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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합의, 일관된 대북정책 원칙 통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2015.08.27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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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3일이 넘는 시간 동안 국민들은 손에 땀을 쥐고서 남북한 고위급 접촉을 지켜봐야 했다. 협상이 잘 풀리지 않는가 보다 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면서도, 이번에는 왜 북한 대표단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도 함께 품었던 게 사실이다.

결국 지난 월요일 자정이 넘긴 시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6개 항에 이르는 남북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하였고, 우리 국민들과 국제사회는 위기로만 치닫던 한반도의 긴장국면이 극적인 타협과 합의로 막을 내린 결과에 따뜻한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공동보도문’의 핵심 내용은 결국 ‘유감’, ‘확성기 중단’, ‘비정상적인 상태’, ‘교류 활성화’로 압축된다.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자세와 전략으로 어려운 타결을 도출해낸 배경과 향후 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이다.

우선, 지금까지 우리 측에 대한 비방과 위협을 일삼던 북한을 상대로 의미 있는 타결을 이끌어 낸 데에는, 무엇보다도 우리 정부의 일관되고 원칙 있는 대북정책 기조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창의적인 대북정책 기조를 내걸었고,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남북한 사이에 결국 ‘신뢰’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강조해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중시하였고, 이러한 기조는 북한을 괴롭히거나 궁지에 몰아넣기 위함이 아니라, 남과 북 모두에게 호혜적인 남북한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이다. 이번 협상과정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한의 확실한 입장표명과 재발방지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였고, 결국 이러한 원칙이 관철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협상 과정 자체만을 놓고 보더라도, 우리 정부의 지혜와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대남비서는 협상에 임하는 최초의 순간부터 ‘확성기 중지’라는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였고, 이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올인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군사적으로 으름장을 놓아보았지만, 결국 북한의 입장에서는 담판의 형식을 통해 우리 정부에게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점을 간파하였고, 앞으로의 단계들을 내다보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동시에 북한을 너무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어 낼 수 있었다. 

세 번째로, 금번 타결의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 한미동맹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들 수 있다. 지난 8월 4일 목함지뢰 사건 발생 이후 북한은 위기를 점진적으로 고조시키는 전형적인 전술을 선택하였다. 이 과정에서 한미 양국은 B-52, B-2 전략폭격기 등과 같은 ‘전략적 자산’을 공유한다는 안보확약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위협과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였다. 이러한 현실에서 북한이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에게 있어서 ‘확성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우리 정부와의 담판이었던 셈인데, 그렇다면 북한은 처음부터 협상에 임하면서 손에 쥐고 있는 유일한 카드를 우리에게 노출시킨 셈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8.24 고위급 협상’ 타결은 이상과 같은 배경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과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긴 여정을 밟아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확성기’라는 우리가 지닌 전형적인 소프트파워(sofr power)에 북한이 저렇게까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점은 의아하기까지 하다. 사회주의권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잘 버텨온다고 생각했던 북한이었는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의외의 취약함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우리가 고민하고 수립해야 할 정책개발의 윤곽은 더욱 자명해 지는데, 확성기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 우리 체제의 우월함과 자유민주주의의 강점을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파워의 수단을 적극 개발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를 하려면, 우리도 약속을 지키는 자기 실천적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옵션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신, 우리 사회의 창의성, 역동성, 개방성 등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다양한 네트워크적 접촉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번에 발표된 ‘공동보도문’ 내용을 놓고서 일부 우려의 시선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유감’이 과연 사과인가의 문제, ‘비정상적인 사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 등 논란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 온 북한 체제의 속성을 고려할 때, 유감은 사과의 또 다른 표현으로 봐도 무방하며, 비정상적인 사태란 불필요한 논란 없이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상식적으로 접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북한은 확성기 중단이라는 매우 근시안적이고 현상적인 목표에 집착했지만, 우리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앞으로의 몇 수를 더 내다보면서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한 교류협력 활성화에 더 큰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는 어느 한 측면과 관점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매우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아닐 수 없고,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국제안보환경이라는 변수는 한반도적 수준을 넘어서는 우리에게 힘들고 버거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이번 협상을 계기로 북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전면에 나설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 사실이다. 결코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향후 당국자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 준비단계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테이블을 떠나지 않고 우리와 마주 앉을 수 있도록, 전략적 지혜와 국민적 지지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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