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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오면 공휴일인 나라를 아십니까

[행복, 부탄에서 배운다] ① 가난하지만 왜 행복할까요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

2017.08.21 박진도 지역재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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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사는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이제 많은 이들은 성장과 개발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책브리핑>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쫓는 현실에서 히말라야 산자락 작은 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불과 3000 달러도 되지 않는 이른바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의 이야기를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의 펜을 빌려 싣습니다. 이 글을 통해 ‘국민총행복’을 위해 부탄 사람들이 가난을 극복하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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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오면 학교나 일터로 가지 않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낭만을 즐긴다. 그렇다면 출근을 했는데 오후에 첫눈이 오면 어떻게 하냐고. 다음날 쉰다.

모든 공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아이를 낳으면 6개월 유급휴가를 가질 수 있고, 아이가 만 두 살이 될 때까지 근로시간을 하루 2시간씩 줄여준다. 전 국토의 70%를 숲으로 보전한다. 고을마다 며칠씩 전통 축제가 열린다.

북유럽의 어느 복지 국가의 얘기가 아니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불과 3000달러도 되지 않는 이른바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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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학교의 고등학생들.

세계 최대 부처동상.(51m)
세계 최대 부처동상.(51m)

부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나라다. 그렇지만 올해가 한국 부탄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로 부탄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로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탄을 찾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해 부탄을 여행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중국과 인도가 부탄 영토인 도클람을 둘러싸고 국경분쟁을 일으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부탄에 대해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월드컵 지역 예선전.
월드컵 지역 예선전.

부탄은 히말라야 동쪽의 산악국가로서 북쪽은 중국의 티베트, 남쪽은 인도의 아삼주, 서쪽은 인도의 시킴주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인구 13억7000만 명의 중국, 인구 12억7000만 명의 인도 틈바구니에 끼어 인구 75만 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나라, 부탄이 어떻게 주권국가를 유지할 수 있을까.

부탄은 흔히 마지막 상글리라니 은둔의 왕국이니 할 만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부탄에 본격적으로 외국인이 여행하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부탄이 외국인 관광객 수를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부탄은 외국인 관광객 수를 제한하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독특한 비자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외국인이 부탄을 방문하려면 하루 200달러(비수기인 여름과 겨울) 혹은 250달러(성수기인 봄, 가을)를 지불해야만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부탄의 공무원들
부탄의 공무원들.

비자는 개인적으로는 얻을 수 없고, 반드시 부탄 여행사(지금은 민간)를 통해야만 한다. 만약 일주일을 관광하겠다고 하면, 성수기에 1750달러를 미리 지불해야만 7일짜리 비자가 나온다. 이 돈을 내면, 부탄 정부가 관광세의 명목으로 하루 65달러를 가져가고 나머지 돈으로 여행사가 관광객을 위한 일체 비용(숙식비 및 교통비, 관광비용)을 지불한다. 한마디로 싸구려 제 멋대로 관광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절 축제에 온 사람들.
절 축제에 온 사람들.

인구 소국인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오면 부탄의 환경이나 문화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높은 가치(high value), 낮은 영향(low impact)’을 표방하는 부탄의 관광정책은 지속가능한 관광을 지향한다. 관광이 국가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되,’ 높은 질과 가격’을 추구해 관광이 환경과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소득 3000 달러가 되지 않는 부탄이 이러한 지속가능한 관광을 추구하고 있는데, 국민소득 3만 달러인 우리나라의 제주도 관광은 어떤 모습인가.

타시앙세 왕비의 침대. 소박하다.
타시앙세 왕비의 침대. 소박하다.

나는 2011년부터 격년으로 네 차례 부탄을 다녀왔다.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는 부탄의 비밀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학자인 나에게는 ‘가난’과 ‘행복’은 서로 궁합이 잘 안 맞는 단어의 조합이다.

경제학자의 전통적인 역할은 사람들이 가난을 극복하고 물질적으로 보다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사람들의 궁극적인 바람은 행복한 삶이다. 그런데 가난해도 행복하다면 굳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경제학자의 역할도 필요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내가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다.

도로위에 시외버스와 소. 소가 대장이다.
도로 위의 시외버스와 소. 소가 대장이다.

첫째,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을 통해 아시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는데 우리 국민의 행복도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경제는 성장하지만 오히려 행복은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부탄과 대비하자면 우리는 ‘부유하지만 불행한 나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와 같은 성장지상주의로는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반성이 필요하다.

왕디 사원의 화장실.
왕디 사원의 화장실.

둘째, 흔히 행복한 나라로 잘 알려진 북유럽의 국가가 아니라 부탄을 선택한 이유는 자칫 성장주의의 오류를 되풀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국민소득이 대략 8~10만 달러가 되는 고소득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를 모델로 하면, 우리도 북유럽처럼 행복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일하고 성장해서 일인당 국민소득을 지금의 3만 달러에서 8만 달러 이상이 되어야 한다.

병원앞에서 진료대기중.
이른 아침 병원앞에서 진료 대기중.

성장주의를 극복하자고 하면서 성장주의에 빠지는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 우리는 이들 북유럽 국가들의 현재보다는 오히려 소득이 낮았던 19세기말 그리고 20세기 초부터 오늘날과 같은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언론이나 여행사들은 부탄을 흔히 ‘국민의 97%가 행복한 나라’, ‘행복지수 1위인 나라’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부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는 색안경을 끼고 그들이 행복한 비밀을 찾아서는 안 된다.

부탄 농촌 풍경.
부탄 농촌 풍경.

농가의 주방. 아래는 부탄식 카레.
농가의 주방. 아래는 부탄식 카레.

부탄식 커리.
히말라야 깊은 산 속에서 가난하지만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보전하면서 좋은 자연환경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고 있는 부탄 사람들의 모습은 물질만능과 극심한 경쟁 그리고 개인주의적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경이와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위안을 준다.

그들의 눈에 비친 부탄의 이미지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이다. 그러나 과연 부탄 사람들도 스스로를 그렇게 느낄까. 색안경을 벗고, 부탄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직시하는 순간 그들은 부탄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나는 가난하지만 행복하기 때문에 부탄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난을 극복하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부탄의 까까머리 초등학생들. 해맑다.
부탄의 까까머리 초등학생들. 해맑다.

부탄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오로지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총행복을 위해서 물질적 요소와 더불어 정서적, 정신적, 문화적, 생태적 가치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한다. 이러한 국민총행복 정책이 부탄 국민으로 하여금 유엔이 정한 최빈국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 못지않은 높은 수준의 행복을 향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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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도 (재)지역재단 이사장 충남대학교 경제학과에서 35년간 경제발전론, 농업경제학, 정치경제학 등을 가르치며 연구했고 현재는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에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지역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지역재단(KRFD)을 세워 2014년부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충남연구원장 재직시 부탄을 첫 방문한 후 2013년 부탄을 다녀오고 2015년에는 두 달간 체류했다. 2017년 2월 '부탄행복의 비밀'을 출판했고, 최근에도 부탄을 다녀오는 등 교류를 계속하고 있다. ‘국민총행복’을 모든 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부탄 정부의 국민총행복정책을 한국의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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