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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코비츠 궁에서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을 만나다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체코/프라하(Praha)

2018.03.30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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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은 ‘영웅 교향곡’으로도 불리는데 여기서 말하는 영웅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자유·평등·박애를 기치로 왕정을 몰아낸 프랑스 시민혁명을 열렬히 지지하던 베토벤에게 나폴레옹은 그야말로 숭고한 영웅이었던 것이다.

베토벤은 이 교향곡을 1803년 가을에 시작하여 1804년 봄에 완성하고는 그에게 헌정하는 뜻으로 표지 윗부분에 ‘보나파르트(Bonaparte)’라는 이름을 정성스럽게 써넣었다. 그런데 1804년 5월 14일 나폴레옹은 스스로 황제라고 공포했다. 이 소식을 접한 베토벤은 격분하여 교향곡의 표지를 찢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후 그는 이 작품을 요제프 프란츠 막시밀리안 폰 롭코비츠(Joseph Franz Maximilian von Lobkowicz: 1772-1816) 공에게 헌정했다. 이 교향곡의 초판본은 현재 롭코비츠 궁 안에 보존되어 있는데 이 궁은 프라하 성 구내 뒤쪽 입구 탑 쪽에 있다.  

블타바 강 건너편 언덕 위에 세워진 프라하 성. 롭코비츠 궁은 오른쪽 탑이 있는 부분에 있다.
블타바 강 건너편 언덕 위에 세워진 프라하 성. 롭코비츠 궁은 오른쪽 탑이 있는 부분에 있다.

한편 프라하 성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성 비투스 성당을 수평으로 길게 휘어 감고 있다. 이 성의 일부는 현재 체코 공화국의 대통령궁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이 지역은 체코의 종교와 정치의 중심인 셈이다. 롭코비츠 궁은 프라하 성 구역 안에 있는 유일한 개인소유의 건물이다. 이것은 롭코비츠 가문의 권세가 막강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 궁은 오랫동안 로브코비츠 가문의 후손들이 소유하고 있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체코를 점령한 나치 독일군에 의해 몰수됐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공산 정권에 의해 다시 몰수됐다. 1989년 체코가 자유화되고 나서 이 궁의 소유권은 롭코비츠 가문 후손에게 되돌아갔다.

롭코비츠 궁 입구 카날레토의 런던풍경과 베토벤을 담은 붙은 2개의 포스터.
롭코비츠 궁 입구 카날레토의 런던풍경과 베토벤을 담은 붙은 2개의 포스터.

그후 롭코비츠 궁은 오랜 기간 동안의 복구공사를 끝내고 지금부터 꼭 10년 전인 2007년 4월에 박물관으로서 일반에게 공개했다. 박물관은 모두 22개의 전시홀로 구성되어 있다. 이 박물관은 ‘롭코비츠 아트 컬렉션’으로 특히 유명하다.

이 컬렉션은 개인이 소장한 예술품으로는 체코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중부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컬렉션 중의 하나이다. 롭코비츠 아트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을 꼽는다면 정교하고 사실적인 런던 풍경화 두 점이다. 이것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풍경화 대가 안토니오 카날레토(Antonio Canaletto 1697–1768)가 런던에 체류하면서 그린 것이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교향곡’의 초판. 표지에는 롭코비츠 공에게 헌정되었다고 인쇄되어 있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교향곡’의 초판. 표지에는 롭코비츠 공에게 헌정되었다고 인쇄돼 있다.

이러한 미술작품 외에도 이곳에는 옛날 악기,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악보 및 육필자료 등을 비롯하여 음악관련 귀한 자료도 소장되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 교향곡’의 초판본이다. 이 작품을 헌정 받은 요제프 프란츠 막시밀리안 폰 롭코비츠 공은 아마추어 음악가로 바이올린과 첼로를 연주했으며 노래를 즐겨 불렀다.

그는 음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음악에 파묻혀있었다고 한다. 그는 음악가들을 후원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주변에는 많은 음악가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했던 인물이 바로 베토벤이었다.

정오 콘서트가 열리는 음악 홀. 프라하와 관계가 깊은 음악가들의 소품을 주로 연주한다.
정오 콘서트가 열리는 음악 홀. 프라하와 관계가 깊은 음악가들의 소품을 주로 연주한다.

롭코비츠 가문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중심부에도 궁전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곳에는 오케스트라도 있었다.

요제프 프란츠 막시밀리안 폰 롭코비츠 공은 베토벤에게 음악회 리허설을 그곳에서 할 수 있도록 배려했는데 1804년에는 그곳에서 롭코비츠 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의 교향곡 3번을 연주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이 1805년에 빈에서 공식적으로 초연되기 이전의 일이다.

베토벤보다 2살 아래였던 그는 이처럼 베토벤을 적극적으로 후원했고 연금까지 주었다.

그는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서 연금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때도 있었지만 베토벤이 연금을 평생토록 받도록 세심히 배려하고는 베토벤 보다 11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베토벤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교향곡 3번뿐만 아니라 교향곡 5번과 7번, 현악사중주 등 여러 작품을 그에게 헌정했다. 어떻게 보면 바로 그가 베토벤에게 진정한 영웅이 되었던 것이다.

현재 롭코비츠 궁 안에서 창가나 발코니에 서면 눈 아래에 멋지게 펼쳐지는 프라하 시가지의 전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 궁은 카페와 레스토랑, 매장 등도 갖춰져 있으며, 천장이 높은 품격 있는 대형 홀은 여러 종류의 예식과 연회용으로 개인에게 대관해 주기도 한다.

또한 이곳의 작은 음악 홀에서는 소규모의 정오 콘서트가 열린다. 주로 모차르트, 베토벤, 스메타나, 드보르작 등 프라하와 관계가 깊은 음악가들의 소품을 집중적으로 연주한다. 

정태남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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