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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섬기기 위해 관리가 필요한 관리도

[김준의 섬섬옥수] 군산 관리도

2017.11.22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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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것 좀 봐. 정말 아름답다. 어쩌면 이렇게, 만들려고 해도 못 만들겠다. 앞서가던 일행이 탄성을 지른다. 능선을 따라 걷다 마주치는 모습을 보고 호들갑이다. 정말 어떤 예술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작품이 잇달아 펼쳐졌다. 자연보다 더 훌륭한 예술가가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모두들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기쁨과 행복이 더 컸다. 

관리도는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에 속하는 섬으로, 오전과 오후 하루에 딱 두 번 여객선이 오간다. 한 마을에 40여 가구 100여 명이 살고 있다. 군산항에서 직선거리로 35㎞ 남짓 떨어져 위치에 있지만 새만금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뭍과 거리가 10㎞로 줄어들었다.

 또 최근 고군산군도와 새만금방조제를 잇는 다리가 완공되면서 뱃길은 2㎞로 짧아졌다.

깃대봉으로 가는 길에 능선에서 마주친 절경
깃대봉으로 가는 길에 능선에서 마주친 절경.


북서풍은 깃대봉이 막고, 남동풍은 고군산군도가 가려 바람을 피하고 배를 정박할 수 있는 아늑한 자리에 마을이 앉았다.
북서풍은 깃대봉이 막고, 남동풍은 고군산군도가 가려 바람을 피하고 배를 정박할 수 있는 아늑한 자리에 마을이 앉았다.

물고기가 살기 좋은 섬

<해동지도>에 ‘곶지도(串芝島)’로 소개되어 있다. ‘곶’은 ‘바다로 뻗어 나온 모양을 한 곳’을 뜻하는 말이다. 옛말 ‘꼬챙이’에 해당한다. 한국지명총람에 관리도 ‘지형이 곶으로 되어 있으므로 고지섬이 되었다’고 했다. 위성으로 보면 섬이 남북으로 좁고 길게 뻗어 있다. 관리도라는 섬 이름은 고지, 꼬치, 꼬지에 해당하는 한자어 관(串)을 빌어 표기한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도 ‘곶리’라고 한다. 예전에는 밥버금물, 진장불, 설록금 등에도 몇 가구씩 살았다. 관리도 지명 중 샛금, 설록금, 버금, 박버금 등 지명도 있다. 접미사 ‘금’은 바닷가나 강가의 곶이 길게 뻗고 후미지게 휘어진 곳을 말하며 ‘구미’의 준말이다. 이렇게 구미와 곶이 발달한 섬이다. 이런 곳은 바닷물고기가 모여살기 좋은 어장조건을 갖춘 셈이다.

섬 서쪽은 벼랑으로 급경사지만, 동쪽은 곶과 구미가 있어 갯벌과 해수욕장이 발달했다. 마을 앞으로 대장도, 장도, 선유도, 무녀도, 신시도 등 고군산군도가 펼쳐져 있다. 북쪽으로는 말도, 명도, 방축도 등이 줄지어 있다. 북서풍은 깃대봉과 투구봉이 막고 마을 뒤에 소나무를 심어 남은 바람을 막았다. 그리고 남동풍은 고군산군도가 막아준다.

섬 동쪽으로 선유도, 무녀도, 신시도 등 고군산군도가 펼쳐져 있다.
섬 동쪽으로 선유도, 무녀도, 신시도 등 고군산군도가 펼쳐져 있다.

섬 서쪽 절벽 능선을 따라 깃대봉과 투구봉으로 이어지는 등산길이 이어진다.
섬 서쪽 절벽 능선을 따라 깃대봉과 투구봉으로 이어지는 등산길이 이어진다.

서해 작은 소금강

한동안 선유도를 중심으로 무녀도, 대장도, 장좌도 등 고군산군도가 우리나라 섬여행 메카였던 적이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신들이 머무는 섬’이라 할 만큼 빼어난 경관으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고, 이어 무녀도와 다리가 완공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섬 수용력을 넘어선 여행객, 멋진 경관을 훼손한 난개발, 식당과 숙박과 시설이용을 둘러싼 상흔으로 고군산군도는 유원지 모습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반면에 알려지지 않았던 관리도는 입소문을 타고 매력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손맛을 아는 낚시꾼들만 아는 섬에서 등산객과 캠핑객이 하나둘 찾고 있다. 특히 용바위에서 깃대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서해 작은 소금강이라는 칭송도 붙었다.

소금강은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에 있는 명승지다. 오대산 동쪽 기슭에 위치한 우리나라 명승 제1호다. 흔히 강릉소금강 또는 명주소금강 청학동소금강 연곡소금강 등으로 불렸다. 오대산국립공원으로 포함된 뒤로 오대산소금강이라고도 한다.

율곡 이이의 ‘청학산기’에 빼어난 산세가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이름을 가져와 붙인 곳으로 ‘호남의 소금강’ 대둔산, 강천산, 월출산, ‘경북의 소금강’ 주왕산, ‘충남의 소금강’ 용봉산, 다도해 소금강 ‘홍도’ 등이 있다. 여기에 서해 소금강이라는 이름을 관리도에 붙이면 지나칠까. 관리도를 다녀온 여행객들은 소금강이라는 말에 인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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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은 낚시와 등산과 캠핑뿐일까

관리도 등산로는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마을 뒤로 작은깃대봉을 거쳐 낙조전망대, 깃대봉, 투구봉, 징장볼해수욕장을 거쳐 마을로 들오는 길이다. 하룻밤을 묵는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일몰은 용바위 계곡에서 보는 것이 좋다. 바위 사이로 지는 해를 보노라면 틀림없이 노을진 바다 위로 지나는 낚싯배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몰만 아니라 일출도 좋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문만 열고 마을 앞 선착장에서 선유도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마을 뒤 작은깃대봉에서 올라 보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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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과 일출.
일몰과 일출.

바다로 지는 달과 바다에서 뜨는 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바다로 지는 달과 바다에서 뜨는 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백패킹을 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등산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낚시객들은 대부분 새만금방조제와 연결된 야미도에서 낚시배를 타고 들어온다. 이들은 숙박을 하지 않는 경우 섬사람을 만날 일도, 섬에서 돈을 쓸 일도 없다. 등산객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첫배로 들어와 오훗배로 나가는 사이에 섬을 한 바퀴 돌고 가니 점심도 간단하게 가져와 해결한다.

캠핑장은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지만 마을에서 마련해 대여료를 받고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약간의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텐트를 칠 자리 값 외에는 소득이 없다. 캠핑장에는 샤워시설까지 마련되어 있고 어린이 놀이시설까지 있다. 가족단위 캠핑장을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마을이장 전봉기는 캠핑장을 홍보해 여행객을 많이 유인할 생각이라고 했다.

관리도 등산길 중 직벽 능선을 타고 서쪽바다를 보면서 걷는 구간은 자연상태 그대로다. 아직 안전펜스가 만들어져 있지 않고, 정상에 표지석도 없다. 소나무에 누군가 인쇄를 해서 비닐코팅을 한 후 걸어 놓은 것이 전부다. 그래서 주의를 해야 한다. 반대로 마을 뒤 작은깃대봉을 돌아오는 길은 편안하고 아늑하다.

특히 방풍림으로 조성한 해송 숲이 아름답다. 요즘 섬을 찾는 여행객 중에는 ‘카약킹’, ‘백패킹’, ‘트레킹’을 결합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관리도에도 새로운 섬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찾고 있다. 아쉬운 점은 섬주민이 삶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여행과 점점 멀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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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경관과 심미적 가치도 고려할 때

저녁에 논쟁이 벌어졌다. 관리도를 돌아본 일행들이 저녁을 먹고 마무리하다 몇 명이 반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벌어진 논쟁이었다. 계기는 식당주인이자 마을이장인 전씨가 제공했다. 관리도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할지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해서 생긴 일이다. 관리도는 이미 캠핑장을 만들었다.

아직 오픈하기 전이라 비용과 관리운영을 두고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더 많은 캠핑객이 오도록 가격을 낮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필자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육지에서 받는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섬까지 오는데 어려움이 있으니 유인책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은 육지의 시선이다.

육지와 다른 경관과 심미적 가치를 맛볼 수 있기에 더 비쌀 필요가 있다. 그 가치를 즐길 생각이 있는 사람만 오면 되는 것이다. 섬이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생각해야 한다. 환경수용능력이다. 그 가치를 즐기는 사람은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섬 특산물을 구입하는 일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와야 섬이 발전한다는 생각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더구나 관리도처럼 좋은 자연자원과 경관을 갖춘 섬은 자연경관과 섬 생태자원의 보전을 전제한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찾도록 해야 한다. 요즘 제시되고 있는 ‘생태계서비스’ 지불의사가 이런 것 아닐까 싶다. 이제 주민은 물론 여행객도 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

김준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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