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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영국박물관에 문 연 ‘상설 한국실’

묵향 그윽한 훈민정음 서문이 첫눈에

2000.11.20 국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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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한 조선백자 선비정신 가득
전통 한옥 현판 ‘한영실(韓英室)’ 상징적
북한인사 참석…남북관계 반영

[글·황현탁 주 영국대사관 홍보관]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은 대영(Great Britain)이라는 영문이 들어가지 않음에도 우리에게는 ‘대영박물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인 영국박물관에 ‘상설 한국실’이 지난 11월 8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뉴욕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실의 3배 정도 크기인 120여 평의 전시실에는 선사시대에서 현대도 자기와 회화에 이르기까지 약 250여 점의 한국문화재와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3층(영국식으로는 2층) 오른쪽에 위치한 한국실을 들어서면 마주치는 것이 서희환씨가 쓴 서예작품 훈민정음 서문이다. 바로 오른쪽으로는 박영숙, 신상호, 원대정, 조정현, 김익영씨의 도예작품이 전시돼 있다.

한국실 큐레이터는 앞으로 한지를 소재로 한 작품과 도자기 종류를 전문으로 구입할 계획이라고 들려줬다.

유리로 된 한국실 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는 선사시대 유물이 전시돼 있는데 암사동 출토 빗살무늬토기와 마제석검, 마제석촉 등이 함께 전시돼 있으며, 왼편으로는 안압지출토 보상화문전 4점이 양쪽 기둥에 두 점씩 전시돼 있다.

그 가운데에는 경주박물관이 대여한 7세기 경의 석조여래좌상이 위치하고 있으며,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삼국시대 유물이 전시된 케이스와 마주치게 된다. 토기·항아리·금귀고리 등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으며, 입구에서 마주보는 벽에는 탱화 2점과 나전국화당초문경함(螺鈿菊花唐草紋儆含)과 화엄경변상도(華嚴經變像圖)가 전시돼 있는데 이는 영국박물관이 소장한 국보급의 문화재이다.

입구 쪽에는 대각선 모퉁이에는 영국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지도와 캠브리지대학에서 대여해 온 8폭 병풍형태의 보물급 신법천문도(新法天文圖)가 전시돼 있으며, 한국식 창문을 따라서는 한빛문화재단의 유물구입자금으로 지난 10월 미국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구입한 조선시대 분청자기 1점과 접시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대에는 또 유명한 도자기 수집가였던 버나드 리치씨가 역시 한국도자기를 너무나 애호했던 루시 리에게 기증한 후 영국박물관이 구입한 이조백자 한 점이 진열돼 있는데, 기하학적으로는 완전하지 않은 ‘불안정’이 한국 도자기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으로 일본 및 중국의 것과 다른점이라고 큐레이터는 설명한다.

이조 영조시대 평양감사를 지낸 정휘량과 정조시대의 영의정을 지낸 최재공의 자화상, 그리고 대나무 그림과 백자가 전시돼 있어 조선시대 선비의 위엄이 간결하고 단아하며 청빈과 소박함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창문 쪽 마지막 두 전시대에는 반짓고리·보자기·잣·부채 등 조선시대의 생활문화용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커다란 장독 2개도 함께 전시돼 있다. 한국실 홀 중앙에는 국보급인 고려시대 청자진사채당초문완(靑磁辰砂唐草文碗)과 조선백자, 화첩들, 그리고 운보 김기창선생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한국실을 돌다보면 가장 먼저 보고싶어지는 것이 바로 전통한옥이다. 운형군 사랑채인 노안당을 모델로 우리나라의 돌과 나무, 그리고 흙으로 지어진 방 두칸, 마루 한 칸의 전통기와집은 한옥문화원장 신영훈 선생과 한국의 목수들이 지은 것으로 여초 김응현선생이 쓴 한영실(韓英室)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옛 선비들이 간결하고 단아한 미의식을 볼 수 있는 내부의 서안·고비·사방탁자·등경·문방사우 등 50여점의 집기와 비품은 전 중앙박물관장 정양모 교수의 지도로 명장 손덕균씨가 산하를 뒤져 최고의 재료를 모아 제작한 것인데 보는 이로 하여금 들어가 사진이라도 찍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5층에 설치된 일본실의 전통찻집 화영암(和英庵)과 비교하면 그 규모나 격식에서 어깨를 으쓱해도 좋을 정도다.

영국박물관의 한국실은 80년대 후반부터 상설전시실로 설치를 추진했는데 이제야 독립된 전시실을 갖게 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연간 680만여 관람객 중 상당수가 한국실을 관람할 것으로 예상하면 다소나마 한국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의 한국실 설치는 같은 건물을 쓰던 영국도서관이 신축건물로 이전함에 따라 가능하게 됐는데 이제부터는 돈을 내도 공간이 없다는 박물관 관계자의 말을 들으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4년 LA올림픽을 계기로 디즈니랜드 리틀월드내에 한국인형을 설치하기 위해 20만 달러를 지불한 것에 비하면 이번의 ‘상설한국실’ 설치를 위해들인 40여억원은 훨씬 더 유용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 8일에 개최된 영국박물관 한국실 개관식은 문화소개라는 측면 이외에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행사였다.

우선 개관행사에 우리측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축사를 보냈고 영국측에서는 문화장관을 포함한 두 명의 장관과 정부관리, 많은 국회의원과 언론계, 학계인사들 그리고 거의 모든 지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특히 UN 산하기구인 국제해사기구에 파견된 북한인사 2명이 참석, 우리 공관장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장면은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한민족이 하나가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케하는 기회가 됐다.

중국이나 인도실, 경제적 지원을 통해 별도의 부서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을 따를 수는 없겠지만 체계적인 순환전시, 보다 활발한 문화행사개최, 그리고 한국문화에 대한 많은 연구와 발표가 가능하도록 국내외에서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이를 극복하는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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