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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경례

한기봉 칼럼니스트 2018.09.21

국내에 많이 알려진 스카치 위스키 중에 시바스 리갈이 있다. 원액의 숙성 기간에 따라 보통 12년, 18년, 21년, 25년, 30년 산이 있다. 한정판으로 38년, 50년 산도 있지만 구경하기 어렵다. 시바스 리갈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날 궁정동에서 마신 술로 유명하다.(당시는 18년 산이 출시되기 전이어서 12년 산을 마셨다.) 이 중 21년 산에는 특별한 이름이 있다. 바로 ‘로열 살루트(Royal Salute)’다. 1953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을 기념해 만들고 여왕에게 최초로 헌정된 여왕의 술이다. 그런데 왜 21년 산이 선택됐고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정답은? 왕에게 바치는 경례(royal salute)가 예포 21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9월 18일 북한의 성대한 의전이 시선을 끌었다. 문 대통령 부부가 공군1호기에서 내려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와 북한 수뇌부의 영접을 받고나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할 때 전례 없던 놀라운 장면이 벌어졌다. 북한이 21발의 예포를 발사한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처음 등장한 예포 의전이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나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육로로 평양 4·25문화회관에 도착했을 때도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지만 예포 의전은 없었다.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의전 행사에서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기게양과 국가연주, 예포발사는 생략됐었다. 예포를 발사하는 장면은 아쉽게도 TV 생중계에 잡히지 않고 소리로만 들렸다. 그 후 북한 TV가 방영한 뉴스에 그 장면이 보였다.
 
예포 21발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외국의 국가수반이 국빈방문을 했을 때 초청국의 선의에 의해서 행해지는 최고최상의 의전이다. 그런데 왜 의전 석상에서 무기를 사용하고 그것도 21발일까? 그 내력이 궁금해서 찾아봤다.

예포의 기원은 아주 오래 됐다. 중세에는 전쟁에서 진 쪽이 이긴 쪽에 대한 경의로 무장해제를 했다. 과거 북아프리카 부족들은 창끝을 지면을 향하게 해 전의가 없다는 것을 나타냈다고 한다. 예포 발사는 이처럼 소지한 무기의 탄약을(공포탄이지만) 다 제거함으로써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라고 한다. 한 마디로 당신과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예포는 내외국의 국가원수, 고관, 장성 등이 국가, 군부대, 함정을 공식 방문할 때 경의를 표하는 의전이다. 군함이 외국의 항구에 입항할 때, 또는 외국 군함을 환영할 때 하기도 한다. 국가원수의 취임식, 국장 같은 장례 의식, 현충일 같은 국가 추념행사에서도 행해진다.

예포의 발사 탄수는 직급에 따라 불평등하다. 국가마다 조금 다르기도 한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나라에서는 국왕이나 국가원수는 21발, 총리 부통령 대법원장 국회의장 국무위원은 19발이다. 군에서는 별의 숫자에 따라 다르다. 대장 19발, 중장 17발, 소장 15발, 준장 13발이다. 11발 이하는 없으며 직위에 따라 2발 간격으로 홀수로 쏜다. 야간에는 발사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오래 전 항구에 들어오는 배들은 일반적으로 일곱 발의 총을 발사했다고 한다.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한 후 7일째에는 쉬었다는 데서 비롯됐다. 배에 화약을 더 많이 적재하고 다니면서부터는 발사 횟수가 점점 늘어나 21발을 쏘았다. 18세기 중반부터 영국 해군은 21발의 예포를 쏘았는데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 역시 이 관습을 따랐고 세계적으로 굳어졌다. 21발은 서양에서 행운의 숫자로 여기는 3과 7을 곱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군대의 장례식에서 일제 사격을 하는 조포(弔砲)나 조총도 일종의 예포인데 이 역시 전쟁 관습에서 유래된 것이다. 전쟁 중에 전사자 수습을 위해 잠시 싸움을 멈춰야 했는데 이때 3발의일제 사격은 전사자 수습을 마쳤으니 전투를 재개하자는 의미였다고 한다.
 
예포(cannon salute)는 군에서 시작돼 일반으로 확대된 경례(salute) 의식이다. 군에서는 경례 의식이 다양한데 보통 손이나 기(旗), 총, 검, 군악, 사열 등으로 행해진다.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의장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하여 정렬하였습니다.”
18일 오전 10시 10분 평양국제공항에서는 인민군 의장대 대장 김명호 육군 대좌(대령)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 문 대통령 부부가 영접 나온 북한 수뇌부와 인사를 나누고 난 후 바로 시작된 의장대 사열의 시작을 알리는 신고다. 남측 대통령에 ‘각하’라는 경칭을 붙인 것은 처음이다. 의장대 사열은 국빈방문을 하는 상대 국가원수에게만 하는 최고의 예우다. 중세 시절 통치자가 자국을 방문한 인사 앞에서 힘을 과시하기 위한 의식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군악이 울리는 가운데 국가수반이 국빈과 나란히 걸으며 집총 자세로 선 의장대 인사를 받는 것이다.

북한 의장대 대장은 검을 세워 든 채 힘차게 걸어가다가 문 대통령 앞에서 멈춰 검을 오른쪽 아래로 내리는 동작을 했다. 이것은 상대방에게 아무런 적의가 없음을 표시하는 의미다. 기(旗)에 의한 경례는 기를 수평으로, 군함의 경례는 돛대에서 기를 내리는 것과 같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카펫을 걸으며 인민군 의장대의 ‘받들어 총’ 경례를 육·해·공 군악대 순으로 받았다. 

지난 4월 북한 최고지도자로서 처음 남쪽 땅을 밟은 김정은 위원장도 판문점에서 약식 형태의 국군 의장대 사열을 받았다. 당시 예포 발사는 없었지만 북한 존엄의 국군의장대 사열은 최초의 사건이었다. 

원래 사열(査閱)은 부대의 전투준비 상태를 조사검열하는 행사인데 열병식과 함께 귀빈 방문 시 최고의 의전 행사로 확대되었다. 사열은 ‘군대의 꽃’이라고도 한다. 사열을 한 번 해보면 부대의 사기와 훈련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들 한다. 열병은 지휘관이 정렬한 부대의 앞과 뒤를 보며 상태를 검열하는 것이고, 분열은 정렬해 있던 부대가 행진하면서 “우로 봐” 하며 단상을 향해 경례하는 것이다. 보통 열병식이라고 하면 열병과 분열이 모두 포함된 개념이다. 국군의 날이나 승전기념일 같은 행사 때도 군통수권자가 사열과 열병식을 갖는다. 열병식에서는 최신 무기를 등장시켜 과시하기도 한다. 중국과 북한의 국가 행사 때 열병식이 유명하다.

예포발사든 사열이든 모든 의전의 기본이자 시작인 ‘경례(salute)’는 상대에게 적대적 의사가 없으며 무기가 없다는 걸 표시하는 행위였다.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와 관습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손을 들거나 마주잡거나, 모자를 벗는 것, 거수경례 등이 다 그렇게 유래됐다. 그 기원은 로마제국까지 거슬러 간다. 김정은 위원장은 예포의 유래와 의미를 알고 있었을까. 평양은 문 대통령에게 경례를 했고, 문 대통령은 그 경례를 받은 것이다.

한기봉

◆ 한기봉 언론중재위원/칼럼니스트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부국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로 글쓰기와 한국 언론에 대해 강의했다.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사람과 언론사 간 분쟁을 조정하는 언론중재위원이다. hkb8210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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