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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를 자기부정과 퇴행으로 몰고 가는 일본 정부

서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2014.07.01 동북아역사재단 서현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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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서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지난 6월 20일 일본정부가 고노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하였다. 지난 20여 년 동안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으로 견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노담화 검증은 자기부정이자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부담을 감수하면서 까지 고노담화 검증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이른바 강제연행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을 정부 입장으로 다시 강조하려고 한 것이다. 아베 정권은 2007년 3월 “고노담화 발표까지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는 답변서를 각의결정하였는데, 작년부터 일본 의회에서 이 답변서에 대한 비판과 취소 요구가 잇따라 제기되자, 정부보고서의 형태로 이를 반박한 것이다.

두 번째는 ‘위안부’ 모집 시의 강제성 등을 둘러싸고 한·일간에 협의가 이루어졌음을 밝혀 고노담화가 사실 관계에 바탕을 두기 보다는 외교적 협상의 산물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아시아여성기금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가 입장을 바꿨다며, 지금 ‘위안부’문제가 외교 현안으로 되고 있는 것이 마치 한국정부의 책임인 것처럼 서술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시도는 사실과 논리의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첫 번째 점과 관련해 고노담화 작성 시 참고한 자료 중에 ‘바타비아임시군법회의 기록’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기록은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이 스마랑 등의 억류소에 수용되어 있던 네덜란드인 여성들을 ‘위안소’로 연행해 위협 등으로 매춘을 강요하였다고 명기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주장에 대해 보고서에 “그때까지 행한 조사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정부의 요청에 대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발아들일 수 없는 것은 거부한다는 자세를 취하였다”고 거듭 밝히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일본정부 스스로 담화내용이 궁극적으로는 사실관계에 의해 규정되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주장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 당사자들의 주장이 최대한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이 점에서 피해자 대다수와 지원단체가 거부한 기금 강행에 반대했다. 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은 유엔 산하 조직과 국제인권단체들의 거듭된 요청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아시아여성기금이 대다수 한국인 피해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피해자들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이다. 

국제사회는 검증에도 불구하고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발표한 일본 정부의 진의를 가늠하는 잣대로 향후 일본의 대응을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사회의 성숙의 산물인 고노담화에 흠집을 내는 퇴행을 중단하고, 그간의 연구와 조사로 집적된 자료와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전체상을 보다 명확히 하는 동시에, 피해자들의 요구에 근거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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