchang(평창)!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개막까지 남은 시간 150여 일. 실수할 시간도 없다며 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는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만났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사진=C영상미디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까지 150여 일 남았다. 기분이 어떤가? 행사 준비자에게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는 건 행사의 막이 오른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올림픽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긴장감을 넘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정치적 이슈로 잠시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났던 평창동계올림픽 구석구석을 챙기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월 4일 평창올림픽지원과를 평창올림픽지원단으로 격상했다. 평창올림픽지원단장으로서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책임감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생각이 먼저다. 근 6년 동안 한 과의 7명이 올림픽을 준비해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올림픽 개최국은 관련 부서를 신설한다. 런던올림픽 당시 체육부가 새로 생긴 게 대표적이다. 과거 우리에겐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부족했지만 주어진 여건 하에 최선을 다해왔다. 올림픽은 순위를 매기기만 하는 대회가 아닌, 개최국의 사회문화적 역량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어떤 면모를 어떻게 비춰주고 싶은가?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광복, 전쟁, 분단, 경제성장, 민주화 등에 이르는 긴 과정이 100년 안에 모두 이뤄졌다. 조부모부터 자식 세대까지의 삶을 압축한 역동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신축성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세계인들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결국 평창동계올림픽의 큰 틀은 문화올림픽이라는 것이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문화올림픽을 표방한 성공 사례로 꼽히는 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탄탄한 문화구조를 갖춘 사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런던은 누구나 인정하는 선진 문화사회가 아닌가. 그러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국민의 참여와 관심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부족했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들이 올림픽을 자신의 일이라는 자세로 임할 때 자연스럽게 문화올림픽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날 것이다. 연이은 문화올림픽의 성공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세계인의 기대감이 상승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우리 문화예술은 이미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 영화나 각종 콩쿠르 수상자 중 한국 사람이 많다. 문화는 문화대로, 올림픽은 올림픽대로 바라보고 홍보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두 분야를 접목해 스포츠도 문화의 한 활동으로 각인시키려 한다. 그렇게 되면 문화올림픽 자체는 세계 수준을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이 150여 개다. 눈여겨볼 프로그램을 꼽자면? 모든 프로그램이 IOC로부터 심사를 거쳐 올림픽이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된다는 동의를 얻었다. 객관적으로 세계적인 문화 행사로서의 가치를 검증받았다고 보면 된다. 짧은 기간에 높은 수준의 문화 행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국민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다리는 동안 일상을 즐거움으로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문화올림픽 외에 환경올림픽, IT올림픽, 치유올림픽 등의 의미도 있다. 각각 어떤 가치를 지닌 것인가? 환경올림픽은 올림픽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의 의미가 강하다. 이런 점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은 자연 훼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장소에 구축됐고, 올림픽 기간에는 수소,전기차가 운행될 예정이다. IT올림픽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는 데 의의를 둔다. 치유올림픽은 국가 최고 리더십이 부재했던 2017년 봄에 국민이 가졌을 불안감을 올림픽을 통해 덜어내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1988년 올림픽을 맞은 한국과 2018년 올림픽을 맞는 한국은 사회,문화,경제적 측면에서 분명히 다르다. 서울올림픽이 한국을 세계무대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은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가? 북한의 핵 문제와 같은 다소 어려운 대외관계를 겪고 있지만 스포츠, 문화를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리가 원하는 평화는 무력 없이 협력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열정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림픽은 대외적인 압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 1988 서울올림픽 개회식 하면 굴렁쇠 소년이 떠오른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도 킬러 콘텐츠를 기대할 수 있나? 구체적인 내용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만 한국적 철학과 정서를 바탕으로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을 통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성장한 대한민국의 문화적 역량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려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대회 이후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무엇보다 올림픽 시설물 사후 관리 활용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올림픽 성공 기준은 올림픽을 유치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때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올림픽 사후 관리에 대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다. 일부 경기장의 사용 범주를 체육시설에서 문화,예술시설, 사회시설 등으로 넓히고 올림픽의 정신적 가치가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되도록 하는 게 핵심 방향이다. 서울올림픽 이후 세대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제 올림픽을 개최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어쩌면 우리 젊은 세대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을 보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 세대의 행운이다. 절대 놓치지 말기를. [위클리공감]
위클리공감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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