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 누리집 로고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콘텐츠 영역

산사태는 우리에게 아그레망을 구하지 않는다

신원섭 산림청장

2014.10.22 신원섭 산림청장
글자크기 설정
인쇄 목록

신원섭 산림청장
신원섭 산림청장
어김없이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가을이 왔건만, 우리는 아직도 어느 봄날의 슬픈 세월호의 잔영(殘影)으로 어지럽다.

안쓰럽게도 우리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주목되는 사건사고가 생길 때마다 아마 세월호의 악몽을 하염없이 되새김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일도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숙명일 것이다. 어쨌든 세월호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잊지 말고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깜깜한 선실에서 그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그분들에 대한 우리들의 최소한의 의리가 아닐 런지….

산림청장으로 일한지 1년 8개월이 되었다. 우리 국토의 6할을 넘는 숲(산림)을 관리하는 산림청장으로서 자연재난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현재와 미래를 걱정한다. 날씨가 건조하면 산불이 염려되고, 비가 오면 산사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짚신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처럼….

산사태는 선진국 후진국, 동양과 서양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또한 산사태 재해의 엄청난 결과는 항상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일반적인 상식을 새롭게 정리하도록 유도한다.

금년에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괘씸한 산사태는 지구촌 곳곳에서 수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주고 갔다. 물론 아직도 안심할 수 없는 진행형이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의 히로시마, 중국의 저장성, 미국의 LA, 인도와 네팔의 홍수로 인한 산사태까지, 특히 이중에서도 아프가니스탄의 산사태는 그 피해가 하도 커서(인명피해 만도 2천5백여명의 사망·실종) 정부에서 조차 더 이상 손써 볼 여력이 없어서 인지 집단무덤으로 선포하고 그대로 포기해 버린 참사는 세월호의 잔영에서 몸부림치는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한다.

금년도 봄철 산불기간을 무사히 넘긴 우리 산림공무원들에게 기상관측 이래 처음이라는 5월의 열대야 현상은 해빙기와 여름철 산사태를 사전에 철저하게 예방하고 대응하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나 보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미국의 나사도, 일본의 방위청도, 우리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순간순간 변화하는 한반도의 게릴라성 기상은 동해안, 남해안, 내륙지방 할 것 없이 우리의 국민을 불안케 했다.

장대같이 쏟아지는, 아니 폭포수처럼 연속으로 쏟아 졌던 제주도(윗세오름)의 1,500여㎜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우리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형적·지질적으로 산사태에 강한 제주도였기에 다행이었지, 혹여 이러한 폭포수가 육지의 어느 특정지역에 내렸었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되었을까? 그 며칠 후 부산·양산지역의 하루 강우량 250㎜(시간당 130㎜)로도 도로가 침수되어 버스가 떠내려가고, 절개지가 붕괴되어 경로당을 덮친 사례와 비교해 보게 된다면…. 지난날 이지만, 생각만 하면 지금도 팔뚝에 서설 소름이 돋는다.

산림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자연재해는 산사태이다. 일반적으로 산사태가 일어나는 매커니즘은 다양하지만, 주로 태풍이나 국지성 폭우로 많은 비가 일시에 내리게 되면 토양이 물기를 머금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게 되고, 이로 인해 상류부에 있는 토석들이 물과 함께 순간적으로 흘러내려 그 피해를 주게 된다.

우리나라는 거대한 산은 적은 편이지만, 산지사면이 급한 올망졸망한 계곡이 많은데다가 이러한 계류들이 우리의 생활권과 밀접해 있고, 화강암과 편마암이 풍화된 마사토 지형이 많아, 적은 량의 비에도 금방 포화 상태가 되어 미끄러져 내리는 지형과 지질적 특성 등으로 산사태에 대하여는 매우 취약한 구조이다. 전문가들은 ‘산사태는 막을 수는 없어도 피해는 줄 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산사태에 대하여는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현실적으로 예방만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강조하는 매우 설득력이 있는 슬로건이라 생각한다.

산림청에서는 산사태 예방을 위하여 다각적인 방향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권주변의 산사태취약지역을 조사하여 관리하면서, 토석류 등이 하류지역으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사방댐 등 예방사업을 우선적으로 실행(2014년도까지 사방댐 8,624개소, 계류보전 6,463㎞ 완료계획)하고, 유사시를 대비하여 주민 비상연락망과 대피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전국에 산사태현장예방단(50개단, 200명)을 배치하여 주기적으로 점검·정비하는 등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도 생활권을 중심으로 한 산사태재해 우려지역을 정밀하게 조사하여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사방댐 등 재해저감 시설을 우선적으로 확대 설치함은 물론 국민의 안전을 위한 현장 중심의 정책실현을 위해 산사태현장예방단을 필요한 곳에 적정하게 배치하여 그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산사태정보시스템의 연차적인 고도화를 통하여 사전예측정보의 정확도 및 실효성을 높여 산사태로 인한 인명이나 재산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산사태 발생을 저감시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이 산림을 잘 조성하고 관리하는 것인 만큼, 적극적인 숲가꾸기 사업으로 나무의 뿌리 발달 촉진을 통한 말뚝효과와 그물효과를 증대시키는 등 숲을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재해에 강한 숲으로 구조 개선해 나갈 것이다. 

올해 산림청에서 계획하여 추진한 산사태예방지원본부운영기간을 10월 15일자로 마감하면서, 산사태 피해 현황을 집계해 보니 70㏊로 예년 평균 산사태 피해량(456㏊)에 비해 85%를 감소시키는 경이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과는 날씨가 도와 준(?) 영향도 있겠지만,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현장에서 동분서주(東奔西走)하면서 능동적으로 예방하고 대처해 준 일선의 공직자 덕분이다.

산사태는 야속하게도 우리에게 결코 아그레망(사전 동의)을 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소리도, 허락도 없이 갑자기 들이 닥치는 고약한 산사태에겐 선제적인 예방대책 만이 최선의 처방이다.

이전다음기사 영역

하단 배너 영역

지금 이 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