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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꾼으로부터 수중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노력들

문환석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장

2012.07.17 문환석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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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항해하던 배가 불의의 사고로 난파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바다에 잠겨 있던 난파선이 학술적인 조사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을 때, 난파선과 유물은 한 시대의 역사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타임캡슐이 될 수 있다. 신안선, 태안선, 마도선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수중문화재 역시 그렇다. 이들 배가 발견됨으로써 대한민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풍부한 수중문화재 보유국이 되었으며, 전 세계가 이를 주목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수중문화재 발굴조사는 어부들의 발견 신고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잦은 계기가 되는 것은 바로 도굴범의 검거다. 수중문화재를 발견하거나, 발견되었다는 소문을 들으면 도굴범들은 밤중에 몰래 잠수해 들어가 불법적으로 유물을 훔쳐간다. 바다 속이기에 도굴꾼들의 접근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 수중문화재의 효시가 된 신안해저유물 역시 어부의 신고로 발굴조사가 시작되었지만, 조사 이전 벌써 도굴꾼에 의한 유물 밀반출이 이루어졌다. 발굴조사가 시작되어서도 유물의 집중매장지역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 수감된 도굴범이 위치를 알려주고서야 본격적인 조사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2009년 전라북도 군산시 야미도 수중발굴조사 역시 도굴범 검거가 계기가 되었다.

수중문화재 발굴조사에 직접 참여한 민간잠수사의 도굴 사례도 있다. 2007~2008년 태안선 수중발굴조사에 참가한 잠수사 ㅊ씨는 짝을 이뤄 들어가는 잠수사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잠수를 했다. 수중에서 그는 유물 일부를 몰래 빼돌렸다. 조사가 끝나고 숨겨둔 유물을 발굴해 거래하려다 경찰에 잡히고 말았다. 역시 바다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에 수면위의 조사단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발굴에 참가한 민간 잠수사에 의해 도굴되었다가 압수된 청자대접과 청자 사자모양 향로
발굴에 참가한 민간 잠수사에 의해 도굴되었다가 압수된 청자대접과 청자 사자모양 향로
 
ㅊ씨의 도굴사건 이후 발굴조사에 참여한 사람의 도굴을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됐다. 잠수사가 수중에 들어갈 때는 카메라가 설치된 헤드셋을 반드시 착용하게 했다. 이 카메라를 통해 잠수사의 수중에서의 모든 행위가 기록된다. 잠수사의 도굴은 원척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수중의 유물 상황을 실시간으로 녹화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도굴범들은 유물이 매장된 해역에서 바로 잠수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한밤중에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부터 잠수해 와 유물에 접근한다. 이러한 형태의 도굴을 방지하기 위한 첨단장비도 확보되어 있다. 야간열영상카메라는 어두운 밤중에 유물로 접근해 오는 물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로, 앞으로 수중발굴현장 주변의 유물 보호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첨단장비를 구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민들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된 수중문화재 보호는 어렵다. 넓은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도굴을 막기 위해서는 현지 어민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렇다고 현실적인 보상책 없이 막연히 수중문화재 보호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할 수만은 없다. 문화재청은 수중문화재 발견신고를 장려하고, 행여 발생할 수 있는 도굴 등을 막고자 보상금과 포상금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도굴꾼을 신고하면 포상금으로 2천만원을 지급해 준다. 또한 수중문화재를 발견해서 이를 신고하면 문화재청은 유물을 평가한 후 평가액의 50%를 발견자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나아가 발견신고 유물로 인해 특정 해역의 발굴조사가 이루어지면, 발굴유물 평가에 따라 1억원을 한도로 단계별로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도굴의 폐해는 단순히 돈이 될 만한 유물을 몰래 빼돌려 불법적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얻는 것만이 아니다. 문화재는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전승되고, 발굴되었는가가 중요하다. 그것이 명백할 때만이 유물의 역사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도굴은 유적과 유물에 대한 훼손으로 이어져 조상들의 삶의 흔적이라는 문화재적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다. 아무리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 하더라도 도굴에 의해 세상에 나오는 것은 ‘장물’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때문에 도굴꾼에 의한 불법적인 도굴은 엄단에 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바다를 생업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민들에게 현실적인 보상을 통해 수중문화재 발견 신고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야말로 도굴꾼으로부터 수중문화재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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